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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12호 Me,Dear] 내가 매일 페북에 관객수를 올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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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8. 12. 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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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12호 Me,Dear 2018.12.14.]


내가 매일 페북에 관객수를 올린 이유


이마리오(<더 블랙> 감독)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홍보가 목적이었다. 페이스북에서라도 홍보를 하면 <더 블랙>을 보러 와 줄까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하지만 매일 밤 12시가 넘어 그날의 관객수를 확인할 때마다 들었던 감정은 열패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었다. 이 글은 개봉 직후 페이스북에 매일 매일 관객집계를 올리면서 들었던 주변사람들의 반응들 그리고 매일이 어느덧 쌓이기 시작하면서 마무리를 어떻게라도 해야 된다는 고민을 액트의 원고 청탁을 통해 쓰게 된 매우 개인적이고 두서없는 <더 블랙> 개봉기이다.


더 블랙(이마리오, 2018)

 


ㆍ 총 관객 803명(개봉 전 영화제 관객 356명 포함) / 개봉관객 447명

ㆍ 개봉 시작 9개 스크린 / 최대 스크린 13개 / 상영 14회

ㆍ 총 152회 상영(개봉 전 6회 상영을 제외하면 146회 상영)

ㆍ 1회 상영 시 평균 관객 3명

ㆍ 극장 예상 수입(250만원) / 개봉 비용(자체) 1,500만원



  숫자로 정리해본 <더 블랙> 개봉 성적이다. 참담하다. 어떻게 보면 ‘이 정도의 관객을 위해 굳이 비용도 많이 들고, 많이 이들이 고생을 해야 하는 개봉을 해야 했는가?’라는 질문이 저절로 들 수밖에 없다. 이 질문을 다르게 바꿔보면 ‘개봉을 하지 않고 어떻게 관객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것으로 관점을 달리 할 수 있다. 가능한 방법은 몇몇 영화제에 상영한 후 조금이라도 영화의 이름을 알리고 난 후 공동체상영을 시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영화의 존재를 알리려면 영화제 수상을 하거나 그 작품이 나름 화재가 되어 온라인을 통해 홍보가 되어야만 무언가 시작해볼 가능성이 열린다. 게다가 현재 공동체 상영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는 이명박근혜 정부를 지나면서 거의 사라졌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어 혹은 할 수 있는 게 개봉이라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에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언론에선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지나간 사건일 뿐이었고, 촛불을 들었던 많은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나마 개봉이라도 했으니 몇몇 언론과 온라인에서 고맙게도 작품에 대한 언급을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4년이 지나 드디어 다큐멘터리를 완성하였고 피디는 배급사들에게 배급의뢰를 하였다. 이때 들었던 대부분의 답은 ‘1년만 일찍 나왔어도......(배급했을 텐데)’였다. 이 작품의 특성상 영화가 소비(?)될 수 있는 타이밍이 이미 지났다는 말이다. 아마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는 대부분의 다큐멘터리 영화의 숙명일 듯하다. 내가 아무리 ‘이 사건은 끝나지 않았을 뿐더러,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직간접으로 연관된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건은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라고 주장해봐야 허공에 대고 미친놈처럼 소리 지르는 느낌이었다. 


  어쨌든, 올해 개봉한 독립영화들 중에 1만 명이상의 관객이 든 영화는 양손으로 세어도 손가락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개봉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물론 올해 개봉한 <서치>처럼 ‘영화를 잘 만들면 되는 거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순진한 생각일 뿐이다. 서치는 제작비만 10억이 들었다. 게다가 개봉 당일 586개 스크린에서 2,608회 상영을 했으니 스크린 하나에 평균 4.5회 즉 종일 상영을 했다는 전제가 있다. 

  지금 독립영화를 틀 수 있는 극장들은 전국 20여개(멀티플렉스에서 구색 맞추기로 운영하는 전용관은 제외하고)가 안 된다. 극장은 적고 매달 개봉하는 독립영화들은 많으니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하루에 5편의 영화를 한 번씩만 상영할 수 있다. 그나마 운이 좋지 못하면 하루에 한 번도 상영하지 못하는 독립영화들이 부지기수이다. 더더욱 심각한 문제는 독립영화를 찾는 관객들이 극장에 오지 않은지는 이미 1년도 넘었다는 점이다. 관객이 점점 늘어나는 게 아니라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굳이 극장을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절이 아닌가? 


▲ 더 블랙(이마리오, 2018)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현재의 개봉이라는 구조는 정확하게 보자면 상업영화 배급경로일 뿐이다. 물론 이 경로를 이용하여 독립영화가 배급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드물다. 독립영화만의 배급경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독립영화를 이해하고, 이것의 사회적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상업영화와 다른 영화적인 지점들이 무엇인지, 또한 왜 우리는 독립영화를 봐야만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갖고 독립영화 배급경로를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미디어센터들의 상영관을 적극적으로 활용을 하거나, 지역에 있는 상영이 가능한 유휴공간들을 활용을 하거나 아니면 공공적인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작은영화관’에 독립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이런 일들은 개인이나 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영화진흥위원회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작지원을 하고 배급지원금으로 3천만 원을 주면 본인들 할 일이 끝난 게 아니라 흔히 말하는 문화적 다양성을 위해서 혹은 서울과 지역의 문화적인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집행하여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다양한 시선이 담긴 독립영화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만 한다. 영화산업은 공정성이 유지되도록 하는 역할만 하고 독립영화, 예술영화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하는 주체는 바로 영화진흥위원회이다. 이러한 일들을 하기 어렵다면 ‘독립영화진흥위원회’라도 만들어서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더 블랙>을 개봉하면서 몇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되었다. ‘만들어도 보여줄 곳이 없는데 계속 작업을 해야 할까?’, ‘독립영화를 하면서 최소한의 생존가능한 방법이 있기나 한 것일까?’ 답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다음 작품을 완성한다면 지금의 개봉이라는 구조를 절대로 이용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을 거라는 점이다. □




글쓴이. 이마리오



<주민등록증을 찢어라>(2001), <미친 시간>(2003), <더 블랙>(2018)을 연출했으며,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2005),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삼척>(2015) 등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서울영상집단을 거쳐, 현재 강릉 미디어협동조합 이와, 사회적협동조합 인디하우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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