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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공동체 방송’이 무엇인지 논해야 할 때 - <유네스코 정책 시리즈 - 공동체 방송 지속 가능성>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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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2. 4. 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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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보다 더 많은 공동체라디오들이 개국을 했거나 준비하고 있고,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인식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규제기관에서는 신규 공동체라디오 확대에 적극적이다.
여러모로 좋아지고 있는 여건과 별개로 공동체라디오를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 방송의 정의가 정리되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이 운용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번역되고, 읽히고, 토론될 필요가 있다."

 

[편집자 주] <유네스코 정책 시리즈  공동체 방송 지속가능성> 2015년 유네스코 행사를 통해 논의된 공동체미디어 지속 가능성에 관한 권고사항을 담아 발간된 책자입니다. 책자는 공동체 방송의 정의, 승인, 허가, 주파수 확보, 공공기금, 민간 자금, 디지털 전환 등 정책 전반을 다루고 있으며, 번역본 책자는 링크(https://readmore.do/yAfJ)를 통해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아래 글은 서울 지역에서 2021년 신규 공동체라디오방송국으로 허가된 서대문공동체라디오의 황호완 제작본부장이 한국에서 공동체라디오의 현재 상황에 기반하여 위 책자에 관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래 글은 마을미디어 웹진 마중과 진보적미디어운동연구저널 ‘ACT!’에 공동게재되었습니다.


[ACT! 129호 리뷰 2022.04.11.]

이제는 공동체 방송이 무엇인지 논해야 할 때

- <유네스코 정책 시리즈 - 공동체 방송 지속 가능성> 리뷰

 

황호완(서대문공동체라디오 제작본부장)

 

 2021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20개의 신규 공동체라디오를 허가함으로써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주1) 기존의 7개에서 27개의 방송국으로 늘어나면서 양적인 확대뿐 아니라 그에 참여하는 다양성에 비춰 질적으로도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7개에서 27개로 늘어나 광역시도로 따지면 울산과 제주를 제외한 모든 곳에 공동체라디오가 있고, 추가 확대 가능성이 큰 지금까지도 공동체라디오와 관련해 학술적으로 정리된 내용은 많지 않았다. 공동체라디오와 관련해서 학술적으로든 실무적으로든 의미가 있는 자료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현실이 그렇다 보니 공동체라디오의 운영자나 공동체라디오의 활동가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할만한 것들이 실무를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지속적인 아쉬움이었다.(*주2) 이런 시점에서 유네스코의 공동체 방송 지속가능성에 대한 권고를 담은 책자가 번역되어 나온 것은 두 가지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 유네스코 정책 시리즈 &ndash; 공동체 방송 지속 가능성

 

 하나는 공동체라디오의 국제 표준을 짚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 표준을 기준으로 매 챕터마다 공동체 방송은 이래야 한다거나 공동체 방송의 정책은 이래야 한다는 권고를 하고 있다. 이런 권고는 한국의 공동체 방송의 현실과 비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운데, 예를 들면 공동체 방송의 상업광고를 허용해야 한다는 권고를 한다. 그런데 이미 한국의 경우 그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현실적인 이유와 별개로 상업광고 자체는 허용이 된 상태이다. 물론 예를 든 것과 같이 이미 가능한 영역(*주3)보다는 나아지기 위해 따랐으면 하는 권고들이 더 많아서 이를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공부가 된다.

 

