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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81호 전미네의 담벼락] 서동축제 사랑의 FM / 지구인의정류장 크라우드 다큐 / 노인미디어교실 통합상영회

휴재/전미네의 담벼락(휴재)

by acteditor 2013. 4. 1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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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81호 연재 2012.11.13]

 

방방곡곡 시시콜콜 전미네의 담벼락

익산 서동축제 사랑의 FM / 안산 지구인의 정류장의 크라우드 다큐 / 노인미디어교실 통합상영회

오재환(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사무국)

 

[편집자 주] ‘방방곡곡 시시콜콜 - 전미네의 담벼락'(이하 담벼락)은,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이하 전미네)의 사무국에서 전미네 메일링을 통해서 정기적으로 보내는 지역소식을 모은 것입니다. 의 다른 기사들처럼 자세하고 분석적인 글은 아니지만, ‘담벼락'을 통해서 지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활동들의 맥락과 의미에 대한 보다 폭넓은 소식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1. 익산 서동축제 사랑의 FM

▲ 사랑의 FM 라디오 부스의 모습

 

'서동축제'는 익산에서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지역의 중요한 문화행사입니다. 익산미디어센터에서는 작년부터 이 축제 행사의 하나로 '사랑의 FM'이라는 이름의 미니FM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서동축제가 열리는 현장에 라디오 부스를 차리고, 미니FM을 하기 위해서 라디오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진행자와 엔지니어로 참여해서 25개의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진행했다고 합니다. 작년과 비교해볼 때 올해에는 사랑의 FM이 서동축제의 일환으로 더 확실히 자리 잡으면서 지역에서 공동체미디어에 대한 인식을 넓혀가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사랑의 FM에 참여한 시민들에게도 라디오 방송의 경험이 일회성 체험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도록, 익산미디어센터에서 운영되고 있는 라디오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할 것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이번 사랑의 FM에는 고등학생부터 시작해서 대학생, 직장인, 30-40대 주부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작년과 조금 달랐던 부분은, 일부의 참여자들이 DJ나 게스트뿐이 아니라 엔지니어나 PD 등의 스텝 역할로 함께 했다는 것입니다. 보통 처음에 라디오 방송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눈에 드러나는 DJ와 같은 역할을 꿈꾸기 마련인데요, 이렇게 방송을 만드는 데 필요한 다양한 역할을 함께 맡아서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힘이 모여서 라디오가 제작되는 과정을 좀 더 진지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방송의 주제는 서동축제의 미니FM이다보니 서동 설화에 대한 이야기나 익산의 문화유산, 익산 지역 문화 활동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고, 그 밖에 참여자들의 관심사에 따라서 여성, 인간관계 상담, 연애 이야기(실제 커플을 초청해서 방송했다고 하네요!)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었고요. 공연이나 체험행사 등 늘 보던 듯한 다른 행사들과는 차별화되는 모습 때문에 더 그렇기도 했겠지만, 현장 라디오 부스에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송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해요. 그리고 서동축제 주최측에서도 미니FM을 처음 시작했던 작년에 비해 미니FM의 역할을 더욱 높이 평가하고 있어서, 축제 홈페이지나 선전물, 기록 작업 등에서 사랑의 FM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지역의 큰 축제에서 미니FM이 잘 자리 잡으면, 지역민들에게 생소했던 공동체라디오나 미니FM 같은 개념들이 좀 더 잘 이해받을 수 있을 거고, 이후에 지역에서 공동체미디어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겠죠. 그리고 익산미디어센터에서는 이러한 미니FM 이외에도 익산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라디오 동아리 활동을 하며 '감감소식'이라는 인터넷 라디오를 함께 만들고 있는데요, 이번에 사랑에 FM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도 이 동아리를 함께 하자고 제안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런 활동이 잘 이뤄지면, 라디오 제작 교육이나 미니FM과 같은 행사에 참여한 것이 개인적으로 좋은 추억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라디오 제작을 계속하면서 더욱 의미 있는 지역 공동체미디어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공동체라디오를 포함해서 공동체미디어라는 아직 생소한(!) 분야가 더 많이 알려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텐데요, 축제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미니FM 같은 경우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동체미디어가 어떤 것인지 직접 볼 수 있게 하고, 공동체미디어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늘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익산미디어센터의 이러한 활동을 통해 익산 지역에서 공동체미디어를 경험하고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나서, 주민들의 미디어활동이 지역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더욱 튼튼해졌으면 좋겠습니다.

