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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활동가의 처지는 10년 전보다 나아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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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2. 7. 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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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투쟁 현장을 기록하는 미디어 활동가들에게 힘을 주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이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6월 18일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의 지하 강당에서 '현카'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집담회가 열렸다. 집담회는 10년이 된 '현카'의 그동안 활동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활동을 전망해보기 위한 소중한 자리였다. 집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ACT!에 싣는다.

 

[ACT! 131호 이슈와 현장 2022.08.17.]

 

미디어 활동가의 처지는 10년 전보다 나아졌을까?
: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10주년 기념 집담회 ‘멀리뛰기’ 현장 보고


성상민




조금이라도 뉴스나 신문을 유심하게 보는 사람이라면, 미디어가 결코 모두에게 평등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다수의 미디어는 지금 당장 사람들이 많이 볼 것 같고, 화제가 되는 이슈에 많은 공력을 기울인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미디어 향유자의 선택이 적을 것 같은 이슈는 미디어의 초점에서 멀어지기도 쉽다. 그리고 그렇게 미디어들이 쉽게 외면하기 쉬운 이슈에는 노동자들의 장기 투쟁, 환경과 평화 등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들이 속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분명 중요한 이슈지만, 여전히 노동이나 인권 문제에 적대적인 경향이 강한 독자들이 쉽게 비난하기도 쉽고 미디어들의 군침이 당길 정도로 자극적인 순간도 적다.


한겨레나 경향신문 같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매체들이 주류적인 미디어들과는 종종 다른 선택을 취하지만 이들 미디어 역시 매일, 꾸준하게 투쟁 현장을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환경은 아니다. 2000년대 들어서 창간한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 등과 같이 일반 시민들이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는 매체를 주목하며 투쟁 당사자나 관심을 가진 이들이 기고에 나서거나,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 불특정 다수가 활발하게 사용하는 SNS가 주목받자 이를 활용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이 처한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환경에서 시민 참여 매체에서도 현장의 목소리는 쉽게 주목받기 어렵고, SNS를 통한 소식 전파도 매일 같이 꾸준하게 진행하려면 그만큼의 공력이 필요하다. 투쟁 당사자가 아닌 일반 시민이 가끔씩 자신의 감상이나 현장의 모습을 전할 수는 있어도, 계속적으로 이를 전하려면 결코 적지 않은 다짐과 끈질김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투쟁 현장에서 ‘미디어 활동가’의 존재는 무척이나 소중하다. 기자들이 떠난 상황에서도 계속 현장의 사람들과 함께 자리를 지키며,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맥락과 경과를 기록한다. 다수의 미디어들은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거나 경찰이나 용역 등과 충돌하는 ‘이미지가 되는 순간’에 집중할 때 미디어 활동가들은 왜 이들이 온갖 어려움을 감수하면서도 투쟁을 포기할 수 없는지를 포착하는 것은 물론 때로는 투쟁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적인 면모를 담기도 하였다. 다수의 언로가 현장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맺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디어 활동가들은 몸소 현장의 상황과 소식을 현장 밖으로 알리며 기록하는 중요한 통로로 기능했다.

 

 

▲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10주년 집담회에서 토크 중인 패널들. 왼쪽부터 넝쿨, 고동민, 기선, 김설해, 정택용, 장은경 활동가.

 


그러나 현장과 함께하는 미디어 활동가들의 삶은 그들이 다루는 현장 만큼이나 열악한 순간이 적지 않았다. 주류 미디어들이 외면하는 현장을 기록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행위지만, 안타깝게도 이 행위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시간을 최대한 쪼개가며 생업과 미디어 활동을 병행하거나, 그동안 모아놓았던 돈을 조금씩 까먹어 가며 현장과 함께할 수 밖엔 없다. 운 좋게 외부에 공개할 수 있을 정도로 편집한 영상을 KBS <열린채널> 같은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하거나, 극장에 개봉할 수 있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미디어 활동가들이 지니는 삶의 무게는 오랜 시간 활동가 개개인이 스스로 버텨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9년 미디어 활동가 강천석, 2011년 ‘숲속 홍길동’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던 이상현이 생활고를 버텨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던 미디어 활동가들은 물론, 미디어 활동가들과 함께 하던 현장의 사람들 모두 큰 충격에 빠졌다.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멀리 전하며 많은 이들이 투쟁에 함께하고 지지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목소리를 알릴 수 있게 도와주는 미디어 활동가들이 지치지 않을 수 있도록 함께 연대를 해야 한다는 고민은 싹트기 시작했다. 그 고민에 노동자와 미디어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댄 끝에 드디어 2013년 결실을 맺었다.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이하 현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현카는 이름대로 투쟁 현장을 카메라로 지키는 미디어 활동가들에게 힘을 주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현카에 함께하는 이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어려움에 처한 미디어 활동가나 시급하게 제작되어야 할 미디어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모았다. 2021년부터는 미디어 활동가들을 위한 건강검진 지원 사업과 그간 현카의 지원을 받은 미디어 활동가나 프로젝트를 상영하는 활동도 시작하였다.


