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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호 쟁점] 미디어의 소유권을 둘러싼 쟁점들 - “민영화”와 독과점 해소의 왜곡된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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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16. 8. 1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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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소유권을 둘러싼 쟁점들

- “민영화”와 독과점 해소의 왜곡된 해법

 


이진영 (미디액트 정책연구위원, <ACT!> 편집위원회)


정치적인 독립과 상업적인 시스템으로부터의 탈피. 아직까지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이 미디어 영역의 고전적인 당위 명제는 사회 주체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하고 정치적, 사회적, 일상적인 의제를 설정하는 미디어 영역의 영향력이 얼마나 막대한지를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국경을 넘어선 자본과 정치 권력이 여전히 조우하면서 방송 시장 역시 사영화와 개방화의 요구에 직면해 있는 한편, 진보적인 미디어 기술의 변화가 자율적인 미디어 운동을 추동하고 있는 역동적인 현 상황에서, 한국 방송 시장에서 미디어의 공공적 영역은 자칫 실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  


- 미디어의 공공성은 어디로 실종되어 버렸는가?


지난 6월 2일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이하 FCC)는 미디어 소유 제한 완화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 미디어 기업이 차지할 수 있는 시청가구 수 점유율의 상한선을 35%에서 45%로 조정하고, TV 네트워크 회사가 소유할 수 있는 지방 TV방송국 수의 확장을 허용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중, 대도시에서 한 미디어 기업이 신문과 TV방송을 동시에 소유할 수 있도록 인정한다. 즉 특정 지역에서 거대 미디어 기업이 독점적인 산업적 위치를 점유하고, 여론 형성을 주도하는 정치적 주체로서 권력을 획득하는 데에 법적인 토대를 마련해 준다는 뜻이다. FCC의 결정은 미디어 운동 단체에서는 물론이고, 미 의회에서조차 “가장 급속도로 이루어진, 기업 이해에 대한 가장 완벽한 굴복”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는데, 사실 FCC와 거대 자본, 보수 우익 사이의 밀월 관계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아들인 마이클 파월이 위원장으로 있는 FCC에서 이번 결정은 공화당 의원 3명의 전격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미 상원 통상위원회의 반발로 인해 그 실현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이지만, FCC의 발표는 공공의 장으로서 미디어의 영역을 부정하고 거대 자본의 이해 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사영화 된 미국의 미디어 ’시장’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미디어의 오랜 당위를 무시한 채, 사적 소유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 조치 마쳐 떨구어내려는 시도이다. 최근 9.11 테러와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에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왜곡된 보도에 기초하여 정치적인 여론 선동을 주도하는 미국 미디어 프로그램의 선정적인 컨텐츠는 5대 미디어 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미디어 시장의 집중적 소유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에도 지극히 상업적이고 왜곡화되어 있는 미국의 미디어 시장에서 독과점 규제 조치마저 풀겠다는 발상은 대규모 인수, 합병을 통한 거대 미디어 기업의 탄생을 부추기는 시도이다. 이는 각국에 방송산업의 개방화를 위해 압력을 가하면서 신자유주의 질서를 공세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같은 미국 거대 미디어 자본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듯, 지난 6월 19일 한나라당 언론특위에서는 민영화를 골자로 한 방송법 개악안을 발표했다. MBC와  KBS2의 “민영화”를 추진키로 하고 관련법의 정비를 올해 안에 마무리 짓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여타의 재정 마련의 방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KBS1의 수신료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지난 대선 이전부터 전경련, 삼성경제연구소, 한국광고주협회등 대자본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단체들은 연구 보고서를 통해 MBC와 KBS2의 “민영화”를 제기해 왔는데, 한나라당에서 이를 수용할 것을 다시 한번 승인한 셈이다. 동시에 감사원 감사 대상인 KBS외에 MBC나 YTN처럼 정부 출연 및 출자 기관이 출연․출자한 언론 기관도 감사대상이 되도록 감사원법의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방송 산업을 “민영화”하겠다면서 오히려 감사 대상은 확대하겠다는 것은 무슨 논리인가. 이는 거대 자본의 이해 관계와 부합하는 측면에서는 자율성, 다양성 등을 내세우며 규제철폐를 주장하면서, 방송에서 거대 야당의 이해 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모험을 감행할 시에는 정치권의 포위망을 확장함으로써 실제적인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저열한 위협이다.