 

 

2. 노인미디어교실 통합상영회

▲ 노인미디어교실 통합상영회 단체사진

 

올해 5월에서 9월까지, 부천, 주안, 고양, 성남, 미디액트, 이렇게 총 다섯 개의 미디어센터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서 노인미디어교육을 진행하였는데요, 이 교육들의 결과물을 모은 통합상영회가 지난 9월 19일에 고양영상미디어센터에서 있었습니다. 다섯 개 지역에서 영상 및 사진교육을 받으셨던 60여 명의 어르신들이 상영회에 참여하셨고요,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하는 게 불편하실 테니 사람이 많이 안 올까봐 걱정도 했는데 다행이 사람이 많이 와서 굉장히 활기찬 분위기의 상영회가 되었다고 해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다른 모든 미디어교육이 그렇겠지만, 노인미디어교육도 우리가 피상적인 이미지로만 알고 있던 '노인'이라는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삶을 사는지를 드러내는 과정일 텐데요, 이번 통합상영회의 결과물들에서도 그러한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이 많았습니다. 노년이 되어도 삶이 다 끝난다거나 그냥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는,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노년의 삶도 활기찬 변화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았고요, 활기찬 삶의 대표주자인 연애에 대한 극영화도 있었어요. 그리고 노년이 되어서 자기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담은 영상도 많았고요, 그 밖에 장묘 문화와 같이 노인의 관점에서 더욱 많은 고민을 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영상도 있었습니다. 좀 특이할 만한 것은 부천미디어센터의 상영작이었습니다. 사실 부천미디어센터에서는 사진 교육을 진행한 관계로 상영회를 할 수 있는 결과물은 없었기 때문에 교육 과정을 보여주는 메이킹필름이 상영되었어요. 그런데 어르신들 간에도 지역에 따른 생활수준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지, 삶의 의미를 고민하고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활력소를 찾는 등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조건에서 나올 수 있는 모습들은 잘 드러나지 않았고요, 대신에 '어디에 가면 폐지를 많이 주울 수 있다더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노년이 되어서도 고생스러운 삶을 사시는 모습이 많이 드러났습니다. 상영회가 끝나고 평가를 하면서 상영회를 기획한 사람들은 지역끼리 사는 모습이 비교가 되는 바람에 어르신들이 상처를 입는다거나 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어르신들이 자신이나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만 보면서 그 안에서만 고민하지 않고, 자신과는 차이가 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가 서있는 자리에 대한 좀 더 사회적인 고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진행된 노인미디어교실 통합상영회와 같은 것들을 미디어교육을 마무리하는 의례적인 절차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만들어진 결과물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교육을 받고 미디어를 제작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는 소통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이번 통합상영회는 교육 결과물이 교육을 진행한 단위 안에서 머물지 않고 비슷한 교육을 받은 다른 사람들과 공유되면서, 자기 꿈이나 바람을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넘어서 나와 입장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3. 지구인의 정류장 크라우드 다큐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유튜브 플랫폼 홍보물

 

이주노동자와 함께 미디어교육과 영상 제작 등의 활동을 꾸준히 해 온 안산 지구인의 정류장에서는 최근에 "크라우드(crowd) 다큐멘터리" 제작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크라우드 다큐라는 게 도대체 뭘까요? 요즘 공공 정책 수립이나 기업의 제품 개발 과정 같은 걸 오픈해서, 일반인들이 참여해서 아이디어도 내도록 하는 걸 크라우드 소싱이라고 부르잖아요? 지구인의 정류장에서 시도하는 크라우드 다큐도, 지구인의 정류장에 있는 몇몇 사람끼리만 영상물을 기획, 제작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이주노동자들이 촬영한 미디어 자료들을 모으고, 거기에서 나온 소재들이나 영상 풋티지 등을 활용해서 다큐를 제작하는 거라고 하네요. 하지만 이러한 크라우드 다큐가 기업이나 정부에서 하는 크라우드 소싱처럼 비용 절감과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건 물론 아닙니다.

