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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77호 길라잡이]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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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1. 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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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77호 / 2011년 12월 15일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박민욱(ACT! 편집위원회)

 

 

 

 

12월이다. 1년의 마지막, 혹은 겨울의 시작. 이제 추위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고, 사람들은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서 후회하거나 뿌듯해하거나, 좌절하거나 새로운 희망을 품거나 할 것이다. 겨울 내내 매섭고 혹독한 칼바람이 살을 에이며 지나갈 것이지만, 그 와중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한 해는 찾아올 것이고, 그렇게 인생의 한 단락은 맺고, 다른 단락은 시작이 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 한 가지. 추위 속에서 얼어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다. 

 

얼.지.마.

 

2011년은, 이제 10년을 맞이한 미디어운동에 있어서, 12월과 같은 해였다. 지난 10년의 마지막, 혹은 겨울의 시작. 겨울은 기어코 우리를 찾아오고야 말았고, 미디어운동을 둘러싼 추위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4,5년 전, 뜨거웠던 여름날에 푸르게 번져갔던 모든 미디어운동의 생명들은 지금 잠시 움츠린 채, 땅 속에 숨고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대신 우리는 잠시 멈추어 지난 10년을 되돌아본다. 후회하거나 뿌듯해하거나, 좌절하거나 새로운 희망을 품거나. 

 

2002년 미디액트의 탄생으로 봄은 찾아왔다. 누구도 감히 단언할 수 없었던, 설마설마 했던 꿈이 실현되던 순간이었다. 미디어센터라는 공공영역은, 언제까지나 지하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던 미디어 운동의 생명들이 지상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 수 있도록 하는, 고마운 통로 역할을 하였다. 그 통로를 통해 한 번 바깥 공기를 쐬자, 미디어 운동은 무서운 번식력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했고, 전국에 속속 미디어센터들이 생겨남으로, 지하와 지상을 연결하는 통로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났다. 

 

그렇게 미디어 센터들이 증가하고, 그 안에서 미디어 교육과 정책 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일단 양적으로 미디어 운동은 푸르게 푸르게 번성, 팽창하여만 갔다. 이제 곧 풍성한 결실을 거둘 가을이 올 것으로, 대안 미디어들이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와 곧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열매가 열리는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미디어센터는 단지 통로일 뿐인데도, 그것이 너무 소중한 나머지, 통로의 확장과 보존에 지나치게 힘쓰다 보니 열매의 생산에는 소홀하게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2010년 즈음부터는 서서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그 통로마저 막히거나 좁아지기 시작하였다. 미디액트가 그 최대의 희생자였음은 물론이다. 겨울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죽.지.마.

 

겨울 내내 매섭고 혹독한 칼바람은 우리의 살을 에이며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얼어 죽지 않겠다. 기필코 살아남을 것이다. 2011년 한 해 동안, 우리는 그 생존에의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첫째로, 통로들을 지켜냈다. 미디어센터라는 공공영역은 한국의 미디어운동의 상징과 같은 존재이고 지하의 대안 미디어 잠재세력을 지상으로 끌어낼,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통로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2010년 미디액트 사태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최초에 공공영역의 건설로부터 시작된 한국의 미디어 운동의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사건이었다. 이러한 시련을 겪었지만, 미디액트는 좌절하지 않고 올해 ‘생존’하였으며, 게다가 민간 미디어센터라는 과감한 실험에도 나서고 있다. 미디액트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 30여개의 미디어센터들은 각자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나름의 발전들을 하고 있고, 내년에도 몇 개의 미디어센터들이 새로 개관할 예정에 있다.

 

둘째로, 열매를 맺기 위한 노력이 많아졌다. 미디어운동도 결국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에서 나온 것이고, 그 구체적 목표가 미디어 민주주의에 있다면, 단지 지하와 지상을 잇는 노력만 가지고는 안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지하의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와 구체적 열매들이 생산, 즉 대안 미디어의 제작, 배급, 유통이 활성화 되어야만 한다. 이렇게 미디어운동의 본래 목적에 다시 한 번 충실 하는 것만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지금의 경직된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퍼블릭액세스네트워크가 본격적인 부활 움직임을 보인 데 이어, 플로그TV나 단디TV, 복지갈구화적단 등 대안 미디어 배급을 위한 여러 시도들이 이어졌고, 여기에 올해 단연 화두였던 SNS를 통해서도 다양한 형태의 인상적인 대안 미디어 방식들이 생산되었다. 

 

부.활.할.거.야.

 

이제 12월이 지나면 어김없이 새로운 한 해는 찾아올 것이며, 그렇게 인생의 한 단락은 맺고, 다른 단락은 시작이 된다. 미디어운동도 2011년을 기점으로, 미디어운동 10년을 맞아, 하나의 단락을 맺고 내년부터는 새로운 하나의 단락을 시작할 적절한 시기를 맞이하였다. 우리는 2002년 희망의 봄으로부터, 2005,6년의 풍성했던 여름을 지나, 작년 미디액트가 광화문을 나오던 좌절의 겨울까지, 하나의 사이클을 완벽히 소화하였으며, 2011년 올해에는 분명 몇 가지 부활의 전조들을 확인하였다. 게다가, 내년에는 중요한 정치적인 변화들도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2012년은 여러모로 미디어 운동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운명을 지니고 있는 해인 것만 같다.

 

[ACT!]는 중요한 해가 될 2012년에 더욱 더 분발하여, 미디어운동 전반의 주요 이슈들을 깊이 있게 다루고, 미디어운동의 방향설정과 미디어 정책생산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올 한 해 동안, 많은 점에서 부족했던 [ACT!]를 응원하시고 사랑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에게 드리는 최종 결론. 추위 속에서 얼어 죽지 않고 살아남기. 그리고 멋지게 부활하기.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

 

[ACT! 77호 알림]

2011년 9월 발행된 [ACT!] 76호의 ‘Re:ACT!’ 기사 중 개인 소속 정보가 잘못 게재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ACT!편집위원회는 즉시 정정했으며,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해당 정보가 게재된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ACT!편집위원회는 개인 정보 공개에 대해 당사자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고 향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한 확인을 거쳐 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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