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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9호 특별기획 2010.05.05] 영진위, 협력적 영화거버넌스의 중추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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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1. 2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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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9호 / 2010년 5월 5일

 




영진위, 협력적 영화거버넌스의 중추가 되어야



- 영진위 공모 파행 사태를 바라보며 -


 
최현용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

 


 


1. 공모 파행 사태의 쟁점들

 

 

 

영진위가 진행한 영상미디어센터 공모, 독립영화전용관 공모, 시네마테크전용관 공모사업 과정에서 논란이 된 쟁점들은 공모대상의 사업 성격과 계약의 형태 문제이다.

 

 

첫째, 공모의 대상이 된 사업의 성격에 대한 문제, 즉 “자체사업을 외부에 ‘위탁'하는 것인가? 외부사업을 ‘지원'하는 것인가?”하는 문제.

 

 

이와 관련해서 적어도 시네마테크전용관 공모사업의 경우 극장의 임대주체가 ‘서울아트시네마'라는 극장을 운영하는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이기 때문에, 영진위가 서울아트시네마라는 공간을 특정해서 시네마테크전용관 운영 위탁 공모를 추진한 것은 명백한 기만이다. 소유하지도 않는 공간을 타인에게 위탁한다는 발상이 놀라울 뿐이다. 이와는 달리 독립영화전용관 운영 공모나, 영상미디어센터 운영 공모는 영진위가 공간에 대한 임대계약 주체라는 점에서 공모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회에서 승인을 받은 “2010년도 영화발전기금 운용계획” (*주1) 에 의하면, “전용관 운영지원” 사업 중에 “독립영화전용관 운영”과 “시네마테크 운영”, 그리고 “미디어센터 운영지원” 사업 중에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이 속해 있다. 정리하자면, 사업항목은 ‘운영지원'인데, 사업의 내용은 ‘운영'인 것이다. 즉 영진위의 공모는 외부사업에 대한 지원 사업이면서 동시에 자체 사업을 외부에 위탁하는 사업인 것이다.

 

 

문제는 어느 쪽으로 해석하느냐인데, 조희문 영진위원장은 이것을 완전한 ‘위탁'으로 이해하고 그렇게 집행 (*주2) 한 것이다. 그러나 공모의 대상이 된 공간과 활동 (*주3) 에 대한 역사적인 경과를 보면, 조희문 영진위원장의 해석은 너무도 아전인수격이다.

 

 

시네마테크는 명백히 영진위 지원 이전부터 존재해온 활동과 공간이다. 어느 누구의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활동은 역사적으로 존재해왔던 해당 활동의 구성과정을 감안하건데 (*주4) , 독립적인 활동과 영진위의 사업이 만난 것이다. 재정적 지원이 갖는 영향력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활동의 성과물로서 실체화된 공간은 양자의 결합이지, 어느 한 쪽의 온전한 소유일 수 없다.

 

 

결론적으로, 영진위의 소유일 수 없는 활동들이 실체화 과정 속에서 영진위가 소유하는 사업으로 실체화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이러한 역사성이 망각됨으로 인해 ‘공모'가 되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활동과 사업의 불안정한 결합은 완전히 해체되었다.

 

 

둘째, 계약의 형태 문제, 즉 “일반경쟁(입찰/공모)인가? 수의계약(지정)인가?”하는 문제.

 

 

행정적 차원에서 계약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준거로 한다. 이 법률의 내용 중 일반경쟁과 수의계약에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제7조(계약의 방법)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일반경쟁에 부쳐야 한다. 다만, 계약의 목적·성질·규모 등을 고려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참가자의 자격을 제한하거나 참가자를 지명하여 경쟁에 부치거나 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일반경쟁(입찰/공모)과 제한경쟁, 지명경쟁, 수의계약 모두 적법한 계약의 형태이다. 영진위는 소유물로서 활동을 해석했고, 또 그렇게 이해한 결과 일반경쟁(입찰/공모) 이외의 것은 모두 배제하였다. 분명한 것은 적어도 영진위가 기존의 방식(수의계약(지정))과 다른 “일반경쟁(입찰/공모)”으로 전환하고자 했다면, 전환의 논리적·정책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것이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 있는 사업수행방식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분명하다.

