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위협받는 민주주의, 미디어의 ‘제3섹터’에서 실마리를 찾자! - 미디어 다원주의에 기여하는 공동체 미디어

전체 기사보기/이슈와 현장

by acteditor 2025. 5. 27. 14:56

본문

※ 본 원고는 인디앤임팩트 뉴스레터에도 공동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ACT! 이슈와 현장 2025.05.27]

 

위협받는 민주주의, 미디어의 '제 3섹터'에서 실마리를 찾자! 

- 미디어 다원주의에 기여하는 공동체 미디어

 

취재 및 정리: 이세린 (미디액트 스탭)

 

 

12.3 계엄 사태 이후 탄핵 광장을 지나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 차기 정권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가 사회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공동체미디어 영역에서도 전국마을공동체미디어연대(전마미)가 “시민의 목소리, 제3미디어 정책으로 응답하라!”라는 기조 하에 1)공민영에 제3미디어 영역을 포함하는 미디어정책의 획기적 전환 2)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법제 정비 3)마을공동체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콘트롤타워 설치 4)마을공동체미디어를 통한 AI 및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 5)모든 기초자치단체에 마을공동체미디어 지원을 위한 지역미디어센터 설립 및 운영 지원 등의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이번 정책 제안은 다른 무엇보다 ‘제3미디어’ 영역에 대한 인정과 정책 수립을 강조하고 있다. 2000년대 초 한국에서 공동체미디어 개념이 소개되며 공동체라디오 방송국 7곳이 최초로 허가되었고, 다양한 형태로 전국 각지에서 시민 주도의 미디어 활동이 이어지며 전국 지자체의 관련 조례와 지원사업 확보 등의 성과를 이끌어냈지만, 이러한 활동에 대한 독자적인 제3 영역으로서의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뒷받침은 여전히 부족해보인다.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는 지금, 유럽의 법안과 정책은 민주주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한 분야로 제3섹터 미디어에 주목하고 있다. 이 글은 현재 한국의 시기에서 이와 관련한 자료들을 소개하여 관련한 정책적 논의에 활용되기를 바라는 목적에서 작성되었다.

 

▲ 전국에서 진행 중인 전국마을공동체미디어연대의 대선 캠페인 “시민의 목소리 제3미디어, #정책으로응답하라” 모습 (좌 수원FM, 우 진해마을라디오)

 

민주주의 위기에 맞서는 '미디어 다원주의'

작년 2024년 5월 EU에서 발효되어 2025년 8월부터 적용되는 ‘유럽 미디어 자유법(EMFA, European Media Freedom Act)’은 국내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유럽 27개 회원국에서 상위법으로 작용할 정도로 실효성을 가진 법안이기 때문인데, 거대 플랫폼과 정부 권력에 침해받지 않는 미디어의 편집권 독립, 감시와 통제에 맞서 미디어 종사자를 보호하는 조치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법안은 국내에서는 주로 기성 언론을 중심으로 한 언론의 자유와 진흥 차원에서 언급되었지만, 실제 법안의 내용은 ‘미디어 다원주의’와 관련한 보다 폭넓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미디어 다원주의(Media Pluralism)이란 미디어 시스템 내에서 다양한 목소리, 의견, 분석이 존재하며, 서로 다른 다양한 유형의 미디어와 이에 대한 지원이 공존하는 것을 지향하는 개념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이 소유한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 미디어에 대한 국가와 자본의 영향력을 현재 발생하는 미디어의 폐혜와 민주주의의 위기의 원인으로 보는 것이다. 아래 미디어 다원성 모니터링에서 미디어 다원성은 아래 4개 영역 20개의 지표를 통해 측정된다. 1)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규제 안전장치, 정보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 등 기본적 보호 영역 2) 미디어 시장의 측면에서 건전한 경쟁이 보장되는지를 질문하는 시장 다원성 영역 3) 재원 등에 따르는 정치적 간섭의 배제와 선거 기간의 규제 등을 포함하는 정치적 독립성 영역 4) 미디어 제작 및 콘텐츠에서 문화, 민족, 언어, 지역, 젠더 등 사회적 소수자와 다양한 집단의 접근성을 평가하는 사회적 표용성 영역이다.

