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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상을 잇는 현장 미디어 프로젝트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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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2. 6. 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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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22년 상반기, 대선과 지방선거라는 큰 선거가 끝났습니다. 뉴스는 연일 몇몇 후보와 각종 선거 관련 이슈를 비추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선거 전에도 후에도 여전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거리에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랜만에 전국 각지의 미디어 활동가들이 모여서 이러한 목소리를 담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함께 모이지 못했기에 더욱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함께 진행한 설해님이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글을 보내주었습니다.

 

[ACT! 130호 이슈와 현장 2022.06.11.]

 

코로나 19 이후 미디어 활동가들이 다시 함께 모였다

- 다른 세상을 잇는 현장 미디어 프로젝트 봄바람

 

 

김설해

 

지난 315일부터 430일까지 약 40일간, 봄바람 순례단과 길동무들은 <다른 세상을 만나는 40일 순례>라는 이름으로 전국 각지의 투쟁 현장을 방문했다. 대선 결과를 확인한 시점에 출발했지만 사실 누가 당선되든 결과와는 상관없이 그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싸워온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연결하며 새 대통령이 선출된 시점에 민중의 요구를 드러내 보자고 준비된 활동이었다.

 

이에 미디어 활동가들은 순례단의 여정을 계기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소외와 억압을 겪는 이들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고 어떤 세상을 꿈꾸면서 투쟁하고 있는지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기록하기 위해 현장미디어프로젝트 봄바람이라는 이름의 공동제작 프로젝트(약칭 : 봄바람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25명의 활동가들이 논의와 작업에 참여했다.

 

 

▲현장 미디어 프로젝트 봄바람 홍보물

 

 

봄바람 프로젝트의 활동 목표는 세 가지였다.

 

1. 5분 내외의 현장 영상을 만들고 온라인에 차례로 업로드한다.

2. 순례 기간 중에 전체 영상을 완성해 순례단과 함께 하는 공동체 상영회를 개최한다.

3. 순례의 마무리까지 담긴 최종본 영상을 만든다.

 

처음 프로젝트 참여 제안서를 돌릴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순례길에 동행해야 하는 것인지?’ 하는 질문이었다. 처음부터 40일간 순례단의 여정을 기록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다. 순례단이 만나는, 혹은 만나지 못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것이 필요했다. 사실 어떤 미디어 활동가들은 이미 현장에 결합해 오랜 시간동안 촬영과 연대를 하고 있었고, 그 시간의 축적이 담긴 영상을 통해 순례단과 이 순례에 마음으로 함께 하는 사람들은 그 현장을 좀 더 깊이 알 수 있게 될 것이었다. 또 순례단이 미처 만나지 못하는 현장이 담겨도 좋을 일이었다. 그래서 미디어활동가들은 순례단의 일정표를 참고해서 다양한 현장에 각자의 계획을 가지고 찾아가기로 했다. 우리는 미디어로 순례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참여 제안서를 돌리고 한 두 차례 회의를 통해 방향을 잡은 다음에는 작업자들 각자가 알아서 순례길에 동행하기도 하고, 따로 현장에 찾아 가기도 하고, 기존의 촬영본들을 뒤져서 소스를 찾아내기도 하면서 영상을 만들어냈다. 1달여 동안의 짧다면 짧은 기간 내에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다시 갈무리 하면서 각자 느꼈을 고민의 지점은 결코 짧지도 얕지도 않았을 것임을 결과물 영상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각 현장 영상들은 비정규직, 정리해고, 난개발, 기후 불평등, 성소수자, 장애인 이동권, 코로나 의료공백, 세월호, 미군기지 문제 등을 다루고 있으며, 5분 내외의 작품 총 18편과 전체 영상을 종합한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여기, 우리가 있다> (115min)로 제작되었다. 전체 영상을 종합한 다큐멘터리에는 순례단 인터뷰와 각 현장 영상들을 묶은 주제별 브릿지 영상 등이 포함되어 있다.

 

▲현장미디어 프로젝트 봄바람에서 촬영하고 있는 미디어활동가들

 

순례의 마지막 순서인 430일 봄바람 행진을 앞두고 이틀 전, 마치 전야제처럼 공동체 상영회가 열렸다. 홍대로 자리를 옮긴 인디스페이스에서 봄바람 순례단과 각 현장에서 투쟁하는 사람들, 미디어활동가들 90여명이 함께 모여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웃음과 박수, 한숨과 눈물 그리고 상기된 눈빛들이 오고 갔다. 스튜디오 알에서 활동하는 한 감독은 그날 낮에 동국제강 산재 사망 노동자 분향소의 유족들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이 너무 무력하게 느껴졌는데 이렇게 수많은 현장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함께 보고 나니 기왕 현장을 담기로 한 이상 어떻게 해나갈지 좀 더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날의 뒷풀이는 그런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반가움으로 끝도 없는 수다가 이어졌다.

 

▲ 봄바람 프로젝트 상영회가 지난 4월 28일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됐다.

 

상영회에 참석했던 사람 중 누군가의 말처럼 어디서 이렇게 많은 미디어활동가들이 쏟아져 나왔나(?) 싶을 정도로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코로나19 시기동안 주춤할 수밖에 없었던 현장에서의 공동제작 프로젝트를 꽤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현장에서도 더 많은 미디어활동가들의 기록과 연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430일 전국 각지의 투쟁하는 현장의 사람들이 서울에서 모여 함께 걷고 외치는 봄바람 행진을 열었을 때, 행렬 곳곳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이들을 볼 때는 나도 어딘가 든든해지는 느낌이었다.

 

ㅁ봄바람 활동 모습

 

행진을 마지막으로 봄바람 순례단은 38개 지역, 95개 현장을 방문하며 마무리되었고, 순례에 함께 했던 사람들은 이후 각 현장들과의 연결고리를 이어가기 위한 공동의 후속활동으로 순회 상영회를 준비하고 있다. 봄바람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현장의 영상들은 다시 현장으로 찾아가 긴밀한 소통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 소모임이나 영화제, 공동주최 상영회 등을 통해 그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분투해온 이들이 대면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함께 무언가를 도모하는 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기후정의! 차별을 끊고 평등으로!

전쟁 연습 말고 평화 연습! 일하다 죽지 않게 비정규직 없는 세상!

 

위의 네 문장은 봄바람 순례단의 슬로건이었다. 지금과는 다른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회 운동의 의제와 지역을 넘어 서로가 대면할 것을 바라는 마음으로 순례단은 어느 곳에 가나 이 네 개의 슬로건을 함께 외쳤다.

 

지역이 다르거나 활동하고 있는 분야가 다름으로 해서 서로의 처지를 잘 모르고 자신의 과제에만 매몰되기 쉬운 고립된 활동을 경계하며, 서로의 의제에 귀 기울이며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 이러한 시도들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것이다. 그런 순간에 무엇보다 생생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현장 영상들이 활동가들의 경계를 넘는 만남과 연대를 위한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 

 

 

- 봄바람 프로젝트 트레일러 (봄바람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v99-rwKVtlA

- 봄바람 프로젝트 작품소개 https://bit.ly/3NZFVpM
- 봄바람 상영회 개최 신청 https://forms.gle/1yCdTMixTX7SesdD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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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의 시기, 미디어로 연대하고 행동하다

 


글쓴이. 김설해 (생활문화교육공동체 공룡)

 

- 청주에 있는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에서 미디어 제작과 교육, 다양한 연대 활동을 합니다. 다른 세상을 만나는 40일 순례와 현장 미디어 프로젝트 '봄바람'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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