더욱이 한나라당 언론특위는 방송과 신문의 겸용금지도 철폐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조선, 중앙, 동아 일보에서는 일제의 환영의 갈채를 보내고, 중앙 일보 홍석현 사장은 방송사 인수의 의지를 간접적으로 피력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한나라당 언론특위의 주장에 대해서 장기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밝혔지만, 조선, 중앙, 동아 일보의 시장 점유율이 70%를 넘어서고 신문 시장의 온갖 폐해가 지적되고 있고, 공공의 장으로서 미디어가 오히려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마당에, 이 도발적인 발표는 미디어 문제의 의제 자체를 퇴행하는 방향으로 설정케 조장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방송을 장악하지 못한 게 패배의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믿고 있는 한나라당이 국회 다수당이라는 걸 빌미 삼아, 신문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조중동에 방송을 불하하겠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고삐 풀린 한국 정치의 씁쓸한 본질이다. 


- “민영화”와 독과점 해소, 왜곡된 상관 관계


한나라당이 방송 시장의 ‘개정’을 주장하는 주된 논리는 바로 지상파 방송사의 독과점이다. MBC, KBS, SBS 등 지상파 방송사가 시청점유율 90%(매출액 7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의 해법이 바로 “민영화”라는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방송 3사의 독과점적인 소유 구조와 이로 인한 왜곡된 여론 조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근거는 지극히 당략적인 패배 의식에서 연유한다. 한나라당은 신문 시장의 70%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조중동 3사의 획일적이고 왜곡된 보도는 문제삼지 않고 오히려 이들 세력과 공생 관계를 맺으며 방송, 신문 겸용 금지를 철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방송 시장을 “민영화”하면, 다양한 방송 컨텐츠를 확보하고 뚜렷한 특색을 지닌 새로운 채널이 신설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12년 전,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이 태영 그룹에 SBS 허가를 내주면서 족벌 체제로 이루어진 사영 방송의 닻을 올리고 전체 방송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를 초래한 사례를 통해 독과점의 해법이 “민영화”가 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바 있다. 방송 시장이 “민영화”되면 초기에 일시적으로 우후죽순 방송국들이 생겨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재벌, 현 신문 시장의 독점적인 세력들이 중소 미디어 기업을 인수 합병하면서, 대중의 눈과 귀를 가리고 의식을 통제하는 거대 미디어 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독과점에 대한 기본적인 규제 조치마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공영 방송이라는 외피마저 두르지 않을 경우, 자본주의 질서에 편승한 방송 시장은 공공성에 대한 물리적인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최근 몇 년간 대안 미디어 운동이 공공적 주류 미디어 질서 내로 확장, 개입하면서 일구어냈던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의 신설과 미디어센터의 설립, 일부 시민 사회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던 주류 미디어의 개혁을 위한 압력은 “민영화”된 거대 미디어 기업의 담합이 구축되는 경우, 실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 방송 시장의 체제를 옹호하고 “민영화”를 도입하려는 정치적 압력에 대해 수세적인 대응으로만 일관해 나가야 할 것인가. 수평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통한 시민들의 커뮤니케이션 장이 되어야 할 공영 방송의 기본적인 이념은 현재 잘 구현되고 있는가. 공영 방송임을 자처하는 한국의 방송사들은 이미 정치적인 왜곡 보도, 저질화, 상업화에 깊이 물들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법은 상업적인 탈규제의 추구와 정치적 구속력의 강화가 아니라 대안 미디어 운동의 강화를 통해 주류 미디어 질서 내의 개혁에 한정되어 있는 미디어 운동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재구성하는 일이다.

진보적인 방송 프로그램의 신설과 폐지가 방송사 사장의 정치적 성격에 따라 결정되는 방송사 내부의 수직적인 질서 체계는 주류 미디어 시장 내의 한정된 개혁적인 조치가 얼마나 불안정한 토양에 기반하고 있는지 잘 나타낸다. 서열화 되어 있는 언론 노동자들이 대안 미디어 운동과의 연대를 통해 진보적 문제 의식을 공유하며 좀더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미디어 운동에 대한 시각으로 방송사와 정치적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송 시장의 “민영화”와 개방화의 요구가 거세지는 신자유주의 세계 질서에서 공공의 이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노동자, 시민의 미디어 소유를 추구하며 자생적으로 주류 미디어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키우는 동시에, 집중적 미디어 소유 구조에 균열을 일으키는 주류 질서 외부의 독립 미디어 영역을 확보, 확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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