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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7호 연재] 작지만 큰 영화제 (1) 다큐멘터리영화제 :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작은 외침 - 충주 작은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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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2. 24.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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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7호 연재 2016.3.7] 작지만 큰 영화제


작지만 큰 영화제 (1) 다큐멘터리영화제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작은 외침

- 충주 작은 영화제


이선희(충주작은영화제 대표)


편집자 주 영화제하면 어떤 영화제들이 떠오르시나요? 대개 부산, 전주, 부천 같이 소위 ‘한국의 3대 국제영화제’라 불리는 행사들이 생각날 겁니다. 하지만 비록 이런 영화제들처럼 몸집이 크지도, 주목을 받지도 못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지역 공동체와 함께 하며 열려온 영화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2016년, <ACT!>에서는 그런 영화제들을 주목하고 영화제를 만드는 이들에게 직접 영화제 소개를 듣는 기획 ‘한국의 작은 영화제들’을 시작하려 합니다.


이번에 <ACT!>가 첫 번째로 다룬 영화제들은 ‘다큐멘터리 영화제’입니다. 3-4월은 한국의 오래된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제인 ‘인디다큐페스티발’이 열리는 해이고, 그에 맞춰서 전국에 열리는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2004년부터 개최된 충주작은영화제, 2012년부터 개최된 익산다큐영화제를 알게 되었습니다. 과연 이 두 영화제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일화들을 가지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함께 살펴봅시다.


목마름에서…


△ 2015 충주 작은 영화제 포스터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판다’라는 말은 충주작은영화제를 준비하는 모임 <따로 또 같이>에 잘 어울리는 말이다. 


 충주는 물 맑고 공기도 깨끗하며 가까이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산천이 연결되고 수도권과 멀지 않다는 이유로 전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 순위 안에 들었다는 비공식 통계를 가지고 있는, 인구 20만이 조금 넘는 작은 도시이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좋은 공연이나 영화를 접할 수 없어 지역민들에게 쌓여있는 문화적 소외감은 현재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은 서울, 청주, 원주로 원정을 떠나야 문화적 욕구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이다.


 이런 지역에서 독립영화라는 것은 그 개념조차 생소한 것이었다. 전국 최초로 다큐멘터리 영화 9개 도시 극장개봉이라는 감격을 충주가 비껴가는 현실에서 “가지 말고 오게 하면 안 될까?”라는 생각으로 실천가능하리라 믿었던 무모한(?)듯한 시도가 결국은 같은 욕구를 가진 사람들을 모이게 했고, 스스로 목마름을 해결하고자 조직적으로 움직인 결과 2004년 2월 충주지역 영화모임 <따로 또 같이>를 결성, 충주에서는 실현 불가능 할 듯했던 인권영화제인 제1회 충주작은영화제를 치룰 수 있었다.


 문화적 공감대의 형성과 운동의 저변확대를 꿈꾸며 첫 해부터 봄에 하는 영화제는 ‘인권영화제’라는 틀 속에서 주제전 형식이 아닌 그해 쏟아져 나온 혹은 지역에서 상영기회를 갖지 못한 여러 독립영화들로, 겨울영화제는 ‘여성이야기’라는 주제로 가닥을 잡았다. 2004-2005년은 일 년에 두 번의 영화제를 치루는 진기록을 세웠으며 10년이 지난 지금도 회원들은 이런 대담(?)한 결정을 어떻게 했냐며 옛날 그 열정을 떠올리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2004년 서울에서는 ‘인권영화제’가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소도시인 충주의 경우, 독립영화를 접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그 시절, 모임에서 각자 주머닛돈을 꺼내 재정을 부담하고 끊임없이 영화제 준비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면서 순전히 영화를 사랑하는 그 마음 하나로 달려와 2004년 비전향장기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독립 다큐멘터리 <송환>을 시작으로 매년 3일 간의 지역 인권영화제로 개최되며 현재 15회째를 맞고 있다.


영화제 기획과 운영은…


 충주작은영화제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영화를 사랑하는 충주지역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 주최로 열리는 지역 인권영화제로서, 상업성을 추구하는 주류영화들에 밀려 관객들과의 만남이 어려운 독립영화들을 상영하여 평등, 자유, 평화, 정의, 생명, 관용과 인간 존엄성의 의미를 깨닫고 차별 없는 조화로운 삶을 꾀하고자 하는 지역의 문화축제이다. 