 

 

▲ ‘ 미디어 다원주의 모니터 2024 ’ 보고서의 모니터 영역 및 지표

 

(링크: 미디어 다원주의 모니터 2024 보고서) 공동체 미디어는 시민 공동체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미디어라는 점에서 이러한 ‘미디어 다원주의’에 기여하는 주요한 영역 중 하나이다. 운영구조와 재원 등에 의해 인해 정부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공영 미디어와 상업적 영향을 받는 민영 미디어와는 다른 소유구조를 가진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유럽 27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다년간 진행되어 온 미디어 다원주의 모니터링에서는 ‘공동체 미디어’가 요소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으며, 국가별 공동체 미디어 현황과 법적 지위 등을 상세히 조사하고 있다. 

 

▲ ‘ 미디어 다원주의 모니터 2024 ’를 통해 만들어진 미디어 다원주의 지도. 유럽 국가들의 미디어 다원주의가 얼마나 보장되고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이 EU의 자금 지원(110만 유로)을 기반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유럽 미디어 자유법에도 ‘회원국의 미디어 시장 집중이 미디어 다원주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를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허위 정보와 혐오 표현에 맞서는 힘을 키우는 시민의 공간, 공동체미디어

공동체 미디어는 미디어 다원성의 여러 영역 중 특히 ‘사회적 포용성’과 관련해 그 역할을 주목받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국제 기구인 유럽 평의회(Council of Europe)에서는 이러한 공동체 미디어의 ‘사회적 포용성’ 요소들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 보고서를 채택하고 있다.「커뮤니티 미디어의 시민 참여에 대한 기여」에서는 공동체 미디어가 제3의 대안적 미디어로서 이주민, 난민, 원주민, 소수 민족, 여성, 성소수자, 노인 등 미디어에서 소외된 집단이 참여하여 문화적 표현, 뉴스, 정보 및 대화의 수단을 직접 만들고 공동체 차원의 토론, 정보 및 지식 공유, 공공 의사결정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것이 이들 공동체의 민주주의 사회 참여의 근간이 된다고 보고 있다.

 

▲ 유럽협의회 보고서 「 커뮤니티 미디어의 시민 참여에 대한 기여 」, 「 포용의 공간 -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난민과 이주민의 요구와 커뮤니티 미디어의 대응에 대한 탐색적 연구 」

 

 

(링크:「커뮤니티 미디어의 시민 참여에 대한 기여」, 「포용의 공간 -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난민과 이주민의 요구와 커뮤니티 미디어의 대응에 대한 탐색적 연구」) 사회적 표용력 영역에 대한 평가 요소 중 하나인 ‘허위 정보와 혐오 표현’의 경우, 한국 사회에서도 미디어의 역기능과 관련하여 주요하게 있는 부분 중 하나다. 공동체 미디어는 이러한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는데, EU의 자금 지원으로 발간된「유럽의 공중 보건 리터러시 및 커뮤니티 미디어」보고서에서는 범람하는 허위 정보로 인해 미디어 신뢰도가 흔들렸던 팬데믹 중 공동체 미디어가 신뢰할 수 있고 가치있는 정보원으로서 지역사회 내에서 기능했으며, 공중 보건 인식에 대한 더 많은 토론을 만들고 공동체를 참여시키는 데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공동체 미디어는 혐오에 맞서는 공간으로서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기도 한데, 「포용의 공간」보고서에서는 난민과 이주민, 이주 배경 2, 3세 시민을 포용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 사례와 제작 방안, 이를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논하고 있다.

 

사회적 표용력에 관한 또 다른 평가 요소 중 하나인 ‘미디어 리터러시’는 한편 허위 정보와 혐오 표현에 대한 하나의 해결 방안으로서 제시되고 있기도 한데, 공동체 미디어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증진 기능을 주목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에 번역되어 있기도 한 유럽 평의회 보고서「모두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다양한 구성 요소를 언급하며, 시민 스스로 미디어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공간인 공동체 미디어에서 시민이 보다 주도적인 방식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습득하고 또 실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동체 미디어의 기능을 위해 제 3영역 지위 보장되어야 

