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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26호 독립영화] 2010 한국영화진흥 기본계획안에 대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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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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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26호 / 2005년 10월 27일  

 

 

2010 한국영화진흥 기본계획안에 대한 검토

 

 

조 준 형 (한국영상자료원 연구원)

 

2005년 6월 3기 영화진흥위원회가 출범하였다. 필자는 2002년 언제쯤인가에 열렸던 심포지엄에서 1기 영진위를 평가하고, 2기 영진위에 대한 사업들을 제안한 바 있다. 요지는 대충 이랬던 것 같다. “한국의 영화정책은 지금까지 산업 중심의 정책이었고, 그것도 제작자본의 확충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산업이 아닌 문화에 중점이 주어져야 하며, 산업정책은 직접적인 제작자본 지원 정책보다는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당연하게도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영화산업이 어느 정도 제 자리를 찾아가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 제언이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2기 영진위는 얼마나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였을까? 일상적인 사업 외에도 예술영화 전용관 체인의 설립과 운영, 통합전산망의 운영, 국제 교류 업무의 활성화 등이 아마도 2기

 영진위의 가시적인 성과가 아닐까 싶다. 그 외에도 사업실적과 예산서를 보면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사업들이 추진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문제들은 해결되지 못한 채로 남았다.

이 글은 2005년 8월에 제출된 “세계 3대 영화강국 실현을 위한 2010 한국영화진흥 기본계획안(2006년-2010년)” 에 대한 일종의 코멘트로 기획되었다. 계획안의 보다 자세한 내용은 부분적으로 이후 글 속에서 반영이 되겠지만, 큰 개요는 대략 다음과 같다. 이 계획안은 크게 6개의 중점 추진과제를 담고 있는데 1) 공공성에 기반한 영화문화역량 강화 2) 영화콘텐츠 R&D 기반 연구 강화  3) 제작 유통구조 합리화를 통한 한국영화 선순환 구조 확대 4) 기술역량 강화 5)국제협력(아시아영화 네트워크) 강화 6) 지역 CTL 클러스터 확대. “공공성에 기반한 문화역량 강화”를 가장 위에 배치한 것을 보면 입안자의 고민 수준과 ‘센스’가 보통 이상임을 짐작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산업 부문, 세 번째로는 R&D, 네 번째로는 기술적 인프라 구축 및 지원, 다섯 번째로는 국제 네트워크, 여섯 번째로는 지방화가 배치되었다. 이러한 여섯 가지 목표의 기본 가치는 산업에서 문화로, 시장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는 시장실패 요인의 교정, 국제화와 지방화라는 화두라 할 수 있겠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큰 틀거리는 나쁘지 않다. 이는 앞에서 필자가 2기 영진위에 바랬던 사항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포괄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비전 중 "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

"
 

그렇다면 이 정책들이 어떻게 짜여져 있으며, 어떤 배경에서 나왔고, 현재 한국영화의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지를 좀 더 구체적인 수준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하지만 짧은 글 속에서 모든 사업내용들을 일일이 평가하는 것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필자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다. 그렇다면 계획안의 사업내용 그 자체에서 출발할 것이 아니라 한국영화계의 몇 가지 문제점들을 확인하고, 이 계획안이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한국영화계의 문제를 무순으로 배열해보자면 대략 다음과 같다.

