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12호 미디어인터내셔널, 2018.12.14.]
새로운 플랫폼의 출현과 이야기 방식의 변혁
: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웹다큐멘터리)
김수지(미디액트 창작지원실 팀장)
암스테르담 다큐멘터리 영화제,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뉴미디어 작가들을 양성하고 발굴하는 데 큰 힘을 쏟는다. 이 뉴미디어 영역에서 주요하게 거론되고 있는 장르가 바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혹은 웹다큐멘터리)’다.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에서는 텍스트와 동영상, 스틸사진, 사운드 클립등이 총체적으로 활용되며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게임처럼 메뉴를 설정하지 않더라도, 사용자의 의견을 업로드 할 수 있는 창구가 존재하여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점, 즉 ‘인터랙티브’한 요소가 이 매체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는 디지털 혁명이 다큐멘터리 매체에 가할 수 있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이야기 방식의 변혁으로까지 밀고 간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전문가 집단이 콘텐츠를 생산해온 저널리즘 영역에서도 이 매체를 주목하고, 이용하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 2014년 나온 엠아이티 보고서는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부상과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나왔다.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다큐멘터리와 어떻게 다르며, 인터랙티브라는 용어가 지시하는 ‘상호관계성’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러나는지,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들을 개별적으로 살피며 답해가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는 웹 플랫폼의 잠재력을 활용하여 참여자/사용자의‘클릭’에 따라 다른 이야기 패턴을 만들어낸다.
▲ 뉴욕타임즈가 제작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
<고층화에 대한 짧은 역사(A Short History of the Highrise)>
http://www.nytimes.com/projects/2013/high-rise/index.html
뉴욕타임즈에서 제작한 <고층화에 대한 짧은 역사>은 뉴욕타임즈에 아카이빙 되어있던 사진 자료들만을 활용해 구성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다. 이로써 뉴욕타임즈에서는 웹 매체에 대한 관심을 성공적인 결과물로 도출해냈다고 볼 수 있다. 동영상을 보는 도중 다른 시각자료를 더 보고 싶으면 클릭하여 다른 사진들을 볼 수 있다. 또한 다른 시각 자료들을 참조하다가 다시 사용자의 선택에 의해 짧은 동영상 이야기를 연속 관람할 수 있다.
이렇게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에서는 보는 이의 선택에 따라 내러티브의 흐름이 중단되었다가 다시 진행되고 진행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게임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영화라는 장르는 일직선적, 선형적 내러티브를 취해 관객과 만나왔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존의 내러티브 형식을 벗어나게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품게 될까.
▲ 웹다큐멘터리 <Do not track>의 도입부.
게임처럼 사용자의 클릭에 따라 스토리의 방향이 결정된다.
https://donottrack-doc.com/en/intro/
인터넷 상에서의 개인 정보 유출 및 이 정보의 상업적 활용 문제를 다룬 <Do not Track>은 이 웹다큐멘터리를 ‘체험’하고자 하는 이가 직접 특정 홈페이지를 접속하도록 유도한다. 이에 따라 사용자, 혹은 관람자가 자신이 들어가고자 하는 홈페이지 주소를 입력하면 <Do not Track>은 이것만으로 파악하게 된 접속자의 정보가 무엇인지를 드러낸다. 보는 이는 즉각적으로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전통적 다큐멘터리로는 결코 이러한 효과를 낳을 수 없다. <Do not Track>엔 개인 이메일 주소를 등록하여 이 이메일에 전송된 링크를 통해 온전히 개인적인 다큐멘터리 구축까지 가능하게 만든다.
이처럼 접속자/ 관람자가 어떠한 경로로 이동할지 결정하는 데 따라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이야기는 다른 모양을 취하게 된다.
▲ 프랑스 아르떼 채널에서 제작한 <프리즌밸리>
http://prisonvalley.arte.tv/?lang=en
프랑스 아르떼 채널에서, 유치장 사업으로 한 마을 전체가 유지되는 현황을 묘사한 “Prison Valley”라는 작품은 기존의 다큐멘터리적 이야기 구성을 많이 끌어왔다. 여기에다, 이야기 진행 도중에 텍스트, 사진 등 다른 매체를 통해 인물이나 공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경로를 삽입한다. 이 작품은 감독과 촬영 기사, 편집 기사와 웹 개발자, 디자이너 등 전문가들이 동원되었고 거대 예산을 투여하여 2년간 제작 끝에 만들어진 ‘대형’ 웹다큐멘터리에 속한다.
▲ 기존에 존재하는 플랫폼을 활용해 제작된 학술적 웹다큐멘터리 <Unspeak>
기존의 플랫폼에 콘텐츠를 기입하는 방식의 웹다큐멘터리도 있다. 프랑스와 캐나다에서는 정부차원에서 웹다큐멘터리 제작과 관련 사업 추진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서는 웹다큐멘터리를 구현하는 플랫폼 기업이 생기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동의대학교가 프랑스 에스트 대학과 교류하여 3년 프로젝트로 웹다큐멘터리 제작을 진행한 바 있다. 이 때, 프랑스 기업에서 제공하는 플랫폼을 이용해 학생들이 제작한 웹다큐멘터리 동영상을 업로드했으나 현재는 안타깝게도 이 사이트가 유효하지 않다.
▲ 연합뉴스에서도 기자와 개발자가 협업하여
인터랙티브한 콘텐츠를 생산한 바 있다
http://www.yonhapnews.co.kr/medialabs/special/ant_village/ant_village.html http://www.yonhapnews.co.kr/medialabs/special/cohousing/index.html
연합뉴스에서도 ‘연합뉴스 인터렉티브’라는 섹션을 마련하여 유사한 시도를 행한 바 있다. 이중 ‘개미마을’에 관한 콘텐츠는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가 특정 공간을 조망하는 데 아주 유용한 툴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만든다.
▲ 웹다큐멘터리의 다양한 내러티브 구조
위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2000년대 후반부터 구현이 잘 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가 소개되기 시작했다. 저널리즘에서도 이 매체를 운용하여 이야기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내러티브 유형도 정리가 가능해졌다. 새로운 스토리텔링,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규정까지 유도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하나의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는 감독 단독의 힘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점이 핵심적이다. 참여자가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컨텐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설계가 이루어지는 과정도 감독의 기획과 지휘 아래 제작이 이루어지는 전통적 방식의 다큐멘터리에 비해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는 개발자와 여러 감독, 전문가의 협업으로 완성되는 경우가 많다.
▲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설계도
전통적 다큐멘터리는 감독의 의도에 따른 단 하나의 선형적 이야기만을 택한다. 감독 중심의 제작시스템에 따라 만들어지며, 상영시 수용자는 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야기’라는 것은 인간이 세상을 수용하고 시대를 이해하는 데 있어 고대부터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창구다. 이것이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이상, 매체 자체의 변화가 불러오는 이야기 양태의 변화는 우리가 탐구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선댄스 영화제 ‘뉴 프론티어’ 섹션은 천명한다. 이러한 면에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는 이야기의 진행, 역할, 방향, 결말로 가는 방법에 대한 사고를 통해 이야기란 무엇인가라는 사유에까지 도달하게 만들어주는 매체라고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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