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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투쟁 연대 '슬픔의 케이팝 파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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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2. 7. 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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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저희가 목표로 하던 지향점이 ‘맷집을 키우자’였거든요. 조금 더 사회적인 것에 관심을 갖고 사회적인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발을 들여서 이게 욕을 먹든 칭찬을 듣든 의미가 깊다는 소리를 듣든 맷집을 키우고 몸집도 좀 더 키우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자는 생각을 해서, 파리바게뜨 노조 투쟁현장에서 공연했습니다. 그 이후에 을지OB베어에서 연락을 주셨어요. 이러한 공연들이 저희가 이제 지향하던 목표이자 새로운 시즌의 슬케파였어요."

 

[ACT! 131호 인터뷰 2022.08.17.]

현장 투쟁 연대 '슬픔의 케이팝 파티' 인터뷰


인터뷰 진행: 박동수(ACT! 편집위원)
녹취 및 정리: 김세영(ACT! 편집위원)


 그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던 “슬픔의 케이팝 파티” 팀은 팬데믹 이후 첫 오프라인 공연을 파리바게뜨 노조 임종린 지회장의 단식투쟁 현장과 을지OB베어 투쟁현장으로 잡았다. 많은 뮤지션들이 다양한 투쟁현장에서 연대공연을 펼쳤지만, 디제잉 파티의 형식이 투쟁현장 안에 들어온 것은 어딘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슬픔의 케이팝 파티”는 이름 그대로 케이팝으로 디제잉을 펼친다. 곳곳의 투쟁현장에서 “다시 만난 세계”를 듣는 것은 어느새 익숙한 일이 되었지만, 케이팝이라는 장르를 경유해 연대하는 모습은 쉽게 그려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더군다나 케이팝의 팬덤들은 그들의 아이돌이 정치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격렬히 거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케이팝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든 것처럼, 케이팝을 연대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또한 익숙한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 3년 만에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끝없는 케이팝 메들리를 듣고 온 다음 날, “슬픔의 케이팝 파티”라는 이름을 걸고 연대공연을 펼친 세 명의 DJ를 만났다.

▲슬픔의 케이팝 파티 줌 인터뷰 화면

= ACT!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GCM : 안녕하세요. 슬픔의 케이팝 파티(이하 슬케파) 기획과 제작을 맡고 있는 GCM이라고 합니다. 슬픔의 케이팝 파티는 (케이팝과 한국 예능에 관한 글을 쓰시는)복길님과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케이팝 위주로 디제잉을 하고, 파티 기획도 하는 기획자 및 DJ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UIBBIE 저는 케이팝 칼럼리스트 겸 DJ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칼럼리스트로 활동할 때는 스큅이라는 필명을 쓰고 DJ로 활동할 때는 QUIBBIE라는 DJ명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주로 케이팝 중심으로 디제잉을 하고 있고 슬케파에서 많이 디제잉을 했어요.


alex bunny : 저는 alex bunny라고 합니다. 슬케파에서는 케이팝을 많이 틀었고, 그전에는 애니송 등 서브컬처 중심의 디제잉을 많이 해온 사람입니다.

 

 

= ACT! : GCM님은 파리바게뜨 임종린 지회장님의 단식투쟁 현장에서, QUIBBIE 님과 alex bunny님은 을지OB베어 강제집행 규탄 집회 현장에서 공연하셨습니다. 기존의 슬케파는 명월관 등의 클럽에서, 팬데믹 이후엔 네이버NOW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공연을 선보였었는데, 투쟁현장에서의 디제잉은 어떤 느낌이었는지 소감이 궁금합니다.

GCM 저희가 왜 시작을 하게 됐는지를 얘기를 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당시 팬데믹이 끝나간다고 여겨지던 상황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준비하고자 하면서 어떤 걸 할까 고민을 하던 때였는데요. 그때 임종린 지회장님과 연락이 닿게 되었어요. 당시에 저희가 목표로 하던 지향점이 ‘맷집을 키우자’였거든요. 조금 더 사회적인 것에 관심을 갖고 사회적인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발을 들여서 이게 욕을 먹든 칭찬을 듣든 의미가 깊다는 소리를 듣든 맷집을 키우고 몸집도 좀 더 키우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자는 생각을 해서, 파리바게뜨 노조 투쟁현장에서 공연했습니다. 그 이후에 을지OB베어에서 연락을 주셨어요.

