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ACT! 의 'Me, Dear'는 미디어활동가들의 소회를 편하게 들어보기 위해 마련된 코너입니다. 꼭 이슈가 있지 않더라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각자의 활동을 응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오랫동안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 협동조합에서 활동했던 김남훈 님이 이사직을 그만두고 평조합원으로 돌아간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활동한 만큼 소회도 남다르고 고민도 깊을 것 같아서 청탁을 부탁드렸고 다행히 흔쾌히 받아주셨습니다. 대구의 오오극장, 부산의 씨네소파 영화배급 협동조합 등 독립영화에도 근 몇 년간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과 시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중 선두주자 격으로 독립영화 협동조합 활동을 시도했던 모두를 위한 극장 김남훈 님의 이야기에 공감할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ACT! 114호 Me, Dear 2019.05.25]

    협동이라는 이름의 경쟁

     

    김남훈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 조합원)

     

     

     

    “다시는 협동조합을 하고 싶지 않다” 

      얼마 전 어느 협동조합의 이사장님과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졌다. 그는 며칠 전 페이스북에 자신의 조직에 관해서 복잡한 심경의 글을 올렸고, 그런 그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술자리 있던 우리는 그의 하소연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여야했다. 

     

      그는 5년 전 쯤 지금의 협동조합 설립을 주도하여 이사장으로 취임하였고 협동조합은 단단한 미션과 비즈니스 모델 덕에 초반부터 주목을 받고 성장해갔다. 그러다 일 년 여 전쯤부터 다른 임원들과 조금씩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대게는 세부적인 프로젝트의 수행 여부나 타당성, 조직 미션이나 정체성에 대한 이견 때문이었다. 

     

      조금씩 누적되던 갈등은 결국 큰 다툼으로 번졌고 그는 이사장으로서 권한을 다른 임원들에게 모두 위임하며 스스로 ‘바지사장’이 되었다. 이 부분은 잘 이해가 안됐는데, 젊은 시절 운동권이었던 그는 과거의 방식으로 동료들과 싸우는 것이 싫어서 그랬다고 한다. 

     

      그렇게 일 년의 시간을 보내고 공식적으로 새 이사장과 임원을 선출하는 총회에서 그는 이사장직을 포기하는 전제로 임원선거에 출마했으나 과반 이상의 찬성을 받지 못해 낙선하였다. 그는 그 상황에 매우 충격을 받았으나 새로 선출된 임원들은 자신들에 대한 축사와 이임사를 부탁하였고 그는 무대에 올라 새 임원들에게 웃으며 축사를 건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총회에서는 그렇게 감정을 감출 수밖에 없었겠지만, 술자리에서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날의 서운한 감정과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술기운인지, 분노 탓인지 붉게 상기된 얼굴로 그는 “다시는 협동조합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모두를 위한 극장에서 진행한 인문상상시네마 상영회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됐다. 당시 협동조합 설립을 홍보하던 정부는 “5명 이상 모이면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하다”는 법조항을 강조하였다. 누구나 쉽게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된 지금, 약 15,0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는데 그 중 40%에 가까운 수는 사실상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휴면협동조합이라고 한다. 설립하기는 쉬워졌으나, 막상 운영하고 자립하기는 훨씬 더 어려운 것이 협동조합이다. 


      혹자의 말로는 협동조합의 경우 설립한 후 5년 동안 도산 또는 휴면한 확률이 다른 법인 형태에 비해 매우 높지만, 5년 이상 활동을 이어가면 80% 이상은 15년 이상 사업을 연속한다고 한다. 왜 그럴까? 협동조합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여럿이 함께 하는 ‘동업’을 의미한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부모에게 누누이 들어왔던 도박, 보증과 함께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그 ‘동업’ 말이다. (당연히 동업하다보면 ‘보증’도 따라오고 그것은 마치 ‘도박’과 같다) 

     


    ‘동업’하면 돈도 잃고 사람도 잃는다. 정말 그럴까? 

      내가 얼마 전까지 이사장으로 있었던 모극장(모두를위한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은 2013년 4월 19일에 설립된 협동조합이다. 이제 만으로 6살이 되었다. 그 동안 많은 선배와 후배 협동조합이 돈 잃고 사람 잃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어느 협동조합이나 공통적으로 한 번 이상 전쟁에 가까운 싸움이 일어나고 이는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모극장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조금 운이 좋은 점은 싸움이 크게 번지기 전, 변화도 함께 작동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협동조합의 지속을 가늠한다는 5년의 시간을 지나 계속 살아있다. 
      
      생각해보면 5년 넘는 시간 동안 우리 안에 있었던 그 많은 싸움의 원인제공자는 거의 ‘나’였다. 어떤 일을 우리가 찾아내거나 또는 찾아왔을 때 그 설득과정과 협의과정에서 나는 주로 상처주고 우리는 상처받는 일들이 반복됐다. 어떤 상처는 맷집이 됐지만 어떤 상처는 크게 흉을 남기기도 했다. 왜 싸웠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것은 대체로 각자가 할 수 있는, 또 하고 싶은 일들에서 발생한 ‘책임 투쟁’이 아니었나 싶다. 

      올 총회에서 나는 그간 유지해 온 이사장이란 책임을 벗고 평조합원이 됐다. 책임 투쟁의 현장에서 조금 거리를 두게 되었고 새로운 임원들을 선출되면서 모극장은 이제 새로운 동업체제를 갖추었다. 겨우 두어 달이 지났는데 분명, 누군가를 상처 줄 일이 사라졌고 나 역시 상처받는 일이 없어졌다. 


    ▲모두를 위한 극장에서 진행한 청소년 대상 창의적 영화감상 교육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실천은 어렵다 

      ICA(국제협동조합연합회)에서는 “...경제 사회 문화적 필요에 의해 조합원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결사체...”라고 협동조합을 정의한다. 갈등에 직면할 때, 흔히 사람들은 소통의 문제를 제기한다. 사람들이 바라는 소통이란 위압적이거나 수직적인 것이 아닌, 공평하고 상호적인 민주적 소통일 것이다. 협동조합에서 이러한 민주적 소통이 일어나기 위해서 전제되어야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ICA의 정의에 나와 있는 ‘공동으로 소유’ 한다는 개념이다.


      내 것이고 동시에 네 것인 소유의 개념은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으나, 막상 쉽게 실천하기 어렵다. 오히려 내부의 경쟁이 촉발시키는 이유가 된다. 이러한 경쟁 체제 안에서의 이뤄지는 소통은 아무리 낮게 말해도 친절하게 경청해도 부드러운 무시와 배제 그 이상 아무 것도 아니다. 무언가를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것의 실천적인 행위는 책임을 나누는 것, 책임을 인정하는 것, 책임을 순환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남훈 조합원(사진 오른쪽)이 상영회 후 GV를 진행하고 있다



      이사장직을 그만두며 책임투쟁의 현장에서 조금 벗어났지만 어느 누군가는 이전의 나처럼 조금 더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책임이 집중되는 것을 완화하고자 여러 조치가 이행되고 있는데, 여기에도 작지만 또 다른 책임이 필요하며 그 크기에 맞는 갈등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그렇게 조금씩 나눠 갖는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모 협동조합의 이사장님은 자기 조합의 책임 수준에 실망했지만, 그도 여러 감정노동에서 자유로워진 현재 상황을 적응하고 조합 안에서 다시 자기 역할을 찾아내고 있는 듯싶다. 그렇게 돈도 남기고 사람도 많아지는 동업이 여기저기서 이어지고 있다. 

     


    글쓴이. 김남훈  

     

    현재는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 평조합원이다.

    Posted by ACT! act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