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1년간 인디즈로 활동하며 영화를 사랑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영화가 지닌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더레이터와 감독, 배우, 관객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기록하고 곱씹었다. 그렇게 1년 동안 ‘내 이야기를 지키는 힘’에 대해 배워가며 단단해졌다."
[ACT! 128호 Me, Dear 2022.01.14.]
영화로운 나날, 종로 인디스페이스에서
김윤정
“5년 안에 제 영화를 인디스페이스에서 꼭 틀겠습니다!”
2019년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 면접 당시 내가 극장 매니저님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다.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하는 독립영화를 보고 글 쓰는 활동을 하는 사람을 뽑는 자리에서 하는 말치고는 ‘거창한’ 포부였다. 어떤 면접이든 ‘거창한 포부’는 설득력이 없어 탈락의 이유가 된다던데 인디스페이스는 나를 받아주었다. 거창한 포부라고 표현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나는 영화 제작 환경에서 도망친 사람이었다. 나의 이야기가 평가대 위에 올려져 여러 사람에게 뜯기는 과정에서 나는 내 영화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이렇게 만들어진 ‘알맹이가 없는 영화’가 내 외장하드 속 파일 중 하나로 남는 과정은 심한 무력감을 들게 했다. 그런 내가 영화를 만들고, 심지어 내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제 리서치를 위해 <버블 패밀리>(2018)를 봐야 했기에 상영하는 극장 중 집에서 가장 가까운 극장을 찾았다. 그렇게 처음 인디스페이스를 가게 되었다. 처음 경험한 사적 다큐멘터리는 강렬했다. 개인의 이야기가 모여 영화가 되었을 때의 힘을 느꼈다. 더불어 한국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를 재개발 문제로 이슈 되고 있는 ‘종로’에 있는 영화관에서 보며,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까지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다. 복합적으로 이런 영화를 상영한 ‘인디스페이스’라는 공간이 궁금해졌다.
인디스페이스라는 공간에 대해 더 알아가며 ‘각자가 가진 이야기’를 존중해 준다고 느꼈다. 어쩐지 이 공간에서라면 내 작은 이야기를 소중히 다뤄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영화를 지지해주는 인디스페이스 관계자이기에 내 영화를 틀고 싶다는 이야기가 서슴없이 튀어나왔다. 2019년부터 1년간 인디즈로 활동하며 영화를 사랑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영화가 지닌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더레이터와 감독, 배우, 관객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기록하고 곱씹었다. 그렇게 1년 동안 ‘내 이야기를 지키는 힘’에 대해 배워가며 단단해졌다. 그 힘으로 N 년간 앓아온 내 정신장애에 대한 다큐멘터리 <선율>을 만들었다. 그리고 어찌나 기막힌 운명인지 내 영화의 첫 상영을 2021년 8월 인디스페이스에서 하게 되었다. 그렇게 인디즈 면접 때 극장 매니저님께 한 말을 지키게 되었다. 정말 영화 같은 순간이다.
종로 인디스페이스는 내 첫 경험으로 가득하다. 사적 다큐멘터리를 관람한 경험, 영화에 대해 쓴 글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경험, 감독과 배우와의 인터뷰, 그리고 내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으로 상영한 경험. 얼마 전에는 종로 인디스페이스의 마지막 기획전에서 첫 모더레이터 경험까지 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글을 기고하는 것도 처음이다. 5년 안에 내가 만든 장편영화를 인디스페이스에서 개봉하고 싶다. 물론 거창한 포부임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내가 아닌 또 다른 누군가의 새로운 경험이 인디스페이스에서 계속해서 만들어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인디즈로 활동하여 이야기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종로 인디스페이스를 지켜왔듯, 이제는 내 영화를 상영하며 새로운 공간에서의 인디스페이스를 지켜 나가고 싶다. 종로 인디스페이스에서 영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앞으로 이사할 인디스페이스에서도 영화로운 나날이 계속되길 바란다.□
김윤정 소개
나에게서 시작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기록의 과정을 영화로 완성하는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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