㉠ 현장 영화인들의 근로조건 해결

 

㉡ 영화인 전문성 제고 및 재교육

 

㉢ 영화교육 혹은 미디어교육의 활성화

 

㉣ 한국영화 다양성의 확대(독립영화, 예술영화, 고전영화의 활성화)

 

㉤ 부가시장의 붕괴에 대한 대비책 마련

 

㉥ 디지털 영화환경 대비

 

㉦ 매체융합 시대에 대비한 기술적, 제도적 환경 구축
㉧ 한국영화의 국제적 교류 확대 및 세계적 문화다양성 증진을 위한 공헌

 

㉨ 조사연구 기능의 강화를 통한 적절한 정책 개발, 담론 영역 확대, 산업적 정보 제공

 

이상의 문제들은 현재 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문제들 중의 일부이며, 산업 내에서 자율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들은 뺀 것이다. 이제 다소 도식적이지만, 6개의 주요 과제들 속에서 위와 같은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이 어떻게 모색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1. 공공성에 기반한 영화문화역량 강화

 

여기서는 ㉢ 영화교육 혹은 미디어교육의 활성화, ㉣ 한국영화 다양성의 확대(독립영화, 예술영화, 고전영화의 활성화)를 위한 해결책이 제시되어 있다. 넓은 의미의 한국영화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부익부 빈익빈, 혹은 다양성의 부재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양성의 확대는 사실상 다양한 시장, 관객층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주된 목표가 되어야 한다. 기본적인 재생산 구조를 갖추지 못한다면, 마이너 영화계는 언제나 정부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의 목표는 공급부문을 확대하는 것 뿐 아니라(제작지원 뿐 아니라 예술영화 전용관 등의 배급과 상영영역의 확대까지도 넓은 의미에서 공급 부문이라 할 수 있다) 관객층을 어떻게 만들어내어야 할 것인가에도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저예산/예술/독립영화에 대한 제작지원과 100개의 다양성 스크린 확대 등의 넓은 의미의 공급 부문에 대한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이번 계획안에는 관객층 확대에 대한 고민이 다소 부족하다. 즉 보다 직접적으로 관객들을 조직화하고, 팬덤 문화를 길러낼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결여되어 있다. 예컨대 중고등학교 도서관과 연계하여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고전영화 DVD를 보급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나 예술영화 전문 홈페이지 육성 방안 등을 고민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영화교육과 미디어교육은 다양한 안목과 감식안을 가진 비판적인 수용자를 길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관객층을 위한 장기적으로 가장 확실한 길이다. 그리고 이 계획안에서는 영화교육을 위한 교사양성, 교재개발, 미디어센터의 확대 등 이를 위한 몇 가지 지원책들이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의 실현을 위해서는 네트워킹의 문제가 더욱 적극적으로 고민되어야 한다. 예컨대 영화교육의 경우 주도권이 문화예술진흥원에 있고, 영화계에서 주도할 수 있는 영화학회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미디어교육의 경우 방송계와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하며 일종의 주도권 다툼의 상황에 빠져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치고 나가는 전략보다 제도적으로 유사한 목표의식을 가진 기관 혹은 단체들과 공동의 테이블을 마련하고 교통정리와 타협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여러 가지 시도들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영화문화 다양성의 확대를 위한 제도적인 보완책이 없다는 것이 다소 아쉽다. 예컨대 마이너리티 쿼터 제도의 도입과 관련하여 많은 문제제기가 있어왔으나 이번 계획안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스크린쿼터 사수”라는 이미 그어진 전선이 오히려 정책적 선택의 여지를 좁히고 마이너를 위한 공간을 더욱 더 협소하게 만들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2. 영화콘텐츠 R&D 기반 연구 강화

 

이 과제에서는 ㉠ 현장 영화인들의 근로조건 해결 ㉡ 영화인 전문성 제고 및 재교육 등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어 있다. 현장 스탭들의 근로조건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탭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로 그들 스스로 단결할 수 있는 조직과 교섭력을 갖추어야 하고, 두 번째로 영화현장의 관행을 바꾸어야 하며, 세 번째로 그들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다.

