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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0호 길라잡이] 시스템, 사람, 개를 흔드는 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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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14. 7. 3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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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0호 길라잡이 2014.9.22]

 

시스템, 사람, 개를 흔드는 꼬리

 

스이 (ACT! 편집위원회)

 


 아주 예전에(1997년 쯤이었죠) "Wag the dog"(왝 더 독)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습니다. 미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조작된 전쟁 영상을 만들어낸다는 줄거리도 흥미로웠지만, 더욱 눈길을 끌었던 것은 '개를 흔드는 꼬리'(the tail wagging the dog)라는 표현에서 나온 영화 제목이었는데요. 영화는 다음과 같은 문구로 시작합니다.


"왜 개가 꼬리를 흔드는가?

그것은 개가 꼬리보다 영리하기 때문이다.

만약 꼬리가 더 영리하다면, 꼬리가 개를 흔들게 될 것이다."

 



 요즘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인지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것인지 점점 알 수 없게 되는 듯 합니다. 투표를 열심히 했지만 세상은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고, 누구의 뜻인지 출처도 모를 루머들이 사람들을 조금씩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다가는 무엇이 개인지 무엇이 꼬리인지도 분별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마저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분명 사람을 위해 사회라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글로) 배웠는데도, 시스템의 논리에 따라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사회 체제의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며칠 묵고 가신 교황님 뿐, 시스템의 키를 잠시 쥐고 있는 이들은 배제된 사람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사람을 배제하는 시스템에 기대어 움직이는 사회를 -선거는 물론 보궐선거도 꼬박꼬박 이뤄지고 있으므로-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요.

 

 구성원의 뜻이 시스템에 반영되고 있는 것인지, 시스템(을 쥐고 있는 이들)의 뜻이 구성원의 삶에 반영되고 있는 것인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의문은 사람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몸짓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그 실마리를 조금씩 찾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황님이 오셨기 때문일까요ACT! 90호는 어느 때보다 더 많이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이번 호에서도 어김없이, 사람의 뜻을 시스템에 반영하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는 미디어운동 곳곳의 이야기들을 담아보았습니다.

 

 이슈와 현장 첫번째 기사는 "끝나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 2014 익산 서동축제 사랑의 FM"라는 글인데요, 익산 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에서 활동하시는 신인혜 님께서 바쁜 시간을 쪼개어 써주셨습니다. 지역 축제에서 달달한 사랑 이야기를 실어내던 지역 축제 라디오 워크숍 수료생들이 점차 지역 공동체 라디오의 기반을 만들어가는 달달한 기사인 만큼 지지하는 마음으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 기사는 ACT! 편집위원회 신입 편집위원 이수미 님의 "마을미디어, 새로운 역사 쓰기 - 미디액트 개관 12주년 기념 라운드테이블 전국마을미디어 팔도유람"입니다. 짧게는 2012년부터, 길게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마을미디어 운동의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를 논의한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다양한 직접 인용문들과 함께 잘 다뤄주셨는데요, 핵심을 짚는 '직접 인용문'들 덕분에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직접 다녀온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기획회의 단계에서부터 이미 넘겨주셨던) 미디어 활동가 넝쿨님의 글 "문화의 경계를 넘어 - 이주노동자 영상미디어교육의 현재와 미래"는 이슈와 현장 세 번째 기사입니다. 인천이주노동자미디어교육기획단의 고민에서 시작된 <문화의 경계를 넘어>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와 4차례의 상영회, 워크샵 및 포럼 등으로 꾸려진 <문화의 경계를 넘어>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 등이 담긴 알찬 글이니 찬찬히 읽어보시고 이주노동자 미디어 교육의 의미와 소통 가능성에 대한 고민들을 함께 나눠주시길 바랍니다.

 

 "한국의 영상물 심의, 어떻게 변해야만 하는가"라는 제목의 이슈와 현장 네 번째 기사는 다방면의 이슈에 대한 양질의 기사로 ACT! 편집위원회를 늘 놀래키시는 성상민 편집위원의 글입니다. 기사를 읽다보면 정말 많은 영화들이 심의 문제에 엮여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는데요, 점점 퇴행하면서 사전검열 롤플레잉을 하고 있는 심의제도의 문제를 심의위원 구성의 측면에서 간명하게 잘 다뤄주셨습니다.

 

 벌써 다섯 번째로 진행된 릴레이 안부인사는 '여성주의문화기획집단 영희야 놀자'에게 묻고 돌아왔습니다. 평소 '영희야 놀자'에 궁금한 것이 많았던 보람, 스이, 형준 편집위원이 함께 가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정리한 덕분에 이번에도 장문의 인터뷰 기사가 실리게 되었습니다. '영희야 놀자'의 안부가 궁금하셨던 분들은 바로 클릭클릭!

 

 ACT! 90호의 미디어 인터내셔널은 역시나 (언젠가부터 인터내셔널 담당이 된 비운의 신입 편집위원) 지인 님께서 써주신, 미국 공영방송 PBSPOV(Point of View) 해커톤 프로젝트에 대한 기사입니다. 여기서 해커톤 프로젝트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단기간 협업 프로젝트라는 원래 뜻과 달리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기술 협업 프로젝트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하는데요, 이 흥미로운 소재의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기사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번 호 리뷰 코너에서는 최근 개봉한 <논픽션 다이어리>를 다뤄보았습니다. 신입 편집위원 형준 님이 탄탄한 전공을 살려 꽤나 묵직하게 써주셨네요. 90년대 우리 사회의 자화상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도 낯설지 않게 읽히는 탓에 마음 또한 묵직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ACT! 최초로 "학습 소설" 장르가 도입되었습니다. IT 뉴스 전선의 최첨단에서 ACT!의 편집위원들을 계도하시던 주일 님(이라 쓰고 '주일신'으로 읽는다)의 새로운 시도인데요, '1-폰에도 귀가 있다'는 말랑말랑한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스마트 기술과 개인의 프라이버시, 국가 권력의 남용 가능성에 대한 예리한 메시지가 들어있으니 차근차근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 내가 협이인지 협이가 나인지 (액티가 주일인지 주일이 액티인지) 모를 장주지몽의 상태에 빠지게 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마지막으로, ACT! 편집위원 모두가 두려워하는 코너 ", 디어"의 순서는 얼마 전부터 미디액트에서 일을 시작한 개미 편집위원에게 돌아갔습니다. 개미 님의 고민이 A부터 Z까지 담겨 있는 "Dear, Me"를 읽다보면 "Dear, 개미"로 시작하는 편지를 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쓰시라는 말입니다, 네네.)

 

 모두가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아무도 말하지 않는 지금, 이 곳에서 꼬리가 개를 흔들지 못하게 하려면 '영리함'의 덕목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사람을 위한 논리가 시스템을 위한 논리로 변질되는 바로 그 지점을 읽어내는 '영리함' 말입니다. 이번 호 ACT!에 실린 기사들이 그 '영리함'의 덕목을 유지하고 연마하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ACT! 90호를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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