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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라는 공공의 자산을 고려인들에게 할당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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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2. 4. 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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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29호 이슈와 현장 2022.04.11.]

 

주파수라는 공공의 자산을 고려인들에게 할당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 광주 고려인 마을 공동체라디오 <고려FM> 이믿음PD 인터뷰

 

인터뷰 및 정리 : 김서율, 김주현, 이세린 (ACT! 편집위원회)

 

<편집자주> 약 10여년 간의 긴 요구 끝에 드디어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공동체라디오 신규 설립 허가가 떨어졌다. 그 결과로 기존 7개 방송사에 더해 전국 각 지역에서 20곳의 공동체라디오 방송사가 신규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충청북도 옥천의 <옥천FM>이 지난해 12월 21일 첫번째로 개국했고, 경상북도 성주군의 <성주FM>이 올 해 2월 22일에, 광주 고려인 마을의 <고려FM(GBS고려방송)>이 지난 3월 1일 개국했다. <ACT!>에서는 앞으로 공동체라디오 신규 활동 소식을 꾸준히 담을 예정이다.

첫 번째로 고려FM의 이믿음PD를 만났다. 상근자 2명으로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어서 원래도 바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에 가족을 둔 고려인들이 많아 관련 활동으로 더욱 바빠보였다. 인터뷰는 지난 3월 25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공동체라디오 <고려FM> 에서 PD를 맡고 있는 이믿음이다.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고려FM이라는 인터넷 라디오를 운영하다가 <GBS고려방송>으로 이번에 새로 공동체라디오 방송을 개국하게 되었다. (방송국의 정식명칭은 ‘GBS고려방송’이나 본 인터뷰에서는 편의상 ‘고려FM’으로 통칭한다)

*고려인마을은 2000년대 초부터 광주 광산구 지역을 기반으로 고려인들이 밀집하여 주거하면서 공동체가 형성된 마을이다.

 

 

- 고려FM 방송국 소개도 부탁드린다.

 

고려FM은 중앙아시아에서 온 고려인들, 특히 러시아어를 쓰는 고려인들을 대상으로 한다. 2016년 9월에 추석 맞이 한 달 이벤트성으로 소출력 라디오를 시작했다. 이벤트 기간이 끝난 후에 방송국 문을 닫으려고 했다. 그런데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나 러시아를 비롯 전세계에서 우리를 위한 방송국이 하나도 없었는데, 한국에서 이런 방송이 있다가 사라진다면 너무 서운하다며 계속 운영할 수 없겠냐고 했다. 그래서 내가 참여하면서 인터넷 라디오로 지금까지 꾸준히 운영했다. 올 해 3월에 정식으로 주파수를 받게 되면서 공동체라디오로 동시에 송출하고 있다.

 

 

- 주로 누가 듣나? 청취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고려FM의 주 청취대상은 명확하다. 한국의 실정과 정보를 자세히 알고 싶은 해외에 있는 고려인들이다. 러시아어로 진행하는 비중이 높은데, 한국어로 방송을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한국어 방송을 들을거면 굳이 고려FM을 들을 필요가 없다. 한국어로 된 방송은 틀면 다 나오지 않나. 고려FM은 다른 미디어에서는 접하기 힘든 러시아어로 광주 광산구의 현지 상황을 알려주는 유일한 방송이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곳에서 청취자가 있다.

 

광주 고려인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많이 듣는다. 고려인들은 비자 문제 때문에 일할 수 있는 직종이 제한된다. 그래서 광주에 일자리가 많아도 인근 지역의 농어촌 지역, 공장 하청업체 등에서 일을 많이 한다. 목포, 완도, 거제도, 심지어 대구까지도 간다. 새벽 2-3시에 업체에서 보내준 버스를 타고 일터로 이동한다. 그때 마음이 심란하면 고려FM 방송을 들으면서 안정을 취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 원래 방송 쪽으로 관심이 있었나?