그렇게 현카는 2022년 활동 10주년을 맞이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처럼, 아무리 좋은 뜻으로 시작한 활동이라도 10년 동안 꾸준히 지속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현카는 10년간 활동을 할 수 있었을까. 그 사이 동안 현카와 함께한 사람들이 한 고민은 어떤 것이었을까. 지난 6월 18일,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의 지하 강당에서 현카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집담회 ‘멀리뛰기’는 현카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다.

 

 

▲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10주년 집담회에서 토크 중인 패널들. 왼쪽부터 넝쿨, 고동민, 기선, 김설해, 정택용, 장은경 활동가.

 


“이렇게 현카가 10년간 이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집담회가 진행되는 꿀잠의 지하 강당은 코로나가 아직 기승하는 와중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강당의 한쪽 구석에는 현카를 그간 후원해온 회원들이 보낸 축하 메시지가 전시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집담회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가운데,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평택 대추리 주한미군기지 반대 활동, 4대강 투쟁, 2016-2017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 등 다양한 투쟁 현장에서 미디어 활동가로 함께한 넝쿨의 사회로 집담회가 시작되었다. 현카의 10년 활동을 소개하는 기념 영상을 맟친 뒤, 전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으로서 기륭전자 복직 투쟁 현장에서 싸워온 노동자이자, 현재 현카의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흥희 동지의 기념사가 진행되었다. 기념사에는 현카가 10년 동안 활동을 지속할 수 있던 것에 대한 감회와 함께 현카 활동에 대한 소회가 담겨 있었다.


“이렇게 현카가 10년간 이어질 줄 몰랐습니다. 김천석 동지, ‘숲속 홍길동’ 이상현 동지를 생전에는 그저 언제나 달려와 줄 수 있는 믿음직한 친구라고만 생각했어요.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매번 와달라고 하면 싫은 내색 하지 않고 ‘짱가’처럼 달려왔던 사람들이었어요. 그러다 두 동지를 잃고 나서야 카메라가 아니라,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카메라를 든 동지들이 혼자 외롭게 고통받다 쓸쓸히 죽지 않게 하자. 카메라로 우리를 찍겠다는 사람들을 주목하고 그 사람들이 건강하게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10년간 용기를 내서 달려온 것 같습니다. 회원들의 수 자체는 많지 않아도, 오랜 시간 기부금 영수증도 없이 10년간 현카를 응원한 사람들은 정말 ‘찐팬’입니다. 현카를 사랑해준 찐팬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10주년 집담회에서 유흥희 님이 참여자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유흥희 동지의 기념사가 끝난 뒤 본격적인 집담회가 진행되었다. 집담회에는 오랜 시간 쌍용자동차 복직 투쟁을 위해 싸워온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고동민 대외협력실장, 인권운동공간 활의 활동가이자 인천인권영화제의 집행위원이기도 한 기선 미디어 활동가, 청주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의 김설해 미디어 활동가,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의 장은경 사무국장, 사진으로 현장에 함께하는 정택용 미디어 활동가가 패널로 참가하였다.

