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릴레이인터뷰] 공동작업실 탐방기(3) 한 밭에서 저마다 피어나는 사람, 관계, 작업 - 김수목, 박수현, 윤가현, 주현숙 감독 인터뷰

[ACT! 100호 릴레이인터뷰 2016.10.14]

릴레이인터뷰 - 공동작업실 탐방기(3)

한 밭에서 저마다 피어나는 사람, 관계, 작업

- 김수목, 박수현, 윤가현, 주현숙 감독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민경 (자유인문캠프)

주현 (ACT! 편집위원회)

 광화문과 종각역 사이에는 수송이라 불리는 동네가 있는데, 그곳 대로변을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복합상가건물 하나가 나온다. 8층,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복도를 돌면 활짝 열린 문, 살짝 삐져나온 운동화가 보인다. 총 여덟 명의 감독들이 작업하거나 거주하는 곳, 여태 방문한 공동작업실 중 최다 인원이 함께하고 있는 이 장소에서, 윤가현, 김수목, 주현숙, 박수현 네 명의 감독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인터뷰에 함께 한 장민경, 박수현, 주현숙, 김수목, 윤가현 감독 

 윤가현 감독은 최근 <가현이들> 작업을 마무리했다. <가현이들>은 이번 DMZ영화제에서 상영하게 된다. 영화에는 알바노조의 활동 현장에서 감독 본인과 이름이 똑같은 가현이들을 만나며 겪은 일들이 담겨있다. 옆 자리에 앉은 김수목 감독은 현재 <가현이들>의 피디를 맡고 있다. 2년 전, 이 작업실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조합 이야기를 담은 <니가 필요해>를 작업했다. 당시 <니가 필요해>의 피디를 맡았던 주현숙 감독은 요즘 <빨간벽돌> 편집에 여념이 없다. <빨간벽돌>은 구로동맹 파업에 대한 영화다. 올해 안에 편집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작업실 막내, 박수현 감독은 태준식 감독의 영화 <촌구석>의 조연출을 하고 있다. 최근 재개발 지역 용역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일>을 만들었고, 다음 작업을 고민 중이다. 현재 416 미디어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ACT! : 어쩌다 이렇게 공동 작업실을 꾸리게 되신 건가.

현숙 : 원래 5-6년 전 쯤 만든 작업실이 있었다. 작업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에는 태준식 감독이랑 나랑 신임호 감독이랑 낙원동에 사무실을 얻었다. 아무래도 작업실이 작업에 강제성을 주는 것도 있고, 작업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서로 바로바로 도움을 주기도 하고, 장비도 서로 빌리거나 권해주기도 하니까. 같이 작업실을 쓰는 게 여러가지 측면에서 편하고 좋았다. 이후 김수목 감독도 들어왔다.

수목 : 당시 난 촬영은 끝난 상태였지만 집에서 작업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라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중 (당시 낙원동 작업실에 있던) 손경화 감독으로부터 제안을 받았고, 선배들도 작업하고 있고 하니 아무래도 들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오게 됐다. 1-2년 정도 작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주현숙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아주면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다. 다시 편집을 했고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와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 제작지원도 받았다. DMZ영화제에 됐을 때는 너무 기뻐서 울기도 했다.

▲ 김수목 감독. 

2014년 GM대우 비정규직 투쟁을 다룬 <니가 필요해>를 만들었다.

“현숙 : 처음에 이 작업실이 일종의 인큐베이팅 역할을 했으면 했다. 엄격한 규율이 있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곳에 들어오면 꼭 작업 하나는 하고 나가야한다는 규칙 같은 게 있다. 작업실이니까, 독립 다큐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무엇보다 작업을 잘 해나가면 좋겠다. 서로 의지하면서.”

가현 : <빨간벽돌>을 보면 내 인터뷰 장면도 나온다. 그때 인터뷰를 하면서, 내가 미디액트에서 하는 독립다큐멘터리 제작과정(이하 '독다큐')을 나왔다는 걸 알고있던 주현숙 감독이 내 작업에 대해 물었다. 최근 제작지원을 받았고 작업실이 필요하다고 하니, 이 곳에 자리가 남는다고 했다. '독다큐' 수업 들었던 오빠 두 명도 같이 들어왔는데, 나중에 나만 남고 다 나갔다.

