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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를 공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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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0. 4. 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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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는 이처럼 우리의 의식 저변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굳이 그것을 따져 묻지 않더라도 오늘날의 영화에서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사소한 장면 하나하나에도 영화사의 흔적이 묻어있습니다."

[ACT! 118호 우리 곁의 영화 - 영화사 입문 2020.4.10.]

 

1. 영화사를 공부하는 이유

 

조민석(<The Secret Principle of Things>, <>)

   

  ‘영화사를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얼마 전 마친 강의에서 받았던 질문입니다.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져 봤을 법한 의문입니다. 알아두어야 한다는 당위도, 굳이 알 필요 없다는 이유도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양 측면에서 답했습니다.

▲<나의 아저씨Mon Oncle>(1958, 자크 타티Jacques Tati) 

  2020년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나의 아저씨>는 자크 타티Jacques Tati가 연출한 1958년 작품이자 2018년에 아이유(이지은)가 주연한 텔레비전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2018년의 드라마가 1958년 작의 제목을 차용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연상입니다. 자크 타티의 1958년 작 <나의 아저씨(나의 삼촌)>는 영화사에서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고전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크 타티 영화를 대표하는 요소이자 그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것이 ‘소리’입니다. 자크 타티가 ‘소리’를 사용하는 방식과 2018년의 드라마가 ‘소리’를 사용하는 방식이 아주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2018년의 드라마에서도 ‘소리’는 주요한 요소로 쓰입니다. 적극적으로 표방한 것이든, 은연중에 그렇게 된 것이든 간에 이 드라마가 타티의 고전을 의식하고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1958년 프랑스 영화와 2018년 한국의 드라마 사이에서 영화사가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 해도 2018년의 <나의 아저씨>를 감상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1958년 작을 즐기는 사람들이 2018년의 드라마에 반감을 가질 가능성이 크겠지요.


  영화사를 알아두어야 한다는 이유도, 굳이 알 필요 없다는 이유도 어쩌면 변명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 가지만큼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 영화가 존재한다면 영화사도 우리 곁에 있을 것이며, 그런 까닭에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영화들 역시 영화사의 일부이며, 우리 또한 영화사의 일부이자 증인이라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서 영화사는 ‘우리’라는 존재의 일부입니다. 공동의 기억인 것이죠. 영화사를 알아두어야 하는 당위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찾자면 바로 이 점을 거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이해에서 출발하면 과거의 영화는 우리의 일부이자 오늘날의 영화를 파악하는 단서로 의식할 수 있습니다.


  화제가 되었던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도 우리는 영화사를 의식할 수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함께 수상 후보에 오른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감독을 언급하며 여전히 그가 남긴 메시지를 간직하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 속에 어떤 식으로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입니다. 마틴 스콜세지 역시 전 세대의 유산을 물려받은 감독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간직한 메시지는 마틴 스콜세지가 존 카사베츠John Cassavetes에게 물려받은 것이며,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의 <싸이코Psycho>(1960)에 대한 다큐멘터리 <78/52>(2017, 알렉산더 오 필립)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성난 황소(Rasing Bull)>(1980, 마틴 스콜세지)의 한 장면은 <싸이코>의 그 유명한 샤워실 장면을 그대로 차용하기까지 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감독인 알프레드 히치콕 역시 전위적 경향을 띠기도 했던 20년대 무성영화들의 성취를 물려받았습니다.

▲<나의 아저씨>(2018, 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 

  영화사는 이처럼 우리의 의식 저변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굳이 그것을 따져 묻지 않더라도 오늘날의 영화에서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사소한 장면 하나하나에도 영화사의 흔적이 묻어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이러한 지점들을 검토해볼 것입니다. 영화가 어떠한 변천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는지, 중요한 변곡점들을 따라 편집의 역사, 특히 데쿠파주의 진화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그러한 영화의 변모를 뒷받침한 제도적 측면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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