 다른 하나는 굳이 한국의 상황을 몰라도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는 것이다. 책은 짧게나마 공동체 방송의 정의, 승인, 허가제도, 주파수 확보, 공공기금, 민간자금에 대한 접근, 디지털 전환 등의 문제를 순서대로 다루고 있는데, 공동체 방송에 대해 전반적인 틀은 전부 다루고 있다. 이 책이 반가운 것은 한국이 현재 2021 20개사의 신규허가에 이어 2022년 예비수요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에 허가를 받은 신규 사업자들은 이미 개국을 했거나 개국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2022년 예비수요조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공모를 위해 공동체 방송에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이다. 이런 시점에서 공동체 방송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의 준거 틀을 제공한다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런 반가운 마음을 담아 어쩌면 개인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필자가 속해 있는 서대문공동체라디오는 2021년 신규 공동체라디오 허가를 받았고, 2022년 하반기 개국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2021년 허가를 받던 상황, 그리고 지금 개국을 준비하면서 드는 고민, 생각들을 이 책과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우선 공동체라디오에서 공동체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이다. ‘공동체는 무엇을 말하며,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운영이 되어야 할 것인지, 그리고 공동체라디오의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해 책은 정의한다. ‘공동체 방송국은 지방과 풀뿌리 단체,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내보내고 정보 요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그 계획과 기능을 특별히 맞췄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의 신규허가 과정에서 이런 내용이 얼마나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가 공모를 준비하면서 공동체 방송에 대한 정의와 원칙에 대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토론하고 준비했던 것에 비해 정작 공모 과정에 들어간 이후로는 재정 능력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한국의 척박한 현실을 감안할 때 재정 능력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공동체 방송에 대한 정의와 원칙에 관한 토론이 거의 없었던 점은 아쉬운 지점이었다.

 

▲&nbsp; 챕터1 &lsquo;공동체 방송의 정의&rsquo; 정책 체크리스트

 

 

 공동체 방송의 승인 및 허가 제도와 관련해서는 관점의 차이는 있을 수 있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법률에 의한 공식 승인을 해야 한다는 점이나 허가는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며, 독립적인 규제기관이 감독해야 한다는 점은 한국에서도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책이 한국의 상황과 가장 다른 지점은 주파수와 관련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책에서는 주파수도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공동체라디오가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의 최소 비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풀어서 이야기하면 공동체 방송을 위해 특정 최소 비율의 주파수를 확보하거나, 사용되지 않는 주파수로 방송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공동체라디오를 위한 다른 주파수 정책이 없다. 앞서 이야기했듯 공동체라디오의 확대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지금, 정책적으로 안정적인 공동체라디오의 주파수를 확보하는 문제는 숙제이다.

 

▲  공동체라디오 방송 신규허가 관련 정책뉴스  (방송통신위원회)

 필자가 공동체라디오 영역에서 일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지금처럼 분위기가 좋았던 적이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주4) 과거보다 더 많은 공동체라디오들이 개국을 했거나 준비하고 있고,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인식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규제기관에서는 신규 공동체라디오 확대에 적극적이다. 여러모로 좋아지고 있는 여건과 별개로 공동체라디오를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 방송의 정의가 정리되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이 운용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번역되고, 읽히고, 토론될 필요가 있다.

 

 분량으로 보면 60페이지 남짓하지만, 꼭 필요한 시점에 꼭 필요한 내용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서대문공동체라디오의 개국을 준비하면서 앞으로 같이 하게 될 서대문구의 방송자원활동가들과 함께 공부할 자료가 생겼다는 생각에 더 소중하고 고맙다. 

 

주1) 지금 글을 쓰고 있는 3월 31일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예비수요조사를 하고 있다. 이는 신규 공동체라디오의 추가 확대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2021년에도 예비수요조사 이후 신규 허가 공모를 했다. 

주2) 실무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면 예산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 구조를 만들게 된다. 공동체라디오의 원칙에 기반한 대화보다는 어떤 예산이 얼마나 확보되는지에 더 관심을 두게 되기도 한다. 

주3) 가능하다는 것이 잘 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리고 한국의 라디오 상업광고 시장이 점차 축소되면서 공동체라디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전체 라디오의 문제가 되고 있다. 

주4) 물론 좋아졌다고 해봐야 그동안 공동체라디오의 환경이 워낙 안 좋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갈 길이 멀다.


글쓴이. 황호완

2009년부터 관악공동체라디오에 입사한 것을 시작으로 공동체라디오 세상에 빠졌다. 지금은 2021년 신규 공동체라디오 허가를 받은 서대문공동체라디오에서 제작본부장으로 개국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동체라디오 제작뿐 아니라 공간까지 지역 공동체의 힘으로 한다는 생각으로 전국 최초로 방송국을 주민자산화 방식으로 만들면서 괜한 고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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