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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42호 미디어꼼꼼보기] 너무 어려운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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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려운 농담

ACT! 42호의 ‘미디어 꼼꼼읽기’ 꼭지에서는 태준식 감독의 ‘농담같은 이야기-저작권 제자리 찾아주기 프로젝트1.0’에 대한 관객의 소감문과 함께 이에 대한 감독의 인터뷰를 기획했다. 이번 원고 두편은 저작권법 개정, 한미FTA 조문에 나타난 미디어시장 개방, 갈수록 불거져 가는 UCC 논쟁 등 저작권 문제, 나아가 지적재산권 문제가 미디어 운동의 주요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과연 어떠한 관점과 방향으로 저작권 논쟁을 시작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의 단초를 제공해보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농담같은 이야기-저작권 제자리 찾아주기 프로젝트1.0’을 
감상한 후...
 
박병수 (민주노총 공공연구노조 조합원)

* 이 글은 태준식 감독의 다큐멘터리 ‘농담같은 이야기-저작권 제자리 찾아주기 프로젝트1.0’을 감상한 후 소감과 함께, 감독이 저작권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에 관한 몇가지 질문을 제기한 것이다.


1. 너무 어려운 농담

한미 FTA 협상 조문이 공개되었습니다. 주요 쟁점 중 하나가 신약의 특허권 연장과 관련된 것입니다. 신약의 특허권이 연장되면 다국적 제약업체의 독점적 권한을 더 보장하게 되고 결국 국민들은 그 기간 동안 더 높은 비용으로 약을 구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시민단체가 반대하고 있습니다. 신약을 둘러싼 다국적 제약회사와 국가 간의 분쟁은 환자의 권리와 지적재산권 사이의 근원적인 문제를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 인도 특허청은 노바티스가 낸 신규 글리벡 특허 신청건에 대해 "기존의 약품에 비해 혁신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으며, 이에 따라 노바티스는 같은해 5월 인도 고등법원에 특허청의 결정과 특허법률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노바티스가 이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제네릭 의약품을 만들어 전세계에 공급하고 있는인도 제약업체들은 더 이상 제품을 생산할 수 없게 된다. 인도에서 생산된 글리벡의 제네릭 의약품은 글리벡의 10분의 1밖에 안되는 가격에 공급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바티스측은 "특허권을 지키는 것은 제품의 안정적인 생산과 혁신을 가능하게 해 결국 환자에게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문화일보 2007-01-30

물론 저작권은 신약의 특허권과 같이 직접적으로 생존권과 관련된 권리는 아닙니다. 그러나 지적재산권의 근본 취지는 창작자의 배타적이고 독점적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습니다. 저작권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저작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중요한 취지는 창작자에게 경제적 이득을 보장해서 창작의욕을 높이고, 이를 통해 기술과 문화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독점적 권리에 대한 보장으로 오히려 기술과 문화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정보와 지식에 대한 소수의 독점권을 강화하는 폐해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처럼 저작권과 관련된 문제의 근원에는 철학적 문제가 녹아 있는 것입니다. 마치 고등학교 윤리교과서에서 사회주의의 실패가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아서 개인의 근로의욕을 고취하지 못했다는 것처럼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너무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농담이었습니다.

2. 문화자본의 권리와 소수자의 권리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합니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은 창작할 때부터 발생한다고 합니다. 저작자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입니다. 그러나 모든 저작자가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아닙니다. 문화자본이 독점배타적으로 누리는 저작권과 인디밴드가 향유하는 저작권은 천양지차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자신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저작권법을 개정하라고 여러 국가에 압력을 넣기도 하고 심지어는 저작권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연구소를 철수한다고 외국정부에 협박을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언론을 통해 아주 자주 지적재산권 감시대상국으로 지정되어 불법소프트웨어 단속이 강화된다는 등의 보도를 접하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저작권을 포함한 독점적 산업재산권을 바탕으로 자본은 절대적 권리를 보장받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영세한 창작자들이 과연 그런 권리를 향유하고 있을까요? ‘농담같은 이야기...’에서는 이에 관한 세 명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솔직히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 하려는지 잘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창작자는 3명입니다. 첫 번째 창작자는 자신이 창작한 저작물의 상업화된 저작권에 반대하고 모든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카피레프트를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두 번째 창작자는 생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작권의 상업적 활용을 하는 사람입니다. 저작권에 대한 그분의 정확한 생각은 모르겠습니다. 세 번째 창작자는 본인의 창작물이 창작자의 동의 없이 언론에 유포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합니다. 본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현재의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라 여겨집니다. 영화 중간 중간 문화자본이 만든 복제 CD를 듣는 것은 범죄라는 광고가 자주 등장합니다. 문화자본의 독점적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감독이 서로 생각이 다른 3명의 창작자를 통해 보여주려 한 것은 무엇입니까? 카피라이트와 카피레프트의 비교도 아니고, 문화자본이 저작권을 보호하려는 눈물겨운 노력도 아니고, 잘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나레이션에서 말하는 것처럼 저작권이 실제로는 거대 문화자본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이해시키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었습니다.


3. 개정된 저작권법에 대하여

왜 갑자기 개정된 저작권법이 나오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개정된 저작권법이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 아래 다수의 이용자를 범법자로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 전달은 무난했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 내용으로 귀결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거대 문화자본은 디지털 환경에서 본인들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소리바다와 소송을 하고 전송권이라는 새로운 권리를 만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굳이 친고죄가 아니더라도 문화자본은 본인들의 저작물이 무단으로 전송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바로 형사고소라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문화자본의 횡포를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라면 다중의 자유로운 이용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인가요?

4. 마치며

글 서두에 말한 것처럼 저작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변이 필요합니다. 말미에 나레이션에서 “저작권의 보호는 당연한 것이다”와 “창작물이 누구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으로 널리 사용되고 소통되는 사회”는 분명 저작권에 대해서 서로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


※ 참고 : ‘농담같은 이야기’를 보려면...

mms://soli.cast.or.kr/mediacenter/asphaltggong/tae/last master_0826_768k.w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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