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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88호 길라잡이] 화려한 영웅담이 펼쳐지는 다리 아래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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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4. 4. 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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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88호 길라잡이 2014.03.31]


화려한 영웅담이 펼쳐지는 다리 아래에서는...

 

주현 (ACT! 편집위원회)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의 한국 촬영소식. 하지만 그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촬영 도중에 한 스텝이 다리 밑에서 발견한 20대 남성의 시신이었습니다. 지구(라고 쓰고 미국이라고 읽는) 영웅들이 화려한 전투를 하면서 세계를 구하고 있는 동안 그 아래에는 아무도 구하지 못한 한 남자의 비극적인 죽음이 있었습니다. 그 남자는 왜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던 걸까요.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 영화 <어벤져스>는 화려하게 전국의 영화관에서 상영되겠지만, 그 남자의 죽음에 대해서는 거의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한국의 뉴스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 네덜란드에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를 TV 방송 3사에서는 생중계를 했습니다. 국제회의를 생중계하는 것이 전파 낭비라는 비난은 차치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세계 각국의 정상들 앞에서 핵안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밀양의 할머니들은 핵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서울로 끌어가며 생존의 터전을 위협하는 765kv송전탑을 막기 위해 차가운 바람을 맞아야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디어 운동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화려한 다리 위 보다는 다리 밑 그늘진 곳 누군가의 죽음을, 대통령의 국제회의보다는 밀양의 할머니들에게 주목했던 미디어운동은 지금 어디쯤 와있는 것일까요. 이번 [ACT!] 88호에서도 지난 미디어운동을 되짚어보고 미래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먼저 이슈와 현장에서는 기획강연 독립과 협동사이의 후기를 담았습니다. ‘독립과 협동사이는 독립영화에서 협동의 방식을 모색해 볼 수는 없을까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강연입니다. 지난 [ACT!]에서도 강연에 대한 소식이 실린 바 있지만 이번에는 강연의 기획자의 입장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난 뒤에 남은 고민을 풀어보았습니다. 이번 강연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 다양한 협동을 모색해보는 밑거름이 되리라 기대해봅니다.

 

  ‘이슈와 현장두 번째는 미국의 한 카메라 어시스턴트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이를 추모하는 영화인들의 캠페인 소식을 담았습니다. 예술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적인 노동조건은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예술가들의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촉발되길 바랍니다. 세 번째 이슈와 현장에서는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배급방법 - 토런트 번들에 대해서 다뤘습니다. 토런트는 파일을 공유하기 위한 프로그램인데 최근에 이를 활용하여 영화를 배급하는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아직 이러한 방식이 한국에 정착된 것은 아니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하나의 흥미로운 배급 방식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기획대담에서는 얼마 전 서울시의 지원 정책 철회로 진통을 겪고 있는 서울아트시네마에 대해 다뤄보았습니다. 서울아트시네마의 김성욱 프로그래머와 김경민 관객의 대화로 진행된 이번 기획대담에서는 서울아트시네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릴레이 인터뷰에서는 노동자뉴스제작단을 만나보았습니다. 노동자뉴스제작단의 박정미, 배인정 님은 바쁜 와중에서 시간을 내어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독립 다큐멘터리 진영이 장편 극장 중심으로 변화하는 와중에도 노동자뉴스제작단은 오랜 시간동안 노동자들의 교육을 위한 영상물을 만들어왔습니다. 정치적인 영화가 극장에서 몇 만의 관객 동원을 하고 있는 요즈음 노동자들의 현장에 밀착된 노동자뉴스제작단의 작품을 다시금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리뷰코너에서는 오래된 영화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최근에 다시금 주목을 받은 영화 이마리오 감독의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를 다뤘습니다. 진보네트워크 센터의 장여경 활동가께서 이 영화의 현재성을 다시 되짚어 보는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미디어인터내셔널에서는 남미의 퍼블릭액세스 33% 전략에 대해 다뤄보았습니다. 2009, 아르헨티나 의회는 시·청각·통신서비스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개정안은 방송권을 재분배하여 33%는 개인소유, 33%는 공공영역, 33%는 비영리에 나누어 주는 것으로, 미디어 소유권의 불공평한 집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남미의 퍼블릭액세스 33%전략은 한국의 퍼블릭액세스 운동에서 큰 시사점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끝으로 ‘Me, Dear’에서는 송전탑 공사로 진통을 겪고 있는 밀양에서 미디어활동을 하고 있는 현님이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현장에서 미디어활동가로서 느끼는 소중한 소회를 보내주셨습니다.

 

  봄을 맞이하여 [ACT!] 편집진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신입편집위원을 모집하여 두 분의 신입편집위원이 함께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만화평론가로 활동하시는 성상민씨는 이미 [ACT!]에 좋은 원고를 기고해주신 바 있고, 미디어스 등의 다양한 매체에 만화평론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쓰고 계십니다. 함께 들어오신 미디어교육 활동가 이수미 씨는 나날이 진보하고 있는 미디어교육 진영의 다양한 현장 소식과 고민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신입 편집위원 분들의 활약은 다음 [ACT!]에 드러날 예정이니 다음 호도 기대해주실 바랍니다.

 

  부디 이번 호 [ACT!]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미디어 운동의 과거를 되짚어보고, 현재를 성찰하며, 미래를 전망하기 위한 소중한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며 [ACT!] 88호 길라잡이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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