 

이러한 공연들이 저희가 이제 지향하던 목표이자 새로운 시즌의 슬케파였어요. 공연 소감을 말하자면, 사실 무서웠습니다. 특히 서초대로 한복판에서 퇴근시간에 맞춰서 “SPC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라”를 외치며 디제잉하는 것을 상상을 하니까 너무 무서운 거예요. 하지만 막상 공연하고 나니까 “역시 해보기 전에는 잘 모르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연대해 주시는 분도 많았고, 그곳의 분위기가 생각보다 무섭지 않습니다. 지나가던 분들이 “이게 뭐 하는 거예요?”하고 오시고, 그냥 구경만 하다가 그냥 허허 하고 웃고 가시는 분들 계시고, 생각하던 반격(?)이 들어오진 않더라고요.

QUIBBIE : 다른 디제잉 때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답하기가 조금 애매한게, 저는 코로나 팬데믹 시작과 동시에 디제잉을 시작했던 사람이거든요. 을지OB베어 디제잉을 하기 전의 오프라인 공연은 기껏해야 두세 번 정도였는데, 클럽보다는 바 같은 공간에서 했던 작은 공연이다 보니까 제대로 된 오프라인 디제잉의 경험이 별로 없었어요. 네이버 NOW에서 슬케파를 하면서부터 온라인 스트리밍 형식으로만 디제잉을 해왔으니 오프라인에 익숙치 않은 상황이었는데, 현장감이라는 것 자체가 되게 새로웠던 것 같아요. 사실 DJ로서 접해보기 쉽지 않은 조건이라 생각했어요. 

 

물론 시위에 동참해 주신 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관객분들도 굉장히 많은 상황이었고, 만선 호프에서 맥주 노가리 드시고 계신 분들 바로 앞에서 디제잉을 한 셈이니까요. 근데 저는 두려움은 좀 적었던 게, 을지OB베이에서 자체적으로 디제잉 행사를 이미 네다섯번 정도 했던 상황이었어요. 이전에 어떻게 하셨는지 SNS 통해 살펴보니 무서운 분위기는 아니더라고요. 만선호프에 있던 손님이 신청곡을 보냈다는 얘기도 들리다 보니 두려움은 적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재미있게, 그리고 좀 더 의미 있게 디제잉을 하면 재밌겠다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디제잉을 하고 온 것 같아요. 

GCM : 적대적인 느낌 없었어요?

QUIBBIE 시작하기 전에 그런 게 있긴 했어요. 공연이 아니라 집회로 신고가 되어 있으니까 일정 데시벨이 넘어가면 바로 제약이 들어온다는 얘기를 들어서 어떻게 컨트롤해야 하지 하는 불안이 있었는데, 음향 담당해 주시는 분이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냥 편하게 하시라” 이러셔서 괜찮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작하고 나서는 괜찮았습니다.

alex bunny : 말씀하시는 걸 듣고 보니 저는 두 분 말씀하신 게 합쳐진 느낌입니다. 가는 길에서도 “약간 무서운데?” 이러면서 갔거든요. 위치도 만선호프가 둘러싸고 있고 도착해서도 바로 맞은편에 만선호프가 있고 하니까 “이거 잘못하면 막 진짜 큰일 나는 거 아닐까?” 생각을 했었는데 그렇지 않은 점이 다행이었습니다. 공연의 내용적인 측면에 관해서는, 이번에는 메시지가 있는 이벤트다 보니까, 물론 재미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연대와 투쟁의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차이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챙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ACT! : 세 분이 현장에서 트셨던 믹스셋을 들어보았습니다. “다시 만난 세계”처럼 새로운 민중가요로 재맥락화된 음악 외에도 흥미로웠던 것은, 소위 SMP(*주1)라 분류되는 음악들이 많이 등장했다는 점인데요. HOT의 “전사의 후예”부터 에스파의 “Savage” 같은, 전투적인 분위기의 곡들이 행진가 내지는 투쟁가로서 흥미롭게 사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리바게뜨 노조 연대공연에서 배드키즈의 “귓방망이”처럼 밈화된 케이팝이 쓰이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이번 믹스셋을 준비하시면서 특별에 염두에 두신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QUIBBIE : 네이버 NOW 플랫폼에서 진행할 때는 매주 진행되는 온라인 파티다 보니 계속 시청자를 붙잡아야 되는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매 곡마다 재미 포인트를 줄지, 선곡이든 자막이든 어떻게 하면 관중으로 웃길 수 있을지를 많이 생각했어요. 반대로 이번 현장에선 웃긴 것도 웃긴 건데 어떻게 하면 의미가 있을까 고민했고 선곡을 했어요. 제 나름대로 메시지들을 담은 셋을 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셋의 이름을 “투쟁과 연대와 위로와 결속의 케이팝 파티”(*주2)라고 정했습니다. 나름대로 메시지성을 띈 게 현장에서 들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좀 그런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마음가짐이 달랐던 것 그게 제일 큰 것 같아요 

