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35호 뉴미디어] 독립미디어플랫폼(04): 웹기반 편집과 독립미디어 공동 제작

이전호(78호 이전) 아카이브/뉴미디어

by acteditor 2016. 8. 16. 11:08

본문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5호 / 2006년 10월 12일

 

 

독립미디어플랫폼(04): 웹기반 편집과 독립미디어 공동 제작

 

 

조동원(www.gomediaction.net | jonairship@gmail.com)

 

 

돈벌이를 위한 것인지 집단지성의 진화인지 웹2.0 (기술)이 보여주는 ‘새로움’은 과장되는 면이 크지만 실감나는 부분도 있다. 특히 에이작스(ajax)라는 웹 (프로그래밍) 언어(자바스크립트와 XML의 조합)는 기존의 방식이 브라우저가 웹서버에 요청을 보내면 응답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면 이제 그럴 필요 없고, 웹 페이지 전체를 로딩하지 않고도 html의 일부분만을 변경할 수 있게 한다(참조: 레니, "또 다른 인터페이스는 가능하다 - ajax 어플리케이션 알아보기", [네트워커], 28호). 에이작스가 적용된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는 구글 지도다(maps.google.com). 마우스로 잡아끌면, 기존의 방식에서는 웹페이지 전체가 뒤집어 까졌는데, 이제는 보려고 끌어당긴 쪽의 이미지가 곧바로 보여지는 것!

 

 

이러한 웹 어플리케이션의 개발 경향이 각자의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될 수 있겠다는 예상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웹에 접속해 브라우저에서 곧바로 영상 편집을 가능하게 하는 웹사이트들을 만들어냈다: eyespot.com | jumpcut.com | motionbox.com 등이 그것이다. 다들 태어난 지 몇 개월 안 된 것들인데, 이 사이트들은 웹에서 곧바로 사진과 음악을 포함해 비디오를 편집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이제 이 사이트에 자신의 계정을 만들 수 있고, 직접 촬영한 것을 업로드하거나 아카이브 된 다양한 비디오 소스들을 활용할 수 있으며, 필요한 비디오 소스의 필요한 부분만 잘라 내거나 선택하고 복사본을 만들어, 편집하거나 이민 편집된 것을 재편집(remix)할 수 있다. 편집하는 과정에서 또한, 음악을 넣을 수 있고, 자막이나 화면전환 효과도 줄 수 있다. 클릭 몇 번으로!

 

웹 기반 편집이 손쉽게 이루어지는 이런 사이트들의 기술적 특징의 또 하나는 플래쉬 비디오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온라인 비디오, 즉 웹에서 비디오를 보는 것은 주지하다시피 다운로드 받아서 열어 보는 방법과 버퍼링 기술을 통해 다운받으면서 거의 곧바로 플레이시켜 보는 방법이 있다. 후자가 바로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다운받은 만큼 계속 흘려보내 주어 플레이어 그때그때 받은 데이터를 보여주는 스트리밍(streaming) 방식이다. 스트리밍 방식의 비디오는 로컬 컴퓨터에 임시로 저장만 했다가 사라지게 된다(아, 이런! “일시적 복제”조차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왜? FTA 협상에서 미국이 이걸 요구하기 때문이다. 오병일, “문화/제약 자본이 만든 상품의 무역 자유화, 지적재산권 제도의 실체 - 남희섭, 한미 FTA 저지 지적재산권 분야 대책위원회 대표,” 네트워커 33호 참조. 파일 다운로드한 것도 아니고 그냥 보기만 하는 것도 이제 돈 걷으려고 지랄이다).

