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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86호 길라잡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아닌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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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13. 11. 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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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86호 길라잡이 2013.11.25]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아닌 날들




조민석(ACT!편집위원회)

 


ACT!가 10년을 지나 다음의 어딘가로 갑니다. 이번 호는 그 첫 호가 되겠네요. 저도 ACT!의 편집위원이 된지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이번 호에서는 책임편집위원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ACT!가 가지고 있던 의미에서의 ‘진보적 미디어운동’과 그다지 관계없어 보이는, 그래서 그다지 대표성이 없다고 할 수 있는 제가 ACT!의 책임편집위원을 맡아서 이렇게 길라잡이를 쓰고 있는 게 타당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하는 말이 이 영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염려도 있습니다. 공감대가 없을 테니까요. 그런 이유로 이번 호를 준비하기 전부터 10주년 다음의 어딘가로 가는 첫 호를 핑계로 이번 호를 제멋대로 특집으로 구성해보려는 궁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여건상 궁리는 정리까지 가지 못했고 제멋대로 특집은 1%도 추진해보지 못했습니다. ACT!는, 역시 마감을 지키지 못하고 있지만, 만들어왔던 대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ACT! 편집위원회는 얼마 전, 어떻게 봐도 한 해의 중간이라고 할 수 없는 때 중간평가를 가졌습니다. 편집위원들이 각자 ACT!나 자기활동과 관련된 고민을 가져와 그것을 공유하는 데에서 출발하기로 한 중간평가 시간에는 사적인 것이나 ACT! 편집위원회가 처한 여건에서부터 미디어운동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여기서 자질구레한 것까지 이야기할 건 아니고, 거기서 공적인 차원에 있다고 볼 수 있는 몇 가지만 이어와 봅니다.
 
ACT!는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저널’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발행되고 있는 ACT!는 그 성격이 ACT!의 모토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토에 맞춰 궤도를 수정하기 위한 논의를 가지려고 하면 진보적 미디어운동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이 생깁니다. 미디어운동은 무엇이고, ‘진보적’의 진보는 무엇인가? 회의시간에만 불러오는 쓸모없고 공허한 질문인 것 같아도 그게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당장 이번 호만 봐도 ‘스마트 교육’이 ACT!가 들여다볼 만한 혹은 다뤄볼 만한 사태로 적합한가 아닌가를 놓고 편집위원들 사이에서 이런 저런 의견이 오갔지만 타당한 판단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근거로 삼을 만한, 분명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당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독자여러분은 ‘스마트 교육’과 ‘진보적 미디어운동’ 사이에서 어떤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으신가요? 혹시 오해를 살지 몰라 덧붙이자면 저는 실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 고민은 초기부터 계속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ACT! 1호부터 해결하지 못한 고민을 10년 동안 붙들고 있는 걸 수도 있습니다. 게을러서일까요? 사는 데 치여서일까요? 주체성이 없어서 그럴까요? 기왕이면 시대가 달라져서 모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가 온 것이면 좋겠습니다. 어찌저찌해서 진영이 존재할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져 있으니 이곳에서의 활동이 그저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로 취할 만한 것에 불과할 뿐이라면 걸려있는 모토나 취지가 서글퍼질 테니까요.
 
ACT!를 발행하는 입장에서는 발행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그 너머의 필요조건을 따져보는 게 지나친 일이긴 합니다. 일단 돈이 없으니까요. ACT! 발행은 부수적인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ACT! 원고들만큼의 ‘가성비’를 내는 글은 아마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아무렴 어떻냐고 말해버려도 그만입니다. 아니, 아무렴 어떻냐고 말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내일이 어제일지 모르고 어제가 내일일지 모르는 모호한 오늘에 살고 있으니까요. 사상범이 만들어지고 절차적 정당성마저 획득하지 못하는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받아들이긴 어렵습니다. 6~70년대 근대화의 신화적 환영을 민족적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이들의 부푼 오늘을 21세기의 어느 날로 바라보긴 어렵습니다. 그러니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듯한 세계처럼 원칙도 잡히지 않는 척박한 여건 속에서 멈추지 않고 ACT!를 발행하고 있는 건, 그것만으로 충분히 대견한 일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 있게 되는 걸까요? 
 
 
ACT! 86호는 어쨌든 발행합니다. 한편으로는 ACT!를 읽는 분들의 기대나 요구에 맞는 ACT!는 어떤 ACT!일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86호가 거기에 얼마나 부응할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런 게 있을 지는 미지수지만요. 새로운 코너가 둘 있습니다. 지난여름부터 신진다큐모임에서 추진하고 있는 독립다큐멘터리 비평기획을 ACT!가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읽은 분들도 많겠지만 [신다모와 함께하는 다큐비평]에서 「村, 금가이」(2012, 강세진)를 쓴 변성찬 평론가님의 글을 싣습니다. 그리고 영상단체를 찾아가 그들의 안부를 묻는 [릴레이 안부인사 - 밥은 먹고 다니니?]가 있습니다. 86호에서는 서울영상집단을 다녀왔습니다. 그밖에 길라잡이에서 제가 말씀드릴 만한 것은 이번 호에는 같이 읽어보면 좋을 글들이 있습니다. [이슈와 현장]의 ‘사과를 따먹은 호모 파베르’와 ‘‘아직’과 ‘이미’사이에서’ 그리고 [이슈와 현장]의 ‘「천안함 프로젝트」그리고 영화 개봉의 공공성에 대해여’와 [미디어인터내셔널] ‘‘알자지라 아메리카’ 채널 개국을 바라보는 미국 내의 엇갈린 시선들‘과 [기획대담] ’미디어운동, 10년을 논하다 : (5) 독립영화 배급 운동 - 원승환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이사와 최민아 인디다큐페스티발 사무국장의 대담’ 그리고 마지막으로 [길라잡이]를 [Me,Dear]와 함께 읽어보면 재미있겠네요.(-마지막은 농담입니다.)
 
중간에 있는 이미지는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1962, 존 포드)의 한 장면입니다. 왜 저 이미지를 저기다 넣었는지 의아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 그냥 넣었습니다. 좋아서요. 톰 도니폰을 연기한 존 웨인이 저 장면에서 한 대사를 옮겨둡니다.□
 
“니가 그녀에게 읽고 쓰는 걸 가르쳤잖아, 이제 그녀에게 읽고 쓸 것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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