 

지금까지 지구인의 정류장 뿐 아니라 많은 곳에서 이주노동자 미디어교육이 이뤄지고 그 결과물이 사회적으로 알려졌지만, 미디어교육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더라도 이주노동자들이 촬영한 수많은 영상이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합니다. 요즘은 전화기에도 좋은 카메라들이 달려있는 덕분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상이나 공장에서 혹은 농장에서 일하다 부딪치는 부당한 일을 겪는 순간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영상을 밖으로 꺼내서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기보다는 그냥 이주노동자 개인이 혼자 간직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리고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이 사람들이 자기가 겪은 부당한 일을 이주노동을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로(그러므로 다른 이주노동자와 함께 이야기하며 풀어가야 할 문제로) 인식하기 보다는 그냥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만약 이렇게 각자의 핸드폰 속에 잠자고 있는 영상들이 세상으로 나와서 다른 이주노동자에게 보여지고 이들이 서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면, 이주노동자들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모이게 할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지구인의 정류장에서는 이러한 영상이 한 데 모여 소통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유튜브 아이디 하나를 만들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개해서 이주노동자들이 자기가 찍은 영상 풋티지를 그곳에 올릴 수 있도록 하고, 더욱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여기에 참여하고 함께 볼 수 있도록 팜플렛과 입소문을 통해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거칠게 촬영된 영상을 모아놓는 것만으로는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기엔 부족할 것입니다. 우선은 같은 문제를 겪는 이주노동자들이만 출신 국가에 따라 다른 언어를 쓴다는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지구인의 정류장에서는 올라온 영상들 중 일부라도 다양한 언어를 쓰는 이주노동자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번역하는 활동을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은 올라온 영상들 중 하나를 택해 관련된 내용을 취재하고, 이렇게 취재한 내용과 이주노동자들이 제공한 풋티지를 활용해 짧은 영상을 만들어 내는 크라우드 다큐 제작팀이 꾸려졌습니다. 이 활동의 무게 중심은 이주노동자들의 실상을 다른 한국 사람에게 알리는 것보단, 이주노동자 사이의 소통을 돕기 위해 좀 더 정리되고 내용 전달이 잘 되는 영상을 만드는 것에 놓여 있습니다. 이 팀에서 만든 크라우드 다큐에 깔리는 나레이션을 들어 보면, 한국어를 배운지 얼마 안 된 이주노동자들이 쓰는, 조사가 별로 없고 단순한 단어로 구성된 문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의도한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이러한 나레이션 하나에서도 영상의 주된 전달 대상이 한국 사람이 아닌 다른 이주노동자들이라는 것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한국 이주노동자에 대한 영상을 한국인들끼리 보면서 연민을 느끼는 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이 이것을 보며 스스로가 처한 상황을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할 의지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인 것이지요.

 

현재까지 지구인의 정류장에서는 두 편의 크라우드 다큐를 제작했고, 유튜브 계정에도 이주노동자들이 올린 영상들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구인의 정류장의 야심찬 기획이 앞으로 꾸준히 지속되어서, 이주노동자들이 다른 동료들이 처한 현실을 함께 확인하며 더욱 긴밀한 연대를 할 수 있는 통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 유튜브 계정은 아이디와 비번이 공개되어 있어서 누구나 영상을 올릴 수 있습니다. 주변에 아는 이주노동자들이 있다면, 많이 알려주세요!

아이디: earthian2012, 비밀번호: stations

 

* 지금까지 제작된 두 편의 크라우드 다큐는 다음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밥 없어, 집 없어, 시끄러 나가! http://www.youtube.com/watch?v=9pkTpaidOkU

일 많이! 월급 조금? http://www.youtube.com/watch?v=PvJ-xuAA_V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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