사실 작업실을 가지고 싶다는 것보단 그 속에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전공이 이쪽도 아니었고, 첫 작업이다보니, 각종 기술적인 부분부터 가편집 모니터도 많이 받았다. 김수목 감독이 프로듀서를 해줬는데 힘들 때는 둘이서 누워서 회의하기도 했다. 촬영 중반부터 편집 끝날 때까지 그렇게 전 과정을 옆에서 쭉 배웠다. 사실 여기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작업을 한 것 같다.

수현 : 나는 루트가 완전히 다르다. '독다큐' 23기수인데 지난 3월에 수료했다. 수료하고 나니 이런 저런 일들이 들어왔는데, 그 중에 하나가 태준식 감독으로부터의 조연출 제의였다. 단, 조건이 있었다. 조연출을 하게 되면 이 작업실에 들어와야한다는 것, 그리고 들어와서는, 너의 작업 또한 해야한다는 것. 그렇게 들어오게 된 거다.

ACT!: 작업실 인원이 그럼 총 몇 명인가? 오늘 인터뷰에 참여하지 않은 구성원들의 소개도 부탁드린다.

현숙 : 여덟 명이다. 먼저 우리가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태준식 감독이 있다. 다가오는 26일 DMZ 에서 <촌구석> 프리미어 상영을 하는데, 그 마무리 작업으로 열심히 달리고 있다. 신임호 감독은 <촌구석>의 촬영감독이다. 정말 최고의 촬영감독이다! 류한주 감독은 두리반 작업 지금 계속하고 있고 그 마무리 작업 때문에 요즘 계속 밤 새는 걸로 알고 있다. 안창규 감독은 민달팽이 유니온에 관한 작업 중이다. 작업실에는 태준식 감독과 신임호 감독이 이야기 중인 방 외에도 한 칸의 방이 더 있는데, 이진필 감독이 세 들어 사는 방이다. 요즘 달고나 협동조합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집이 의정부라 너무 멀다고 여기서 자고 간다. 안창규 감독 작품의 경우, 아마도 내가 프로듀서를 맡을 것 같다.

▲ 주현숙 감독. 

구로공단 동맹파업을 다룬 다큐 <빨간 벽돌> 작업 중이다. 

ACT! : 서로 프로듀서를 많이 해주는 것 같다. 프로듀서는 어떤 역할을 하는건가?

수목 :  <니가 필요해>를 작업할 때, 주현숙 감독이 전체 틀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줬다. 사실 그때 작업하면서 엄청 울었다. 이전까지는 그런 말들을 할 데가 별로 없었는데, 옆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풀어내게끔 하는 역할을 해주었다. 일반적인 감독과 프로듀서 관계처럼 형식적인 관계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가현 : 난 수목 감독이 없었으면 정말 작업을 못했을 것이다. 작업을 할 수밖에 없게끔 계속 푸쉬해주다보니. 도망치고 싶고 힘들고 괴로워도 포기할 수 없게끔 한 게 있다. (웃음)

프로듀서의 역할에 대해 말하다보니 한동안 각자 힘들고 고맙고 울고싶던 시간들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물론 지금은 웃으면서 말하지만, 이라는 단서를 달고서… 그리고 어느새 대화의 흐름은 전자와 달리, 프로듀서로서의 입장에 섰을 때의 경험과 그 당시 와닿던 의미들을 되짚는 쪽으로 넘어갔다. 그것은 분명 ‘내 작업’을 할 때와는 다른 감각으로 다큐멘터리를 하는 것이었다. 

“수목 : 아무래도 내 작업을 하는 것과 내 친구의 작업을 내 작업처럼 생각하고 함께하는 건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니가 필요해>를 만들 때는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 전반을 익혔다고 할 수 있다. 아, 다큐멘터리가 이런 거구나. 그러다 가현이 작업의 프로듀서를 할 때는 다큐멘터리의 깊이에 대해 좀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레 이 일, 다큐멘터리라는 것을 계속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작품 한 작품을 같이 완성해나가며 스스로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측면도 크다.” 