 

 


2. 공모 파행의 일관성과 권력의 사유화

 

 

사실 4기 영진위 출범 이후, 각종 사업의 공모 과정 또는 결과에서 계속된 파행이 노정되고 있었다. 한국영화제작지원사업, 민간단체지원사업, 마스터영화제작지원사업, 중형투자조합 출자사업으로 이어지는 2009년 공모사업들이 대표적인 사례 (*주5) 이다. 사업의 핵심적 사항에 대한 정책적 이해는 고사하고, 심지어 편법에 억지해석, 나아가 비리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권력의 사유화'를 공모라는 방식을 통해 합법화,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4기 영진위와 조희문 위원장의 입장은 명확하다. 조희문 위원장은 2009.11 문화부장관 업무보고 (*주6) 에서 “책임심사제-위탁관리:사후지원”으로의 방향 전환을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예고한 바 있다. 일관된 공모파행을 감안하면, 책임심사제는 선정에 있어서의 위원장의 권한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며, 위탁관리를 일반화하는 것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관료적 발상일 뿐이다. 결국 현실적으로는 ‘입맛에 맞는' 대상을 골라 지원하겠다는 ‘길들이기' 정책에 다름 아니다. 권력의 사유화는 여전히 진행형이며 더 노골적이다.

 

 

 

3. 권력의 사유화에 맞서는 협력적 영화거버넌스

 

 

과거를 돌이켜 보건데, 영진위를 중심으로 하는 영화거버넌스는 특히 문화적 측면에서 민간의 활동과 공적지원의 결합이 핵심적이었다.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는 협력적 영화거버넌스의 핵심적 상징이었다.

 

 

그리고 2010년, 이제 상징은 해체되었다. 사업으로서의 영상미디어센터,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테크전용관이 영진위의 소유물로만 남았을 뿐이다. 이제는 누군가의 것이 되어버린 그 공간과 활동을 잊어야 한다. 남은 것은 새로운 출발뿐이다. 미디액트도, 인디스페이스도, 서울아트시네마도 새로운 공간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그것은 과거와는 다른 무엇이 될 것이다. 권력의 사유화에 맞선 새로운 영화거버넌스의 중심으로.

 

 

*주1) 영진위가 추진하는 사업은 영화발전기금의 예산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기금의 사용은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국회의 승인을 받은 사업예산은 법적으로 국회의 승인 없이 변경될 수 없다.

 

 

*주2) 집행과정에서의 부실함, 편법의 횡행, 부당하고 자의적인 규정해석, 불법적인 행태 등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국회에서조차 수없이 지적되었음에도, 조희문 영진위원장에 의해 실무진의 문제로 치부되는 이 상황은 사실 영화인과 정부, 국회, 나아가 시민에 대한 모욕이자 모독에 다름 아니다.

 

 

*주3) 그렇다. ‘사업'이 아니고 ‘활동'이다. 사업은 영진위가 행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 사용되는 용어일 뿐이다. 활동은 영진위가 아닌, 그 외부에 존재해왔던 해당 주체들의 역사를 인정할 때 사용가능한 용어이다.

 

 

*주4) 영상미디어센터를 미디액트로, 독립영화전용관을 인디스페이스라는 고유명사로 이해하는 일반적인 영화계의 인식은 그것을 반증한다.

 

 

*주5) 해당 사업들의 파행에 대해서는 2009년도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 회의록을 참고하라.

 

 

*주6) http://kofic.or.kr/cms/77.do

 


 

 

필자소개


최현용

6개 상업 영화 단체의 연대체인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의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에는 영화인회의, 여성영화인모임, 영화감독조합, 미술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소속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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