다시 플래쉬 비디오 얘기로 돌아와서, 이는 현재 8.0으로 버전업 되어 보급되어 있다. 기존의 미디어(비디오) 플레이어들이 TV를 웹에 옮겨놓은, 반-웹 + 반-TV 형태의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이었다면, 플래쉬는 사각형의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웹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며 기술적으로뿐만 아니라 시각(문화)적으로도 그야말로 스트리밍(streaming)되고 있다. 플래쉬 비디오는 극단적으로 “비선형적인 보기”(non-linear watching)과 이용자 편집(개입) 가능성을 확대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플래쉬 비디오를 사용한 온라인 비디오 웹사이트 중에 인터페이스가 상당히 독특한 것으로 http://www.neave.tv를 참조해 보면, 플래쉬 비디오의 자유로운 활용의 폭넓은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여전히 웹브라우저를 벗어날 수 없기야 하지만, 인터넷에서 비디오를 보는 것이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플래쉬(비디오)는, 이를 개발해온 매크로미디어(macromedia)사를 인수한 어도비(adobe)사가 특허도 챙겨 로열티를 받아먹는 꼴이어서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 유용성에서만큼은 이렇듯 첨단을 달리고 있다(아! 그러나, 플래쉬에 대한 오픈소스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멋진 선수들이 있으니, 이들은 오픈소스 플래쉬[Open Source Flash]라는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다: http://osflash.org). 그리고 플래쉬 비디오를 통한 이용자 편집(개입) 가능성을 이렇게도 구현할 수 있구나 싶은 게 바로 웹 기반 편집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작스나 플래쉬 비디오 더해 이러한 웹 기반 비디오 편집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기술/문화적 분석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한마디로 이것은 우리가 웹에서 영상을 다운로드하지 않고도 스트리밍을 통해 곧바로 영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에 더해, 스트리밍 비디오를 가만히 앉아 보고만 있는 게 아니라 직접 편집도 할 수 있게 하는 온라인 편집 시스템(Online Editing System)이다. 이러한 온라인편집을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다행히 상업용으로만 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검색을 해보면, 오픈소스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프로젝트 커뮤니티인 소스포쥐(sourceforge.net)에 파티쥐(Partage)라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어 있다. MIT에 있는 한 선수가 이미 2004년에 개발한 듯하고, 그 웹사이트(octune.org/Partage)에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고, 서버에 설치해 바로 사용해 볼 수도 있겠다!

 

 

하여간, 이러한 웹 기반 편집 웹사이트를 활용한 한 가지 사례를 볼라치면, 블로그프로젝트(theweblogproject.com)라는 제목의 블로그가 있다. 이것은 블로그과 블로거들에 대한 1분이 안 되는 미니 인터뷰 클립들을 140 여 개 정도 아카이브 해왔는데, 이 온라인 편집 사이트를 활용해 누구나 “블로그가 무엇이냐?”라는 주제의 동영상을 (재)편집하여 만들 수 있게 한 오픈소스무비 프로젝트로 진화하였다.

 

 

진화되는 오픈소스무비: 집단적 제작으로 ... 

 

오픈소스소프트웨어 혹은 자유소트트웨어 운동의 영향은 영상 미디어 영역에서도 “오픈소스무비”(open source movie)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들을 낳았다.

오픈소스무비는 현재까지 명확한 정의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다음의 몇 가지 경우들에 해당된다. 우리가 영화를 제작될 때 GNU/Linux의 OS라든가 신데렐라(Cinderella), 키노(Kino), 김프(Gimp), 씨네페인트(CinePaint), 블렌더(Blender) 등의 멀티미디어 편집을 위한 오픈소스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거나, 다른 사람들이 새롭게 개작해서 쓸 수 있도록 허락된 공개된 미디어 소스(비디오 클립, 음악 등)를 사용하여 영화를 제작하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영화를 배급/출시할 때도 모든 저작 권리를 “과잉” 보호(all rights reserved) 받기보다 훨씬 공개적으로 자유롭게 배포(상업적 이용이나 2차 저작물 제작은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라이선스를 채택)하거나 아예 개작과 재배포가 가능한 자유콘텐츠라이선스(free content licenses)를 채택하는 것도 있겠다. 한마디로, 편집할 소스들로 오픈소스 콘텐츠를 활용하거나, 편집 과정에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거나, 배급할 때 다른 사람들이 저작권에 구애받지 않게 재배포 하거나 아예 새로운 제작의 소스로 쓰이도록 하는 영화 생산-배급의 공유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오픈컨텐츠(라이선스)운동(open contents license movement)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운동은 그런데 지금까지의 경향을 볼 때 창작물의 자유로운 집단/공동의 창작과 향유를 적극적으로 추구한다기보다는, 창작물에 대해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법이 부여하는 권리의 일부 또는 전체를 포기하여 대중에 공개하는 것에 초점이 있었다(정보공유연대, “카피레프트와 OAL - 국내외 정보공유운동 모델과 Open Access License”). 그런데 이제 그 편집 과정이 웹에서 가능하게 되면서, 가장 협력이 어려웠던 영화 제작의 포스트프로덕션 단계까지 오픈소스 방식을 실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단적 노력에 따라 공유와 협력의 공동 제작 모델을 만들어나갈 여지도 더 커졌다고 본다.

