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독립예술영화를 활용한 교육의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126호와 127호에 걸쳐 1부와 2부로 게재합니다. 1부에서는 독립예술영화의 의미와 독립예술영화를 활용한 교육에 대해 알아봅니다. 2부에서는 이러한 국내에서의 독립예술영화의 활용교육 사례들과 활성화를 위한 구조에 대해 살펴봅니다.
"사회의 많은 이야기가 어렵게만 다가올 때 영화를 매개로 삶을 확장해갔고, 그대로 거름이 되어준 영화가 소중하다."
[ACT! 126호 이슈와 현장 2021.08.31.]
독립예술영화 활용교육의 의미와 가능성 (1)
- 독립예술영화 활용교육의 의미
마공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중 「0%를 향하여」 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겨우 시간에 맞춰 극장에 들어갔는데, 상영관을 잘못 찾아들어온 줄 알았다. 상영관이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독립영화를 보려면 독립예술영화관에 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 그곳은 내가 사는 곳에서 아주 멀리 있었다.”, “극장에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내가 극장을 돈 주고 빌린 줄 알았다. 평일 아침, 나 혼자서 영화를 봤는데 영화가 너무 좋아서 마음이 별로 안 좋았다. 이 좋은 걸 나 혼자 보다니”
서이제 작가는 첫 소설집에 독립영화에 대한 소설을 수록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작고 소중한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이 이뤄진 공간”이라고 했다.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주인공 ‘나’의 독립영화 관람기를 끄덕이며 읽는다.
나는 고등학생일 때 독립영화를 처음 알게 됐다. 보고 싶은 독립영화를 보려면 인천에서 서울로 갔고, 집과 가까운 CGV아트하우스에서는 아침 아니면 심야에 영화를 봤다. 관객은 혼자이거나 두세 명이 다였다. 「0%를 향하여」 주인공과 나의 경험은 우연이 아니다. 전국 독립예술영화전용관 현황을 보면 “전체의 45%에 해당하는 35개관이 서울에 편중되어” 있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조사한 한국영화 관람객의 성향은 다큐멘터리 및 예술영화 장르 선호도가 매우 낮다. 그런데도 “이 좋은 걸 혼자 보다니”, “가장 중요한 교육이 이뤄진 공간”에 눈길이 멈춘다. 사회의 많은 이야기가 어렵게만 다가올 때 영화를 매개로 삶을 확장해갔고, 그대로 거름이 되어준 영화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가령 고등학생 때 언론 파업이 궁금하면 뉴스타파에서 만든 영화를 보고 친구들과 ‘MBC 파업 문화제’를 찾아갔고, 이길보라 감독의 <반짝이는 박수소리> 다큐멘터리에서 코다와 농문화를 알게 되면 또 다른 영화와 책을 보는 식이었다. 그러다 독립예술영화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식에 ‘사회적 쟁점별로 영화를 알려주는 곳이 있었다면’, ‘넷플릭스가 아닌 독립영화전용 온라인 플랫폼을 알았더라면’, ‘청소년기 어렵기도 했던 영화에 스터디 가이드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고민의 확장으로 1부에서는 독립예술영화의 정의와 의미를, 2부에서는 독립예술영화 활용교육의 사례들과 활성화를 위한 구조에 대해 같이 나누고자 한다.
독립예술영화 정의
거슬러 1998년 한국독립영화협회 창립선언문을 보면 “독립영화의 '독립'이란 흔히 말하듯 검열을 거부하고 자본을 적게 쓰는 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독립은 '그 무엇을 위한' 일일 때 그 의미가 완성된다.”라며 한 사람의 인권, 소수의 자유, 권력으로부터 독립, 진실과 정직, 세상 관점의 확장이라는 표현을 담았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 인정 심사기준으로 독립영화(*주1)는 “이윤 확보를 1차 목적으로 하는 일반 상업영화의 투자·제작·배급 방식으로부터 독립되어 제작 완료된 영화”로, ⑴ 일반 상업영화와 달리 창작자의 예술적 의도가 우선시 되어 제작된 영화, ⑵ 주류 상업영화와 다른 시각적 경험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 또는 내용으로 영화문화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영화, ⑶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이슈 등 주류 영화산업에서 다루지 않는 주제들을 과감히 다루고 있는 영화로 명시한다. 예술영화 인정 심사기준으로 예술영화(*주2)는 “작품의 영화 미학적 가치가 뛰어난 국내외 작가 영화”, “소재, 주제, 표현방법 등에 있어 기존 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특색을 보이는 창의적, 실험적인 작품” 등이 포함된다. 이외에도 투자/제작/배급의 방식과 지원, 독립영화제의 공모 여부에 따라서도 분류된다.
앞으로 영상을 수단으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면서 독립영화의 경계는 논쟁적일 수 있지만, 대표적인 정의로 단락한다. 또 진보적 영화가 독립예술영화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독립예술영화가 진보성을 띠지 않는 점도 경계하면서 ‘독립영화’를 활용할 때 어디까지 독립영화라고 볼 것인가, 독립영화로의 구분은 어떤 차원에서 필수적인가 고민해봐야 한다.