현숙 : 사람이 평생을 다 해도 할 수 있는 작업의 수는 몇 편 안 된다. 그런데 이 작업실에 있으면 계속해서 다른 사람의 작업을 보게 되고, 프로듀서를 통해 그 작업의 영역이 본인의 것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이 확장된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게 또 본인의 작업에 자극도 된다. 

ACT! : 공동 작업실에서의 생활 이후 각자에게 생긴 변화가 있나? 

가현 : 사실 난 원래 이 작업만 하고 그만하려는 생각이었다.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고, 영화는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 거였으니까. 그런데 이 작업실에 오면서 알바노조 활동가의 정체성보다 다큐멘터리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이 더 커진 것 같다. 이제 다음 작품을 고민하게 된다. 작은 변화는 아닌 것 같다. 

▲ 윤가현 감독.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가현이들>을 만들었다. 

현숙 : 내 일들 뿐 아니라 다른 작업들, 활동들을 자꾸 접하게 된다. 서로 다른 활동들이라해도 관심이 갈 수 밖에 없고 자연스레 관련된 이야기들을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김수목 감독 같은 경우 미디어 교육을 많이 한다. 난 미디어교육 또한 운동으로 생각하는 게 있는데 (수목 감독도 비슷하다) 그러다보니 그 영역의 최근 동향이나 이런 저런 궁금한 점들은 수목 감독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또 가현이 같은 경우엔 내가 지금 어디가서 20대 중반이랑 어울릴 수 있겠나. 내 감각을 계속 체크할 수도 있는 거고. (웃음) 혼자 할 수 있는 생각이나 활동은 분명 한계가 있는데, 이렇게 다른 멤버들이 하는 일들까지 합쳐지다보니 그 영역이 훨씬 넓어지는 것 같다.

수목 : 나 이외에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넓어지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을 이렇게 친밀한 거리에서 같이 오래 있는 기회가 흔한 게 아닌데. 

가현 : 인내심이 정말 없어 많은 것을 포기하는 사람인데, 이 곳은 그걸 포기하지 않게끔 만든다. 서로 괜찮은 것들 공유도 많이하고… 가령 출력이 잘못돼서 막 당황하는데 옆에서 아, 그거 그럴 수 있다고 다 그런거라는 이야기를 해준다. 그럼 어떻게 어떻게 해봐라 조언도 해주니까 마음이 되게 편해진다. 다만 경험적 조언들이 답답할 때도 있었는데, 예를 들어 모니터링 이후 영화를 좀 더 ‘쫀존하게’ 만들어봐라, 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대체 그 ‘쫀쫀하게’가 뭔지를 모르겠는데. 자꾸 쫀쫀하게 만들라고 하니, 한동안 ‘쫀쫀하게’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 났다. 

수현 : 작업실에 있다보면 다른 사람 작업의 스텝을 할 일들이 종종 생긴다. 그러면 내 작업을 할 때와 달리 하나의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예를 들어 촬영을 맡게되면, 구도를 어떻게 잡을까 등 촬영을 잘 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그 감독이 자주쓰는 샷을 잡기 위해서 이전 작품들을 반복해서 찾아 보기도 한다. 

현숙 : 그러다보면 내 작업만 할 때 놓치기 쉬운 부분들을 채울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수현 : 아, 또 한가지 변화, 그날 일을 끝나고 작업실을 나설 때 ‘다녀올게요’ 라는 인사를 하게 됐는데, 그것도 참 좋더라.  

▲ 박수현 감독. 

재개발 지역 용역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일>을 만들었다. 

태준식 감독의 <촌구석> 조연출을 하고 있다.

ACT! : 너무 장점만 말해주시는 거 같다.(웃음) 단점이라든지 불편한 점은 없나.

현숙 : 아무래도 서울에서 공간 하나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비용이 드니까 그에 따른 어려움이 있을 거다. 무엇보다 이제 막 작업을 시작한 감독에게는 그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달마다 얼마씩이 나가야하니까. 우리 중에 누구 하나 돈을 벌어서 전세를 구하자 하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것 빼고는 큰 불편함은 없다. 위생상태에 대한 감수성도 비슷하다보니 큰 문제가 안된다. 편집 잘 안될 때 잠시 일어나 청소 한 번 할 수 도 있는 거고. 시간 나는 사람들이 하면 되니까.