 

집담회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연 패널은 고동민 실장이었다. 그는 쌍용차 복직 투쟁에 있어 미디어 활동가들의 공이 무척이나 컸음을 말하며, 현장과 함께하는 미디어 활동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미디어 활동가들이 그냥 신경 쓰이는 존재였어요. 계속 경찰이 둘러싸고, 밀어내고, 용역까지 몰려드는 전쟁 같은 상황에서 할 일 없는 사람들처럼 카메라를 들고 오더라고요. 항상 경찰과 우리 노동자들 사이에 껴서 뭔가를 찍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종로구청이 민원을 이유로 쌍용차 농성장을 철거하려고 할 때, 미디어 활동가를 자연스럽게 부르게 되더라고요. 그 사람들이 항상 자기 일처럼 우리 현장에 달려왔어요. 그러면서 활동가들하고 밥친구, 술친구가 되었습니다. 김정우 전 지부장이 복직 후 퇴직을 할 때도 영상을 찍어줬었고요. 쌍용차 해고 동지들의 복직이 가능했던 이유 중 최소 2할은 미디어 활동가들 덕분입니다.”

고동민 실장이 미디어 활동가들과 함께 했던 소회를 말한 뒤, 실제 다양한 현장에서 연대했던 미디어 활동가들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청주에서 다른 미디어 활동가와 함께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을 꾸리고 있는 김설해 활동가는 자신이 어떻게 미디어 활동을 시작했는지부터 시작해 그간의 미디어 활동에 대한 상황을 이야기해주었다.

“지역미디어센터 활동을 하면서 미디어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지역 대소사를 찍다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집회 현장에도 가게 되더라고요. 처음 찍었던 현장은 한미 FTA 반대 투쟁이었어요. 농민은 물론 교육, 의료, 공공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투쟁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모두가 FTA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이후에는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에서 함께하며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를 계기로 청주 지역 노동 운동 단체와도 연을 맺고, 당시까지만 해도 존재하던 ‘퍼블릭 엑세스 네트워크’ 소속 미디어 단체나 활동가들이 온라인으로 지역별 현장 영상을 공유하는 ‘복지갈구화적단’에도 참여했었죠.

 

 

▲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10주년 집담회에서 토크 중인 패널들. 왼쪽부터 넝쿨, 고동민, 기선 활동가.

 


복지갈구화적단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에는 ‘미디어로 행동하라’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미디어 활동가들끼리 함께 현장에 찾아가 서로 배우고 이슈를 알리고 있어요. ‘미디어로 행동하라’로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성주 소성리 사드기지 반대 투쟁, 평창 동계올림픽 반대 투쟁, 제주 강정 해군기지 반대 투쟁에 제2공항 반대 투쟁 등등에 함께 미디어로 연대를 해왔습니다. 비록 2019년 이후에는 ‘미디어로 행동하라’가 좀 침체기에 놓여있긴 하지만, 군산에서 ‘난리법석’이라고 장기 지역 연대 미디어 프로젝트도 하고, 올해는 ‘다른 세상을 만나는 40일 순례 봄바람’이라고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니는 미디어 활동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인천에서 ‘인권운동공간 활’과 ‘인천인권영화제’로 미디어 활동을 하고 있는 기선 활동가는 자신의 활동 경험을 반추하며 미디어 활동이 거쳐온 역사와 고민을 이야기했다.

“1990년대 미디어 활동을 할때는 그저 인천에서 인권영화제를 하는 것 자체에 집중을 했었어요. 영화제를 계기로 정리해고 반대 운동을 하던 대우자동차 영상패와도 만나고, 다양한 지역 단체들과 만나면서 감명을 느꼈어요. 그러다 영화제를 넘어 현장의 사람들이 영상 연대를 요청하는 순간이 서서히 발생했죠. 인천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세울 때 자신들의 활동을 누군가 기록해줬으면 좋겠다고 저희를 찾아온게 미디어 활동을 다시 고민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어요. 이후 평택 쌍용차 투쟁, 용산 참사, 콜트콜텍 해고 반대 투쟁, 희망버스 등등을 거치면서 각 현장별로 어떤 맥락과 시선으로 접근할지를 계속 고민했죠.


그러다 또 하나 미디어 활동을 고민하는 계기가 생겼어요. 오랫동안 현장 연대 활동을 해오던 미디어 활동가가 은퇴를 하는 순간이었어요. 왜 활동을 그만두게 되었는지를 물으니, 아무리 힘들게 찍어도 이 작품을 상영할 수 있는 곳이 너무나도 적은 것을 이유로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지속 가능한 미디어 활동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미디어 활동가도 결국 사람이니까요. 물론 아직 이 고민이 해결되지는 않았어요. 여전히 숙제입니다.”

