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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42호 미디어꼼꼼보기] ‘농담같은 이야기-저작권 제자리 찾아주기 프로젝트 1.0’ 태준식 감독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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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42호 / 2007년 6월 6일

 

 

‘농담같은 이야기-저작권 제자리 찾아주기 프로젝트 1.0’

태준식 감독과의 인터뷰
 
ACT! 편집위원회
1. ‘농담같은 이야기...’에는 윈디시티, 449프로젝트, 김정희원 세 명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세 명은 어떻게 선정했으며 이들에게서 각각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는지요?
원래는 더 많은 분들이 있었습니다. 만화가도 있었구요. 인터넷에서 블로그 메타사이트를 운영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분들 모두 힘겹지만 자신만의 매체로 세상과 즐겁게 소통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최종구성안을 잡으면서 이 작품의 현재시점인 ‘디지털시대의 창작자’라는 부분에 더 집중하다보니 위의 세분이 고맙게도 작품 속에 남아주시게 되었습니다. 
위의 씨퀀스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저작권이 창작자를 보호’ 한다는 논리에 대한 문제제기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노동의 결과인 ‘창작물’과 ‘디지털’이라는 시대와의 모순 속에서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 즐겁게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어차피 저작권이 창작자를 보호한다는 논리는 너무나도 자명한 거짓말이기 때문에 그나마 조금이라도 즐겁게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해보자 하는 생각이었죠. 윈디시티나 449프로젝트는 음악창작자이면서 상업적인 영역과 독립적인 영역에서 각자 창작활동을 하는 분들이었고 김정희원씨는 개인 창작자가 겪는 지금 이 시대의 경험을 듣고 싶었습니다.

2. 출연자 세 명 중 첫 번째 창작자는 자신이 창작한 저작물의 상업화된 저작권에 반대하고 모든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카피레프트를 실천하는 사람이고, 두 번째 창작자는 생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작권의 상업적 활용을 하는 사람입니다. 세 번째 창작자는 본인의 창작물이 창작자의 동의 없이 언론에 유포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합니다. 이 세 사람의 이야기가 저작권에 대해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면 정작 감독의 입장은 무엇인가’ 라는 혼란스러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나요? 이 점에 대해 감독의 변을 듣고 싶습니다.
카피라이트, 아니면 레프트라는 입장에서 보면 세분의 입장은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라이트나 레프트냐가 아니라 지금의 카피라이트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법으로 고착화 되어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고, 이런 면에서 위 세분은 어찌 보면 동일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고 봅니다. 창작자의 창작물이 상품으로서 기능하면서 저작물이 본래 가지고 있는 문화적 존재 이유가 점점 줄어드는 데에 대한 반감과, 경제적인 이유뿐만이 아닌 다양한 이유에서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창작자로서의 자각’들을 이야기하려 했던 것이죠. 윈디시티 같은 경우는 상업적인 영역(정확히는 이들도 주류는 아닙니다)에 있지만 지금의 저작권을 찬성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음악만 만들 수 있게 하는데 저작권이 아주 조금(!) 도움을 주긴 하지만 지금의 저작권이 한 개인에게 배타적으로 부여되는 것에는 명확한 반대의 입장을 표하셨습니다. 아마도 그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저의 능력부족 때문인 것 같긴 한데요. 윈디시티가 생존 때문에, 또는 저작권 때문에 상업적 영역에서 음악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으며 지금의 저작권에 대해서는 명확한 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말씀을 남겨야 할 것 같네요. 김정희원씨 같은 경우는 ‘저작권의 옹호’가 아니라 저작권을 목소리 높여 주장하는 그들의 주류 시스템에서도 사실 창작자 보호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려 했습니다. 저작권은 이윤을 낼 수 있는 창작물을 보호하는 데에만 신경을 쓸 뿐이지, 힘없는 한 개인의 창작물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맘대로)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지금의 UCC 광풍과도 같이). 결국 ‘저작권이 창작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저작권은 문화상품을 보호’하는 것임을 이야기하려 했습니다. 물론 작품 속 ‘갈등되시겠어요’ 라는 질문처럼 저 또한 ‘공유’라는 것을 전투적으로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입장이 명확치 않았던 것이 위의 씨퀀스에도 반영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윈디시티나 449프로젝트나 김정희원씨나...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구요.

