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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40호 현장] 영상문화공작소 ‘지따’를 짓고 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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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40호 / 2007년 4월 9일

 

 

영상문화공작소 ‘지따’를 짓고 짖다. 

조혜영 (영상문화공작소 ‘지따’) 

영상문화공작소 지따는 2006년 여름 처음 상상되고 현실화 되었다. ‘지따’라는 단체를 만들기 위해 모였던 여섯 명은 단체 이름 하나를 짓는 데도 한 달이 걸렸을 만큼 서로 상상하고 원하는 작업방법과 욕망이 각각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따’라는 단체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현재 영상문화의 영역에서 여성주의라는 우산을 쓰고 새롭게 생성되어야 할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며 그에 관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지따는 현재 영화계에서-그것이 주류상업영화든 독립이든- 여성을 포함한 소수(생물학적으로 그리고 영화 텍스트가 품고 있는 함의의 차원에서) 영화들이 관객에게 소통될 수 있는 일차적 기회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맥락을 살려줄 적절한 담론적/실천적 장들을 마련하자는 문제의식을 공감했다. 둘째, 시각이미지와 관련해 젠더, 섹슈얼리티, 자본, 민족, 정치, 제도, 이데올로기 등 너무나 많은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점차적으로 여성주의 혹은 소수자적 목소리가 끊겨지거나 묻혀지는 상황을 드러내고, 그 복잡한 연결고리들을 다시 짜고 새로운 가치들을 다시 만들어가는 작업을 해나가자는 것이었다.그런 의미에서 영상문화공작소 ‘지따’의 이름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부르짖다’와 ‘소리 내어 짖다’의 ‘짖다’와 ‘집을 짓다’의 ‘짓다’를 소리 나는 데로 표기한 것으로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 하나는 세상에 대해서 우리 자신의 주장을 용기 내어 ‘부르짖고’ 큰 영향력과 효과를 미칠 수 있는 실천을, 다른 하나는 기존의 사회 구조와 조직들을 다시 ‘짓거나’ 쇄신하고 연계망을 짜서 새로운 가치를 짓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적 연계망을 짤 때 중요한 것은 끊어져 있는 실들은 잇고, 엉켜있는 실타래는 푸는 것이고, ‘지따’는 그물을 다시 짓고자 한다. 즉 가부장제, 이성애중심주의, 자본주의가 경원시하거나 끊어버려서 만날 수 없었던 모든 가치들, 노동/즐거움, 성/정치, 이데올로기/정서, 철학/젠더, 공동체/다양성, 이론/실천 등을 잇고 화해시키려 하는 것이다. ‘지따’는 이 동떨어져 있는 것들을 이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인터페이스로서 ‘여성주의’를 상정하는데, 개입하고, 비판하고, 성찰하며 지배적인 가치를 의심하는 ‘여성주의’가‘우리’공동의 미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따’는 그런 미래를 조금은 먼저 그리고 조금은 일찍 상상하고 실천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물론 ‘지따’의 여성주의적 개입과 비판의 대상에서 현재의 ‘여성주의’ 또한 예외일 수 없으며, 현재의 여성주의적 가치들에 끊임없이 개입해서 다른 사유/물질 공간을 펼쳐 보이는 것 또한 ‘지따’가 지으려는 ‘집’의 모습인 것이다.
그래서 지따는 현재 다음과 같은 사업들을 진행해 나가고 준비 중에 있다.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각각의 작은 사업들은 독립적이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연계를 가질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그 사업의 첫 번째는 여성과 소수자가 만든 작품 중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여성주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들을 발굴하고 배급하는 것이다. 스크린에서 상영하는 것이 전부인 기존의 배급방식과는 달리 이들의 영화가 적절한 맥락 안에서 상영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같이 가져갈 생각이다. 배급의 유통에 있어서는 해외의 경우 그 영화의 성격과 지향에 맞는 해외 영화제를 찾고 적극적으로 홍보할 뿐만 아니라 해외 아카이브, 시네마테크, 도서관 등을 통해서 국제적으로 소통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국내의 경우 지따 자체 기획 상영회나 관객과의 대화 및 관련 토론, 소규모 포럼이나 이벤트 등을 개최해 관객의 성격에 따라 그 영화들이 어떤 맥락에서 제작되었는지를 충분히 소통하고, 대화하는, 그리고 그 곳에서 담론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그래서 영화가 보는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주의적 가치관 및 감수성을 발현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현재 지따는 경순 감독의 <쇼킹패밀리>(빨간 눈사람 제작)의 해외배급을 맡아 ‘제2회 싱가포르 인디다큐 페스티발’,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제’, ‘제3회 오사카 여성영화제’ 등에서 상영되었으며, 퀴어공작소 LSD가 제작한 퀴어 단편 <오버 더 레즈보우>는 이번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우리의 배급방식은 경우에 따라 제작이후의 과정을 함께하는 것을 넘어서 제작과정부터 영화제작의 동기나 관련된 이슈 등을 공유하고 소규모 포럼이나 이벤트 등을 통해 홍보를 같이 해나가는 것으로 목표를 잡고 있다. 단순 배급이 아닌 그 영화제작의 맥락을 공유하고 역할 나누기가 아닌 연대의 방식으로 가져가기 위함이다. 레즈비언들의 사적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에 관한 실험 다큐멘터리 <아우팅 모멘트>(가제, 현재 기획 중)와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한 FTM을 다룬 다큐멘터리 (가제, 현재 제작 중)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아우팅 모멘트>의 제작단체 ‘퀴어공작소 LSD’와 의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와 현재 제작단계부터 긴밀한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제작과정을 공유해나가고 있다. 두 다큐멘터리 모두 지따의 새로운 배급방식의 실험무대가 될 것이다. 

