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13호 작지만 큰 영화관 2019.03.14.]


    (한 단골관객의) 신영 사용설명서 


    고쉼바(신영 단골관객)


    1. 신영극장이란 


      감격스러웠던 재개관이 얼추 2년이 되어간다. 휴관을 하는 동안 강릉씨네마떼끄에서 만든 ‘신영’이라는 존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영화를 사랑한다, 라는 공통의 명제를 가지고 만나게 된 사람들인데 어느 순간 영화를 틀어주는 사람들과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 단순히 위치시키고 그저 영화를 많이 보는 게 도움이 되겠지, 라며 안주해 결국 소중한 공간을 한 번 잃지 않았나, 후회가 들었다.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라도 해야겠다. 신영극장 시즌2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나만의 가이드를 하겠다. 모두들 따라오셔서 함께 영화를 보고 또 다른 자기만의 신영사용설명서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로고



    2. 찾아오시는 길 


      강릉에서 신영극장이라고 하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버스정류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오는 게 가장 좋다. 가끔 유동인구로만 따지면 버스정류장에도 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할 때가 있다. 옛 명성에 가려져 지금의 매력이 더 안보이지 않을까 조바심이 나지만. 

      그럼에도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건 강릉이라는 지역 안에서 잊지 않았으면 하는 소중한 것에 대한 극장 사람들의 애정이 아닐까. 미리 위치를 파악하고 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모두들 위치를 설명해 주신다. 그게 버스 정류장이든 옛 극장이든 지금의 신영극장이든.

      KTX 개통 후 강릉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아지고 덩달아 여행길에 신영극장을 찾는 관객들도 많아 졌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김민희처럼 바다나 봉봉방앗간을 들른 뒤나 혹은 들르기 전에 마치 순례코스처럼 말이다. 꼭 영화에 관심이 있어서 계획해서 온 게 아니더라도. 강릉에 개성 있는 카페나 서점에 진열되어있는 시간표나 영화 전단지를 보고 찾아서 오시는 경우도 있다. 바다바람을 맞고 줄서서 장칼국수를 먹고 유명한 커피를 마시고 개성 있는 신영의 영화를 본다. 절로 힐링이 되는 코스가 아닌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운전해서 오시는 경우 시내에 나오면 주차하기가 무척 힘들다. 전체 문의전화 중에 주차시설에 대한 비율이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강릉 시내의 무료주차장은 항상 꽉차있고 요리조리 숨어 있어 안내조차 쉽지 않다. 물론 마련된 주차공간이 있으면 좋겠지만 신영에는 없다. 

      처음 마주하는 불편함이다. 처음에만 그렇다. 시내 어디든 10분 안에 극장에 도착하니 여유를 가지고 주차를 한 뒤 천천히 걸어오시는 건 어떨까?


    ▲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입구 (출처: 신영 홈페이지)



    3. 발권하기 


      신영 마크를 따라 극장 문을 열고 들어오면 벽에 붙여진 상영 중인 영화의 포스터들이 먼저 반겨준다. 축제 같다. 늘어선 그것들이 보여주는 한 줄의 글과 장면들이 군침을 돌게 하다못해 허기를 느끼게 한다. 영화를 보고 나설 때도 그곳에 있는 포스터들을 가리키며 여운에 젖어 영화 속 장면 이야기를 하거나 다음에는 이 영화를 보자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나서는 얼굴들이 너무 좋아 덩달아 웃음이 나고 만다.

      로비를 지나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한 사람 한사람 반겨주는 직원에게 가서 발권을 하면 된다. 

      개인적인 추천은 A열 7번. 스크린이 가장 크게 들어오고 소리가 앞뒤에서 둘러싸는 느낌을 제일 잘 받는 것 같아서 좋아한다. 심지어 퇴근해서 부은 다리를 쉴 수 있는 발 받침대도 있어 거의 집에서 누워 영화를 보는 안락함이 있다. 씨네필 자리라고 혼자서 주장하고 있다. 

      예전에 있던 시그니처 같던 의자는 낡고 등받이가 낮아 불편하다는 의견에 재개관 하면서 바꾸었다. 객석수를 줄이고 공간을 충분히 넓혀 어느 자리에서건 불편감은 없다. 맨 뒷자리를 지정좌석으로 두고 있는 한 단골 관객 분은 신영에서 개봉하는 모든 영화를 그 자리에서 보고 계신다.

      그래, 진정한 씨네필은 자리 탓을 하는 게 아니야. 물론 상영관 안에 불이 꺼지면 지정 좌석임에도 빈 좌석으로 자리를 옮겨도 된다.

      발권해주는 티켓은 신영만의 디자인이 되어있어 간직하면 기념이 된다. 지난 티켓들을 방바닥에 주르륵 펼쳐놓고 보았던 영화를 정리하는 건 1년의 수확이다. 

      보통 극장 안에는 한 두 명의 직원이 있다. 영사 준비를 하고 상영관 안을 정리하고 로비에서 관객을 맞이하고 발권을 하고 음악을 틀고 음료를 만들고 문의 전화를 받고 관객들의 궁금증에 답을 줘야 하며 본인이 담당하는 각종 업무까지 해야 한다. 옆에서 보고 있다 보면  몇 안 되는 인력으로 어떻게 이걸 다 하는지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 진다. 