 

더 나아가,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비디오/TV의 (새로운) 협력적 제작 방식은 비단 인터넷에 접속했을 때만 해당하는 얘기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구현되지 않았다 뿐이지 현재까지 등장한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위의 온라인 편집 웹사이트들도 최종 (재)편집된 것을 (여러) 웹사이트들에 올리거나(publish)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하는 정도이지만, 마치 컴퓨터에서 문서 작업을 해서 프린터로 인쇄를 하는 것처럼 온라인으로 편집한 영상 콘텐츠를 DVD (등으)로 만들어 낸다면 어떨까. 그러려면 편집 이전에 사용하는 영상 소스 자체가 어느 정도 DVD 화질은 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p2p 방식(bit torrent 등)으로 공유하고, 이를 서버에서 저해상도로 가볍게 만들어 스트리밍을 해주면 이용자들이 이것들을 가지고 오리고 붙이고 요리조리 왔다갔다 하면서 (공동으로) 편집한 후에, 최종 편집본을 서버로 보내면 워낙의 DVD 화질의 소스들이 서버에서 자동 편집되어 나오게 되고, 다시 p2p로 대용량 미디어 파일을 다른 곳으로 보내거나 DVD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개발된, 혹은 좀 더 우리의 필요에 맞게 수정/개발하여 웹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한 비디오 편집과 방송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수 있다면, 이러한 작업들을 못하리란 법도 없다. 이 소스들은 DVD를 제작하여 배급함으로써, 혹은 p2p 파일공유 시스템을 통해 독립미디어나 공동체미디어 제작자 및 단체, 미디어센터 간에 온라인으로, 그리고 방송용으로 하여 지상파나 케이블, 위성, 무선 통신망을 통해 다양한 채널로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현재 이러한 웹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배급(publish)은 모바일(핸드폰 등)로도 가능해지고 있다(movedigital.com 참조).

 

 

탈중심적 제작과 배급/수용의 가능성

 

이러한 온라인 편집  시스템은 전혀 새로운 (미디어) 생산 도구가 등장했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있는 것들을 재조합하고 재구성하는 것일 텐데, 이것의 핵심은 “협력” 생산 혹은 “공동제작”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가능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말이다). 더 나아가, 온라인에서 만들 영화의 소스들을 구하기도 하고 편집하자마자 동시에 (온라인) 배급이 가능하다는 점 등에서 전체 제작 과정이 단축되는 장점도 있다(미디어 수렴[convergence]의 두 가지 기술적 측면, 즉 수직적인 것과 수평적인 것이 있다고 한다면, 여러 기능/기기 간의 수평적인 수렴과 다르게,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도 한, 아날로그적 매개 과정들을 없애는 수직적 수렴을 구분해 볼 수 있겠다. 대중적인 미디어 제작 환경에서도, 아직 비싸지만 테잎 안 쓰는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소스를 서버에 바로 무선 전송하고, 이를 곧바로 웹에서 공동 편집하여 유무선 통신/네트워크로 배포하는 방식도 먼 이야기는 아닐 듯 하다).

그에 더해, 위에서 말한 DVD 제작을 비롯해, 극장상영이나 공동체상영, 지상파/케이블/위성방송, 모바일 등과 곧바로 연동되는 기술 역시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라, 서로 다른 미디어 간의 수렴(convergence)은 공유와 협력의 생산방식을 계속 새롭게 만들어나가지 않을까 싶다. 이와 같이, 말하지면 미디어의 “탈중심적 제작과 배급/수용 과정”이 최소한 기술적으로는 완성되어 가는 흐름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닌 듯 하다(미디어 등에 대한 탈중심적 제작 과정에 대한 이론적인 논의는 Yochai Benkler, “The Wealth of Networks: How Social Production Transforms Markets and Freedom,” http://www.benkler.org/wealth_of_networks 참조. 500여 쪽에 달하는 이 책을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 저자가 개념화하는 모듈화 정도[modularity]와 세분화 정도[granularity] 등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미디어의 탈중심적 제작 과정이 기획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무엇이 필요한가.