GCM : 저는 그냥 SKPP vs. SPC 이렇게 쓰고 엔터 딱 쳤었는데.

alex bunny : 진짜 멋있다. 그게 진짜 멋있다.

QUIBBIE 그게 진짜 멋있죠.

GCM : 제가 선곡했던 기준은 그냥 강한 공격성의 노래, 공격성을 표출할 수 있는 가사였어요.(*주3) 모두가 따라 부르기 쉬운, 다들 잘 아는 노래 중에서도 약간 화가 나 있는 노래들을 선곡했습니다. 그래서 손담비의 “미쳤어”, 애프터스쿨의 “너 때문에”, 그리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비틀어 만든 “OPPA SUREGI”나 배드키즈의 “귓방망이” 이런 것들로 선곡을 했는데요. 제목만 들어도 화가 많이 나 있는 곡들을 골랐어요. 원래는 민중가요가 나오던 곳이더라 하더라도 이번에 오시는 분들은 슬케파의 관객들과 많이 겹쳤기 때문에 익숙한 노래들로 선곡을 했습니다. 

 

대신에 SPC 공연 때는 가사지를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 가사 사이에 괄호 치고 ‘본사를 가리키며’ 라는 글을 넣었어요. 본사를 가리키며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모두 다 잃었어”라는 가사를 외치는 그런 구간을 만든다든가. (제국의 아이들의) “Mazeltov” 같은 곡에서는 “우리가 너에게 아주 작은 힘이라도 됐으면 좋겠어 my my my girl”이라는 가사가 연대에 와 닿는 가사 같았다는 생각이 들어 넣었고요. “귓방망이” 에서는 SPC를 바라보며 귓방망이를 날린다거나, “있는 놈들이 더한 세상 니네끼리 다 해먹어라” 이런 가사가 있는 곡들을 넣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굉장히 직관적으로 선곡했어요. 저랑 같이 공연했던 DJ RB님 같은 경우에는 운동권 계보를 잇는 운동권의 노래들에서 점점 이제 현재의 노래로 변해 나가고 그런 셋을 기획을 하셨었는데, 스피커 문제로 결국 끝까지 못하셨어요.

alex bunny : 저도 되게 비슷한 마음으로 셋을 만들었어요.(*주4) 물론 다른 나라의 팝에도 이런 화가 난 노래들이 많겠죠. 다만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이다 보니까, 노래를 신나서 듣다가도 내가 화날 때 공감이 많이 되는데 하면서 기억에 남는 노래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이 났던 노래들이 포미닛의 “싫어” 같은 곡들이었어요. 가사 중에 되게 화를 많이 내고, 화를 많이 내니까 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녀시대의 “The Boys”도 그런 식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용이 있다고 생각했고요. 내가 그동안 이런 감정을 느꼈던 케이팝이 있으니 이걸 무조건 써야겠다는 식으로 믹스셋의 중심축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 