독립예술영화 활용교육의 의미
- 영화교육의 의미
영화교육은 형태에 따라 독립교과형태의 영화교육, 통합교과형태의 영화교육, 전문교과형태의 영화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 「청소년 영화 공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주3)에서 확인한 영화교육의 필요성은 “학생들이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영상 플랫폼을 읽고 제작함으로써 비판적 수용과 예술적 향유를 할 수 있는데 그 교육적 의미를 두고 있다” 했고, 8가지 접근 방법으로 영화교육 목표를 정리했다. 문화적 이해, 비평적 이해, 창조적 이해, 연계성 이해, 협동성 이해, 콘텍스트 이해, 진로의 탐색, 호기심 유발이 그것이다.
- 독립예술영화 교육의 의미
해외는 극장 중심 배급을 넘어 교육을 통해서 독립예술영화를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 캐나다국립영화위원회(NFB) ‘CAMPUS’와 영국영화협회(BFI)의 미디어 교육 사업을 위탁 진행하는 ‘Into Film’을 통해 독립예술영화 교육의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Into Film’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사명과 비전에서 독립예술영화 교육의 의미를 보면 ‘Into Film’의 활동이 “교육적 성취와 포부를 높이고 문화적 접근과 발전을 증진하며, 학습의 즐거움을 증진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유형의 영화를 더욱 잘 받아들인다고 했다. ‘Into Film’이 제공한 프로그램을 문해 교육으로 활용한 교사의 말에 따르면, 영화가 텍스트의 대안으로 문해 능력과 관계없이 토론이 가능해지며 자기들도 모르게 듣고 말하면서 문해력이 향상된다고 하였다.(*주4)
‘Into Film’은 ‘Doc Society’의 교육 플랫폼인 ‘Doc Academy’와 협력해 수상작 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 학교 교사에게 무료 리소스를 제공한다. 교육 및 학습에 다큐멘터리 영화를 사용하면 “청소년이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다양한 커리큘럼 과목에서 사용할 수 있고, 다큐멘터리가 특히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을 끌어들이는 데 효과적”(*주5)이라고 말한다.
캐나다 국립영화위원회(NFB)의 교육미디어 포털 ‘CAMPUS’는 5,200여 편의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인터랙티브 프로덕션, 단편 영화를 구축하고 있고, 오늘날의 주요 이슈와 관련된 학습 가이드, 교과 연계를 제공한다. 환경과 지속가능성, 선주민의 목소리와 화해, 다양성과 포용성이 큰 핵심 주제다. 학교 커리큘럼과 학년별 수준을 고려한 학습 가이드 제공은 질문과 토론이 가능해지고, 다양한 주제를 접함으로써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 함양, 디지털 리터러시의 촉진, 글로벌 시민 의식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독립예술영화의 활용교육은 세상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주고, 영상 매체의 특성으로 교육에서 즐거움을 줄 수 있으며, 특정한 이슈에 대한 영화로 공론장 형성 및 민주적 참여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이 의미로 보인다. 독립예술영화 활용교육의 유의미함이 교사와 학생의 목소리를 통해서 그리고 학교를 벗어난 다양한 공간에서의 경험을 통해 사회적 가치가 쌓이고 확산되길 바란다. 2부에서는 국내에서의 독립예술영화의 활용교육 사례들과 활성화를 위한 구조를 짚어보려고 한다. □
* 주
1) https://www.kofic.or.kr/kofic/business/guid/introGuideKorMovie.do 참고
2) https://www.kofic.or.kr/kofic/business/guid/introGuideArt.do 참고
3) 「청소년 영화 공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 영화진흥위원회 KOFIC 연구 2018-07
4) HOW INTO FILM'S TRAINING CAN HELP BOOST YOUNG PEOPLE'S LITERACY
https://www.intofilm.org/news-and-views/articles/ifcotm-st-marys-primary-school
5) https://www.intofilm.org/promotions/doc-academy 참고
❚ 관련 기사
[ACT! 108호] 교실로 들어간 다큐멘터리
https://actmediact.tistory.com/1228
[ACT! 110호] 독립다큐멘터리와 공영방송이 손잡는 방법 - 미국 <POV> 사례
https://actmediact.tistory.com/1272
글쓴이. 마공 (대학생 또는 기후정의활동가)
- 기후위기 시대, 독립예술영화와 교육이 할 수 있는 일을 기대한다. 그럼에 “독립예술영화 활용교육”은 솔깃하다. 생태공동체의 일원으로 공동체 상영을 기획하는 꿈을 꾼다.
현장의 ‘시선’만들기: 2021차별금지법연내제정쟁취 농성 기록단 '미디어팀' (0) | 2022.01.06 |
---|---|
독립예술영화 활용 교육의 의미와 가능성 (2) (1) | 2021.11.09 |
2021년 공동체라디오방송 사업 공모에 참여하며 (0) | 2021.06.16 |
코로나 시대에 셀프배급을 하는 감독님께 보내는 편지 - 단편영화의 온라인 영화제 배급 시 고려해야할 것들 (0) | 2021.06.16 |
백기완 선생님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0) | 2021.02.16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