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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21호 돌고돌고돌고] 사연 많은 플레이어의 세계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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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21호 / 2005년 5월 25일 

사연 많은 플레이어의 세계 (下)
 
金土日 (22세기형 엔터테이너, www.449project.com )
 
 MP3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파일이 차세대 오디오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수많은 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플레이어의 영역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MP3의 등장은 난 데 없이 PC를 오디오 플레이어로 바꾸어 놓았다. PC가 오디오 플레이로 변모하게 되자 이번에는 플레이어가 가만있질 않았다. 60년대 이래 청소년들의 방 안에서 ‘상상의 공동체', ‘저항의 공동체'를 구현해 주던 오디오 전용 기기들이 문 밖으로 내동댕이쳐졌고 마침내 레코드 산업에서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쌍끌이' 시스템이 파괴되었다.
MP3가 P2P와 만나면서 대규모의 유통이 이루어지자 휴대용 MP3플레이어의 시대도 성대하게 막을 올리기 시작했다. 휴대용 MP3플레이어의 성장 속도는 무척 대단한 것이어서 본격적인 대중화에 나선지 몇 년이 채 안돼 벌써 오디오 가전의 최고 자리에 올라섰다. 재미있는 것은 그동안 오디오 기기 시장을 석권해 왔던 SONY, PHILIPS와 같은 거대 전자 기업들을 제치고 컴퓨터 제조 회사였던 애플[apple]사(社)가 MP3플레이어라는 오디오 기기의 최대 제조업체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플래쉬 메모리를 이용한 MP3플레이어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회사로 우뚝 선 한국의 조그마한 중소기업 거원[cowon]사(社)의 경우는 물론 더욱 극적이다.
MP3는 알다시피 이전의 오디오 미디어들과 달리 파일방식의 ‘무형(無形)’ 미디어이다. 따라서 MP3플레이어의 경우는 그 외장(外裝) 디자인을 하는 데에 아주 기초적인 몇 가지의 요소를 제외하고는 거의 아무런 제약이 없는 특징을 지녔다. 휴대성의 극대화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메모리 및 하드 드라이브 기술의 발전 양상에 따라서 거의 제한 없는 트랙들을 담아낼 수 있게 되었다. 슬슬 수요가 증대하고 있는 하드 드라이브 플레이어의 경우 요즘은 20~40G의 크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MP3 한 곡 당 5M로 따졌을 때 한꺼번에 4000~8000곡을 플레이어에 담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CD로 따지자면 400~800장이다. 하루에 매일 음악을 한 시간씩 듣는다 치더라도 1~2년을 꼬박 들어야 간신히 음악을 다 들을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날의 플레이어들과는 개념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플래쉬 메모리는 엉뚱한 방식으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미 휴대폰이나 카메라, 전자사전과 MP3플레이어를 결합시키는 수준을 넘어 최근에는 의복, 썬그라스 등과 같은 곳에까지 플레이어가 장착되고 있다. 한마디로 ‘당신의 귀가 놀고 있는 한 어떻게든 음악을 듣게 해드리겠다'는 뜻이다. 이렇듯 MP3 시대의 플레이어는 결국 그 누구도 음악을 듣지 않을 수 없는 환경으로 사람들을 이끌어가고 있는 중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이 부분에서 잠시 저작권 문제를 조금 언급하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얼마 전 한 휴대폰 제조업체에서 MP3기능을 휴대폰에 장착한다고 하여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앞의 마지막 말을 기억해보자. MP3플레이어의 진화는 결국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음악을 듣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방향으로 세상의 흐름을 조직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당장의 음반 판매량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분명한 것은 MP3와 그 플레이어의 진화로 인해 음악이 보다 일상적으로, 보다 많이, 보다 가깝게 우리 곁에 존재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음악과 긴밀하게 결합해서 살아가게 된다면 음악사회는 어떻게 변할까. 모르긴 해도 음악의 사회적 쓰임새가 많아질 것이고 음악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이 각종 지면에 풍요롭게 등장할 것이다. 풍요로운 논의는 다시 알찬 창작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음악의 수준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사회적 쓰임새는 더욱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음반의 판매량은 대폭 하락했다고 곳곳에서 아우성인 반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은 온라인 공간을 정점으로 해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음반 판매 수입은 줄고 있지만 음악 산업 전체의 매출은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을 기록하는 중이다. 실제 창작을 담당하는 이들의 전체 소득 증감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한 근거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그들의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소득이라 할 수 있는 저작권에 의한 수입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004년 1월 25일자 <뉴욕타임즈>의 도표 기사.
이에 따르면 음반 판매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음악 사용처의 급증으로 창작자들의 수익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상승하는 중임을 알 수 있다. 또한 2005년의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저작권협회는 2004년 1년 동안 전년도 대비 15%의 수입 증대를 통해 사상 최대의 저작권 사용료를 징수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제조업으로서의 음반 시장은 축소되었지만 음악 창작자들의 저작권 수익은 오히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들려오고 있다. 특히 세계 음악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저작권자들의 소득은 자국 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욱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였다. 저작권이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는 자국에서보다 저작권이 허술한 여타의 나라들에서의 성장률이 훨씬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세계 음반 시장의 성장 속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불법 복제 천국'이라는 중국이 세계 음반 시장의 부흥을 선도하고 있는 반면 불법 복제에 대한 통제가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일본의 음악 시장이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저작자들의 저작권 수입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소식지의 2004년 12월호 기사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드러나고 있다. 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4년 한 해 동안의 전체 저작권 수입이 경제 불황에 기인한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현실들이 가르쳐주는 교훈은 모두 똑같다. 합법, 불법을 떠나서 대중들이 누군가의 음악을 좋아하면 그 음악을 창작하고 연희하는 사람들은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마음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주머니까지도 무척 행복해지게 마련이라는 이야기다. 사실 저작권이라는 것은 이러한 상황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역사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구축된 공공의 가치와 표현 속에서 만들어진 창작물들을 보다 많은 이들이 보다 자유롭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 결과 창작자들도 궁극적으로 만족스러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잘 조절하고 이끌어 내는 것이 바로 저작권법의 참된 역할이란 이야기다. 저작권이란 창작자의 권리만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률이 전혀 아니라는 사실, 누군가는 이 소리에 갸우뚱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내용은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 1조에도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저작권법 제1조. 이 법 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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