현재 지따가 기획하고 있는 또 다른 사업 중의 하나는 온라인 저널 출간과 출판기획이다. 이 사업의 목적은 두 가지에 있다. 하나는 지따가 배급하는 영화를 포함해 여성주의적인 관점을 견지한 영화들, 혹은 소수 영화에 대한 비평을 위한 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지따는 이런 영화들이 이슈나 내용의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미학적인 차원에서의 적절한 평가(그것이 호평이든 아니면 비판적인 평이든 간에) 및 그 영화들의 재발굴, 역사화 그리고 지도그리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현재 페미니즘의 두 번째 물결을 넘어서 세 번째 물결 혹은 포스트 페미니즘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세대, 교조적인 방식을 버리고 새롭게 여성주의적인 관점을 가지고 전반적인 시각문화에 민감하고 예리하게 개입하고 지형을 읽어내고자 한다. 대중영화를 포함해 TV, 광고 등 폭넓은 시각문화의 영역에서 여성주의적 개입의 여지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 복잡한 진영을 인식하고 젠더, 섹슈얼리티, 민족-국가, 계급, 자본, 미디어, 장르의 경계를 가로질러 그 곳에서 발생하는 모순과 협상하고 경합해야한다. ‘지따진(www.zittazine.com)'이라 이름 붙여진 이 저널은 온라인 공간을 선택하여 보다 급진적이고 적극적인 소통을 지향하려 한다. 그리고 출판기획을 통해 온라인 저널의 작업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사업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온라인 저널을 심화 기획해 출판하는 사업을 기획 중이며 현재 여성영화, 시네페미니즘, 뉴미디어 등 대한 입문서를 번역 소개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이런 번역 작업을 통해 해외의 논의를 소개하는 작업을 꾸준하게 해 나갈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이론적이고 담론적인 실천이 배급, 상영회, 제작 등 지따의 다른 실천들과 연계하면서 보다 폭넓고 다양한 독자와 관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영화를 만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지따는 무엇보다 시각문화의 영역에서 실제적인 실천과 이론적 실천을 같이 가져가며 여성주의적인 개입을 지속적으로 하고자 한다. 다양한 층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사업은 모든 것을 포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끊어지고 나눠진 그래서 그 사이로 개입의 여지가 사라지거나 효과가 감소되는 그 연결고리를 다시 잇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이런 작업을 운동과 감수성의 차원에서, 그리고 이론적 실천의 차원에서 다양한 여성감독들과 관객, 독자들과 함께 해 나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지따 홈페이지: www.zitta.org
지따 연락처: zitta@zitta.org / 02- 6406-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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