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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호] 미디어 운동을 위한 이론적 실천 - 미디어 운동 연구저널, <ACT!>을 발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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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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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제1호 / 2003년 7월 18일


미디어 운동을 위한 이론적 실천
- 미디어 운동 연구저널, <ACT!>을 발간하며

 

<ACT!> 편집위원회

 

1960년대, 1970년대에 꽃핀 대안 미디어 운동은 곧바로 이어지는 시기의 신보수주의 혹은 신자유주의가 새로운 사회를 향한 이 모든 열망과 생성의 힘을 짓밟기 전까지, 당시의 전자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해방적 가능성에 주목하며 수많은 실험과 성과를 남겼다. "퍼블릭 액세스" 역시 당시에 시작된 소중한 미디어운동의 모델이자 발전이며, 그 개념 자체가 널리 알려진 것 역시 당시 미디어 활동가들의 열정적인 노력에 힘입은 것이다.

상대적으로 침체된 시기를 지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채 대안 미디어, 대항 미디어, 그리고 그 이름을 뭐라 붙이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다양한 미디어운동은 저 깊은 장소 지하 청정수처럼 흐르고 있었으며, 다시금 터져 나오는 지금은 혹여 전 세계 미디어운동의 집결!을 앞두고 있는 것 같다. 그 사이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바로 그러한 전지구적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할 수준에 육박해 왔으며,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자본이 총체적인 상품화를 이루려고 하는 것처럼, 미디어운동 역시 반자본주의 운동의 새로운 국제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실험에 돌입하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다양한 사회운동의 실천 좌표에 미디어운동의 위치는 잘 그려지고 있지 않다. 현실은 그 연관 관계의 이론적인 규명과 실천적인 결합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우선, 현실은 격렬한 사회 변화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 듯 하다. 여러 가지 탈을 쓰고 출몰하는 신자유주의와 이에 대항한 전 사회운동의 점증하는 연대투쟁이 무엇보다도 그러하다. 세계 최대의 군사적 위협을 공공연하게 자행하는 미 제국은 이젠 명분도 없이 이라크에 대한 침략 전쟁과 한반도의 핵 위협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무장시키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를 앞세워 노동, 농업, 교육, 의료, 법률, 그리고 영화와 방송을 포함하는 시청각서비스 등의 문화 전반에 대한 시장 개방을 감행하며 신자유주의를 또한 제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를 위한 본격적인 교두보가 될 경제자유구역법이 이미 국회를 통과하였다. 개별 파업들은 짓밟히고 있지만 경제특구 저지를 비롯한 노동자들의 반신자유주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다행히 물밀듯한 시장 개방 압력을 막아선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투쟁이 투자협정·WTO 반대 국민행동(antiwto.jinbo.net)과 함께 한미투자협정(BIT) 자체에 대한 반대로 전선을 확장해 왔으며, 그런 참에 영화인들은 기실 재벌의 장삿속에 우리의 인권을 팔아 넘기는 것과 다름없는 네이스(NEIS)에 대한 전교조의 반대 투쟁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다른 한편,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은 전세계적인 반전운동과 결합되어 새로운 국제주의의 실험장이 되고 있고, 올해 9월의 제5차 WTO 각료회의가 열리는 멕시코 칸쿤에서는 지난 99년의 시애틀 전투에 이은 또 한 번의 대격돌이 준비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는 정보의 상품화를 이제 국제적으로 '공포'하려는 자본과 공공적 자원으로서의 정보를 탈환하기 위한 시도가 맞붙고 있는 "정보사회를 위한 세계정상회의(WSIS)" 역시 그 각축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정보사회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켐페인(CRIS)"이나 한국의 시민사회네트워크(wsis.or.kr)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중이다(그런데 이미 우리는 정보사회를 또 다시 한 줌도 안 되는 가진 자의 손에 맡기지 않기 위해 어떻게 싸워나가야 할지 NEIS 싸움을 통해 체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제 더 이상 사회 변화를 향한 계급투쟁은 어느 하나의 부문 혹은 영역에서의 사안에서가 아니라, 어느 하나 연관되지 않는 것 없이 전면적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모든 총체화된 담론을 거부하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신사회운동의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각개 전투를 벌이는 동안에도 자본은 총체적인 상품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 왔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러한 계급투쟁의 전면화 역시 놀랍다기보다는 당연한 과정인 셈이다.

이에 따라 미디어 기술, 미디어 산업, 미디어 문화, 미디어 환경, 미디어 생활, 그리고 미디어 운동 전반에 대한 변화와 새로운 전략(혹은 방안) 모색을 추동하고 있기도 하다. 이 모든 것들이 내부와 외부 사이에 미디어를 경계로 삼는 계급투쟁의 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때 미디어운동은 미디어 산업 자체의 구조변화, 이에 대한 정책결정과 제도기구의 변화, 그리고 우리의 미디어 환경의 민주적 변화에 대한 문제를 포괄하면서도 전체 사회 (체제) 변화와 연관되는 폭넓은 문제설정 속에서 실천이 조직되고, 발전이 전망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노동운동을 비롯한 전체 사회운동이 고양되어 있고 정보통신운동이 우리나라만큼 활발한 곳이 아직 흔치 않은데, 그러한 실천은 세계적이지만 그에 대한 인식과 분석을 위한 이론적 노력은 거의 전무한 상태임을 확인하게 된다. 예를 들어, 촛불시위를 비롯한 사건들에 끼친 인터넷의 힘에 대한 대안 미디어 차원의 이론적 논의는 거의 없고, 공공 부문 파업에 대한 미디어 활용 사례에 대한 연구가 부재하며, 전세계적인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에 결합하는 국내외 미디어 활동가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심도 없는 건 마찬가지이다. 정보인권에 대한 인식의 확대와 함께 더 나아가 공세적으로 어떻게 인권을 신장시키기 위해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를 생산하고 나눌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확장해가고(이런 차원에서 최근 <네트워커>의 오프라인 창간을 환영한다), 각 지역 각 영역에서 독점화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극복하며 민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실천하고 미디어의 민주성을 질적으로 고양시키고 있는 사례들에 대한 뜻깊은 이론화와 사려 깊은 전망에 대한 진단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우리가 미디어운동에 대한 연구저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이다. 긴급하고도 긴요하게 요구되는 미디어운동의 이론적 실천, 실천에 대한 이론 혹은 실천을 위한 전략, 이 실천들이 그리고 있는 전망에 대한 모색을 위해, 우리의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저널 <ACT!>의 출발을 미루지 않기로 했다. 물론, 아직 정비해야 할 것이 많다. 이 연구저널 자체가 대안언론의 성격을 갖는다고 할 때, 전체 포맷(형식)이 아직 그에 걸 맞는 대안적 형식을 갖추고 있지 않고, 미디어운동의 실천을 뒤좇기만 할 것이 아니라면 앞선 기술들의 진보적 활용을 위한 시도 역시 이 연구저널 <ACT!>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보편화된 멀티미디어 컨텐츠조차 아직 활용하지 못하는 조건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고, 운동의 최전선을 가로지르는 동시에 공공영역의 지리한 정책결정과정을 추적하는 내용구성 역시 아직 미흡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 정책, 전략 연구 자체 또한 발전하는 그 무엇이며, 출발하는 마음가짐은 당차다. 많은 관심과 비판, 격려와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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