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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9호 퍼블릭액세스] KBS ‘열린채널’에 대한 단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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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19호 / 2005년 3월 22일 


 
KBS ‘열린채널’에 대한 단상들
     권 미 혁 ( 미디어 운동가 )
   
<가상 시나리오>
   세 친구의 ‘열린채널’ 제작기
 산, 강, 바다 셋은 오랜 친구. 오늘도 산의 집에 모여 재미있게 놀고 있다. 평소처럼 ‘이 시대에 여성으로 살아가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던 강이 문득 제안했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본 ‘KBS 열린채널’의 홍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얘들아. 우리의 생각을 영상으로 만들어 보면 어때?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전국에 많을거야. 그들과 영상으로 의사소통을 해보자..”
모두 의기투합한 이들. 제작에 대한 경험이 없어 과연 되겠냐는 바다의 걱정에 일단 홍보프로그램에 나온 대로 KBS에 무작정 찾아가보기로 한다.
 KBS시청자 센터내의 <열린채널 상담실>
KBS 시청자센터에 들어서면 맨 처음에 있는 <열린채널 상담실>. 산, 강, 바다는 담당 KBS직원에게 자신들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제작경험이 전혀 없노라고 말한다. 상담 결과 이들은 아이템만 자신들이 정하고 KBS에서 제작을 도와주는 방식 보다는 스스로 영상제작교육을 받아 작품을 찍는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직원이 구경시켜 준 KBS 시청자센터에는 기자재대여실과 특히 종편작업실이 따로 설치되어 있었다.
 미디어센터의 영상제작교육
KBS에 협력기관으로 등록되어 있는 여러 미디어센터 중 한곳에서 제작교육을 받은 후 이들은 이윽고 촬영에 들어갔다. 여성이 일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우리나라의 보육시스템’에 대한 다큐멘터리. 특별히 외국의 보육시설에 대한 자료는 기존 방송물에서 일부 따다 쓰기로 했다.
 방송위원회 퍼블릭액세스부
산과 바다가 열심히 작품을 촬영하는 동안 강은 KBS 상담실의 조언대로 방송위원회 ‘퍼블릭액세스’부서 내의 저작권, 초상권 상담 관계자와 기존에 지상파에서 방송되었던 저작물을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협의하였다.
 드디어 방영!!!
토요일 오후 6시. 온 국민이 좋아하는 ‘열린채널’이 방영되는 시간, 어김없이 산의 집에서 바다와 강 세 여인이 모였다. 오늘은 특히 이들이 만든 ‘불안감 없이 일하고 싶다. 현실적인 보육정책’이 방송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월 400분 방영키로 되어 있는 열린채널 시간 때문에 이번 주엔 20분 짜리 다큐 한 작품, 20분 짜리 토론 프로그램 한 작품, 그리고 드라마 한 작품이 배치되었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텔레비전을 통해 나오는 것을 본 이들은 그동안 “우리 편이 아닌 방송”에서 “우리 편” 인 방송을 비로소 경험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열린채널에 냈던 작품들을 주제별로 다시 편성하는 <다시 보는 열린채널>을 통해 또 한번 전 국민에게 소개될 것이다.

다음 작품을 구상하는 이들 뒤로 흐르는 열린채널 홍보.

“시청자여러분, 우리 사회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으세요? 주변에 알리고 싶은 절박한 이야기가 있으세요? 공공적이고 공익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으신 분, 언제든지 저희 KBS 시청자센터의 문을 두드리세요. 아이템기획부터 콘티작성법, 나아가 제작 요령까지 24시간 상담해 드립니다. 기자재 대여는 물론 좋은 내용이면 제작도 도와드립니다. 물론 제작비도 지원됩니다.“ □
[편집자 주] KBS에서는 지난 3월 4일, 공사 창립 32주년을 기념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인 '열린채널'에 대한 특집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이는 KBS가 공사창립 32주년 기념 사업의 하나로 3월 첫째주를 '시청자주간'으로 설정, 시청자위원회 산하에 시청자권리보호분과를 신설하고 건물 내의 작은 공간을'시청자 광장'으로 만들고  라디오 제작 스튜디오를 청취자들이 제작현장을 직접 볼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로 바꾸는 등의 전향적인 정책들 중 하나로 기획된 것이다.
  시작된지 5년여만에, '열린채널'은 창립 기념식과 행사 프로그램, 웹사이트, 특집방송의 편성 등을 통하여 KBS 시청자사업의 대표적인 성과로 드러나고 있다. 2000년 통합방송법을 통해서 처음 KBS에서의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 편성이 의무화된 이후 수년간 '열린채널' 프로그램의 운영과 심의 과정에서 KBS가 보여주었던 부정적인 태도를 생각해보면 엄청난 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열린채널'과 관련된 오래되고 복잡한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열린채널'이  KBS의 프로모션으로 소비되지 않는, 진정한 액세스 프로그램으로써 자리잡기 위해서는 어떤 지점들이 극복되어야 할지, 한 활동가의 고민을 담는다.
 
