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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87호 길라잡이] 두 개의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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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4. 2. 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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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87호 길라잡이 2014.1.27] 
 
두 개의 올림픽
 
주일(ACT! 편집위원)
 
 
  세계 각국의 운동선수들이 4년간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이는 올림픽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미 선수의 개인적 역량을 넘어 막대한 자본 투입의 결과물인 과학적, 체계적 훈련의 영향이 커진 지 오래고 거대 기업들의 홍보의 장으로 전락한 일개 ‘체육대회’일 뿐이지만, 관중과 시청자들에겐 다른 예술만큼 황홀한 감동을 전해주고, 무엇보다 참가한 모든 선수들에겐 자신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를 인정받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모든 선수가 메달을 딸 순 없겠지만 부디 한 명의 선수도 빠짐없이 후회 없는 최고의 경기를 펼치길 기원해 봅니다. 
 
  여기 또다른 올림픽이 있습니다. 바로 미디어 올림픽입니다. 여든 일곱 번째 액트에는 거대 기업의 후원을 받으며 수많은 관중의 응원 속에서 싸우는 몸값 비싼 초강대국 미디어 선수들과 맞선 이름 없는 선수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그들이 올림픽에 참가한 이유는 다양합니다. 운동이 재미있고 좋아서 참가한 선수도 있고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참가한 선수도 있고 혹은 ‘나’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의무감을 갖고 참가한 비장한 각오의 선수도 있습니다. 공통점은 비인기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노력해왔으며 변변한 성과를 낸 적이 없지만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기획대담’에서는 공동체 라디오 종목에 발을 담그고 있는 두 선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소출력 라디오와 인터넷 라디오라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소리만을 가지고 지역주민들에게 의미와 재미를 전달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현란한 기술에만 익숙해진 작금의 미디어 종목들에서 볼 수 없는 우직함을 전해줍니다. 아, 문뜩 라디오는 육상이나 수영처럼 기초체력이 중요한 종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리 하나만 갖고 이야기를 한다는 건 잔재주가 통하지 않고 선수가 갖고 있는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내게 될 테니까요.
  공동체라디오에 관한 기사가 또 있습니다. ‘세계공동체라디오연합 아시아 태평양 서울대회’에 대한 두 개의 글이 그것인데, 참가자와 주최자의 시각에서 공동체라디오 세계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개미님이 쓴 ‘당신들의 주파수’ 기사도 함께 읽으면 좋겠습니다. 왜 인터넷과 멀티미디어가 대세인 미디어 올림픽에서 라디오와 텔레비전 같은 전통적 종목이 퇴출당하지 않는지, 혹은 그래선 안되는지 알려주니까요. 조금 복잡하고 어렵다고 느끼신다면, 음…. 두 번 읽으세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신설된 지 얼마 안됐지만 매스컴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뉴미디어 종목입니다. 이미 컴퓨터도 능가한 스마트폰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어서 월드컵 축구처럼 따로 대회를 열어도 충분히 흥행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뉴미디어 시대를 둘러싼 몇 가지 기사가 눈에 띕니다. 
  전세계 미디어 소비자들은 어떤 매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잘 정리된 자료로 보여주는 ‘미디어 인터내셔널’, 다큐멘터리와 게임을 결합한 신생 종목을 소개하는 ‘캐나다 포트맥머니 프로젝트’, 잊혀진 줄로만 알았던 대자보가 다시 한국사회의 중심에서 소통의 창구로 기능하게 된 최근 사례를 다룬 ‘안녕들하십니까’까지. 그리고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 사이에서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미디어활동가들의 고민이 담긴 ‘퍼블릭액세스네트워크 워크숍 취재기’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특집’에서는 새해를 맞이하여 미디어와 ‘어떻게든’ 관련된 몇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2013년을 정리하는 낱말과 2014년에 관심을 가질 낱말을 각각 하나씩 정해서 여러 사람들의 사소하면서 거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시도해봤습니다. 다른 언론매체에서 흔히 하는 것이라 식상하다고 느끼신다면…. 나쁜 사람!
  과거에는 영화라고 하면 극영화만 주목을 받았지만 근래 들어 부쩍 다큐멘터리 종목의 인기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회의 각종 현안들을 직설적으로 다루는 우직함이 인기의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하는데요, 그 대표선수인 푸른영상 선수들의 이야기가 ‘밥은 먹고 다니니?’에 실려 있습니다. 참고로, 푸른영상에서는 더이상 밥을 지어 먹지 않고 식당에 나가서 사드신다고 합니다. 이유가 궁금하시면 얼른 인터뷰부터 확인하시길. 
  독립영화를 만드는 분들은 대부분 내가 계속 이 종목의 선수로 뛸 수 있을까 고민하실 겁니다. 힘내십시오. 그런 고민을 하는 건 그대 혼자만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혼자 고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사회적 경제라는 틀을 이용해 지속가능한 활동을 모색하는 강연을 소개해봅니다. ‘독립과 협동 사이 참관기’가 그것인데 액트가 나갈 때쯤이면 모든 일정이 끝났겠지만 자료라도 구하시려면 클릭해보시죠.
   한국사회에서 집은 어떤 의미일까요. 또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요. 한 번쯤 그 둘을 둘러싼 작동원리가 불편하다고 느끼신 분이 있다면 ‘아파트 공화국’과 ‘잔인한 나의 홈’ 리뷰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이를 위해 분투하는 것이고,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승리가 아니라 참가 자체에 의의가 있다. 
우리에게 있어 본질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다.”
 
  올림픽 선서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은 비단 운동선수들의 올림픽이 아닌 미디어 올림픽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차이라면 스포츠 종목에서 경기를 포기한다면 그 종목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지만 미디어를 포기한다면 세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에 대한 눈과 입과 귀가 막힌다는 정도? 이렇게 써놓고 보니 갑자기 참가에 의의가 있다는 말은 못할 것 같습니다. 꼭 이기고 싶어지네요. 부디 여러분들도 각자의 종목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시길 바랍니다. 액트가 늘 응원하겠습니다.   
  사족. 승부가 나지 않고 지리한 경기가 이어질 때 어떡할까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개인적인 조언을 드리자면, 변칙을 써보시라고 하고 싶네요. 규칙대로만 하면 한계가 있고, 반칙을 쓰는 건 양심이 허용하지 않는 선수들은 변칙을 통해 성장하지요. 규칙의 허점을 이용하거나 다른 종목의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경기의 양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디 경기를 지배하는 자가 되시길….
 
It ain't over till it's over.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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