QUIBBIE 저는 첫 곡과 마지막 곡을 정해두고 시작하거든요. 제가 스토리텔링을 좋아해서 완결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첫 곡을 H.O.T의 “전사의 후예”로 무조건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마지막은 케이팝이라고 하긴 애매할 수 있지만 선우정아의 “클래식”이라는 노래를 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전사의 후예” 같은 경우는 첫 가사부터 굉장히 강렬하잖아요. 첫 가사가 “야 니가 니가 니가 뭔데 / 도대체 나를 때려 왜 그래 니가 뭔데 / 힘이 없는 자의 목을 조르는 너를 나는 / 이제 벗어나고 싶어 싶어”인데, 투쟁을 시작하는 첫 가사로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비슷한 류의 투쟁의 메시지가 들어간 곡들을 앞쪽에 넣고, 뒤로 갈수록 좀 더 신명나고 한바탕 연대의 느낌이 나는 노래를 골랐어요. 선우정아 “클래식” 같은 경우는 가사가 너무 을지OB베어의 상황에 너무 맞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사가 “I’m classic / 난 네가 감히 오르지 못할 곳 / I’m classic / 누가 감히 건들지 못할 소울 / I’m classic / 난 꺾여도 향기를 남기는 꽃”인데 이게 너무 을지OB베어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첫 곡과 끝 곡을 정해두고, 제목에도 있는 투쟁-연대-위로-결속의 순서로 구성을 짰습니다. 다른 때는 사운드적인 것을 많이 신경 썼다면, 이번엔 이런 메시지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됐던 것 같아요.

▲슬픔의 케이팝 파티 연대공연 공지 이미지. 출처: 슬케파 트위터 @seulpeumkpop

 

= ACT! : 2016년 이화여대 시위 이후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는 일종의 투쟁가로 재등장했습니다. 그 이후에 박근혜 탄핵 시위나 최근의 투쟁 현장들, 혹은 해외의 민주화 운동 등의 현장에서 종종 케이팝이 행진가나 투쟁가로 사용이 되곤 합니다. 마침 어제 진행된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도 케이팝이 주요한 행진곡으로 사용이 되었고요. 한편으로는 개별 케이팝 그룹의 팬덤은 그룹의 이미지나 노래가 정치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그렇게 사용됐을 때 되게 반발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도 합니다. 이러한 맥락이 연대 공연을 하신 다른 DJ나 인디밴드 대신 슬케파 팀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이기도 한데요. 케이팝을 전문적으로 다루시는 입장에서 케이팝이 지금처럼 여러 현장에서 사용되는 것들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좀 궁금합니다.

alex bunny 케이팝은 어딜 가나 나오잖아요.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되죠. 그렇게 알게 된 노래들이 이런 현장에서 나오게 됐을 때, 이 노래를 안다는 것에서 약간 반응이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노래를 같이 따라 부르면서 소속감이나 결집력을 주는 것 같아요. 서로 다른 사람이어도 같은 노래를 안다면 다 같이 따라 부르고 다 같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고, 이런 경험을 줄 수 있는 게 케이팝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UIBBIE : 작년에 멜론과 서울신문 합작으로 케이팝 100대 명곡을 선정하는 기획이 있었어요.(*주5) 저도 선정 과정에 참여했는데, 그때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의 선정의 변을 맡았었거든요. 자료 조사를 하며 이화여대 시위 당시의 이야기들을 많이 찾아봤었는데, 당시에도 포인트는 비슷했습니다. 이 노래가 대단한 목적성을 띠고 현장에서 불리게 된 게 아니라, 그냥 모두가 알고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여서 현장에서 불리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크게 보도되었던 경찰 대치 상황에서 노래를 부르기 이전에도, 학내 시위에서 “다시 만난 세계”나 다른 케이팝도 많이 불렸다고 하고요.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처럼 현장에서 다 같이 따라 부를 수 있는 희망찬 분위기의 노래들이 현장에서 많이 불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찰 대치 상황의 영상을 기점으로 굉장히 엄청난 재맥락화가 이루어지면서 좀 더 가사의 의미에 치중된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어쨌건 가장 근본적인 부분은 모두가 알고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라는 점이고, 그게 제일 강력한 무기인 것 같습니다. 덧붙이자면, 민중가요는 이걸 들려줘야 되는 상대방이 있고 외부의 상대를 향해서 부르는 노래가 많았다면, 케이팝은 내부에서 함께 부르는 데 의미가 더 많아요. 현장에서 그런 노래가 더 의미가 강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GCM 다른 인터뷰에서 태국 케이팝 팬들이 케이팝을 좋아하게 되면서 트위터를 하고, 그게 정치적인 관심으로도 불이 붙어서 케이팝 팬들이 태국의 정치 활동에 굉장히 밀접하게 붙어서 활동 중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저는 그런 얘기를 들으며 느낀 게, “다시 만난 세계”를 다 같이 불렀던 게 굉장히 상징적이고 어떤 큰 변화라고 생각은 하지만, 한국 안에서 케이팝이 정치적인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케이팝의 어떤 노래가 굉장히 정치적이고 정치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낸다는 것에는 크게 동의를 할 수가 없고요. 케이팝의 국내 팬들 같은 경우에는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이 굉장히 주류인 걸로 알고 있어요. “우리 아이돌을 정치화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소속사와 팬덤 내부에서도 많이 있고요. 한편으로는 (연대공연을) 하면서 조금 더 정치가 되어도 좋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파리바게뜨던 을지OB베어던 해보고자 했던 것 같고요. 

