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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45호 이론의 여지] 수신료 4000원으로 인상하면 공영방송이 안녕할까? - KBS 수신료 인상안과 절차에 대한 문제 및 시민사회단체의 논의 내용을 중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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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45호 / 2007년 9월 12일

 

 

 
수신료 4000원으로 인상하면 공영방송이 안녕할까?


- KBS 수신료 인상안과 절차에 대한 문제 및 시민사회단체의 논의 내용을 중심으로 -
김형진 /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활동가
 
2,500원 텔레비전방송수신료(수신료)는 1981년 4월부터 징수 부과되기 시작했다. 1981년 본격적인 컬러TV 방송의 시작과 괘를 함께하고 있다. 1,500원 인상, 4,000원 수신료안을 KBS는 2007년 7월 방송위원회에 접수하였다. 2012년 디지털방송전환을 위한 공영방송의 재원마련이라는 것이 솔직한 KBS의 고백이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동상이몽한미FTA 추진 일정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미디어 공공성’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한국 사회 내부에서 유행처럼 일고 있는 자발적 자유화 조치는 물론, 시장중심에 맞춰진 미디어 정책과 초국적 미디어 재벌의 침투는 예상보다 훨씬 강력하게 한국 사회의 미디어를 상업화하고, 공공적 가치와 다양성의 의미를 훼손할 것이라는 것은 빤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주무부처 내 공공적 정책이 희소성을 갖게 되고, 정부부처 중심으로 발표되는 서비스종합대책안은 시장주의 일색인 실정에서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FTA는 사회 모든 분야에 ‘공공성’이라는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이런 가운데 미디어운동 내부에서도 ‘공공성’이라는 측면을 어떻게 실현하고, 부각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점차 많아지기 시작하였다. 특히 한미FTA저지 시청각미디어공동대책위원회 대표자회의에서 한미FTA 이후 미디어운동에 간략한 토론이 진행될 때 ‘미디어공공성’을 목표로 한 공동대응단위의 모색이 제안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의제가 ‘공영방송의 재구성’이었다. 문화연대의 경우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첫 번째 숙제로써 현재 한국 내의 공영방송을 보다 탄탄하게 하기 위한 의제설정과 문제제기를 찾기 시작하였고, 그 가운데 공영방송의 주요한 재원인 ‘수신료’ 인상을 목표로 공영방송의 시스템 점검과 내용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나름 긍정적으로 해석해보면 이와 같은 내용은 2006년 하반기와 2007년 상반기를 거치면서 미디어운동 사회 내 알음알음 소문이 돌기 시작하였고, 실제 미디어 공공성에 기반 한 공영방송의 구체적 의미 찾기는 미디어 운동 사회 내에서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2007년 상반기, 한미FTA 체결과 협정문 공개 등으로 인해 미디어운동의 목표는 일단 한미FTA 협상 반대와 무효, 협정문 분석을 통한 문제점 제시 등으로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실제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한 논의가 활성화되지 못하였다. 이런 가운데 KBS 내부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마련하였고, 절묘하게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의 주도권은 KBS로 넘어가고 말았다. 더욱이 올 4월,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시키기 위한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디지털방송특별법)이 최종 확정되었다. 디지털방송특별법을 왜 눈여겨봐야 하냐면, 법안에는 “방송사업자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비용부담을 고려, 수신료 현실화와 광고제도 개선 등 지원방안 마련 건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KBS 입장에서는 수신료를 인상하기 위한 근거이자 실현 가능성을 높게 만드는 법안이 뒤에 버티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2007년은 수신료 인상을 위한 절호의 기회이자 시기일 수밖에 없다. 여하튼 KBS는 빠른 속도로 수신료 인상에 대한 내부 검토와 수신료 인상안 제출을 위한 프로세스를 밟아가기 시작하였다. 사실 KBS는 올 해 2월 워크숍에서 수신료 인상에 대한 업무보고를 이사회에 진행한 바 있었으며 디지털방송특별법은 수신료 인상을 위한 KBS 내부 논의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한 번의 공청회를 거친 이후 KBS는 이사회가 의결한 수신료 인상안을 지난 7월 방송위원회에 제출하였다. 수신료는 방송법에 근거하여 방송위원회는 수신료 승인 신청을 접수받은 이후 60일 이내에 의견서와 관련 서류를 국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
이처럼 수신료 인상에 대한 KBS의 발 빠른 행보에 비해 운동진영의 논의와 소통은 부진하였다. 언론운동단체와 학회를 중심으로 한 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하였지만, 실제 수신료 인상을 둘러싼 주도권은 확실하게 KBS가 쥐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어느 정도 인상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의 토론이 이루어지기 전, KBS가 1500원을 인상한 4000원 수신료 안이 발표되었고, 실제 언론운동단체는 그 논의에 따라가기에 급급하였다. 물론 논의를 진행하는 동안 수신료 인상을 위한 전제조건과 적절한 수신료 인상액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여하튼 주도권이 KBS에게 넘어간 상황에서 미디어운동 진영의 대응은 더욱 분주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KBS는 ‘공공서비스 확대 및 디지털 전환 완수’를 위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수신료 인상안을 발표하였다. 1) 수신료 현실화를 통해 진정한 공영방송을 만들고 2) 차별 없는 디지털 방송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KBS가 제시한 수신료 인상에 대한 이유였다. KBS는 수신료 인상을 위한 대국민 약속으로 △디지털 방송전환을 통한 수신환경 개선 △품격 높은 프로그램 제공 △디지털 전환 2012년까지 완료 △EBS 수신료 지원율 7%상향 조정 △공영성 지수 개발 △공기업 이상으로의 경영투명성 확대 △지역방송활성화,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 △위성채널 ‘KBS 월드’ 지원 강화 △소외계층을 위한 방송시간 확대와 예산 확충, 재난재해 방송 시스템 완비 등 10개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KBS 제시한 인상안에 대해서 과정은 물론, 내용과 인상액에 대한 미디어운동단체의 반발에 부딪혔다.
