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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을 수 없는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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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2. 1. 1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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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 글은 2021년 12월 7일부터 2022년 1월 4일까지 미디액트에서 진행된 강의 ‘한 편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분석해보기’의 수료작입니다.

 

 

<기생충> 분석: 넘을 수 없는 선

 

길정섭

 

 

<기생충>은 세 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트로와 에필로그를 포함하면 총 다섯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스테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을 붙일 수 있습니다.

 

스테이지 1. 위장취업

스테이지 2. 폭우

스테이지 3. 지하실 냄새

 

인트로에서는 생활고에 초점을 둔 기택 가족의 소개가 이루어집니다. 눅눅한 반지하에는 곱등이가 살고 훔쳐쓰던 와이파이는 비밀번호가 바뀝니다. 구청에서 동네 방충 소독을 하는데, 기택은 가족들이 기침을 해대는데도 공짜로 곱등이를 없앨 수 있다며 창문을 연 채로 버팁니다. 피자 박스 접기 아르바이트로 겨우 생활비를 버는데 사장은 불량률이 높다며 아르바이트비 일부 제합니다. 기택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을 마주 했을 때, 그냥 눈을 감고 그 진실을 외면해 버립니다.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는 이런 기택 가족의 위장취업 작업이 진행됩니다. 기우의 친구 민혁은 기우에게 자신이 하던 과외의 대타를 부탁합니다. 그렇게 가짜 대학생이된 기우는 첫번째 참관 수업에서 다혜와 연교를 ‘기세’로 사로잡고 다송의 미술 선생을 찾던 연교에게 기정을 미술 심리 치료 전문가 제시카란 인물로 속여 소개합니다. 기정은 집으로 태워다 주던 윤기사의 친절을 역이용해 동익 부부가 윤기사를 해고하도록 만들고 그 자리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운전기사로 위장한 기택이 차지합니다. 그리고 온가족이 단합해 가정부 문광을 쫓아내고 충숙을 취업시킵니다.

 

두 번째 스테이지에서 동익 가족이 캠핑을 떠난 사이 기택 가족은 주인없는 집에서 비 오는 풍경을 즐기며 술판을 벌입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처참한 몰골로 찾아온 문광과 함께 이야기는 전환점을 맞습니다. 문광은 동익의 집 비밀 지하 벙커에 남편 근세를 숨겨두고 있었습니다. 문광 가족도 그 집에 기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이지요. 실수로 그만 기택 가족의 정체도 문광 가족에게 탄로나게 되면서 기택 가족과 문광 가족은 사투를 벌이게 됩니다. 기택 가족이 문광 가족을 간신히 제압하는 듯한 찰나에 폭우로 계곡이 불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연교의 갑작스러운 전화로 수습되는 듯한 상황은 다시 급박하게 흘러갑니다. 결국 기택 가족은 문광 가족을 지하 벙커에 가두고 동익 가족의 눈을 피해 빠져 나오는데는 성공하지만, 정작 자신이 사는 동네는 홍수가 나 이제는 돌아갈 집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볕 잘드는 곳에 사는 동익의 가족들은 계곡물이 불어도, 폭우에 텐트를 쳐도 무사하지만 기택 가족의 보금자리는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납니다. 결국 그들은 체육관에서 밤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신세가 됩니다.

 

세 번째 스테이지에서 다송의 생일파티는 문광을 잃은 근세의 폭주로 아수라장이 됩니다. 연교는 다송의 생일파티 ‘번개’를 계획하고 기택 가족들을 불러 모읍니다. 기우는 지하벙커의 문광 가족을 해치려 찾아가지만 오히려 근세에게 당하고 맙니다. 근세는 파티장을 습격해 기정을 칼로 찌르고 충숙과 사투를 벌입니다. 근세를 보고 다송이 경기를 일으키자 동익은 기택에게 자동차 열쇠를 달라고 요구하지만 열쇠는 그만 쓰러진 근세의 몸에게 깔리고 맙니다. 동익이 근세의 몸에 깔린 열쇠를 꺼내며 근세의 냄새에 역겨워하자 기택은 충동적으로 동익을 살해합니다.

 

에필로그에서는 후일담이 전해집니다. 기택의 가족들은 처음보다 더한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온 세상은 실종된 기택을 찾습니다. 기우와 충숙은 운 좋게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형사들에게 미행을 당합니다. 기정은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때때로 동익의 집을 찾아가 보던 기우는 세상의 관심이 뜸 해질 쯤 기택이 지하 벙커에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기택이 모르스 부호로 편지를 보내고 있던 것 입니다. 그리고 기우는 이루어 질 수 없는 꿈, 즉 돈을 많이 벌어 동익이 살던 집을 사서 기택을 지하에서 다시 나오게 하겠다는 꿈을 꾸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과연 기우와 기택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기택이 기사로 채용되는 장면에서 기택이 동익에게 건내는 “이건 일종의 동행이 아닐까?”라는 대사를 저는 동질감의 표현으로 읽었습니다. 기택은 ‘동행’이라는 말로 은근히 자신과 동익을 동일선상에 놓습니다. 그러나 동익에게는 그것이 ‘선’을 넘는 행위입니다. 동익은 한가지 일을 오래한 사람들을 존경한다면서도 그들이 ‘선’을 넘는 것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마침내 세번째 스테이지 절정에 이르러 근세 앞에 코를 틀어막는 동익을 보면서 기택은 자신의 세계가 부정되는 것을 느낍니다. 결국 기택은 자신의 이상과도 같은 동익을 찌르기에 이릅니다.

 

"일종의 동행이 아닐까?"

 

기생충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숙주의안녕입니다. 숙주가안녕해야 기생충도 오래오래 기생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숙주의 안녕도 기생충 자신의본능보다 우선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등장인물들의 태도, 특히 기택의 태도는 재미있었습니다. 그가 진심으로 동익의 안녕을 바라고 감사해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기택은 자신의 손으로 동익을 찌르고 사죄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근세가 죽어가는 와중에서 “Respect!” 외치는 것처럼. 그러나 동익은 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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