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73호 이슈와 현장] 다시 5년 간, 전미네를 움직일 에너지를 찾아서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73호 / 2011년 3월 31일

다시 5년 간, 전미네를 움직일 에너지를 찾아서

허경(전,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상임활동가)

 

 

 

3차에 걸쳐 진행된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이하 전미네) 5주년 기념 연속토론회가 마무리된 건 지난해 12월 13일이었으니 지금 그것을 정리하는 원고를 쓰는 건 꽤 늦은 편이다. 연속토론회를 주로 진행했던 필자의 잘못이다.
다만, 전미네 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연속토론회는 ‘어떤 결과'가 아니다. 앞으로 5년 간 전미네를 움직일 에너지를 찾기 위한 과정의 시작이었다. 지난 1년 간, 이를 위해 함께 얘기하고 고민했던 많은 사람들의 오늘의 움직임 속에서 그 과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 글에는 각 토론회의 세부적인 내용을 정리하지 않고,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느낀 것과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과 나눈 얘기를 통해 느낀 것들을 토대로 한 소회(그래서 다소 추상적인)를 옮기고자 한다.

각 토론회의 간략한 내용정리는 전미네 사무국 블로그에 올려져 있고, 3차 토론회에 대한 내용은 필자의 한 원고로 대신하고자 한다.

 

 

1차 토론회 : http://www.media-net.kr/blog/?p=131
2차 토론회 : http://www.media-net.kr/blog/?p=177
3차 토론회 : 관련 원고 ‘지역미디어센터 현황과 과제'
           (전주시민미디어센터 5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글)

 
 

 
‘전미네에 가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얻어왔다' 는 것이 가장 많이 접한 전미네 초반에 대한 표현이다.
전미네 초반, 전미네는 그런 역할을 했다.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 의제, 새로운 활동모델,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곳이었다. 물론 소통의 양상과 소통 이후의 반응은 소통에 참여한 각자의 특수함을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전미네에서 만나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기도 했고, 폄훼하기도 했고, 어떤 경우 서로 반목하기도 했다. 이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사실 상 미디액트였다. 전미네가 출범할 수 있는 내용적, 인적, 물적 기반을 만든 것도 미디액트이며, 초기 전미네를 구성하는 주제별네트워크를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감당한 것도 미디액트이다. 이러한 미디액트에 대한 기억들은 전미네 구석구석에 여러 가지 모양으로 산재해 있다. 미디액트는 이런 것들을 모아보면서, 스스로의 기억은 어떤 모양인지 정리해 볼 필요가 있으며, 이것은 미디액트의 향후 전망을 세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일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전미네 속에서 다양한 내용이 공유되었고 다양한 사람들이 소통했다. 그것은 각자의 현장과 지역에서 실천에 영향을 주었다. 이것이 전미네의 시작이며 역사이다.

 

 

초기를 지나, 2007년 만들어진 전미네 사무국은 전미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화학반응들을 중간 중간 점검하면서, 전체 미디어(운동)진영의 변화되는 환경과 조우할 수 있도록 논의를 조직하는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 대해 돌아보았던 것이 1차 토론회이다.

 

 

‘이제 전미네에 가도 새로운 것이 없어' 는 전미네 사무국이 출범하고 3년이 흘러, 연속토론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던 2010년 가장 많이 접했던 전미네에 대한 표현이다.

 

 

이것은 특정 활동영역에 따라 ‘새로운 것'을 주로 제공했던 주제별네트워크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주제별 네트워크의 간사역할이 집중되었던 한독협, 미디액트의 역량유실 때문이기도 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외부조건의 팍팍함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전미네의 지역과 현장 활동가들이 지난 5년 간 활동을 통해 만들어낸 ‘새로운 것(알게 모르게 전미네의 영향을 받았던)'들을 스스로 정리하고 전미네 차원으로 공유하면서 점검받고자 하는 의지(기회)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전미네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는 새로운 것들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내지 못한 전미네 사무국의 역할 실패가 원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5년 간 전미네 구석구석에서 자라난 새로운 것을 다시 발견해보기 위한 작은 시도, 그 시작이 2차 토론회였다. 그리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확대되고 있는 미디어센터활동에 대해 점검하고자 했던 것이 3차 토론회였다. 
 
  

 
 
끝으로, ‘전미네에 새로운 것이 없다'고 얘기했던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하나의 핵심이 조직을 좌지우지하지 않는 네트워크인 전미네, 고정된 생산주체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서 하달하는 시스템이 아닌 네트워크로서 전미네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길은 유일하다. 그것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단위들이 만들어 낸 새로움들이 다시 네트워크 속에서 공유되어 네트워크의 새로움을 위한 씨앗이 되는 것이다.

 

 

전미네를 만난 이후, 각자의 현장에서 활동했던 지난 5년동안, 아주 작더라도 전미네에서 얻었던 새로운 것으로 인한 영향이 있었다면, 이제 전미네 속에서 지난 5년의 경험을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의 고민과 경험(성과와 과제)를 전미네에서 공유하고 점검받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실제로 시간을 투여하려는 참여주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전미네는 새로워 질 것이다.

 

 

전미네에서 새로운 내용과 사람을 만났던 이들이 이제 자신의 고민과 경험, 즉 ‘새로운 것'을 전미네에서 다시 공유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앞으로 5년간 전미네가 유지될 수 있는 에너지이다. 네트워크는 절대로 지침과 방향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네트워크는 어렵지만, 공동의 목표에 대해서 시시각각 확인하되, 서로의 상황에 대해 이해, 배려하려 애쓰고, 거듭되는 실패에도 소통과 교류를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단일한 지침과 방향을 하달하는 관료적 조직이 감히 얻을 수 없는 에너지를 네트워크는 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