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원고는 인디앤임팩트 뉴스레터에도 공동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정리 - 이세린(미디액트)
📌기록 - 원동업(1부), 정은선(2부), 김승주(사진)
지난 2025년 10월 19일, 고대하던 ‘2025 마을공동체미디어대회’가 장안대학교 화성캠퍼스에서 열렸다. 전국마을공동체미디어연대, 경기마을공동체미디어연대, 미디액트가 주최한 이번 대회는 경기도와 화성시의 주최로 진행된 ‘2025 경기마을주간’과의 협력으로 개최됐다. 대회에서는 대구, 전남을 비롯해 전국의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가 50여 명이 이 날 모여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고민을 나누었다. 2024년에는 아쉽게도 전국대회가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는데, 2025년에는 보다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고자 오프라인 행사로 준비하고자 했고 다행히 무사히 개최되었다. 1달여 간의 짧은 준비 시간, 여러모로 넉넉치 않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의 마을공동체미디어들이 힘을 모아 가능했던 자리였다.

2시간 동안 짧게 진행된 행사였지만, 대회는 1부 ‘전국 마을공동체미디어 자랑대회’와 2부 ‘마을공동체미디어 라운드테이블’로 알차게 진행되었다. 1부는 각 지역의 활동사례 발표로, 알기 어려웠던 최근 각 지역의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사례를 만나볼 수 있는 자리였기에 기록을 자세히 전한다.
먼저 대구 지역 사례를 소개하면, 대구의 ‘앞산마을방송국’에서는 ‘미디어를 통한 마을에서의 돌봄’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인근 발달장애청년협동조합 및 경로당 주민들과 함께 미디어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대구 남구 주민 100명을 인터뷰한다는 목표로 고령자 주민에게 다가가 관계 형성을 돕는 ‘미디어로 돌봄하다’ 프로젝트를 성서공동체FM과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편 대구의 ‘달성토성마을방송국’은 만들어진 지 2년 된 신생 마을방송국인데, 주민들의 손으로 드라마를 만들어보고자 <공유 텃밭 가지 실종 사건>을 제작하였고, 이 콘텐츠로 상을 수상하기도 하면서 마을을 기록하는 미디어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어 이번 대회가 열리기도 한, 마을공동체 뿐 아니라 미디어로서도 활동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경기 지역의 사례도 소개되었다.
의정부 지역의 ‘엄마샘 아뜰리에 품앗이’는 엄마들의 작은 품앗이로 시작했던 공동체가 20년 간의 활동으로 성장한 사례였다. 지금은 플로깅, 자원순환마을과 같은 여러 활동을 하는 공동체이지만,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 20년간 쌓아온 기록을 가장 소중히 한다고 말하며, 최근 영상과 온라인 방송, 카드뉴스 등의 콘텐츠 제작을 계속하며 마을방송국을 꿈꾸고 있다고 한다.
파주 지역의 ‘운정6동 주민자치회’는 2023년 생긴 신생 주민자치회인데, 최근 20회차의 긴 교육을 통해 <초롱꽃향기로>라는 마을 소식지를 발간했다고 한다. 주민이 직접 취재하고 사진도 찍으며 소식지를 만들어낸 사례로 파주 지역에서 주민자치 우수사례로 주목받아 최우수상을 수상하여 5천만원의 상금을 수여받을 정도였고, 주민들은 현재 상금으로 2회 소식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대회에서는 전남 지역의 사례도 발표되었는데, ‘청년이 만드는 마을미디어’ 라는 제목의 ‘전남마을미디어협동조합’ 발표가 많은 활동가들의 부러움을 샀다. 전남의 22개 시・군, 8500개 마을의 사라져가는 역사를 기록하자는 목표로 24명의 주민이 의기투합하여 ‘전남마을방송국 추진위원회’를 결성하였고,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와 전남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에도 지원을 요청하여 MOU를 맺어, 스튜디오도 마련했다고 한다. 현재 구독자가 2천 명에 육박하는데, 언젠가는 8,500개 마을 모두에 방송국이 생기기를 희망하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 지역의 사례도 빠질 수 없다. 노원구 공릉동에서 활동하는 ‘안마을신문’은 8년간 이어온 마을신문 활동을 소개했다. 재밌는 마을이라 마을신문을 시작하게 되었고, 8년간 어려움도 많았지만 마을신문에 결혼 축하 광고를 실어주는 주민들의 도움 덕에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고, 최근 챗지피티의 도움으로 온라인 신문도 개설하였다고 한다.
성동구 ‘MVP공동체미디어네트워크’의 경우 처음에는 미디어 봉사단으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성동구를 비롯한 서울 전역의 활동가들이 열정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보이고 들리는 성동소식이라는 의미의 <보들보들> 콘텐츠를 4년간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생전 왕십리 지역에 대한 시를 짓기도 했던 민족시인 김소월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2022년부터 김소월 관련 콘텐츠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통통동네스타’는 주민이 참여하고 출연하는 (흔치 않은) 예능 프로그램인데, 올해 개국 10주년을 맞은 성북구의 ‘성북마을TV’의 시작부터 함께한 장수 프로그램이다. 가족이나 이웃 간 소통 줄어드는 시대에 사람과 사람 잇는 다리가 되었으면 하고, 꿈과 끼와 재능 가진 이들을 발굴하고 마을에서 확산하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어서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서울 지역의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가로서 만감이 교차하는 1부였다. 추진위에서 대회를 준비하며 우리부터라도 ‘어렵고 힘들다’는 느낌이 아닌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를 기조로 하자는 다짐을 나눈 적이 있었다. 여기에 동감했지만, 서울의 상황만을 봤을 때는 지원 사업의 중단으로 인해 많은 마을공동체미디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 1부에서 나눈 사례에는 ‘고난’만이 담겨있지 않았다. 여전히 누군가는 마을방송국을 시작하고 있었고, 가치 있는 콘텐츠를 함께 만드는 일의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사례들이 각 지역에서만의 이야기로 남지 않고 공동의 사례로 발굴된 데에는 대회를 준비한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가들의 노력이 컸다. 활동을 이어나가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들에게도 위의 사례들이 다시 한 번 힘을 낼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발표자들에게는 활동가들이 손수 준비한 상장과 선물을 수여했다.

