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89호 길라잡이] 독립의 조건

전체 기사보기/길라잡이

by acteditor 2014. 6. 5. 12:51

본문

[ACT! 89호 길라잡이 2014.06.25]




독립의 조건


개미(ACT!편집위원회)


 

▲ 미디액트가 상암에서 홍대로 이전해 올 당시의 어마무시한 이삿짐


  액트 편집위원이 된 이래 처음으로 책임 편집위원을 맡아 길라잡이를 써봅니다. 미디액트와 연이 닿은 지도 벌써 일 년이네요. 처음 수업이나 들으러 덜렁덜렁 왔을 때에는 한 해 뒤의 제가 여기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요즈음 저의 화두는 독립입니다. 20대 초반에는 그저 집 나와 사는 친구들이 자유로워 보여 부러워하며 꿈만 꿨지만, 이제는 통장 잔고와 월수입을 아무리 계산해 봐도 한숨만 나오는 독립의 꿈에 현실적으로 좌절하고 있는 낼모레 서른이네요.

 

  미디액트가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비자발적 독립(?)을 한 지도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광화문에서 상암으로, 다시 홍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미디어 공공성 실현이라는 역할과 미디액트를 지지하고 지켜내려 애써 온 분들, 공적 미디어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의 희망을 버팀목으로 지금까지 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미디액트가 거쳐 온 굴곡만큼이나 미디어 운동 역시 많은 변화를 거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지상파 방송사, 거대 신문사 등 주류 언론들이 거의 절대적인 장악력과 영향력을 자랑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대안 언론들 역시 곳곳에 존재합니다. ‘승객 전원 구출이라는 어마어마한 오보로 시작해 지금까지도 보도 행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세월호 보도는, 기존의 주류 언론에의 불신과 독립적이고 소신 있는 대안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를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미디어 운동 역시 과거에는 전문가가 소수자의 입을 대신 해주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누구나 보편적 권리로서 미디어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되는 퍼블릭 액세스권리를 행사하는 시민 미디어, 직접 미디어의 길로 들어선 듯 보입니다.

 

  설립 12주년, 독립 4주년을 맞은 미디액트는 여전히 고민이 많습니다. 여전히 재정은 어려워 광화문 시절만큼의 사업은 소원하고, 미디어 운동의 전망을 세우기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열두 살 생존신고를 당차게 해봅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아등바등 애쓴다고 되겠느냐는 생각을 하며 회의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액트 편집위원들과의 미디어 운동 세미나에서 로버트 맥체즈니(Robert W. McChesney)가 쓴 Remaking Media : The struggle to democratize public communication(2006)서문을 보며(물론 번역본으로^^) 다시금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습니다. 그 내용은, 사회학에서 나온 결정적 분기점(critical junctures)’이라는 개념(역사는 어느 때엔가 한 번에 이루어지기도 하고, 이전 사회로부터 물려받은 혹독한 조건 속에서 인류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 감에도 불구하고, 사회 변화는 응축된 역사적 기간의 응집된 행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시기를 결정적 분기점이라 한다)과 최근 몇 년 간 이윤 중심의 미디어 시스템을 더 이상 당연한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면밀히 살핀 후 이런 결론을 냅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 정책은 바로 이 결정적 분기점의 한복판에 있다고 말입니다. 이 글을 보며 오랫동안 많은 미디어 활동가들이 지치고, 소모되기만 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가올 어느 순간에 미디어의 역사가 변화하기 위해 지금은 응축의 기간을 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이 결정적 분기점을 만들어내는 데에 액트의 역할은 정말이지 미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로또에 당첨되어야만 독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액트도 제 저금통장에 독립자금 모으듯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조금씩 나아갈 길을 그려나가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액트 89<이슈와 현장> 첫 번째는 불과 1년도 안 되는 사이 임현우, 최종범 님에 이어 염호석 님까지 세 명이나 되는 노동자를 떠나보내야 했던 삼성서비스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는 삼성서비스노동자 이야기, 팟캐스트에 다 녹아있네입니다. 이어 두 번째는 세월호 사태와 관련한 언론 보도의 문제점에 대해 분석한 세월호 사건, 그리고 언론의 문제로 이번 호부터 편집위원으로 함께하게 된 성상민 님의 글입니다. 세 번째 글에는 지난 326일 서울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미디어 교육 교·강사 양성방안 공동사업 모색을 위한 토론회>의 취지와 논의 내용, 의의를 토론자로 참석하셨던 경희령 님이 담아주셨습니다. 네 번째 <이슈와 현장>우리는 찍을 권리가 있어!’, 지난 425일 열린 한독협 회원의 날 행사의 소회입니다. 행사에 참여한 송이 감독님이 써주셨는데요. 이번 행사의 주제는 다큐멘터리 감독들을 위한 찍을 권리였습니다. 마지막은 서울을 문화적으로 만든다고?’ 기사입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423일과 58일 두 차례에 걸쳐 열린 <서울의 문화권리 확대 및 문화예술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안들> 토론회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요구안으로 어떻게 모아졌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답니다.