그런데 위와 같은 공동체 미디어의 사회적 이점과 가능성에 대한 연구들에서는 공동체 미디어가 이러한 역할을 하기 위해 보장되어야 할 것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커뮤니티 미디어의 시민 참여에 대한 기여」보고서에서는 권고 사항으로 아래와 같은 사항을 제시했다. 아래와 같은 사항들이 보장되지 않으면 공동체미디어가 고유한 목적에 맞게, 독립성을 가지고 활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 법률에서 커뮤니티 미디어를 합법적인 제3섹터 미디어로 인정하는 것
2. 공동체 미디어가 사회적 결속에 기여할 수 있는 유리한 정책 환경 조성
3. 신뢰할 수 있는 자금 배분과 임시 자금의 재평가, 자금 모델의 투명성 및 지속 가능성 보장, 공동체 미디어의 운영 자율성 보장
4. 자원봉사 참여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
5. 미디어 리터러시 개발에 대한 공동체 미디어의 기여 인정,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 개발을 위한 프레임워크 구축
6. 공동체 미디어의 지역 정착 및 활동 지원
7. 공동체 미디어의 공공 가치에 대한 기존 및 잠재적 기여를 인정하기 위한 영향 평가 방법 및 측정 가능한 기준 수립

 

앞서 언급된 유럽의 사례는 우리와는 먼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의 마을공동체미디어 ‘동작FM’에서는 지역에 늘어난 에티오피아 난민을 포용하기 위해 함께 방송을 제작하고 캠페인을 펼쳤다. 대구의 성서공동체FM은 이미 수년간 이주 노동자를 위한 방송을 제작해오고 있다. 전국에서 활동을 이어오는 500여 곳의 마을공동체미디어가 대안 미디어로서 공동체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크고 작은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얼마 전, 경남 창원시에서 5년간 활동을 이어 온 ‘진해마을라디오’가 지자체에 의해 갑작스러운 퇴거 요청을 받아 활동가들의 공분을 샀다.(주1*) 관련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다행히 사과와 임시공간 마련이 이루어졌지만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은 이러한 고군분투로 진행되고 있다. 앞서 말한 공동체미디어 활동의 성과와 이러한 활동의 가치가 존중받고, 보다 안정적인 기반 하에서 지향하는 가치에 맞는 활동들을 펼칠 수 있길 바란다.

 

민주주의와 다원성에 한국 사회의 미디어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지금 이 시기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그 과정에서 마을공동체미디어가 주목될 수 있길 바란다.

 

 

각주

  1. 창원시 마을미디어 조례 만들고도 활성화 의지는 없었다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937485&fbclid=IwQ0xDSwKeDVdjbGNrAp4NSWV4dG4DYWVtAjExAAEeC_gMoMVEsjSX-_7Gy-s5vJXGY2HM8iLGLIQbgkT5E_lbQvowYdsWmPdk-kw_aem_sHJmMacGGI8-VOaQwx2Iyw

 

참고자료

  1. 커뮤니티, 대안, 참여적 커뮤니케이션 연구 네트워크(RICCAP) 연례 보고서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의 대안 커뮤니케이션 - 규제와 지속 가능성 사이의 정확한 균형” (2025.2)
  2. 미디어 다원성 및 미디어 자유 센터(CMPF)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다원성 모니터링 - 2023년 유럽 회원국 및 후보 국가에서의 미디어 다원성 모니터 적용” (2024.6)
  3. 유럽 평의회(Council of Europe) 보고서 “커뮤니티 미디어의 시민 참여에 대한 기여” (2022.8)
  4. 유럽 평의회(Council of Europe) 보고서 “모두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 공동체 미디어를 통해 소외된 사람들 지원하기” (2020.2)
  5. 유럽 우수 저널리즘 교환 프로그램(E³J) 보고서 “유럽의 공중 보건 리터러시 및 커뮤니티 미디어” (2023.2)
  6. 유럽 평의회(Council of Europe) 보고서 “포용의 공간 -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난민과 이주민의 요구와 커뮤니티 미디어의 대응에 대한 탐색적 연구” (2018.1)
  7. 중앙일보, “정치 권력과 대형 플랫폼에 경고한 EU의 언론자유법” (2023.12)

 

읽어보면 좋을 자

  1. 연합뉴스, '진해마을라디오' 진해역 공사로 방송 중단 위기에 시 공사 보류(종합) (2025.5.15)
  2. 인디앤임팩트 뉴스레터, 호주 공동체방송, 팬데믹 대응 활동으로 정부 인정 받다 (2015.1.30)
  3. 진보적미디어운동 연구저널 ACT!, 공동체 미디어가 미디어 리터러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2021. 4) 
  4. 진보적미디어운동 연구저널 ACT!, 코로나 위기 속 주목할 목소리, 마을미디어에서 찾다 (2020.4)

 


 

글쓴이. 이세린

 

고양이가 좋은 인터넷 인간. 공동체미디어 활동을 계기로 미디액트에서 일하게 됐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업무를 해 왔고 현재는 영화교육을 기획하고 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