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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42호 현장] FTA에 반대하는 우리의 목소리 [주권으로서의 에너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제작 과정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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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42호 / 2007년 6월 6일

 

 

FTA에 반대하는 우리의 목소리 


[주권으로서의 에너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제작 과정을 돌아보며...

김우경 (광주 미디어활동가) 
 
안녕하세요. 진보적 미디어 운동 연구저널 ACT!를 받아보시는 많은 미디어활동가 여러분! 저는 광주에서 미디어 활동을 하고 있는 김우경입니다. 저는 안창규(No FTA 퍼블릭액세스프로젝트팀, ‘영화 날개를 달다’ 제작팀)씨와 함께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가 우리 사회에 가져올 피해와 문제점을 다룬 <주권으로서의 에너지, 이제부터 시작이다>를 제작하였습니다. 이미 다양한 네트워크 메일링리스트를 통해 광주에서의 시사회 소식 등을 보냈으니 많은 분들이 이에 대한 내용을 접했으리라 여겨집니다.



<주권으로서의 에너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작품 소개

<주권으로서의 에너지, 이제부터 시작이다>는 지난 2006년 여수와 제주 등 많은 지역에서 발생한 정전 사태의 근본 원인을 찾아가는 작품입니다. 과거, 정전 사태가 발생하였을 때 원인규명과 책임소재를 파악하여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전력공사라는 단일한 회사가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실제로 많은 정전사태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원인을 조사하고 책임 소재를 밝힐 수 있는 구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한국전력공사는 다섯 개의 발전회사와 하나의 수력원자력 회사로 나뉘어져 있어 서로 책임을 교묘하게 회피할 수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는 2000년 제정된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가능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법률은 전력산업을 민영화하기 위한 정부의 의도 속에 마련된 것이었으나 현재는 전력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 에너지 노동자들의 파업에 의해서 민영화는 중단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주권으로서의 에너지, 이제부터 시작이다>는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들이 현재의 전력산업의 구조 속에서 어떠한 피해를 겪고 있는가를 현실의 사건과 해외 사례를 포함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전기요금을 낼 수 없어서 촛불을 사용하다가 사망한 여중생 사건과 호주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전력산업 민영화로 발생한 피해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또한 한미FTA 협상과정에서 한국의 공공부문을 민영화할 것을 요구한 미국의 주장을 담고 있으며 현재 한국의 에너지 산업이 어떠한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자본의 논리에 대항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남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민중무역협정(PTA-ALBA)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주권으로서의 에너지, 이제부터 시작이다>는 지난 2006년 ‘저항을 위한 상상력, NO FTA! 미디어 제작 워크샵’ 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워크샵은 지난 2006년 9월 23일부터 10월 1일 까지 2주에 걸쳐 미디액트 강의실에서 미디액트와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독립영화 실천단의 공동주최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워크샵은 한미 FTA 등 신자유주의 정책이 지역 공동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한미 FTA 저지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지역 미디어 행동 계획을 세우는 동시에 지역의 대안, 독립 미디어 제작 주체 양성과 영상 기획 제작 역량 강화를 목표로 기획되었습니다.
이렇게 진행된 ‘NO FTA 미디어 제작 워크샵’에서 저는 공공부문 민영화에 관심을 갖고 기획을 고민하였습니다. 왜냐하면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농업, 지적 재산권, 스크린 쿼터, 쇠고기 문제 등은 많은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 속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공부문에 대해서는 관심의 정도가 그리 높지 않았고 실제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도 구체적으로 그 내용이 주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관심 정도였지 어떠한 내용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막막하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워크샵에 함께 참여한 활동가 분들의 이야기에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물, 가스 등의 민영화에 대해서 듣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저는 광주를 포함한 전남지역에서 이와 관련된 사례가 없을까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고민 속에서 인터넷에서 자료 조사를 하던 중 2006년에 여수를 포함한 제주 등 많은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내용을 알게 된 후 구체적으로 어떠한 지점에서 출발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결말을 가져갈까 구성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솔직하게 고백을 한다면 저는 이러한 구체적 기획을 통하여 영상을 제작한 것은 처음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미디어 활동가로서 활동을 해왔지만 단순한 영상물 촬영이나 제작 과정을 지원하는 프로듀싱 그리고 영화에 대한 이론 교육을 주로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론적인 부분이나 제작 과정에 도움을 주는 역할은 하였으나 실제로 제 자신의 기획을 통해서 영상을 제작한 경험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작업은 제 자신에게는 처음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획을 시작할 때만해도 이렇게 많은 내용을 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막연하지만 완성은 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었던 거지요. 그러던 것이 여러 번 자료 조사를 하고 그 자료 조사과정에서 구성을 고민하고 인터뷰 질문을 다양하게 만들어내면서 달라져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이 저 혼자만이 아니라 안창규씨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진행되면서 많은 내용이 풍부해졌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를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고민하였고 공간 촬영과 자료 화면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두 사람의 고민이 결합되면서 내용이 달라졌고 제가 기획자로서 애초 기획된 구성안 역시 공동제작의 과정 속에서 변화를 겪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두 사람의 공동 작업은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공동작업 과정에서 저는 광주에 있고 안창규씨는 서울에 살고 있어 지리적 차이가 있었던 것은 어려운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더욱 큰 어려움은 존재하는 의견 차이를 줄여내고 그 차이를 좁혀가는 방식에서도 서로가 달랐던 점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작과정의 부딪힘과 오해를 서로에 대해서 더욱더 알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NO FTA 퍼블릭 액세스 프로젝트 전체 프로듀싱을 진행했던 한범승씨의 많은 노력도 이러한 어려움을 넘어서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은 커져가고 있으니.....