 

 

이를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나? 공유와 협력의 생산-배급 모델을 향해...

 

현재 그 어느 사안보다 많이, 한미FTA를 반대하는, 그리고 평택의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평화/인권운동에 대한 다양한 독립미디어 콘텐츠들이 나오고 있고, 주류 방송이나 정부에서 만든 콘텐츠들에 대한 패러디 영상들이 나오고 있고, 9월 내내 한강-괴물-FTA라는 컨셉으로 한강 시민문화제를 하면서, 혹은 “FTA반대 행동하는 미디어 공모전”(http://nofta.or.kr/parody)도 하고 하는데, 바로 위와 같은 독립적 미디어 웹 서비스가 있다면 딱!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독립미디어 제작자와 다양한 인터넷 이용자들이 촬영 소스를 공유하고 다양한 편집본을 만들어 내면서, 그야말로 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통한 사회적 여론 형성 과정에 좀 더 참여적인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NoFTA 행동하는 미디어 공모전: FTA를 비웃어주지 쿨하게

 

이렇게 웹브라우저 기반의 집단적 비디오 편집 시스템으로 잘만 활용한다면, 더 나아가 국제적인 독립 뉴스 제작도 가능할 수 있겠다. 현재 세계 곳곳에 130여 개 이상의 인디미디어센터(http://www.indymedia.org)가 있는데, 이를 예로 들어 보자면(인디미디어 비디오 프로젝트의 활동가, sasha costanza chock과의 메일 참조):

기성 뉴스 포맷처럼, 도입 부분과 마무리 부분에 효과를 준 타이틀 같은 것들이 표준화되어 들어간다. 그리고 오늘의 뉴스 내용에는, 전세계의 인디미디어센터로부터 가져온 비디오 클립(video.indymedia.org 등)들을 드래그 하여 가져다놓으면 거친 컷 편집이 완성된다. 일련의 사진들을 드래그 하여 가져다 놓으면 슬라이드쇼가 되고 클릭 한 번으로 음악도 붙여지고, 그리고 거기에 나레이션을 입히는 등의 보이스오버 툴이 있어서 브라우저 인터페이스에서 곧바로 목소리를 녹음하고(odeo.com 참조) 편집에 포함시킬 수 있다. 덧붙여, (인디미디어센터의 특집 기사들로부터 가져온) 헤드라인 기사들이 자동으로 (자막으로) 지나가게 만들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당장에도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 가능한 매일매일의 전세계 진보뉴스를 담은 뉴스릴을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되어, 각 공동체방송국이나 프리스피치TV(freespeech TV) 같은 진보적 위성방송, 그리고 펌질(링크걸기), 퍼블릭 액세스, 해적TV, 모바일 기기를 통해 널리널리 배급될 수도 있겠다. 실제로 유럽에 있는 인디미디어(indymedia.org)의 비디오 활동가들은 매거진 방식의 정기적 유럽뉴스리얼(european news-real) 제작을, 편집 등이 웹 기반은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해나가고 있다(http://europeannewsreal.indymedia.org 참조).