계획안이 제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성 인정의 문제는 제도적으로 중요한 문제일 수 있지만,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근로기준법은 기본적으로 일정한 작업장과 항상적인 근로계약을 모델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바람직한 것은 스탭들의 조직이 사용자들과 대등하게 협상하여 현장의 규약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탭 노조를 강화해야 한다. 필자는 영진위가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하여 스탭 노조에 있어서만큼은 단체사업 지원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스탭 노조에 대해서만큼은 사업 중심 지원 원칙을 바꾸어 운영경비(예컨대 사무실 임대료, 전임 노조원에 대한 인건비 보조 등)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3명의 헌신적인 전임자와 스탭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그들의 단결력을 몇 배로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이는 큰 예산이 들지도 않는다.

물론 종국적으로는 스탭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이번 계획안은 영화산업 인력의 인증제 및 전문인력 교육계획 수립 등 몇 가지 사업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도제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붕괴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리고 일선 대학들이 실무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제대로 전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재교육 전문기관이 없다는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영화아카데미는 민간 대학들의 성장이라는 환경 변화 속에서 존재의의가 감소되고 있으며, 영상원과의 기능 중복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필자가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바이지만, 영화아카데미를 재교육 전문기관으로 탈바꿈시킬 필요가 있다. 
 

3. 제작/유통구조 합리화를 통한 한국영화 선순환 구조 확대

 

이 과제에서는 ㉤ 부가시장의 붕괴에 대한 대비책 마련, ㉥ 디지털 영화환경 대비, ㉦ 매체융합 시대에 대비한 기술적, 제도적 환경 구축 ㉨ 조사연구 기능의 강화를 통한 적절한 정책 개발, 담론 영역 확대, 산업적 정보 제공 등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한국영화산업의 큰 문제 중의 하나는 부가판권 시장의 몰락이다. 부가판권의 존재는 산업상의 리스크를 분산시키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영화들을 활성화할 수 있는 주요한 시장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DVD의 시장이 국내 영화시장의 규모에 맞먹는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DVD와 VHS를 포함하여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수치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소위 “불법 다운로드”가 이러한 사태의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영진위의 계획안은 불법 이용자 처벌 및 단속 강화, 저작권 관리 및 보호 기술 개발, 뉴 미디어 환경에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 수립, 신규매체와 관련한 저작권법 정비 등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대안들은 대체로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불법 동영상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을 본보기 차원에서 형사법적으로 처벌하겠다는 계획은 사실상 영진위가 추진하는 계획으로는 대단히 즉물적이며, 형사정책적으로도 논란의 소지가 충분하다(국민 대다수를 범법자로 만들 소지가 있으며 처벌 여부가 운에 달려있다). 저작권법 위반이 친고죄, 즉 피해당사자의 고발에 따라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이 형식적으로도 적절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책적으로 처벌을 모색한다는 영진위의 계획안은 상당한 ‘오버’라 하겠다. 그리고 이는 이용자들의 집단적인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명한 정책이라 볼 수도 없다.

처벌보다 오히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온라인 영화시장 혹은 이동통신 동영상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적극적인 정책에 더욱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영진위는 몇 가지 사업들을 제안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론이 없다.

또한 최근 저작권법의 개정방향은 창작물의 공공적 성격 확보와 저작자의 사익 보호라는 저작권법의 양 날개 중 후자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고 있어 걱정스럽다. 산업적 잠재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경우에 따라서는 약간의 잠재력을 해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법의 공공적 성격을 살려가는 정책상의 묘책이 필요하다.

이번 계획안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영화수익성 정보관리체계 확보, 저작권 관리 시스템 구축 등과 같은 산업적 정보전달체계 구축에 관한 사항이다. 영화산업의 개별 주체들이 산업 전체의 동향을 면밀하게 파악할 정도의 여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산업과 시장 동향에 대한 합리적인 조사연구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하겠다. 다만 저작권 관리 시스템의 구축이나 운영주체와 관련하여 약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민간부문에서는 영화제작자협회를 축으로 할 수 있겠지만, 공공 부문에서는 그 주체가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한국영상자료원(영상자료원은 주로 80년대까지의 영화저작권 정보에 대한 내부적인 DB를 갖추고 있으며, 최대의 한국영화 정보 DB를 구축해놓은 상태이다) 등과 중복될 소지가 있다. 각 기관간의 역할분담과 커뮤니케이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연구나 조사와 관련하여 아쉬운 부분은 산업/기술 분야의 연구조사 과정에 인문/사회/예술적 안목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영상콘텐츠 산업은 인간의 정신과 가치, 창의력을 주된 대상이자 동력으로 삼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분야의 연구를 적절하게 지원하고 그 성과를 산업적/기술적으로 전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4. 기타