오른 편의 시나리오는 영상제작 욕구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초보자가 참여프로그램에 편안하게 액세스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그려 본 것이다.
너무 핑크빛이었나?
 어쨌든 위의 가상시나리오를 통해 5년이 다 되어가는 열린채널에 관해 다음과 같은 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KBS 열린채널과 관련한 단상 하나
KBS 열린채널은 전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지상파 액세스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한민국의 언론운동, 그리고 시청자운동의 성과물이다.
방송법 제 69조를 통해 KBS라는 지상파 공영방송에 액세스 프로그램을 설치한 것은 퍼블릭 액세스는 당연히 공공영역의 지분을 보장받아야 하며 이는 또다른 측면에서 공영방송이라면 마땅히 퍼블릭 액세스를 실현해야 함을 분명히 했다는 데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열린채널은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에서 방송위원회의 방송심의규정에 따라 방송의 공공성 및 공익성, 작품수준에 대한 심사를 통해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상파공영방송에서 방영된다는 특성 때문인데 ‘first come, first play' 원칙 하에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거의 다 할 수 있는 일반 액세스 프로그램과 다른 점으로 심의 등 불편한 점이 있겠지만 이 프로그램이 갖는 전국적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여타 지상파 프로그램이 모두 높은 질과 공익성을 갖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따로 해 볼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열린채널은 몇몇 진통에도 불구하고 일정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도리어  KBS에 이 같은 성격의 프로그램이 있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구심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KBS 내에 액세스 프로그램을 설치했던 정신이 계속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KBS 열린.채널에 대한 단상 둘
보다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
 KBS는 자사 프로그램, 특히 드라마의 경우 도가 심할 정도로 많은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열린채널에 대해서는 얼마나 홍보하고 있을까?
액세스 프로그램은 만드는 사람뿐만 아니라 이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알려 보다 많이 접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열린채널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기존 주류방송에서 볼 수 없는 내용들을 다룬다는 데 있다. KBS 9시 뉴스와 정반대되는 내용을 (같은 방송사의) 다른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재미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따라서 KBS는 열린채널에 대한 소개와 그 의의에 대해 지금보다는 많이 알려야 한다. 하나의 대안으로 독일 개방채널에서 택하고 있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우선 재방송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다음으로 주제별 편성인데 어느 정도 쌓인 열린채널의 작품을 (시의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겠지만) 주제별로 편성하는 것이다.
 KBS 열린채널에 대한 단상 셋
방영 시간을 늘려야 한다.
 현재 열린채널은 작품이 모자라던 초기와 달리 30% 정도가 방영되지 못한다고 한다. 이 작품들이 모두 일종의 콘텐츠라고 생각한다면 방영시간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현재 월 100분으로 되어 있는 방송법이 개정된다는 전제지만. 선정과정에서 떨어지는 작품은 제작비 환수가 불가능하고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제작에 착수하기 전에 미리 기획서를 통해 걸러내자는 의견도 있으나 기획서의 완성도와 작품의 완성도는 별개라는 점에 고민이 있다.
  KBS 열린채널에 대한 단상 넷
해결해야 할 현안들 : 정산/종편작업/심의문제 등....
 ① “정산.. 정산하다 프로그램 못 만듭니다....”
영수증 처리가 너무 까다로워 프로그램 만드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 실정. 이 부분은 방송발전기금에서 제작비가 나오기 때문에 KBS의 문제라기보다 방송위의 문제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작품을 만드는 바에야 정산이 까다로운 건 당연한 것이며 방송위원회의 다른 사업들도 이같이 까다로운 정산작업을 거치고 있다.
다만 이런 까다로움이 열린채널에의 강력한 진입장벽으로 기능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원되는 제작비를 제작지원금이 아니라 방영료 개념으로 바꾸면 일일이 정산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하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방영료 개념으로 갈 경우 절대적인 액수를 확보하기 힘들다는 문제, 그리고 방송발전기금에서 프로그램 제작비가 나오는 것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고려한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겠다.
 ②종편작업
제작 마지막에 6mm 작품을 디지베타로 변환하는 것과 열린채널의 중간타이틀 넣는 것 역시 영상제작자들에겐 매우 까다로운 문제이다.
최종본을 그대로 6mm로 받아주거나 KBS에서 디지베타 변환을 해주거나 관련시설을 이용하게 해주면 보다 편하게 작품을 낼 수 있다고 본다.
 ③심의
열린채널의 작품은 우선 제작과정에서 방송위원회의 심의규정을 위배해선 안된다. 최종본의 경우 운영협의회의 심사를 받게 되는데 그 자체가 일종의 심의인 셈이어서 엄격히 이야기하면 2중심의인 셈.
게다가 초상권, 저작권문제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일반 시청자의 진입이 쉬운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작품은 그 제작자가 모든 걸 책임지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렇지만 기존 방송사들도 프로그램이 문제가 되었을 때 PD 개개인이 책임을 지지 않고 방송사 차원에서 책임을 지는 형식인 것처럼 액세스 제작자들도  ‘액세스 방송 협회’ 등을 통해 연대책임을 짐으로써 개개인 제작자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심의 문제와 관련해 방송위의 방송사, 제작자 양자 책임이라는 유권해석은 액세스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지만 지상파 방송의 경우 완전히 방송사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도 없는 실정이어서 이 부분도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다만  방송위원회 산하에 공적인 법률자문기구를 두어 제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에 대한  “법률자문”과 사후에 책임문제가 생겼을 때 변호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KBS 열린채널에 대한 단상 다섯
KBS의 의지. 열린채널은 KBS에게 무엇인가?
 무엇보다 KBS의 열린채널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전세계적으로 공영방송의 위상은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공영방송의 개념을 제도가 아니라 프로그램에서 찾으려는 지금 아주 소극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열린채널은 콘텐츠 확보의 유효한 수단이다.
따라서 위의 시나리오에서도 상정했듯이 KBS는 열린채널에 대한 제작지원 시스템을 보다 적극적으로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법에 있기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소극적 접근에서 벗어나 시청자들이 만든 작품에서 앞으로 방송의 가능성을 찾을 때, 더 나아가 초기 BBC의 사례처럼 액세스 작품을 찾아 시청자에게로 다가갈 때, 열린채널은 보다 활성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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