2부는 ‘마을공동체미디어 라운드테이블’로 진행되었다. 추진위원회에서는 주제별 사전 신청 설문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을공동체미디어가 활동을 지속하고 공익적인 역할을 확장해 나가는 데에 있어 가장 주요한 주제 8가지를 최종 선정하여 대회에서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각 조에서는 아래 주제와 관련한 현황과 문제가 무엇인지 나누고, 이에 대한 해결책 아이디어를 내보는 것이 미션으로 주어졌다. 낯선 지역에서 만나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을텐데도 활동가들의 뜨거운 참여로 토론이 진행되었다. 지역은 달라도 마을과 공동체를 위한 대안적인 역할을 해내면서 지금의 활동을 지속하고 싶다는 열망과 이에 따른 고민들을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마을공동체미디어 라운드테이블’ 토론 주제
1조 “지속가능한 마을미디어를 위한 수익 모델”
2조 “지역차원에서 주민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
3조 “마을공동체와 마을공동체미디어와의 협력 방안”
4조 “마을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조례 제정과 지역차원의 제도 개선”
5조 “마을미디어의 협력파트너: 지역에서 누구와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6조 “권역별 미디어 네트워크와 지역 간 연대: 2026년 공동 프로젝트”
📌‘마을공동체미디어 라운드테이블’ 토론 결과

다양한 조별로 실제 이야기된 내용이 꼭 다르지는 않았다. 주로 인력적인 한계와 재정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공통적으로 이야기되었다. 다만 주목할만한 부분을 꼽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수익 모델이 주요 고민이었던 1조에서 공익성에 기반한 수익 구조나 투명한 회계와 분배 체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짚은 점, 주민 참여가 주요 고민이었던 2조에서 주민이 마주하는 지속적 참여에 대한 부담 등에 대해 고민하며 완성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등의 해결책을 마련해본 점, 마을공동체와의 협력을 다룬 3조에서 수평적 협력의 어려움을 짚고 그럼에도 콘텐츠 공동 생산 등 실질적 방안을 고민한 점, 4조에서 조례 제정의 실질적 필요성을 되짚어보고 추진 절차에 대해 정리해본 점, 지역 내 협력을 토론한 5조에서 놓치기 쉬운 지역 자원에 대해 다양하게 정리해본 점, 6조에서 ‘마을공동체미디어의 날’이나 공동 콘텐츠 제작과 같은 실질적인 마을공동체미디어 간 협력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제시될 뿐 아니라 시청자미디어재단 등에 대한 정책 제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제안이 이루어진 점이 인상적이었다. 추진위원회에서는 위의 토론이 사라지지 않고 향후에도 연속적으로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결과 정리 문서를 만들고 참여자들에게 후속 공유하였다.

짧은 행사 시간의 아쉬움을 달래줄 뒷풀이까지, 대회를 미리 준비했던 추진위원회 활동가들 모두 벅차오를 만큼 무사히 또 알차게 마무리 된 대회였다. 바쁜 일정을 쪼개서 이 날 대회에 참석한 분께서 그래도 이렇게 인정과 격려를 받을 수 있어서 힘이 났다는 말을 전해주었을 때, 이 날의 만남 이후 각자의 지역에서 좋은 자극을 받았다는 후기를 들었을 때 몇 번이고 회의에 참석하며 준비했던 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 조직 안에서 내부적인 일을 추진하는 것과 각 조직에서 없는 여력을 모아 함께 만들어내는 일이 어떻게 다른지 느꼈던 시간이었고, 그래서 대회의 성취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대회 이후 추진위원회에서는 앞으로를 위한 여러 평가를 나누었는데, 대회의 준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최근 활동이 침체된 지역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고, 대회 참여와 별개로 해당 지역의 활동을 잘 챙겨야겠다는 의견이 기억에 남는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는 변화한 마을공동체미디어 전국 현황을 바로 알 수 없는 것이 답답했는데, 관련 조사가 2019년 이후 몇 차례 진행되었지만 최근 진행되지 못한 한계였다. 그나마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면 이만큼이라도 현황을 정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회에서 얻게 된 것들이 공동체미디어를 위한 정책적 변화를 만드는 동력으로 쓰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대회에서 마주한 공동의 어려움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고, 각 지역의 모습을 바꾸어 놓을 지방선거가 내년이면 열린다. 2026년은 마을공동체미디어에게 어떤 해가 될까. 관 주도의 하향식 사업들이 아닌, 주민 주도의 자발적인 활동과 그들이 만드는 대안 미디어가 더 나은 지역을 만들 수 있는 힘으로 주목받기를 바란다. 새로운 기술과 이로 인한 변화를 모두가 이야기하는 요즘, 더 나은 공동체를 누구의 힘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누락되지 않길 바란다. 각 지역의 마을공동체미디어는 고군분투 중이지만, 다른 미디어가 해내지 못하는 일들을 내년에도 지역에서 만들어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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