수목 : 다들 작업을 하고 있다보니까 서로 이해를 많이 한다. 가령 밥 먹을 때 같이 메뉴를 정할 때도 편집하는 사람이 먹고 싶은 위주로 정한다. 욕을 해도 이해가 되고. 다른 데서 그러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겠지만.(웃음) 그래서 나도 미디어 교육을 할 때, 수강생들에게 편집할 때는 다 괜찮다고 말해주기도 한다. 

현숙 : 다만 나 같은 경우, 이제 누군가의 작업이 잘 진행이 안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각자 열심히 작업을 하다가 이따금 모여서 수다를 떨다가도, 결국 이 공간은 작업을 하는 공간이다, 라는 생각이 공통적으로 있다. 그러다보니 작업실에 많이 안 나오면 서로 물어보고. 누구 언제 오니, 오늘 저녁에는 나오는 거지? 이런 식으로 계속 챙기게 된다. 

작업하는 사람들, 특히 신진 감독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 싶은데  경제적인 부분 등에서 그게 잘 안될 때, 드는 미안함이 있다. 하지만 사실 이런 것들은 공동 작업실에서 느끼는 불편함이라기보다는 더 잘하고 싶은 지점들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수목 : 한편 그런 것들이 작업할 때는 참 좋은데, 반대로 작업실을 못 나오게 되면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가령 요즘처럼 미디어 교육만 나가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작업을 하고 있는 경우, 사무실은 나가지 않을 때 부채감 같은 게 느껴진다. 얼마 전 태준식 감독 생일 때 생일 축하 문자를 드리니, 수목아 사랑해, 작업 좀 해라, 라는 문자를 받기도 했다. (웃음) 그런데 사실 그런게 고마운거잖나. 내가 작업을 하는지 안하는지 누가 신경을 쓸 거며, 작업을 하라고 말해줄 사람도 얼마나 있을까. 고맙습니다 선배님, 이란 생각이 먼저 들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거 뭔가 다시 또 장점 이야기로 돌아가는 것 같은데. (웃음)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이 작업실에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이래저래 늘 다르게 불리다가 결국, 위치한 동네 이름을 따서 <사랑이 꽃피는 수송동>이라 정했다고 한다. 아마 여기서의 사랑이란, 본격 ‘작업의 공간’이고자 하는 이 작업실의 맥락 위에서 ‘작업’이기도 하고, 울고 웃는 소리 사이에서 피어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느슨하나 끈끈한 관계 속에서 더 단단해지는 친밀감이나 공감, 관계 자체이기도 할 것이다. 

ACT! : 집단으로서 활동 하는 것은 아님에도, 작업적 성취와 운동적 성취를 함께 가져가려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평소 상의를 많이 하는 것인지, 그런 지향을 어떻게 유지해나가는지 궁금하다.  

현숙 : 따로 세미나 같은 걸 하는 건 아니다. 그냥 다들 자연스레 녹아져있는 것 같다. 나나 태감독이나 수목감독처럼 오래 독립다큐를 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 같은 거라, 굳이 세미나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그 둘을 같이 가져가게 되는 것 같다. 

ACT! : 주제를 정하는 데 있어 공동으로 기획 회의를 하나

현숙 : 따로 회의하는 건 없다. 다만 이야기는 계속한다. 각자 가지고 있는 초기 아이디어부터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런데 그것도 어떤 자리를 만들어서 상의하는 게 아니라 그냥 밥먹고 술먹으면서 주고 받는 것들이다.  

가현 : 나같은 경우 <가현이들> 작업할 때, 이 영화의 정체성에 관해서 가끔 혼란이 왔다. 그럼 이야기 한다. 이게 청년에 대한 영화인지 노동에 대한 영화인지 스스로도 확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또 감독으로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지만 활동가로서 운동적으로 접근하는 게 있고, 그런 식으로 여러가지가 겹쳐지다보니  한 마디로 큰 기동이 흔들렸다. 그때 다른 감독님들이 조언들을 해준다. 차라리 스스로의 위치를 확실하게 하는 게 좋겠다거나, 어떤 지점을 좀 더 명확히 세우면 좋겠다거나, 그러면서도 앞에서 말한 그 ‘쫀쫀하게’ 편집할 것을 조언해주면서,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볼 수 있게, 영화적 완성도를 같이 고민한다. 