대다수의 미디어 활동가들이 영상을 주된 활동 수단으로 삼는 가운데, 사진으로 현장과 함께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인 정택용 활동가는 자신의 활동에 대한 소회와 더불어 영상 이외의 미디어 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을 함께 이야기했다.

“세월호, 강정, 밀양, 4대강, 기륭, 이랜드 홈에버, 플랜트노조, 콜트콜텍, 세종호텔, 아시아나케오, 제주 4.3, 대학교 청소 노동자 등등 정말 갈 수 있는 투쟁 현장은 다 갔던 것 같아요. 동시에 이러한 현장들이 마냥 개별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기륭에 연대했던 사람들이 또 다른 투쟁 현장, 사회적 참사 현장에서 연대 하는 등 다양한 투쟁 현장을 함께 하더라고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같이 현장에서 사진을 찍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끔씩은 미디어 활동의 중심이 영상에만 쏠릴 때를 느끼곤 해요. 사진 등등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 활동에 현카도 지원을 확대하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속가능한 현장 미디어 활동은 어떻게 가능한가

세 명의 미디어 활동가들이 각자의 활동에 대한 회고와 고민을 마친 뒤, 미디액트의 장은경 사무국장은 미디어 영역의 단체가 어떻게 미디어 활동과 함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에 대한 발언을 하였다.

“미디액트가 올해 20주년입니다. 2002년 처음 생길 때만 해도 카메라는 정말 고가이다 보니 방송사나 영화사가 독점하는 상황이었죠. 필름 카메라보다 훨씬 저렴한 디지털 카메라가 막 등장하던 때, 평등하게 미디어를 배울 수 있는 둥지를 만들고 영화로 사회 운동에 함께하고 싶은 분을 도우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 영화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그 때 미디액트가 설립되었습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구체적인 활동 방향은 바뀌었지만 미디액트는 여전히 직접적인 ‘플레이어’가 아니라 후방에서 여러 미디어 활동가들을 돕는다는 인식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마을미디어 사업은 물론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 놓인 미디어 활동가나 영화제 비정규 활동가, 스태프 지원 사업에도 하고 있습니다.


현카에서 때때로 어떤 미디어 활동가들이 안타깝게 돌아가셨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활동을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잠이 오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미디액트가 현장의 카메라, 특히 ‘어떤 카메라’에 더욱 집중해서 지원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미디액트는 자본이나 계급 격차 없이, 누구나 최대한 평등하게 미디어를 만들기 위한 길을 지금까지도 계속 고민하고, 앞으로도 계속 생각하려 해요.”

집담회 패널 각자가 소회와 고민을 말하고 난 뒤, 사회자의 진행으로 미디어 활동에 대한 여러 고민들을 묻고 집담회에 함께한 사람들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질문과 답변은 서로 제각기 달랐지만, 이들 이야기는 어떻게 미디어 활동을 현장과 관계를 맺으며 건강하게 지속 가능한지를 고민하는 차원 속에서 나왔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김설해 : “미디어 활동은 활동가 개인이 혼자 하는게 아니라 다른 미디어 활동가는 물론 현장과 함께 하는 공동 작업이라는 것을 계속 염두하게 되어요. 상영 활동 등과 함께 더해지면서 작품의 의미는 점차 더해지게 되고요. 그런 과정들을 거치며 그냥 ‘고맙다’는 말만 던지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불편한 지점이 있으면 어떤 지점이 그런지 적극적이고 날카로운 피드백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고동민 : “투쟁하는 사람들이 항상 옳은 건 아니에요. 이상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잘못을 할 때도 있죠. 미디어 활동가분들이 그런 모습을 앞에 두고 어떻게 옳고 그름을 말할 것인지 혼자 고민하는 순간을 종종 보게 되곤 합니다. 그 고민을 혼자 하지 않고 현장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욕을 먹더라도 공론화가 필요하면 해야 하고요. 현장과 함께 호흡하며 고민해, 현장의 투쟁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미디어 활동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택용 : “가끔씩 물리적이거나, 체력적으로 힘든 요구가 있을 때가 있어요. 이미 가기로 한 투쟁 현장이 있는데, 갑작스럽게 다음 날 그간 찍은 사진을 편집해서 집회에서 상영할 영상을 만들어 달라고 할 때도 있었어요. 그때는 좀 당황스러웠어요. 현장에서는 어쨌든 급하게 영상이 필요하니 미디어 활동가들을 닦달 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는 걸 이해해도, 좀 더 미디어 활동가를 생각해주는 움직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기선 : “어느 순간부터 투쟁 현장에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순간이 많은 것 같아요. 처음부터 한 투쟁 현장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줄고, 다른 프로젝트와 겸업하는 미디어 활동가들이 늘어난 느낌이에요. 점점 미디어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워서 그렇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디어 활동가를 비롯한 현장에 있는 사람 모두가 의의를 공유하고, 공공의 차원에서 미디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계속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은경 : “미디액트 활동하면서 가장 바꾸고 싶었던 문제가 미디어 활동가의 생계 문제였어요. 미디어 활동을 어떻게 제도에 조금이라도 진입시킬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안정적 활동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를 계속 시도하고 있어요. 미디액트 활동 초창기에는 공짜로 활동 가능한 미디어 활동가가 없는지 문의가 꽤 많았어요. 지금은 미디어 활동가 소개 문의를 받으면 저희가 먼저 작업비가 얼마인지를 묻습니다. 조금이라도 미디어 활동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면 바뀐 것이겠죠. 공적 환경에서 계속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 중입니다.”