 


= ACT! : 종합해 보면 케이팝은 모두가 아는 노래기 때문에 사람들을 묶어주고 연대 시키는 것에는 굉장히 효과가 있지만, 케이팝 자체가 어떤 활동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몇몇 사례에서는 연대의 의미로 사용이 되지만 국내에서는 정치적인 사용에 거부감이 크고요.

QUIBBIE : 한국에서 대중 음악 혹은 대중 문화와 정치 자체를 괴리시키려는 풍토가 뿌리 깊이 자리 잡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장 90년대까지도 검열 같은 게 있었고, 전전 정권에서는 블랙리스트도 있었고요. 이랬던 상황이다 보니 소속사나 아티스트 측은 물론 팬덤 측에서도 어떠한 형식이건 정치와 일반 대중 문화가 결부되는 것 자체를 결벽적일 정도로 꺼려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박근혜 퇴진 시위 당시에도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시위 현장에 나오는 팬들이 좀 있었던 걸로 알아요. 많은 국민들의 참여와 문제의식을 이끌어냈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 팬들에게 SNS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쓴소리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왜 그런 데까지 응원봉을 들고 나가냐”라는 류의 얘기가 꽤 많았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우리나라의 풍토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기는 했습니다.

 

▲파리바게뜨 노조 연대공연(좌), 을지OB베어 연대공연(우). 출처: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유튜브, 슬케파 트위터 @seulpeumkpop

 

= ACT! :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전의 슬케파 기획팀 인터뷰에서 기획자 복길님은 “케이팝의 유해함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점입가경으로 버닝썬 사태까지 터지며 사회정치적으로 ‘슬퍼진’ 그런 의미로 재해석”되었다고 하셨고, GCM님은 ‘케이팝이 슬퍼진 이유’ 특집에서 “해체한 아이돌, 활동 중지한 여자 아이돌, 표절곡, 논란을 불러일으킨 곡” 등을 모아 트는 기획을 하기도 했다고 말하셨습니다. 하지만 연대공연 현장에서의 음악은 ‘슬픔’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데요. 어떤 면에서는 연대투쟁에서 ‘슬케파’라는 이름이 쓰이는 것이 기존에 슬케파를 통해 재해석된 슬픔이라는 감정이 연대의 동력으로 승화되거나 전이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 분이 각자 생각하시는 케이팝 혹은 슬픔의 케이팝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합니다.

QUIBBIE : 처음에는 복길 님이 인터뷰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옛날 생각하면 좀 애수에 젖는, 그런 의미에서 “슬픔의 케이팝”이라고 심플하게 네이밍을 하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이후에 재해석이 많이 된 이유가 뭘까를 생각을 해봤는데요. 사회적인 물의를 빚은 사건들이 워낙 크게 터지기도 했지만 저는 다른 게 생각나더라고요.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관한 글 중에 기억에 남은 게, 인간의 기본 감정들이 다른 건 다 효용이 너무 명확하대요. 근데 슬픔이라는 감정만 되게 좀 불필요한 감정 같고, 딱히 좋은 역할을 하는 게 없는 것 같은데 왜 이게 인간의 기본 감정으로 존재하는가 글의 내용이었어요. 결론은 슬픔의 존재 이유는 공감이라는 것이었어요. 슬픔이라는 게 사람들의 공감을 만드는 것이고 어떻게 보면 그게 연대로 이어지는 거고, 그런 의미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의미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요. 