현숙 : 기본적으로 영화를 운동적으로 사고하는 것 같다. 미디어교육도 직업이라고 여기기 보다는 운동적으로 사고 하기 때문에 서로 물어보는 거다. 영화를 운동의 매개라 생각하고 있고, 또한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재미를 같이 가져가고 싶다. 활동가와 창작자들이 같이 그런 것들을 견주해서 나아가는 게 우리 사무실의 장점인 것 같다. 

ACT! : 앞으로 각자 계획이 궁금하다. 

현숙 : 일단 각자 계획한 작업들을 올해 안에 잘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요즘 많은 감독들이 공동작업실 형태로 작업을 한다. 한동안 집단의 형태로 있다가, 그 다음에는 개인작업자로 있다가, 지금의 형태로 변화하는 추세인 듯하다. 

현숙 : 사실 다큐멘터리라는 건 혼자서 하기 힘든 작업이다. 혼자 한다고 해도 결국 곁에서 누군가는 계속해서 있어야 한다. 앞으로 여기 모인 사람들이, 각자 축적된 것들을 모아 완성도 있는 작업 하나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기 보단, 그 감독이 하고 싶어하는 부분들을 더 잘 실현시키는데 보다 집중해서 같이 공동작업실을 꾸려나가면 좋겠다. 물론 여기에는 일정부분 집단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각자가 좋은 작업들을 많이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지속가능하게 뭔가를 계속하는 작업실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수현 : 10월에 계약기간이 끝나는데 지금 또 여러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잘 보고 선택을 해야할 것 같다. 한편 세월호 3주기 작업을 해야한다. 실험영화 쪽에 관심을 가지는데, 완전히 내 스타일으로 가지는 못하겠지만, 어느정도는 견지해가지 않을까 생한다. 아침마다 일어나면 벽보고 다음 (개인)작업은 뭐해야하나, 하며 이러저런 생각을 하고는 한다. 사회적인 주제를 다루지만 그 방식을 좀 새롭게 하고 싶다. 다만 대중과 거리가 너무 멀어지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싶다.

가현 : 두 가지 계획이 있다. 첫 번째로 꾸미기 노동에 관한 작업을 해보고 싶다. 화장을 해야 알바를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작업이다. 두 번째는, 늘어나는 신진감독들이 술을 먹으면 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는 한다. 먹고사는 문제다. 이런 걸 같이 이야기해보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같이 고민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내기 힘든 것 같다. 1년간 작업을 하면서 내가 잘하는 게 뭔지를 깨달았는데, 말하는 것과 주어진 현실을 마주하고 부딪치는 걸 잘하는 것 같다. 이걸 토대로 인생 계획을 잘 세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체 상영을 하면서 관련된 강연이나 교육을 함께 붙여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하고 있다.

수목 : (프로듀서로서) 배급계획은 어느 정도 나와 있다. 가현이 말대로 해보려면 따로 배급팀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가현이들>이 노동영화이면서도 발랄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공동체 상영 등을 통해서 잘 알려나가야 할 것 같다. 

현숙 : 다큐멘터리 만드는 건 ‘시작’인 것 같다. 그것을 통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게 좋은 것 같다.

이 작업실은 어떠한 흐름을 타고 가는 공간일까, 그 관계의 온도는 어떤 색일까. 맨 처음 현관에 놓인 많은 신발들을 보며 속으로 그런 물음을 던졌다. 신발들의 수만큼이나 이 곳에 모인 감독들의 활동기간과 범위는 다양했다. 그러다보니 미래를 계획하는 지점들도 다 달랐다.

지속가능한 작업실을 꾸려나가는 것이 목표라 말하던 주현숙 감독의 말은 결국, 각자의 작업적 성취와 운동적 성취, 둘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는 구성원들의 바람과도 상통할 것이다. 각자에게 축적된 역량을 기반으로, 그리고 그 역량의 성숙을 동력으로, 서로의 작업과, 서로의 활동과 삶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돕고 관심가지는 장소라면 가능할 것이. 끈끈하고 유연한 흐름과 옅은 노란색에 가까운 이 온도가 유지된다면, 다른 누군가 또 들어온다해도 지속적으로 사랑이 피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