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14호 리뷰 2019.05.25.]

     

    상영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 두 번째 『지역영상미디어센터 상영사업 사례집』 리뷰

     

    김보람(다큐멘터리 감독)

       


      지난 2월, 지역영상미디어센터의 다양한 상영사업 사례를 모은 『지역영상미디어센터 상영사업 사례집 Vol. 2 - 시민상영활동가편』이 발간됐다. 이 사례집은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에서 2012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을 받아 진행 중인 ‘지역영상미디어센터 활성화 지원 – 상영 지원 사업’의 이모저모를 담은 책이다.

      지난 2017년 발간됐던 첫 번째 사례집 『지역영상미디어센터 상영센터 사례집 – 영화봤어, 오늘도』가 각 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된 정기상영회 및 지역영화제, 교육 프로그램, 시민상영활동가 양성, 상영 공간 등 지역의 영상문화 활동을 두루 살폈다면, 두 번째 사례집은 시민상영활동가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지역영상미디어센터에서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상영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 상영회를 조직하고 운영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런 프로그램을 꾸려가기 위해 노력하는 센터의 이야기에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영상미디어센터 상영사업 사례집 Vol. 2 – 시민상영활동가편』 (2019) 



    상영 활동의 철학과 경험 돌아볼 수 있어

      두 번째 사례집을 읽으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나는 지역영상미디어센터에서 몇 번의 상영 기회를 얻었을 때 만났던 기획팀 사람들의 모습, 또 다른 하나는 지역 서점에서 상영회를 진행할 때 함께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했던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상영회나 영화제의 ‘이름’이나 ‘작품’에 비해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을 기억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사례집을 통해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그리고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상영활동을 하고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각각의 프로그램들이 오랜 고민을 거쳐 자신만의 색깔을 내는 과정도 살펴볼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실린 ‘시민프로그래머와 시민영화’는 상영활동을 새롭게 시작하려는 이가 읽어봤으면 하는 글이었다. 2014년부터 여러 영상미디어센터를 돌며 시민프로그래머 교육을 진행해 온 김남훈 모두를위한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 이사장이 관객운동으로서 ‘시민영화’가 시작된 과정과 시민프로그래머의 활동의 의미를 국내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극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독립, 예술영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준다는 상영활동의 취지를 다양한 맥락 속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글이었다. 

      5개 센터에서 운영한 상영 프로그램의 교육자, 기획자, 참여자들의 시선으로 작성된 이후의 글들은 시민이 직접 프로그래머가 되어 활동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었다. ‘독립영화 상영회’ 혹은 ‘지역영화제’라는 이름으로 묶였을 때 비슷하게 보이는 활동들이 사례집 속에서는 저마다의 고민과 사연을 통해 풀어지고 있어 상영회를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의 면모를 더 깊이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 2018년 진주시민미디어센터는 청소년 영화동아리 창단멤버를 모집했다. 



      ‘영화와 함께 크는 우리’라는 글에서 소개된 진주시민미디어센터의 10대 청소년 활동가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멀티플렉스에서 볼 수 있는 상업영화만을 봐오던 청소년들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회를 접하며, 자신만의 영화 취향을 만들어가고, 그것을 영화제를 통해 소개하며 성장의 계기를 만들어간 과정이 흥미로웠다. ‘모두센터와 함께 가는 사람들’이라는 글 속 원주영상미디어센터의 도담도담시네마 활동을 통해서도 독립영화를 낯설게 느끼던 관객들이 적극적인 ‘장’이 펼쳐진 뒤에 활동을 통해 책임감 있게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 2018년 원주옥상영화제 메인 포스터 


      상영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부딪치는 현실적 어려움을 언급한 글들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 손으로 영화문화를 만들다’라는 글에서는 성남미디어센터에서 시민들이 직접 만든 ‘성남사는영화제’의 에피소드가 소개되었는데, 관객에게 낯선 영화를 소개했을 때 반응이 예상과 다르게 나와 고민했던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모두센터와 함께 가는 사람들’에서도 원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개최했던 ‘옥상영화제’가 예상치 못한 폭우를 만났던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상영활동을 하면서 찾게 되는 의미만큼이나, 책임과 고민의 무게 또한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와 ‘나’의 자리를 찾는 과정

      사례집 전반적으로는 상영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겪는 실질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는 아주 많은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지는 않다. 각 지역영상미디어센터에서 운영해 온 다양한 상영 활동의 사례들과 그 활동의 가능성이 중점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드러나지 않는 논의와 고민의 시간들을 보냈을 것이다. 사례집에서 짧게나마 언급된 프로그램 참여 이후의 활동에 대한 고민들과 활동가의 인건비와 참여방식에 대한 고민들은 더욱 주의를 기울여 읽게 되는 문장들이었다.

      시민들 스스로가 문화향유의 자리를 만들어나가는 상영활동이 아직은 교육 단계에 머물러 있거나 ‘활동’보다는 ‘양성’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자평하는 글들도 보았다. 하지만 이번 사례집은 이미 많은 곳에서 이 활동의 의미와 가능성을 믿고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시민상영활동가가 발굴되고, 이 활동이 단시간의 경험뿐 아니라 누군가의 ‘일’이 되고 ‘문화’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이 더해지면 좋겠다. 언젠가 새로운 곳에서 상영 활동을 시작하려는 누군가에게 이 사례집에 기록된 고민과 경험들이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 관련 자료
    『지역영상미디어센터 상영사업 사례집 Vol. 2 – 시민상영활동가편』 원문 보기
    https://drive.google.com/file/d/1ujv-Cfwx76HF4dGgp-xf9g62TpWmaMjJ/view

     



    글쓴이. 김보람(다큐멘터리 감독)

    -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지역 서점에서 매달 한 차례씩 독립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상영회에 섭외 담당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느끼는 ‘상영회’와 상영활동가로서 느끼는 ‘상영회’는 비슷하면서도 매우 다른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때로 모순처럼 느껴졌던 이 경험/고민에 대한 답을 사례집을 읽으며 찾아보고 싶었다. 3년간 해왔던 상영회 활동을 지금은 잠시 멈춘 상태이지만 마음을 쏟은 만큼 애정은 단단히 머물러 있다. 상영회를 하고 있을 때 이 사례집을 먼저 읽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Posted by ACT! act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