또 한 가지는 케이팝이 결벽적일 정도로 정치적인 것과 거리를 두는 게 있다고 했잖아요. 메시지 면에서 굉장히 표백된 게 특징인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모두가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SMP를 예로 들자면, 방향성이 불분명한 분노의 감정이, 출처와 방향을 알 수 없는 세상과의 불화가 나오잖아요. 물론 SMP에서도 사회적인 문제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곡들이 있지만, 안전한 선에서 많이 이루어졌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대표적으로 H.O.T.의 '아이야'는 씨랜드 화재 사건, f(x)의 'Red Light'는 세월호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곡인데, 가사가 매우 형이상학적이고 난해해서 그냥 슥 봐서는 그 배경을 알 수 없게 구성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정말 출처를 알 수 없는 분노로 가득 차 있는데, 거기에 맥락을 부여해버리는 작업을 좀 많이 하게 됐다고 느꼈어요. 애초에 맥락이 없게 만들어진 거면 아예 이런 쪽의 맥락을 부여해 버려도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을지OB베어 현장에서 GOT The Beat의 “Step Back”을 틀었는데, 이게 가사가 사실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가사잖아요. 이제 내 남자에서 손 떼라 이런 가사인데, 현장에서 네온사인 핸드폰 앱으로 “내 거에서 손 떼 너” 가사를 “OB에서 손 떼 너”라고 개사했었어요. 


 그런 것도 어쨌건 말했던 슬픔이라는 공감을 매개하는 인간 보편의 감정을 건드리는 부분들이었다고 생각을 하고요. “Step Back”이 처음 나왔을 때 무슨 이런 시대착오적인 가사가 나올 수 있냐고 모두가 화를 냈는데, 그것도 어찌 보면 일종의 울화하고 슬픔의 감정이라고 생각 하거든요. 그렇게 곡에 서려 있던 슬픔을 전유해서 연대의 동력으로 활용해버리니 이 곡의 또 다른 효용 가치가 찾아지는 느낌인 거죠. 그런 과정들이 좀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GCM QUIBBIE 님이 말씀하신 의미에 많이 공감하는 게, 슬케파가 지향하는 게 전체적인 문제보다는 개인적인 문제거든요. 슬케파 관련 인터뷰를 하다보면 “케이팝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케이팝 팬덤 시장을 어떻게 보시나요?” 같은 거대한 질문이 들어올 때가 있는데, 저희는 그것보다는 개인의 감상에 집중하려는 파티에요.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이틀 동안 했던 오프라인 공연에서는 테마가 일기였어요. 

 

본인이 듣는 케이팝, 내가 즐겨 듣는 케이팝 리스트, 내 베스트 곡, 그리고 내가 이 노래에 대해서 하는 생각, 내 슬픔이나 감정 등을 조명해서 1부와 2부로 나눠서 이제 인터뷰를 하는 게 있었는데요. 그냥 변방의 트위터리안이나 학생, 재수생 이런 분들 불러와서 “나는 어떨 때 이런 노래를 듣는다”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이거다” 같은 걸 여쭤보곤 했어요. 개개인의 작은 감상들을 조명해서 느껴지는 슬픔 같은 걸로 케이팝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케이팝 자체는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고 별 큰 정치적인 행보를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케이팝은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인데 그거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이 엄청 많기 때문에, 거기서 저희가 어떤 슬픔을 포착해서 재전유를 하는 것이 슬케파의 목표였던 것 같습니다. 