일단 수신료 인상액에 대해서는 문화연대에서 개최한 ‘TV방송수신료의 사회적 평가’ 토론회에 참석한 미디어운동단체 활동가를 비롯해서 연구자 등은 한결같이 수신료 인상액이 KBS의 4000원 안보다 높아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함께 했다. KBS가 제시한 4,000원은 단지 2012년까지 디지털전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한 수치였고, 또한 수신료 인상이 매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여 공영방송의 재원이라는 측면을 보다 강조하여 광고수입을 줄일 수 있도록 인상액은 더욱 높아야 한다는 것이 보편적인 주장이었다. 전규찬 미디어문화센터 소장은 ‘텔레비전 수신료 인상의 사회적 판단과 조건들’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4000원으로 인상한다 하더라도 KBS 2TV 광고 의존도가 1/3 수준으로 높기 때문에 공익성/공공성을 훼손할 위험성을 잔존시키는 것이라 말하였다. 또한 그는 KBS 정책기획센터 이상요 팀장도 “광고수입을 5천억 원 이상 계속 의존하게 되면 2TV의 공영성 유지는 대단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는데, 현재의 KBS의 안으로는 광고수입이 5천억 원이 넘는다고 지적하며, KBS가 제시한 안 자체가 KBS도 주장하는 공영방송 재원마련의 실질적 근거가 될 수 없음을 밝혔다. 구체적인 수치로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문화연대의 경우 5,000원 안을 제시하였고, 미디어운동 단체 역시도 5000원 인상안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실질적으로 광고수익을 줄여 KBS가 공영방송으로써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재원구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KBS가 제시한 대국민 약속 자료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되었다. 문화연대의 경우 ‘빈곤한’ 대국민 약속이라 규정하고, 난시청 해소 및 수신환경 개선의 경우 디지털 전환에 따라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수신료 인상과는 무관한 것이며, 보다 구체적이며 내부 성찰 없는 대국민 약속,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과 전망/비전이 부재한 대국민 약속이 단지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점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였다. 이와 같은 지적은 진보/보수를 망라하고, 한 목소리로 지적되었다. 더욱이 보수진영에서 주장한 KBS의 기계적 중립성을 내세운 공정성 문제는 노골적으로 정치적인 냄새가 풍기는 가운데, 오히려 난시청 해소 등과 같은 KBS의 기존 대국민 서비스에 대한 문제를 더욱 강하게 주장하였다. 또한 시기적 문제를 제시하며 대선이 있는 2007년, 정치적으로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시기에 수신료 인상안을 제시한 것이 매우 정치적인 행위라며 비판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수신료 인상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KBS는 민주적 과정을 상실한 채 일방주의 형식주의로 수신료 인상안을 마련하였다. 현재의 법적 절차만을 본다면 이와 같은 KBS의 과정은 문제시될 것이 없을지 몰라도, 공영방송이라는 의미를 찾아가겠다는 KBS가 그 방법으로 수신료를 인상하기 위하여 시민사회와 소통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부분은 수신료 인상안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그 자체만으로도 방송의 공공적 혁신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주무부처인 방송위원회 역시도 법적 절차에 따른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 수신료 인상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와 소통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국회, 정략적 판단을 빼고 공공성을 논의하라
얼마 전 보수우익단체들을 중심으로 하여 ‘수신료 인상 저지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이 발족하였다. 명분 없는 수신료 인상에 반대한다는 것이 주장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이 소위 ‘진보’라는 그룹에 속하는 언론단체에서 주장하는 수신료 인상안에 전면으로 배치된다고는 볼 수 없다. 즉, 수신료 인상의 찬반으로 나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국민행동의 공동대표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도 “KBS를 보수화 혹은 진보화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를 보·혁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은 스스로 공정성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경향신문) 이런 가운데 막무가내로 수신료 인상안을 밀어붙이는 KBS의 일방적 자세와 방송의 공공성 확보라는 틀 안에서 중요한 의미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방송위원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논의의 확대를 위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노력보다는 행정편의에 맞춘 태도로는 공공적 의미를 생산해낼 수 없다.
이제 수신료 인상안, 공영방송의 의미 회복에 대한 주요한 가치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방송위원회의 의견서를 참고로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결정을 내릴 것이다. 운동 사회 내 보수와 진보의 다툼으로 해석하거나 공영방송의 정치적 길들이기 방식으로 논의해서는 안 된다. 현행 KBS 수신료 인상안은 종합적으로 고려되지 못하였고,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도 부족하였다. 더욱이 KBS의 수신료 인상안은 공영방송의 복원, 공공적 가치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수정되고, 보완해야 할 것들이 산적해 있다. 인상액은 물론 내용의 추가 검토도 필요하다. 공영방송의 자리를 찾는 주요한 과정이 졸속적으로 처리되거나 민주적으로 논의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참담하다. 따라서 수신료 인상이 KBS만의 것이 아닌 EBS를 포함한 공영방송과 한국 사회 내 방송의 공공성에 기여하고, 장기적으로 공익적 역할에 원칙이 될 수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국회는 똑바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운동 사회 내에서는 수신료 인상을 통한 공영방송의 의미 회복이라는 전제 속에서 절충적인 방식의 KBS안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그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발언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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