 

  <기획대담>은 이번 호로 여덟 번째를 맞습니다. 이번 주제는 독립영화 비평 10입니다. ‘독립영화를 비평한다는 것에 대해 10년차 베테랑 변성찬 평론가와 권은혜 님이 나누는 현재진행형의 고민과 조언이 담겨 있어요.

 

  <인터뷰>에서는 다큐멘터리 제작 집단과의 만남을 이어갑니다. 이번에 만난 단체는 다큐이야기입니다. ‘지속 가능한 다큐 작업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기사 제목에서처럼, 2000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벌써 15년을 이어 온 분들입니다. 이번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무려 관객상을 수상한 <전봇대, 당신>의 이진우 감독님이 소속되어 있기도 한 곳이 바로 다큐이야기예요. 벌써 네 번째 묻는 안부인사인데요, 다큐이야기의 역사와 구성원들의 고민들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재미있게 담겨 있어 다소 긴 글이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리뷰>는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에 대한 김정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그림자들의 섬>을 다룬 노동자가 사는 세상입니다. 3년 전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만나러 갔지만 그 때는 들을 수 없었던 김진숙 지도위원의 속 깊은 이야기부터,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자신이 경험한 노동조합에 대해 기억을 더듬어 담담하게 풀어내는 기억들이 담겨있는 영화입니다. 역시 독립영화 감독이신 권효 감독님의 이 리뷰와 함께 영화도 꼭 한 번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미디어 인터내셔널>에서는 아랍의 봄과 SNS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 수 년 간 이어져 온 이집트의 정권 퇴진 투쟁은 트위터 혁명이라고도 불립니다. 이 글에서는 해외 분석 자료와 이집트 현지에서 직접 들은 이야기를 인용하여 SNS가 이 투쟁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리하고 있습니다. 읽으면서 우리는 대안미디어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용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 디어>는 인디다큐페스티발 봄프로젝트를 통해 갓 영화제에 데뷔한 새내기 감독 김보람 님의 독립의 조건입니다. 간지럽고도 애틋한 내 다큐를 향한 솔직한 고백에, 저도 읽으면서 울컥했어요.

 

  끝으로 이번 호부터 새롭게 만든 코너를 소개합니다. 바로 <ACT! 단신>인 세줄뉴스입니다. 짧고 굵게 그 동안 미디어 운동 영역에 어떤 새로운 일들이 있었는지 소개할 예정이에요.

 

  액트 편집위원회에게 이번 89호는 여러모로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서두에 썼던 것처럼 제가 첫 책임편집위원을 맡아 길라잡이를 쓰고 있기도 하고, 편집위원이신 김보람 님도 감독으로서 첫 영화제 데뷔를 성황리에 치르신 데다 신임 편집위원 분들도 네 분이나 함께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편집위원 중 한 분이 첫 아이를 무사히 출산하면서 발행하는, 생명의 탄생과 함께하는 호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출발을 하신 이 모든 분들에게 축하와 건투를 빌며, 다사다난했던 지난 세 달 간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