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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9호(특별기획) 길라잡이] 2010 영진위 파행 봄 컬렉션 - 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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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16. 1. 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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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9호 길라잡이 2010.05.05]

 


[특집기획] 2010 영진위 파행 봄 컬렉션

- 그해 봄은 더디 왔네...

 

 

 

 

김윤진, 김지현 (ACT! 편집위원회)

 

 

 


준혁: 3월 말인데 왜 이렇게 추워.

정음: 그러게. 곧 있으면 윤중로 벚꽃축제인데 이렇게 추우면 꽃 하나도 안 피겠다.

 

 

 

<지붕 뚫고 하이킥> 마지막회, 준혁과 정음의 대화 中에서.

 

 

지난 겨울, 많은 것들이 사라졌습니다. 계급의 사다리를 올라가려 했지만 그렇게 되면 또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아래에 있어야 하는 걸 알았던 세경은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옆에 있던 지훈은 침묵합니다. 비가 내리던 겨울의 끝. 그리고 그들은 흑백의 프리즈 프레임이 되었습니다.

 

 

세경과 지훈의 죽음은 여전히도 회자됩니다. 하지만 비극과 희극의 경계가 없던 그 겨울에 또 다른 것들도 사라졌습니다. 이번에 사라진 것은 사다리 없는 이들에게 받침대가 되던 공간이었습니다. 먼저, 2010년 1월 25일 객관성과 정당성을 상실한 두 번의 파행 공모를 통해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의 운영사업자가 교체되었고, 이에 따라 인디스페이스와 미디액트가 운영하던 기존의 공간은 해체되었습니다. 또 엄연히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계약 주체로 되어있는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 공간에 대해서도 도입의 근거나, 집행능력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막무가내식 ‘공모' 바람이 불어 닥쳤고, 지원자 없음으로 두 번의 공모가 모두 불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비 지원을 미끼로 한 독립성에 대한 위협은 여전히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진위 부설 영화학교인 한국영화아카데미 또한 직제 개편과 기능 축소, 원장 공석 등으로 인해 학사 행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되면서, 27년간 이어온 국립영화학교로서의 존폐 여부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 겨울, 어느 무지(막지)한 공공 기관의 횡포로 인해 우리의 미디어 환경에서 갑작스럽게 사라져버렸거나 사라지고 있는 풍경들입니다.

 

 

2009년 한없이 거꾸로 가는 시간을 되돌아보며 우울하게 한 해를 마감했던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저널 ACT!가 2010년 특별호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미디어 환경을 둘러싼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답답하고 어두워만 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특별히 우리의 답답함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영화를 진흥해야할 공공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입니다. 절차적 하자와 자리 챙겨주기로 얼룩진 독립영화전용관 및 영상미디어센터의 운영자 공모에서부터, 시네마테크에 대한 근거 없는 공모 강행과 지원 철회 위협, 그리고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일방적인 직제 개편 및 기능 축소에 이르기까지 영화진흥위원회가 벌인 일련의 파행 행정으로 인해 이대로 멈춰선 안 되는 시간이 멈추거나 주춤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리 우울하지만은 않습니다. 영진위의 독단과 파행을 저지하고 우리들의 소중한 공간을 지켜낼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그동안 이 공간들을 드나들며 다양한 꿈을 키우던 수많은 관객과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딱히 “영화인도 아니며 그저 영화를 좋아하는 일개 관객에 지나지 않”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하곤 하는 이 분들은 이번 항의에서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주었습니다. 또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너무나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영화를 새로운 독립영화전용관에서 틀지 말아달라고 보이콧을 선언한 수많은 독립영화 감독들도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하루 빨리 영진위의 정상화를 촉구한 1692명의 영화인들과 340여명의 문화예술인들이 있었고, 국경을 넘어 한국의 미디어 상황을 진지하게 걱정하고 연대해준 수많은 미디어활동가들과 연구자, 지지자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지난 겨울, 영진위의 파행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미디액트, 인디스페이스, 서울아트시네마, 한국영화아카데미라는 공간을 통해 우리가 새롭게 만나게 된 소중한 얼굴들입니다.

 

 

ACT!는 수많은 일이 일어났던 지난 겨울의 시간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이번에 영진위가 일으킨 파행의 본질은 무엇인지, 이로 인해 사라질 뻔한 공간들의 의미는 무엇인지, 무엇보다 우리들의 행동을 통해 새롭게 발견하게 된 가능성은 무엇이고 확인하게 된 것은 무엇인지, 그래서 앞으로 우리들의 소중한 공간과 미디어 환경이 나아가야할 방향과 그 실현 방법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꼼꼼히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이번 특별 호에 실린 4개의 글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이 질문들에 묻고 답하는 과정들입니다. 먼저 나비의 “미디액트 핑계대고 잘 놀고 있는 우리들 [돌아와 미디액트]”와 신선자의 “견디고 버틸 것, 언젠가 봄은 온다!”는 이 공간들이 이용자와 관객들의 삶에 가지는 일상 생활적 의미와 따라서 이 공간들을 원래의 의미대로 돌려받고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자신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소박한 소망을 가지고 하나둘 몰려들었던 사람들이 꿈을 꿀 수 있었던 이유 미디액트를 우리에게 다시 돌려내야 하는 이유와 같다. 이상하고 부당한 공모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도 그것과 같다."