넝쿨 : “2010년대 전에는 현장 카메라는 그냥 다 ‘개인’이었던 것 같아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미디어위원회가 생기면서 카메라들이 함께 공동체로 논의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카메라는 개별로 존재하는 느낌이에요. 미디어 환경도 엄청 바뀌었죠. 옛날에는 카메라 드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현장 노동자나 미디어 활동가가 아닌 사람들도 스마트폰 하나로 라이브 중계가 가능하잖아요. 최근에 공공운수노조가 만든 장기하 ‘겁나지가 않어’ 패러디 영상이 큰 호응을 받았잖아요. 그만큼 기존 미디어와 다른 루트딜이 많이 생겼다고 봐요. 이런 급격한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미디어 활동이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집담회는 현카의 집행위원인 하샛별 활동가의 발언으로 마무리되었다. “제 내일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현카 10년을 말하는게 사실 쉽지 않네요. 그래도 현카 활동 하면서 미디어 활동가들이 고민 있을 때 먼저 찾아오는 곳이 현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헀어요. 공적 지원 도움 받지 않고도 현카에 함께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현카를 책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게 큰 목표입니다. 퀴어 활동가 동지를 비롯해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곳으로 말이죠.”

 

 

▲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10주년 집담회에서 참여한 사람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하샛별 활동가의 발언을 끝으로 집담회가 끝이 난 뒤, 집담회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가 꿀잠 1층에서 현카 활동가와 꿀잠의 활동가들이 합심해서 차린 저녁 식사를 함께 하였다. 집담회나 포럼 등등을 마친 뒤 시간이 되는 사람들 모두가 모여 밥을 함께하는 것인 종종 있던 일이지만, 그날의 식사는 왠지 모르게 느낌이 달랐다. 서로가 함께 협동해서 식사를 준비하는 것처럼, 미디어 활동에 있어서도 서로 다른 존재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동시에 지치지 않고, 건강한 삶과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고민은 집담회에서 나왔던 여러 패널들의 이야기대로 결코 쉽게 답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미디어 활동이 놓인 열악한 현실을 바뀌기 위해 노동자와 활동가들이 힘을 모아 10년 전 현카를 만들었듯, 계속 머리를 맞대며 가능한 대안을 고민하고 할 수 있는 방안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길이 아닐까. 현카가 결코 쉽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활동 10년을 맞이한 것은 지속 가능한 미디어 활동이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가능성을 보인 하나의 상징과도 같다. 시작이 반이라는 유명한 속담처럼, 함께 고민하고 현실을 바꾸기 위하여 모이기 시작한 것이 작지만 큰 변화를 만들고 있다. 그렇게 현카의 10주년 집담회는 2022년 현재 한국 미디어 활동의 현재는 물론, 앞으로의 미래를 함께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리가 되었다.

 

-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fieldc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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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성상민

만화, 영화 등 대중문화 분야를 연구하며 이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에 칼럼을 연재 중이며, <지금, 독립만화>라는 책을 낸 적도 있습니다. ACT!와는 2014년 처음 편집위원으로 인연을 맺었습니다. 한동안은 ACT!에 글을 못 썼지만 앞으로는 종종 볼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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