제목도 붙이지 못한 미완성 영상에 대한 중간시사회가 있었습니다. 걱정을 많이 했지만, 프로젝트를 함께 한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었을 때 속으로 기뻤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때는 아직 마무리 부분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고 작품의 엔딩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도 막막했습니다.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현실적 과제였고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많은 회의를 통해서 결론을 내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과거 제가 극영화 시나리오 공부를 할 때 배웠던 것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시나리오를 쓸 때 시작은 어쩔지 모르지만 엔딩은 항상 준비를 하고 시작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애초 기획할 때 엔딩을 고민했지만 그것이 전체 구성의 변화와 맞물려서 (수정이 생기지만) 큰 테두리에서 그 엔딩의 변화를 감당할 수 있어야 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렇듯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게 시작하였고 많은 의견과 논의 속에서 진행되고 변화하였던 워크샵 작품이 현재는 더욱 큰 변화의 지점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제 이 작품은 지난 4월에 광주와 진주에서 상영을 하였고 참세상에서 온라인으로 상영되고 있으며 조만간 위성방송 RTV와 지역 케이블에서도 만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지난 4월 KBS <열린채널>에 방영 신청하였으나 KBS 시청자소위원회에서 불선정되었습니다. KBS 시청자소위원회에서는 <주권으로서의 에너지, 이제부터 시작이다>를 불선정한 이유는 복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12개의 작품이 출품되어 4개의 작품이 선정되는 상황도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주된 이유는 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는 일방적인 목소리만 담고 있다는 것과 LG화학이나 GS칼텍스와 같은 특정 기업이름이 나오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퍼블릭액세스가 무엇입니까? 퍼블릭액세스가 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이나 뉴스에서 적용되는 공정성과 객관성이라는 논리가 적용되는 공간이 아니잖습니까? 퍼블릭액세스는 미디어에서 소외되어온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발언이 수용되고 사회의 다양한 계급과 계층의 요구가 커뮤니케이션되는 공간 아닙니까. 따라서 현실적으로 주류 미디어에서 나타나고 있는 한미 FTA의 긍정성, 한 EU FTA의 일방적 논리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의견이 가감 없이 보여질 수 있는 공간이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이어야 합니다.

퍼블릭 액세스! 다시 원점으로?

KBS 시청자위원회의 이러한 사고와 접근 방식에 대해서 우리는 퍼블릭액세스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로 다가가려고 합니다. 퍼블릭액세스의 근본이념인 사회적 목소리가 없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담는 공간으로서 접근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주류 미디어가 담을 수 없는 사회적 목소리를 일방적이라는 이유로 거부한다면 이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며 시민들의 매체 참여 권리를 박탈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반 언론의 논리인 공정성과 객관성이 아닌 퍼블릭액세스의 근본이념인 사회적 약자의 다양한 목소리가 담길 수 있는 시청자제작프로그램으로 제대로 세워내야 합니다.
이들의 사고는 자칫 시민들의 작품에 대한 검열의 도구로서 작용되기도 할 것이며 동시에 불선정 사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구체적, 명시적, 최소한으로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시청자소위원회가 출품된 작품에 대한 평가를 하는 동시에 시청자들의 의견을 일방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방송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퍼블릭 액세스 활성화

이러한 현실에서 미디어운동과 사회운동이 적극적으로 만나는 지점으로서 퍼블릭액세스를 사고하고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 더욱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은 퍼블릭액세스를 미디어 활동가들이 지역의 사회운동과 결합시키고 다양한 시민들의 욕구를 반영하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동시에 지금의 소위 UCC 열풍과의 차별점을 형성시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지역미디어운동의 현실적 조건인 제작 기획 능력 향상과 제작 주체 양성 그리고 지역의 이슈를 발굴하고 이를 지역에서 소통해 내는 과정이 결합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방송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상영 방식을 고민하고 상영해 내는 것도 퍼블릭 액세스 활동이 다양한 내용으로 지역에서 활성화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글을 끝맺으면서 저의 초보자로서의 경험을 과감히 말씀 드린다면 지금 영상을 만들고 싶은 분들이 존재하신다면 부딪치십시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현재의 수준에서 메모를 시작하고 그 내용에 대해 자료를 검색하면서 출발하십시오. 투여한 시간과 노력 속에서 작품의 구성과 내용은 달라지고 예상과 달리 많은 부분을 경험하게 되시고 많은 성과를 낳을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저항의 상상력”- 지역미디어활동가들의 공동행동! No FTA 퍼블릭액세스 제작프로젝트>는 이제 하나의 사례로서 많은 평가와 논의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는 하나의 사례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형태의 지역 미디어 활동가들의 퍼블릭액세스 활동구조와 실제적인 워크샵 등 다양한 프로그램 속에서 확장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그래야만 퍼블릭액세스의 구체적 활동이 다양한 지역의 미디어 운동과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우리들이 원하는 퍼블릭 액세스 활성화의 길로 나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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