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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공동체라디오방송 사업 공모에 참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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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1. 6. 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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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21년 3월 홈페이지를 통해 공동체라디오 허가 신청을 공고했다. 공동체라디오는 소출력 주파수를 통해 지역에 방송을 하는 작은 규모의 라디오 방송국이다. 공동체라디오 신규 신청을 받는 것은 한국에 공동체라디오가 처음 제도적으로 도입된 2005년 이후 약 16년 만의 일이다. 그전까지는 2005년에 시작한 공동체라디오 7곳만 계속 활동해왔다. 이는 그동안 시민사회, 지역 미디어단체 등 에서 시민들이 주파수를 통해서 지역 방송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오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30일 마감된 공동체라디오 신규 신청에 전국 각 지역에서 공동체라디오를 희망하는 많은 곳들이 지원을 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신청한 곳은 서대문공동체라디오 단 한 곳이다. 그만큼 주파수를 통해서 방송을 한다는 것이 기술도, 역량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왜 공동체라디오를 신청했는지. 이번에 신규 신청을 한 서대문공동체라디오의 고민을 들어보기로 했다.

 

[ACT! 125호 이슈와현장 2021.6.25.]

 

2021년 공동체라디오방송 사업 공모에 참여하며

- 공동체라디오 주파수가 가지는 무게와 책임

 

장수정 (서대문공동체라디오 대표)

 


  서대문공동체라디오는 정신없는
4월을 보냈다. 이름에도 공동체라디오가 들어가고, 오랫동안 마을라디오 이후는 공동체라디오라 생각하며 8년간의 마을라디오 활동을 해오고 있는 우리이지만 막상 방송통신위원회의 공동체라디오 신규 사업자 공모가 시작된다고 했을 때, 지금인가? 지금 해야하는가? 라는 결정은 내리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계시와도 같은 공동체라디오 계의 모 선배님의 나라면 쓴다라는 말과 지금이 아니면 언제 쓰겠나라는 생각에 급하게 결정하게 되었다. 3월 마지막 날 서대문공동체라디오 이사회에서 이번 공모에 참여하기로 하고 4월 말 방송통신위원회에 공모서류를 접수하기까지 그야말로 숨 가쁜 하루하루였다. 이 글에서는 그 한 달간의 과정을 통해 왜 공동체라디오인가? 라는 질문을 더 구체적으로 던지게 된 서대문공동체라디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 가재울라듸오(현 서대문공동체라디오) 6주년 기념 미니FM 공개방송

 

 

우리가 공동체라디오를 신청한 이유

 

  서대문공동체라디오는 가재울라듸오 시절부터 마을라디오를 8년간 운영해왔지만 마을라디오의 한계는 명확하다고 생각해온 편이다. 물론 우리는 마을라디오 중에서도 규모가 좀 있는 편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규모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소소한 것 아닐까. 우리 같은 경우 방송에 참여하는 인원이 4~50명 이상 넘어가면 운영이 힘에 부친다고 느껴진다. 방송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익사업이나, 외부 네트워크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식성이 없는 인터넷 방송(마을 라디오)의 한계는 여러 가지가 있다. 편성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공동체를 포괄해야 하는 당위가 공동체라디오에 비해 부족하다. 마을라디오는 하루 6시간 편성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야 하는 공동체라디오에 비해 공공성에 대한 요구가 약하고, 공공성도 약하다. 공동체라디오 편성과, 마을라디오 프로그램들을 비교해보면 마을라디오는 자신들의 지역에서 주력하는 두세 개 정도의 공동체들과만 콘텐츠로 연결되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공식성이 없다는 것 또한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줄이는 요소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라디오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더 늘리고 싶다거나, 지역에서 영향력을 더 발휘하는 미디어로서 기능하고 싶다거나 할 때 한계를 많이 느끼게 되었다.


  마을라디오 중에는 협동조합이나 비영리민간단체로의 조직적 비전을 이어가는 단체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방송국으로서의 명확한 정체성 그리고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지역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지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더 구체적이 되었다. 공동체미디어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면 대안은 공동체라디오였다. 특히 공모를 준비하는 기간은 법적인 근거가 생긴다는 것은 지역에서 많은 협력을 가능하게 하리라는 생각, 그리고 주파수가 생길 수도 있다는 공식적인 느낌에 주민들이 우리를 어떻게 다르게 보게 되었는지 느낀 시간이기도 했다. 주파수가 생긴다는 이야기가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그러면 이제 진짜 방송국이 되는건가요? 라고 누가 물었었는데 조금 씁쓸하긴 했지만 한편 이해가 되기도 했다.

 

▲ 공동체라디오 신청서를 작성중인 서대문공동체라디오 스탭들

 

 

공동체라디오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주민들이었다

 

  빠르게 공모를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주민 대상으로 공동체라디오 설립 지지서명을 받은 것이 아닐까. 이 과정은 우리에게는 주민들이 원하는 공동체라디오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아래는 주민들이 서명을 하면서 남겨준 서대문공동체라디오에 전하고 싶은 말 중의 일부이다.

