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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창작자가 쓰는 다큐 리뷰- 그녀들의 얼굴 앞에서 - <미싱타는 여자들> 리뷰 (양주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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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2. 4. 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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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ACT! 편집위원회에서는 다큐멘터리 창작자가 쓰는 다큐 리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ACT! 129호 리뷰]

 

<미싱타는 여자들> 리뷰

그녀들의 얼굴 앞에서

 

양주연 (<옥상자국> <40> 연출) 

 

  20203, 다큐멘터리 <40> 을 만들고 있을 때였다. <40> 5.18 40주년 광주 영화축제 트레일러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그러다 보니 5.18 영화에 출연했던 인물로 섭외범위가 좁혀졌다. 그렇게 나는 <오월애><외롭고 높고 쓸쓸한>에서 한 얼굴을 발견했다. 남들보다 더 많이 웃고 많이 울던 얼굴, 윤청자 선생님이었다. 805월 취사조 활동을 하며 도청 부근을 지켰던 그녀는, 지금은 광주에서 민들레꽃집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에게 처음 섭외연락을 드렸던 날, 그녀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해마다 돌아오는 5월이면 5.18 련 이야기를 하는 것이 너무 괴롭다고 답했다.

 

▲ <40> 스틸컷 (출처: 영화사 금요일)

 

  그녀의 솔직한 반응에 나는 숙연해졌다. 그렇지만 바로 단념할 수도 없었다. 그 뒤로 나는 윤청자 선생님과 긴 대화를 이어갔다. 그 대화 속에서 나는 그녀의 슬픔, 분노를 다시 한번 마주할 수 있었다. 동시에 나는 그녀의 감정이 강해질수록 40년 전의 시간도 함께 생생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렇게 나는 그녀에게 말하기 싫다는 것을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설득했다. 40년 전의 시간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 하나만 제대로 보여줘도 <40> 은 충분히 의미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다큐멘터리 <미싱타는 여자들>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임미경 선생님이었다. <미싱타는 여자들>1970년대 평화시장에서 노동 교실을 운영하며 울고 웃던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그중 임미경 선생님은 웃음도, 눈물도 가장 많은 인물이다. 영화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큰 용기가 필요했음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다. 그녀는 기억도 잘 안 나고, 기억하기도 싫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 안에서 천천히 들려주기 시작한다. 나는 그녀의 울고 웃는 표정을 보며 윤청자 선생님이 생각났다. 너무나 사랑했기에 아팠던 기억이 그녀들의 표정을 통해 전해졌다.

 

▲ <미싱타는 여자들> 스틸컷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DB)

 

  <미싱타는 여자들> 마지막은 영화에 출연했던 여성 노동자들이 40여 년 만에 다시 청계천 봉제공장을 찾는 장면이다. 낡은 공장복도 한 쪽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각자의 70년대 자신의 사진이 띄워져 있다. 과거의 자신과 만나는 것이다. 동시에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흔들리지 않게합창곡은 감정의 클라이막스를 만들어준다. 자신들의 시간과 조우하는 그녀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나 역시 눈물이 났다. 그 순간 그녀들의 얼굴은 그 어떤 말보다도 강력했다. 나는 그녀들의 얼굴 앞에서 설명될 수 없는 순간의 울림을 느꼈다.

 

  역사와 관련된 다큐멘터리일수록 공식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압박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나는 <미싱타는 여자들>이 공식적이고 객관적인 사건이 아니라 비공식적이고 주관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좋았다. 영화에는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 공식적인 역사가 되지 못한 ‘9.9사건이 주요하게 등장한다. 7799, 임미경 선생님을 비롯한 수많은 여성 청계피복노조 노동자들이 노동 교실을 지키기 위해 어떤 마음이었는지, 그녀들의 주관과 주관이 모여 새로운 이야기는 만들어진다. 윤청자 선생님과 임미경 선생님의 얼굴 앞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처럼, 나는 더 많은 그녀들의 얼굴을 기다려 본다. 

 


글쓴이. 양주연

다큐멘터리와 여성학을 전공했습니다. ‘여성이 서사화되는 방식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현재 가족의 금기였던 고모에 대한 장편 다큐멘터리 <양양>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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