alex bunny : 관객들은 어떻게 여기에 모일까, 거기서 케이팝의 어떤 의미는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하나의 순환인 것 같아요. 일단은 사람들이 다 슬퍼요. 각자의 이유로 다 슬픈데, 우리가 자주 듣고 접하게 되는 케이팝으로 결집을 하고, 결집을 한 상태에서 이제 슬케파가 진행이 되고, 다들 그러면 잠깐 동안은 파티가 즐겁고 재미가 있겠죠. 그리고 끝나고 나면 다시 본인들의 슬픔으로 돌아가는 거죠. 그래서 이런 순환과 축적이 있어서 관객들도 많이 오시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감사하게도 디제잉으로 자주 참여했지만, 관객으로서 파티를 즐기는 경험도 몇 번 있었다고 할까요. DJ나 기획보다는 조금 더 관객에 가까운 입장의 의미를 한번 부여를 해봤습니다.

 


= ACT! : 혹시 더 덧붙이고 싶으시거나 아니면 더 나누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은 자유롭게 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alex bunny : 어제 퀴어 퍼레이드에서 케이팝을 듣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걸 약간 실감을 하게 되더라고요. 3년 만에 열리기도 했고. 혹시 케이팝에 바랄 수 있는 걸 말해도 된다면, 노동자의 케이팝, 그 다음에 환경주의자들의 케이팝, 그리고 장애인들의 케이팝 이런 식으로 조금 더 나아갈 수 있는 케이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UIBBIE : 저도 어제 퀴퍼 갔을 때가 많이 생각이 납니다. 퀴퍼에서나 이곳 저곳에서 열린 뒤풀이 현장에서나 케이팝이 나올 때마다 현장은 퀴어들의 다모토리 같은 느낌이었어요. 케이팝의 효용이 이런 거구나를 많이 느꼈던 때인 것 같아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같이 따라 부를 수 있고, 그게 특정한 맥락을 또 가지게 되었을 때의 파괴력이 굉장히 크다는 걸 느꼈거든요. 그냥 스쳐가는 이제 유행가일 수 있는데, 특정한 상황 혹은 특정한 정체성의 사람들과 딱 맞물리게 되었을 때 파괴력이 훨씬 더 굉장하다는 걸 좀 느꼈던 것 같아요.

 

가수는 안 왔는데도 현장에서 같은 걸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완전히 의미가 맞아떨어지는 노래들을 들었을 때 그 쾌감이 전복적이기도 하고 강하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케이팝을 정치적으로 결부 짓지 마라 이런 류의 얘기가 들려올 때가 있는데, 그 얘기 자체가 가장 정치적인 거라는 건 차치하더라도, 일단은 정말 개인적인 차원의 얘기라는 것부터 좀 공감대가 형성이 됐으면 좋겠어요. 정치를 위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 개인적인 차원에서 시작한 일들이 모여서 정치적인 게 되는 거잖아요. 케이팝의 일반 청중들도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하면 되게 좀 거부감을 느낄 이유가 크게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아요. □


*주
1) SM Music Performance의 줄임말로, SM 엔터테인먼트의 이사이자 작곡가인 유영진의 영향을 크게 받은 퍼포먼스 중심의 음악이다. 사회비판적이며 난해한 가사, 격렬한 퍼포먼스, 하이브리드 리믹스 등을 특징으로 삼는다. 본문에 언급되지 않은 대표적인 곡으로는 보아의 "Girls On Top" 동방신기의 "Rising Sun", 엑소의 "중독", NCT 127의 "무한적아", 에스파의 "Next Level" 등이 있다.

2) DJ QUIBBIE의 “투쟁과 연대와 위로와 결속의 케이팝파티” 믹스셋
https://soundcloud.com/quibbie/music-with-eulji-ob-bear-220529?utm_source=clipboard&utm_medium=text&utm_campaign=social_sharing

3) DJ GCM의 “SKPP/SPC” 믹스셋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유튜브에 올라온 당시 영상을 통해 들을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jPZmeXbls4&t=1288s

4) DJ alex bunny의 “을지OB베어 연대 디제잉 파티” 믹스셋 
https://soundcloud.com/neongenesisbunny/01-0528-runthru?utm_source=clipboard&utm_medium=text&utm_campaign=social_sharing

5) 멜론 선정 K-POP 명곡100곡의 ”다시 만난 세계” 페이지
https://www.melon.com/kpop100/detail.htm?detailSong=168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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