      그래서 자원활동가를 모집 중이다. 신영극장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이 들어오면 식은땀부터 나는 어리숙한 자원활동가도 있다.

      그게 나다. 



    4. 영화보기


      <옥자>도 <로마>도 넷플릭스로 보는 요즘이다. 편의에서 벗어나 여유를 느끼러 오신 당신이 선택한 영화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작은 강릉을 다양성의 도시로 만드는데 한 몫 하고 있는 신영의 영화이기에 믿고 보아도 된다. 

      로비에서 판매하는 음료와 주전부리를 들고 들어가 앉으면 자! 비상구 안내까지 귀여운 신영의 영화가 시작합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오를 때까지 여유롭게 천천히. 


    ▲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상영관  (출처: 신영 홈페이지)



    5. 영화를 본 뒤 


      영화가 끝난 뒤 상영관 안에 불이 켜지고 문이 열리면 턴테이블에서 돌아가는 LP가 들려주는 영화 음악이 가득한 로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상영 전에 미리 와서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영화의 여운에 잠긴 상영 후가 신영극장 안을 더 따뜻하게 만든다.

      한 쪽 벽에 빼곡히 붙은 타일에는 신영극장을 개관할 때 필요한 보증금을 십시일반 모아주신 ‘나는 주인이다’의 이름이 적혀있다. 예전에는 객석에 붙어 있어 찾아서 앉는 재미가 있었지만 관객의 편의를 위해 형태를 바꾸었지만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은 여전하다. 심지어 직원 분들이 하나하나 손수 붙였다는 가내수공업냄새 가득한 미담이 있다. 

      또 다른 쪽 라이브러리에는 벽장 가득 DVD와 영화 잡지, 각종 서적들(만화책 포함), 강릉 혹은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는 리플렛들과 읽을거리들이 가득하다. 강릉씨네마떼끄가 그동안 모아놓은 귀중한 보물들이다.

      꼭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더 많은 관객이 앉을 것인가 이리 저리 옮겨 다니며 고심한 흔적들이 보이는 의자에 앉아 책을 읽어도 좋다. 

      2만 여 편의 DVD는 그동안 회원들에게만 무상으로 대여를 해주다가 지금은 비회원에게도 대여를 해드린다. 물론 안타깝게도 비회원은 유료다. 

      더 안타까운 건 당신이 아직 회원이 아니라는 거다. 주는 것 보다 받는 게 더 많은 신영의 회원은 두 종류로 나뉘어져 있는데 연회비 만원에 1년 동안 몇 번이고 천 원씩 관람료를 할인받는 씨네필이 있다. 또, 신영을 운영하는 강릉씨네마떼끄를 정기적으로 CMS 후원을 하고 관람료 할인과 DVD 무료 대여 및 신영극장과 더불어 강릉씨네마떼끄의 자랑인 정동진독립영화제의 기념품까지 받는 후원회원이 있다. 물론 연말 정산에도 도움이 된다.

      회원 미션까지 클리어 한 뒤 자원활동까지 하게 되면 프로페셔널한 신영러가 될 수 있다. 자원활동가는 영화와 식사가 무료로 제공된다. 곁들여 좀 더 깊이 있고 깨알 같은 영화계 이야기도 직원에게 들을 수 있다. 이쯤 되면 개미지옥에 걸려든 성실한 개미가 되어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당신은 정동진독립영화제 포스터를 붙이고 있을 수도 있다. 



    6. 극장 문을 나서며 


      건물 밖으로 나서면 극장 안과 온도차가 느껴진다.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극장 안의 온기가 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씨네토크를 기획하고 영화 모임을 만들고 버스, 신문, SNS에 홍보를 해도 주변사람에게서 신영극장이 아직 하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신영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말문이 막힐 때가 많다. 신영의 영화가 자신과 안 맞는다는 말을 들으면 고민이 깊어진다. 

      홍보가 문제일까? 아니면 그 홍보가 사람들에게 가닿지 않는 것이 문제일까. 어쩔 수 없이 수익과 반비례하듯 종영하는 영화들을 볼 때마다 만들어지고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들이 많은 것도, 그 영화를 틀 상영관도 적은 것도, 그 상영관을 운영할 자금에 허덕이는 것도. 연쇄적으로 누가 만든 지도 모를 턱에 걸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저 신영이 자꾸 덜컥거리더라도 지금처럼 지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얼마 전 <키키 키린 특별전>을 하며 지역의 한 카페에서 후원을 받아 <앙, 단팥인생이야기> 상영 전 관객에게 도라야끼를 나눠드렸다. 즐거워하던 사람들의 얼굴이 선하게 떠오른다. 작은 손들이 모여 만든 공간을 작은 고리가 이어지듯 꾸준하게 함께 고민하며 상생의 공간으로 더 확장되면 좋겠다.

      외로운 이주민인 나에게 따뜻한 손과 품을 준 신영극장과 강릉씨네마떼끄에게 감사의 마음과 사랑을 보낸다. 아프지만 말자. □




    글쓴이. 고쉼바



    - 신영극장 영화를 좋아하는 까다로운 고양이


    Posted by ACT! act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