 영화제 추진위원회는 행사를 총괄하는 위원장, 예산 집행, 결산 및 사무업무를 맡는 사무국장, 영화제 기획 및 영화섭외를 담당하는 프로그래머, 포스터 및 홍보물을 제작하고 영화제를 홍보하는 홍보팀 등 10명의 추진위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제 기획안을 가지고 직접 충주시청 담당부서와 논의하여 보조금을 조금 받아냈지만, 시민들의 정성어린 후원금이 있었기에 영화제 개최가 가능하였다. 재원은 전교조, 민주노총, 민예총, 한살림 등의 지역 시민단체로부터 재정적인 후원을 받아 마련했다. 또한 뜻있는 일반 시민들의 개인후원금과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움직이는 문화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호기심어린 관심은 영화제를 치를 수 있을 만큼 든든한 후원이 되어주었다. 


 충주작은영화제가 추구하는 본래 성격에 맞게 처음 영화제를 시작할 때부터 현재까지 시민들에게는 무료 상영회로 개최하고 있다. 지역의 시민단체나 학교 등을 직접 찾거나 단체 및 학교별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홍보, 도심의 전광판 홍보, 웹상에서의 홍보, 지역신문 광고, 현수막 등 처음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제를 알리고 있으나 아직도 홍보의 어려움은 현실적인 한계로 느껴진다. 그래도 이젠 관객들의 성원으로 상영회가 시작되면 제법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 스스로가 놀라기도 한다. 


 2009년 <워낭소리>가 전국적으로 흥행에 성공하여 떠들썩한데도 충주에는 상영소식이 없었다. 우리 모임에서는 충주시민들을 위해 특별상영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허나 상영회를 열자마자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700명이 넘는 관객이 한꺼번에 몰려 상영장 앞은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그래서 좋은 일을 하고도 죄송하다는 안내 방송을 내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겨우 관객들에게 양해를 구해 2회 상영으로 횟수를 늘려 행복한 고민을 해결했던 기억은 지금도 회원들을 상기된 얼굴로 만드는 우리의 무용담이 되었다.


 또한 영화제마다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1회 이상은 꼭 편성하여 ‘영화보기를 통한 좋은 세상 만들기’라는 영화제의 취지에 공감하는 시간을 갖는다. 관객과의 만남이기도 한 이 시간이 이젠 열띤 참여와 풍성한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항상 벌써 시간이 다 흘렀다는 아쉬움 속에서 큰 여운을 남겨준다. 또 영화제의 개막식 축하공연은 지역 음악인들을 초청하여 함께 즐기는 무대로 제공되며, 기념품 제작 판매도 때때로 이루어져 작은 장터가 마련되기도 한다.





 충주의 작은 몸짓, 큰 울림!! 충주작은영화제가 어느덧 15회째이다. 2000년대 이후 다양한 영상문화를 통한 시민들의 사회적 참여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시대를 맞아 이를 적절하게 수용하고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배급해 온 충주작은영화제는 충주시의 재정적 지원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지역사회의 건강한 문화마당으로 자리 잡았다. 


 충주 시내 단 한 곳의 극장으로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고 넘쳐나는 영상물을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어 그동안 충주작은영화제는 다양한 독립영화, 예술영화들을 배급하고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 충족과 사회 참여 의식을 제고시켜 왔다. 앞으로도 다양한 홍보 전략으로 충주시민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는 지역영화제로 거듭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또한 그동안 지역에서 생산된 독립영화들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시사회장으로 프로그램을 편성해왔지만 앞으로도 지역민들의 공감대를 넓히고 학생들을 포함한 지역 내 영화제작자들에게도 창작동기와 의욕을 고취시켜 작품 개발의 좋은 기회가 되며 또한 지역의 상영회 장으로 활용되어 지역 영상문화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여성영화의 최근 흐름을 지역에 소개하고, 문화생산의 주체이자 대상으로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지역여성들과의 연대를 통해 함께 어울려 사는 양성 평등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고자 한다.  


 지역실정이나 여건에 비춰볼 때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소외된 사람들에게, 세상을 조금이라도 상식적인 곳으로 바꾸려는 사람들, 억압과 고통이 사라지고 폭력과 전쟁을 멈추기 위한 노력을 온몸으로 하는 사람들이 밝혀내는 진실을 마주하며 상업주의의 편식에 치우친 한국의 영상문화에 새로운 도전과 자극을 응원하는 충주작은영화제의 외침은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끝없는 울림이 될 것이다. □



[필자소개] 

이선희 (충주작은영화제 대표)

충주의 중학교 교사로 아이들이 웃으면 세상이 행복해 진다는 생각으로 행복한 학교를 꿈꾸며 학교혁신을 부르짖는 사람이다. ‘멋있는 사람은 쉬이 늙지 않는다’는 생활신조를 갖고 있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다.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해 새 길을 찾아 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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