 

전혀 아니었다. 전에는 고려인 마을에서 신규 주민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담당자였다. 2016년 시범 방송 때 한 달 동안 광주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강사들이 파견돼서 운영을 했다. 시범운영 기간이 끝나면서, 방송장비도 다 가져가고, 파견된 진행자, PD, 작가 다 떠난 상황에서 방송국이 문을 닫는다고 하니까 고려인분들이 많이 아쉬워하며 계속하고 싶어했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내가 자원해서 방송국 운영에 필요한 자격증도 독학해서 따고 이렇게 계속 운영하게 되었다.

 

 

신규로 개국한 고려FM 스튜디오에서 진행자들이 방송을 녹음하고 있다. (출처: 고려FM)

 

 

- 인터넷을 통해서 꾸준히 방송을 해왔지만, 공동체라디오라로 전환되면서 변화가 있을 것 같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인터넷라디오는 전세계에서 우리의 라디오를 쉽게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왜 우리는 주파수가 없냐는 얘기가 항상 있었다. 고려인들 입장에서는 주파수가 단순히 라디오를 안테나로 들을 수 있는 방법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파수라는 국가(공공)의 자산을 고려인들에게 할당을 해줬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고려인들은 한국에서 외국인 취급을 받는다. 이런 사람들에게 ‘고려FM’이라는 고려인 대상의 주파수를 인정해줬다는 것은 투명인간에서 사람대접을 해주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주파수를 통해서 고려인 동포 사회에서 일종의 자부심, 자존감, 나의 조국이 나와 우리를 인정해준다, 우리가 이 나라 국민은 아니지만 잠재적으로 우리를 인정해준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

 

 

- 주파수 할당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와 변화가 큰 것 같다.

 

원래 고려FM 방송을 150만원짜리 믹서기를 가지고 녹음했는데, 이번에 주파수 받는다고 하니 광주 지역사회에서 여러 기관이나 시민들이 힘을 모아서 값비싼 방송 장비들을 무상으로 공급해주었다. 방송국 개국을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돈이 들고, 안테나를 세우는 것도 힘들었다. 그런데 고려인 마을에 있는 아파트 옥상에 안테나 세워도 된다고 허가도 해주고. 지역 교통방송에서는 2억 정도 되는 장비를 무상으로 기증을 해줬다. 광주 지역사회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어 올 해 3월 1일에 정식 개국을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인터넷 방송을 하던 때와는 음질도 더 좋아지고 기술적으로 안정적으로 나가게 되었다.

 

 

- 다매체 시대에 지상파 라디오를 누가 듣냐는 얘기도 있다.

 

공동체라디오를 준비하면서 광주시청도 그렇고 다양한 곳에서 누가 듣냐는 질문이 많았다. 그런데 라디오방송의 영향력을 확실하게 보여준 사건이 있다. 2020년 초 코로나가 한창일 때 외국인들이 정보도 없고 해서 PCR 검사를 잘 안 받는다는 사회적 이슈가 있었다. 그래서 고려FM 라디오로 주말인 이틀 동안 고려인 마을에서 PCR 검사를 진행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적이 있다. 이를 통해 하루에 약 800명씩, 이틀 동안 거의 1600~1700명이 PCR 검사를 받았다. 덕분에 한동안 고려인 마을은 다른 지역에 비해 코로나 확진자가 매우 적었다. 검사받으러 온 사람에게 정보를 어디서 들었냐고 물어봤더니 고려FM 라디오에서 들었거나, 혹은 라디오에서 들은 사람에게 전달받았다고 답변했다.

 

 

- 라디오 방송의 영향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는 카카오톡 같은 SNS가 발달해서 소식 전파에 있어서는 이런 매체가 라디오보다 더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카톡방도 있고, 고려인이 많이 쓰는 SNS도 있지만 문제는 이런 곳은 팩트체크가 안 되고 정보가 오염되는 부분이 많다. 특히 고려인들은 러시아 SNS 서비스를 많이 쓰는데 러시아 침공 관련해서도 잘못된 정보들이 많다. 그런 정보를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정정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또 지상파 방송이라는 공신력이 있기때문에 정정의 효과도 크다.