 

 

“만약 시네마테크가 무너진다면 영화에 대한 우정 어린 교감을 나눌 장소를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를 마지막 방어선이라 부르며 이 공간이 안정적으로 서고, 언제까지고 그 자리에 남아 있길 바라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또한 이용배의 “한국영화아카데미 파행 사태의 경과와 ‘그들에게만' 보내는 경고”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사태를 포함하여 최근 영진위가 일으키고 있는 일련의 극심한 파행이 언제,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고 그 배경과 속내가 무엇인지 밝히고 엄중히 경고합니다.

 

 

“지금 영화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차별적 ‘좌파 낙인'과 공격, 소위 ‘척결'은 결국 ‘그들만이' 코 박는 잔치가 될 것이 분명하다....영화아카데미는 앞으로도 새로 임명된 원장과 함께 인위적인 편 가르기가 아니라 교육의 근간이 살아 숨 쉬는 영화 배움터가 되어야 한다. 더 이상 흔들지 마라. 아니 영진위로부터 독립시키자. 우리 국민 모두에게도 소중한 국립영화학교 하나 제대로 만들자.”

 

 

정치적 세력 다툼, 자리 챙기기, 여기에 해당 사업에 대한 정책 담당 기관의 편견과 무지, 독선, 묵살과 기만, 권력 기관에 대한 맹종 등이 더해지면서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테크 전용관, 한국영화아카데미란 공간은 그 본래의 생기와 생명력을 상실하고 한낱 국가기관의 소유물로 전락하고 맙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공간들이 자신의 역할을 상실한 무능한 정책 기관에 의해 흔들리고 와해되기에는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소중한 의미와 역사를 쌓아왔다는 점입니다. 독립영화, 퍼블릭 액세스, 미디어교육, 시네마테크라는 개념이 아직 초보적인 단계로만 존재하던 시절, 독립적인 활동과 영진위 사업이 만나 탄생한 이 공간들은 이러한 의제들이 가지는 사회적 가능성을 몸소 개발하고 실천하며 우리 사회의 공공 영상미디어 정책을 확대하고 변화시켜놓았습니다. 이들은 또한 영화진흥공사가 영화진흥위원회라는 민간자율의 독립위원회라는 형식으로 출범한 후, 그에 부합하는 정책적 내용을 채워가는 핵심적인 과정이기도 하였습니다. 즉, 한국 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 그동안 국가 영역 내부에 갇혀 있던 공공 영상미디어의 영역을 시민에 의한 직접 자치 내지 국가 기관과의 협력적 공치(governance)의 영역으로 열어내고 바꾸어내는 과정의 일환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영진위가 이번에 깨뜨린 것은 지난 10년간 쌓아온 “문화적 합의”, 즉 최현용이 글에서 강조하는 “협력적 영화 거버넌스”의 모델들입니다. 더 이상 영진위로부터 공공적 진흥 기구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지금,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테크 전용관, 그리고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앞으로 새롭게 일궈나가야 할 실험은 바로 새로운 거버넌스의 모델, 그리고 그에 기초한 새로운 공공 서비스의 모습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잘 해왔던 것처럼 말이지요.

 

 

“과거를 돌이켜 보건데, 영진위를 중심으로 하는 영화거버넌스는 특히 문화적 측면에서 민간의 활동과 공적지원의 결합이 핵심적이었다.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는 협력적 영화거버넌스의 핵심적 상징이었다. 그리고 2010년, 이제 상징은 해체되었다. 사업으로서의 영상미디어센터,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테크전용관이 영진위의 소유물로만 남았을 뿐이다. 이제는 누군가의 것이 되어버린 그 공간과 활동을 잊어야 한다. 남은 것은 새로운 출발뿐이다. 미디액트도, 인디스페이스도, 서울아트시네마도 새로운 공간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그것은 과거와는 다른 무엇이 될 것이다. 권력의 사유화에 맞선 새로운 영화거버넌스의 중심으로.”

 

 

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유독 추웠던 3월과 4월도 지나고 이제 5월이 되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영진위의 파행으로 ACT!가 애초 예정보다 늦게 독자들을 찾아뵌 점, 다시 한 번 죄송하고, 앞으로는 더욱 활발하게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지켜봐주시고~그럼 곧 다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며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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