 

"공동체 라디오가 만들어져서 우리 생활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면 좋겠어요! 파이팅!"

"누구나 자기 목소리가 존중 받는 세상을 향해"

"요즘같이 억지로 공동체와 멀어져야 하는 시대에 이럴수록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이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역공동체라디오는 주민공동체의 필수이자 활력입니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만드는 서대문 공동체 라디오를 응원합니다~!!"

"공동체라디오가 서대문구를 마을로 느끼게 하는 중심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동네의 소소한 정보를 알려주고 재난 시 위기를 신속히 알리는 동네 방송국이 되길 응원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방송을"

"서대문공동체라디오 응원합니다. 지역주민과 청각장애인의 목소리가 되어 주세요-*"

"공동체라디오의 꿈 실현, 파이팅입니다!"

"주민의 삶의 현실. 직접적인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라디오 방송되기를 바랍니다."

"작은소리, 선한 내용, 기쁨이 되는 소식을 많이 더 많이 들려주세요. 그 반대되는 일들은 다른 매체에서 귀 따갑게 듣고 있으니까요^~^"

"9행시로 응원합니다.^^
서로서로를 알아갈 수 있어요. 마을의 소식을
대신 전달해 주기도 하죠. 마을의
문제를 같이 해결하면서
공동체 의식 생겨
동시에 또 다른 가족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체(채) 워 주세요. 마을의 소리를
라디오로 디자인해주세요.
오늘의 일기처럼 마을을 기록해 주세요."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 한마디 한마디를 통해 주민들이 공동체라디오의 의미를 누구보다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민들이 한마디 속에 우리가 공동체라디오를 하려는 의미가 다 담겨 있다고나 할까? 서명을 받기로 하면서도 사실 이 정도의 메시지를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서명을 받으면서 주민들이 공동체라디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걱정은 덜해도 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가재울라듸오 이름으로 활동한 8년 간의 시간이 적어도 공동체라디오를 조금은 알리는 시간이 되었던 건 아닐까? 주민들의 서명을 받는 것을 작은 시작으로 앞으로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라디오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 애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과정이 옳은 방향일 뿐 아니라 우리에게 아주 든든한 느낌을 준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공동체라디오가 주민들의 것, 공동체의 것이 될 것이라는 느낌은 주민들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 공동체라디오 주민지지서명 웹자보

 

 

주파수에는 책임이 따른다

 

  물론 아직, 공동체라디오 사업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공동체라디오 공모를 진행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막연히 150페이지 정도의 기획서를 채워야 한다고 들었을 때는 매우 막막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서대문공동체라디오 내부에서는 우리가 만들려는 공동체라디오의 구체적인 모습에 대해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루에 방송을 몇 시간이나 할 수 있을지, 청소년 프로그램은 어떤 걸 만들면 좋을지, 또 지역의 누구와 연대해서 방송을 만들지, 우리가 재난 방송을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안테나는 어디에 세우는 것이 이상적 일지,, 안테나를 세우기 위해 구청의 허가를 얻으려면 누구를 설득하고 누구를 만나야 할지, 여러 가지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간만에 한 야근도 즐거웠던 그런 시간이었다. 주파수를 찾는 것도, 기술 관련 부분 기획을 만들어가는 것은 물론 낯설고 어려운 과정이다. 그렇지만 기획서를 쓰며 난수표 같은 기술 관련 서류들을 해독하면서 이런 과정이 곧 공공의 주파수라는, 공공의 것이라는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한다는 무게감을 간접적으로 느끼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공동체 방송국을 운영한다는 것은 주민들의 기대를 껴안고, 공공의 것을 대표해서 운용한다는 책임감을 갖는 일이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의 어려운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이 책임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업 기획서를 쓰는 과정에서 주파수를 더 많은 이에게 열어주도록 기술적 기준을 낮추어야 한다는 의견을 접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공적인 책임감과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마을라디오, 공동체미디어가 반드시 지녀야 할 조건이다.

 

  요즘은 기획서 보완과 지역에서 필요한 네트워크 작업을 하며 지내고 있다. 이 과정을 지나고 좋은 결과가 찾아오길 기다린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좋은 결과를 함께 기다려 주시길.

 

※ 본 글은 '마을미디어웹진 마중(2021.6)'에도 공동게재됐습니다.

출처: https://actmediact.tistory.com/1622 [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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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T! 122호] 공동체라디오 신규 허가에 대한 기대와 제언

https://actmediact.tistory.com/1540


글쓴이. 장수정

 

 

- 2006년 평택 대추리에서 '들소리 방송국'으로 미디어 활동을 시작해, 다큐멘터리 제작, 미디어교육, 미디어 정책 및 네트워크 등 다년간의 우여곡절을 거쳐 2013년부터 서대문의 가재울라듸오를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왔습니다. 현재는 사단법인으로 조직전환을 하며 이름을 바꾼 (사)서대문공동체라디오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력이 들쭉날쭉하다 생각했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일관된 이력이 되어버려 당황하고 있는 중입니다. 돈 되는 일은 열심히, 돈 안 되는 일은 더 열심히 하는 것을 목표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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