 

 

고려FM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방송 프로그램 소개. 고려FM은 24시간 방송으로 진행된다. 방송이 진행되는 언어도 함께 표기되어있다. (출처: 고려FM 홈페이지)

 

 

- 24시간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하다.

 

PD인 저와 방송국 기술 담당하는 한 분. 그리고 방송을 함께 만들어가는 분들은 대부분 고려인 사람들이다. 소정의 사례비 정도 받으면서 고려인들이 직접 PD, 엔지니어, 작가로 자원봉사로 결합하고 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라디오 진행자들인 고려인들에게 자부심과 사명감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 이름이 걸린 프로그램이고 또 이 방송을 듣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고려인들이 공통적으로 얻고자 하는 게 있는데, 바로 한국 국적이다. 라디오 활동이 단순한 자원봉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런 활동을 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한국에 잘 정착해서 살기 위한 목적이 있다. 지금은 작은 방송국이지만 헌신하고 노력하면 아리랑TV 같은 국영방송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꼭 그렇게 구체적인 목표는 아니더라도 우리 자손들이 우리의 노력으로 인한 영향을 받게 될 거라는 절박함이 있다. 그래서 더욱 이 활동이 단순히 오락이나 취미 활동이 아니라 방송을 통해 사회적으로 전파될 수 있는 영향력을 깊이 생각하는 것 같다.

 

 

지난 3월 1일에 진행된 고려FM 개국행사 모습 (출처: 고영준)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해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한국으로 이동하는데 도움을 주거나, 관련해서 모금도 1억 가량이나 한 걸로 알고 있다. 관련 활동 때문에 특히 더 바쁠 것 같다.

 

일단 라디오에서 침공 관련 팩트체크를 많이 했다.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서로 다투는 일을 방지하고, 전쟁의 실상을 많이 알려야한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에는 고려인 마을에 사는 한 할머니의 손녀가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겪은 심정을 라디오에서 직접 말하기도 했다. 모금이나 전쟁 난민 대피 지원 과정에서 광주 지역사회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2016년에 시범 방송 이후 주파수를 다시 회수 당했을 때 힘들었다. 1주일 동안 계속 매일같이 컨텐츠를 만들었는데 그거 누가 듣냐, 아무도 안 듣는데 그렇게 하냐는 말을 들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고려인들이 늘 하는 말이 우리는 세상에 말할 수 있는 곳이 이곳 밖에 없다는 거였다. 그래서 다시 주파수를 받았을 때 뿌듯했다. 지금은 공동체라디오지만, 더 열심히 잘 할테니 더 성장해서 출력 와트수가 더 큰 공영방송으로 성장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

 

 

함께 보면 좋을 자료 및 기사들

 

- GBS 고려방송 홈페이지

http://gbsfm.co.kr/

 

- 나눔방송(GBS 고려방송) 블로그

https://blog.naver.com/sctm01

 

- 왜 고려인 마을에는 코로나19가 없나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878.html

 

- “우리동네 FM 방송에 정성을 보탭시다” 모금활동 벌이는 광주 고려인마을 사람들

https://www.chosun.com/national/regional/2021/09/20/VOLRP6DRHJBYBBZWK3ZGAGCXAQ/?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 <남도일보 기획> 풀뿌리공동체 마을미디어 (8) 광주 광산구 고려FM

http://www.namd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61502

 

- 광주 고려인마을, 주변국으로 탈출한 고려인 돕기 모금

https://www.yna.co.kr/view/AKR20220318094600371?input=1195m

 

- 참화 속 극적 탈출…루마니아 거쳐 한국 온 우크라 13살 소년

https://www.hani.co.kr/arti/area/area_general/10348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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