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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궁극적으로 관객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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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1. 4. 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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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는 특별한 선구자들에 의해 전개되지 않았습니다. 영화사의 사건은 그것을 추동한 시대적 맥락과 함께 일어났으며 시대적 맥락의 한 축이자 영화의 필수 구성요소인 관객들과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전개되었습니다.”

 

[ACT! 124호 우리 곁의 영화: 영화사 입문 2021.04.09.]

 

 

4. 영화는 궁극적으로 관객을 향한다

 

 

조민석(<The Secret Principle of Things>, <>)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의미에서의 영화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뤼미에르 형제는 오늘날 우리가 말하고 생각하는 의미에서의 영화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뤼미에르 형제가 관객들에게 보여주고자 한 것은 희귀하고 흥미로운 구경거리에 불과합니다.

 

<벽 철거(Démolition d'un mur)>

  뤼미에르 형제의 <벽 철거(Démolition d'un mur)>(1896)입니다. 인부들이 남은 벽을 허물고 있습니다. 이내 벽이 허물어지자 영상이 거꾸로 재생돼 처음 시작했던 상태로 되돌아갑니다. 상영 당시에는 영사기 손잡이를 직접 역으로 돌렸을 것입니다. 

 

  이때 이 역재생에 거창한 의도가 있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역재생의 목적은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신기한 광경을 펼쳐보임으로써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데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관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기술적 변화를 취한 것입니다.

 

  예술적 시도가 아닙니다.

 

  초창기 영화에는 내용이 없습니다. 발화적 동기를 가지며 의미나 지향하는 가치 등을 담지하는 차원에서의 내용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내용도 체계도 없는 영화가 오늘날 우리가 관람하는 형태의 영화로 점차 변모해가는 과정에는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깊숙히 개입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 니다.

 

<정원사(Le Jardinier(l' Arroseur Arrosé))>

  뤼미에르 형제의 1895년 12월 28일 상영작 <정원사(Le Jardinier(l' Arroseur Arrosé))>입니다. 정원사가 정원에 물을 주고 있습니다. 정원사 뒤의 소년이 호스를 밟자 물이 멎습니다. 왜 이러나 싶은 정원사가 분사구를 들여다보자 소년이 발을 떼고 정원사는 뿜어져 나오는 물을 얼굴에 맞습니다. 

 

<물 뿌리는 사람이 물에 맞는(Arroseur Et Arrosé, III)>

  이후 뤼미에르 형제는 같은 설정의 영화를 두 차례 더 제작합니다. 뤼미에르 형제뿐만 아니라 영국의 제임스 뱀포스James Bamforth가 같은 설정의 영화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1899년작 <제 꾀에 자기가 당한(The Biter Bit)>입니다.

 

<제 꾀에 자기가 당한(The Biter Bit)>

  짧은 기간 동안 같은 설정의 영화가 반복해서 제작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관객들의 호응 때문일 것입니다. 관객들이 특히 즐거워하고 선호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 화부터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습니다. 당시의 영화 상영은 희귀하고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제공하는 ‘쇼’입니다. 

 

  따라서 뤼미에르 형제나 이후에 언급될 조르주 멜리에스를 그저 영화예술의 창시자로만 보는 것은 몰역사적인 시각입니다. 이들은 예술가라기보다는 관객들의 호응을 따라간 사업가에 가깝습니다. 이들은 다큐멘터리를, SF영화를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뤼미에르 형제나 멜리에스 같은 사람들을 오늘날의 범주에서 소급적 방식으로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화석화된 신화로 보아서도 안됩니다. 그들은 분명히 영화의 전통에서 불변의 출발점들이지만 당대의 맥락 속에서도 파악해야 하는 것입니다. 

 

  영화사는 특별한 선구자들에 의해 전개되지 않았습니다. 영화사의 사건은 그것을 추동한 시대적 맥락과 함께 일어났으며 시대적 맥락의 축이자 영화의 필수 구성요소인 관객들과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전개되었습니다. 우리가 한동안 검토하게 1910년대까지의 초기 영화에서는 특히 유념해야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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