3. 편집과정에서 감독 자신 역시 많이 혼란스럽고 내용을 정리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 어려운 점이었는지요?
작품이 그렇듯 사실 아직도 잘 정리되지는 않습니다. ^^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의 입장과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창작물’이라는 입장에서의 갈등입니다. ‘새로운 것은 없다’기에 자연스럽게 이어질 ‘공유’의 정신과 노동의 결과물로 생산되어진 창작물의 ‘고유함’을 내 스스로 조화롭게 의미 규정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죠. 사실 저 스스로 하늘 아래에 있던 어떤 이의 창작물을 ‘공유’하여 나만의 ‘고유한’ 창작물을 만들어 냈었는데 나만의 ‘고유함’(권리의 주장)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렇다고 ‘공유’만이(카피레프트) 그 ‘고유한’ 창작물을 생산하는 데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 뭐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물론 입장이 중요하다는 전제하에서 ‘공유’라는 원칙을 견지하여야 하는 지금의 전투적인 상황에 대해 동의하지만, 저 또한 한명의 소시민인지라 그 입장을 원칙적으로 견지하지 못하는 ‘갈등’ 등등등... 사실 이런 고민들이 작품 속에 제대로 반영이 되어 있어야 했으나 이 작품을 생산하는 과정 또한 그리 녹록치 않았습니다. 이 작품을 만들다 우연찮게 접하게 된 ‘구본주’와 삼성화재의 싸움에 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인데요. 음... 웬지 핑계로 흘러가는 느낌??!!
4. 맨 처음 저작권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로 한 동기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이렇게 복잡할 줄 예상했는지요?
전에 주로 작업했었던 ‘노동’이라는 주제에서 이제는 나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의 발로였던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의 창작자로서 이제는 ‘생존’이라는 직접적인 화두를 동시에 해결하여야 했는데, 관련한 사회적 쟁점이 바로 ‘저작권’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리고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굉장히 넓은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존 저의 작업에서 나타났던, 규격화 되었던 것들을 깨줄 수 있는 적절한 소재였다고 판단했었습니다. 헌데... 허걱... 말씀하셨던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해서 작업할 꺼리가 아니었던 것이죠. 저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본질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주제였던 것입니다.




5. 개정 저작권법의 내용이 나옵니다. 개정 저작권법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였는지, 그 내용을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한 번 더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작품 말미에서도 나오긴 하지만 한미FTA가 변수입니다. 미국과의 FTA를 위해 열우당 우상호 의원이 미친 듯이 추진하고 통과시킨 개정 저작권법은 선결조건이라는 개념으로 추진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얼마 전에 통과된 개정 저작권법은 많은 이들의 창작물에 대한 권력의 통제가 이제는 정치권력에서 자본권력으로 명확히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입니다. 문광부 장관에게 불온한(?) 저작물에 대해 삭제 명령권을 부여했고, 인터넷 업체에게는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 했습니다. 또한 부분적이긴 하지만 비친고죄를 도입한 겁니다. 작품 속에서도 나오듯 저작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국가가 저작물의 불법적인 사용에 대해 직접 조사, 고소를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 이제는 저작물 사용기간을 20년 더 연장하는 한미 FTA가 통과되었으니...쩝.....
6. 감독이 생각하기에 저작권의 제자리를 찾아주는 데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지금은 무엇이 잘못되어가고 있고, 어떻게 해야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인가요?
지금의 저작권은 독점적이며 배타적이며, 창작물의 자유로운 소통을 통한 문화의 발전과는 거리가 멉니다. 저작권을 사회적으로 담지하고 있는 ‘저작권법’은 공정한 이용을 통한 문화의 발전이라는 목적을 담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런 ‘저작권법’의 목적마저도 채우고 있지 못한 현실이 바로 저작권의 모습인데요. 정말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조직될 수 있는 창작자들이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조직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저작권이라는 형태로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 사회적 노동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인정받는 노동권을 먼저 획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른 말로는 노동자로서의 자의식을 보다 드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사회적 사용과 소통에 대해서 열심히 주장하며 지금의 사회를 대안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그 작은 출발선에 다른 이들과 동등하게 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독점적이며 배타적일 수밖에 없는 지금의 소통과 유통과정을 대안적으로 바꾸어 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더욱 더 아름답고 의미 있는 창작물들이 마구 마구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사회적으로 일깨울 필요가 있는 것이죠.
7. 저작권 제자리 찾아주기 프로젝트 이후 관련 계획은...?
글쎄요. 뭔가를 하고 싶어도 매사 무덤덤을 가장한 용기를 부려야 하는 사회라...딱히 뭘 하겠다고 장담해서 말씀드리기가 뭐 합니다. ‘아~ 이거 하고 싶어!!’ 그랬다가도 ‘돈 줄께 이것 좀 찍어줘’ 라는 말에는 그 놈의 창작의욕이라는 것도 쏘옥 들어가 버리니... 어쨌든 ‘프로젝트 1.0’ 이라는 이름에는 다음에 꼭 ‘2.0’을 하겠다는 저의 의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지금은 저 뿐만이 아니라 열정적이며 사려 깊은 미디어, 독립다큐 활동가들이 모여 FOSS(free open source softwear 자유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대안적 제작 체계를 스스로 만들며 ‘지적재산권’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 작업을 2.0이라 생각하며 하고 있습니다. 팀에서 거부하면? 아님 말고요~□

※ 참고 : ‘농담같은 이야기’를 보려면...

mms://soli.cast.or.kr/mediacenter/asphaltggong/tae/last master_0826_768k.w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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