 

이번 영진위 계획안에서 대단히 독특하고, 입안자들이 비교적 “힘을 줬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기술역량 강화(과제4)에 대한 부분이다. 디지털이 중심이 되고 매체융합이 일반화되고 있는 영상 콘텐츠의 제작에 있어서 갈수록 기술적 역량(소위 CT)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의적절한 사업내용들이 구성되어 있다. ㉥과 ㉦에 대한 해결책이 상당한 수준에서 제시되었다고 하겠다. 또한 국제협력 강화와 한국영화 글로벌 브랜드화(과제5)의 전체적 방향 역시 나쁘지 않다. 지역 클러스터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견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므로 지면관계상 생략하기로 하자.  
 

문제는 “사이”를 메우는 상상력과 정치력이다.

 

필자의 생각으로 이번 영진위의 계획안은 전체적으로 빠진 부분이 별로 없이 제시되었다. 그런데 빠진 부분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다소 불안하다. 요컨대 정책적 우선순위, 선택과 집중, 예산 배정의 전략 같은 것을 파악할 수 없어 이 모든 과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과연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가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계획안이 총론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와 같은 문제제기는 문제를 위한 문제제기일 수도 있다. 적어도 문제가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그 문제에 대한 원론적인 답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실행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사이”를 메우는 정책상의 창조력과 정치력이다. 물론 그것은 카테고리화 된 분야별 사업계획안에는 포함될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생각해보자. 미디어교육, 영화교육에 있어서 민간이나 여타기관들과 어떻게 업무분담을 할 것이며, 바람직한 방향이 훼손되지 않고 진행될 수 있는 정책적 리더쉽을 발휘할 것인가. 저작권정보시스템은 직접 구축할 것인가, 지원할 것인가. 다양성 영화상영관은 민간에 지원만하는 소위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직접 운영하는 모델을 가져갈 것인가. 재교육은 직접 수행할 것인가 민간을 보조할 것인가. 산업적 연구조사, 콘텐츠 기술개발, 인문적 연구지원의 영역들이 겹쳐진 부분, 그리고 시너지를 필요한 부분을 어떻게 포착하고 사업화시킬 것인가. “사이”의 문제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다. 심하게 말하자면 지금까지 영진위 사업의 성패가 모두 이와 같은 “사이”들을 어떻게 컨트롤했느냐에 달려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입안의 단계에서는 정책의 원칙확립과 상상력을, 실행의 단계에서는 정치력과 융통성을 필요로 한다. 필자가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지적한 부분도 이 “사이”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이 문제들은 계획안의 문구를 통해서는 적절하게 성패를 판단하기 힘들다. 

가끔 한국 영화산업에 산업적 프로모션 기관이 필요할까,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한국영화산업은 이미 그 자체로 충분히 커졌고,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안정적인 자기 재생산 시스템을 갖추어가고 있는 듯하다. 시장은 이제 1970, 80년대 충무로 영화인들처럼 모든 것을 정부에 해결해달라고 칭얼대지 않는다. 오히려 영진위의 개입을 귀찮아하는 기색마저 보인다. 이번 계획안은 이러한 상황에 처한 영진위가 스스로의 존재의의를 고민한 산출물로 보인다. 고민의 큰 그림은 좋아 보인다. 필자의 생각으로 출발점으로는 B+ 정도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는 실행이고, 결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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