이러한 방식을 좀 더 일반화해 볼 수 있다. 독립적 영화제작자나 독립미디어 활동가들의 (어느 하나일 필요 없는) 웹 커뮤니티들이 있다고 하자. 이 웹 공동체에서 사람들은 위키(wiki)라는 협력적 문서 작성 도구를 사용하여 공동으로 영상 제작의 기획안이나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그러면서 하나의 공동 제작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기획자에 따라 완전 개방해서 누구나 참여하도록 하거나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혹은 완성된 것만 공유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기획이나 시나리오는 실제 영상 제작을 위한 스토리보드를 웹에서 곧바로 만드는 단계로 이어질 수 있고, 그에 기초하여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혹은 누구나 관련된 미디어(촬영본, 음악, 사진 등의) 소스들을 모으게 된다. 그러면서 이것들을 모니터하고 선택하고 태그를 붙이고 편집에 쓰기 위한 분류를 하는 과정을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 되었다면, 이제 편집에 들어간다. 이 역시 프로젝트 기획자나 제작자가 도맡아서 할 수도 있고, 모두에게 개방해서 공동 편집을 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http://jumpcut.com 등 참조). 그렇게 편집된 것에 더해, 음성 정보에 대한 녹취를 하고 다른 언어로 번역하여 자막을 넣는 것도 웹상에서 바로 할 수도 있다(www.dotsub.com 참조). 마지막으로 온라인 배급 그리고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도구도 필요하다. 비영리적인/대안적인 방식의 배급/판매와 공동체 상영을 위한 다양한 정보와 도구들을 만들 수도 있다(http://crm2.metamute.org 참조).

 

한국처럼 브로드밴드 인터넷(초고속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곳에서, 그리고 광랜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무선 통신망을 통한 (멀티) 미디어 컨텐츠의 공유, 공동 편집, 전국적(전지구적) 배급과 액세스가 더더욱 가능해지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자전거의 사례를 살펴볼 때도 언급한 것이지만, 이러한 기술적 가능성은 현재 시민방송 RTV에서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 중 “행동하라! 비디오로! - 액션V”와 같은 프로그램 제작 과정(전국의 미디어 활동가들이 각 지역의 현안을 주제로 직접 기획 제작한 단편들을 모아 각 꼭지로 구성하여 종합하는 것)은 이러한 온라인 제작/배급/공유 시스템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또한, 퍼블릭 액세스 전국 네트워크 차원에서 공동체액세스TV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지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온라인으로 배급/공유하면서 제작 소스 공유, 방영 프로그램 아카이브, 새로운 프로그램 기획 제작 등을 더 해볼 수 있겠다. 이렇게 케이블, 위성, 지상파를 통해 액세스된 프로그램이 인터넷에서 아카이브 되는 것, 인터넷 언론의 동영상 뉴스 네트워크(진보RSS)로도 활용되고, 이것이 정보공유라이선스를 통해 개작 허용된 것이라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용으로 그리고 제작 소스로 공유될 수 있겠다.

 

 

덧붙여: 공공영역의 급진화와 함께...

 

기술의 발전을 사회적 진보로 곧바로 비약할 의도는 없지만, 사회적 진보 그리고 이를 위한 대안들을 구상해보는 한 가지 접근 방식으로서 온라인에서의 영상 편집 시스템이라는 기술적 가능성에 착안해보았다. 전사회적인 생산(제작) - 배급 유통 - 상영 수용이라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웹에서의 이러한 실험을 통해, 웹과 현실에서 계속 적용해보고 진전시켜나가는 공유와 협력의 모델을 만들어야 나가야 할 일이다. 이를 통해/ 그리고/ 이를 위해 자발적 참여와 개방적 참여 구조, 정치 기획으로서 공공영역의 급진화라는 좀 더 큰 전략 속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일단, 그 한 가지 단상만 덧붙이면 이렇다. 공유와 협력의 생산 모델은 기술적인 필요조건만으로는 당연히 가능하지 않고, 반드시 자발적인 참여에 기반 해야 한다. 자발적인 참여는 다양한 맥락 속에서 계속 존재하지만, 이를 지속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늘 과제다. 이는 일정하게 문화적으로, 더 나아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꼴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러면 그 자발성이 죽기 일쑤이다. 이런 딜레마를 넘어서는 것, 이를 위해 그 자발성에 대해 제도/정책/기구, 그리고 이들을 아우르는 전 사회적 관계는 개방적 참여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기술적 필요조건이 생산력(어느 정도까지 생산할 수 있느냐의 가능성)이라면, 참여의 개방적 구조는 생산관계(어느 정도까지 수평적이며 탈중심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의 가능성)에 대한 시도인 셈이다. 생산관계의 변화에 대한 정치 기획 없는 생산력의 활용은 어느 순간 저 멀리 ...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