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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21호 독립영화] ‘이 채널’에 대한 두 개의 토론회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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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16. 8. 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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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채널’에 대한 두 개의 토론회를 보고


 


  허 경(독립다큐멘터리제작자)


 

                     

  방송사 외부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에 대해 기획, 편성, 송출만을 담당하는 이른바 ‘출판사’ 형태의 채널(이하 ‘이 채널’)의 설립을 문화관광부에서 추진하고 있다. 이 채널은 주로  ‘외주채널’이라고 불리고 가끔 ‘독립채널’이라고 불린다.


2004년 4월 ‘외주전문 문화채널 설립 타당성 연구보고서’가 제출된 후 이 채널의 설립에 대한 논의는 몇 가지 쟁점들이 발견되었으나 공론화 되거나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같은 해 9월 ‘외주전문채널설립연구’라는 제목의 2차 보고서가 제출되었고 문광부는 채널설립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연구보고서에 대한 검토와 방향성에 대한 토론을 마치고 현재 설립추진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 채널에 관한 두 개의 토론회가 열렸으니, 하나는 지난 4월 6일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주최한 ‘참여와 다양성을 위한 독립채널의 의의와 추진방향 토론회’(이하 ‘독립채널토론회’)이고 다른 하나는 4월 15일 한나라당 이재웅의원실에서 주최한 ‘외주전문채널, 실패한 정부정책의 대안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이하 ‘외주채널토론회’)이다.

 

제목만을 보았을 때 같은 주제라는 것조차도 알아채기 쉽지 않은 두 개의 토론회는 비슷한 시기에 열렸음에도 몇 가지 지점에서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두 토론회참관은 이 채널을 둘러싼 이해와 입장과 견해의 분포를 확인하기에 좋은 기회였으며 두 토론회의 내용의 차이가 바로 이 채널이 ‘외주채널’과 ‘독립채널’이라는 두 개의 용어로 불리게 된 이유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외주채널토론회는 이 채널의 설립에 관한 문화관광부와 방송위원회의 입장차이가 토론 또는 충돌되는 자리였고 독립채널토론회는 기존 채널에 대한 접근태도와 최근 설립논의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의 자리였다.

 

독립채널 토론회에서 발제된 한국독립영화협회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채널-새로운 지상파채널-설립의 정당성을 마련하기 위해 사용되는 ‘외주채널’이라는 용어는 이미 방송사와 외부 프로덕션의 종속관계를 드러내고 있으므로 매우 부적절하다. 즉, 공영지상파방송과 상업지상파방송 뿐만 아니라 위성, 케이블, 인터넷, DMB 등 다양한 매체와 수많은 채널이 있는 미디어환경에서 가장 파급력 있고 가장 대중적인 무료지상파 채널을 정부 주도로 만든다는 것은 철학적으로 매우 무거운 문제라는 것이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여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할 공영방송의 설립을 추진하는 마당에 기존 공영방송이 가지고 있는 외주관행의 개선과 독립제작사들의 지원을 통한 영상컨텐츠산업육성이라는 수준의 목적을 밝히는 것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를 넘어서서 기존의 공영방송과는 다른 철학적 배경과 편성이념이 확고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논의들은 공론화되고 여론수렴의 과정을 거치면서 설립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 한국독립영화협의 견해이다.

 

다시 말해서, 공영방송이라면 그 첫 번째 임무로 천명해야할 공공성-채널의 희소성에 기반한 대리적, 고전적인 의미가 아닌-의 확보가 이 채널의 이념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새로운 공공성의 확보를 위해 참여와 다양성을 제고할 수 있는 구체적 기획과 실현가능한 물적 기반이 마련되어야하며 그럴 때만이 기존 공영방송사가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했던 공공성을 이 채널이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4월 15일 열렸던 외주채널토론회는 독립채널토론회 보다 더 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더 넓은 장소에서 열렸지만 그곳에서 논의되었던 얘기들은 채널설립논의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한독협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바라봤을 때 채널에 대한 핵심적인 고민은 잊혀진 채 문광부와 방송위의 개별 입장이 충돌하는 자리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방송발전기금의 관리 및 운용주체인 방송위와 사전협의 없이 이 채널 설립 및 운영 재원으로 방송발전기금을 일부 사용하겠다고 문광부가 발표한 것과 신규채널 도입은 방송법에 의한 방송위 소관사항인 점 등을 감안할 때 문광부 주도의 설립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방송위원회는 이날 토론회에서 외주정책에 다소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지만 여전히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면서 외주정책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기획하고 시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여전히 이 채널의 설립을 강행하는 문광부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들어냈다.

 

방송위의 이러한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외주정책은 방송위의 실패한 정책이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직접 문광부가 나선 것이 이 채널의 설립목적이라는 것이 이날 문광부의 주된 논리였다.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을 실현하고, 방송내용의 질적 향상 및 방송사업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방송위로서는 자존심상하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광부의 이러한 논리로는 외주정책이 문제이면 외주정책을 개선하면 되는 것이지 전체지상파방송에 대한 로드맵도 없이 왜 굳이 정부 주도로 지상파방송국을 세우려하는냐는 의심 섞인 질문에 충분히 답할 수도 없을 뿐더러, 문화의 다원성을 구현하기에 구체적이지도 않고 실현 역시 불가능한 계획이라는 방송현업 생산자들의 지적에도 명쾌한 대답을 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광부는 이 채널의 명확한 철학적, 이념적 배경을 밝히고 그를 실현하기에 걸맞는 구체적 기획들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토론자로 참석했던 문광부관계자는 이 채널의 설립목적은 언론개혁의 차원이 아니라 컨텐츠산업진흥의 목적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힘으로써 문광부가 제출한 두 번째 보고서의 긍정적인 측면이었던 철학적 배경-그것을 구현할 물적인 기반에 대한 계획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렸고 문광부의 설립추진에 대한 불만과 반대의견을 일관되게 피력했던 방송위관계자의 발언 속에서는 이 채널에 대한 어떠한 철학적 고민도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매체 다채널의 시절, 고통받는 민중의 절규는 어느 곳에서도 송출되지 않고 민중들이 직접 발언하기에 손쉬운 매체와 채널을 찾아내기엔 무척이나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는 필자는, 수많은 상업적 미디어의 이윤추구를 위한 이전투구의 장인 미디어의 영역에서 공영지상파채널의 설립에 대한 최근의 논의가 더 이상 민중을 위한 발전적 논의의 장일 수 없다는 충분한 판단의 근거를 외주채널토론회에서 발견했다. 또한 독립채널 토론회에서 제기되었던 이 채널의 철학적, 이념적 근거와 의도를 분명히 밝히고 그 구체적인 실행계획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지 않는 이상 문광부와 방송위가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여 이 채널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독립채널토론회에서 한국독립영화협회의 문제의식에 대해 너무 추상적이고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채널의 설립과 관계된 매우 제한적이지만 거의 유일한 논의들을 지켜본 필자로서는 모두에게 되묻고 싶다.

 

왜 이 채널을 만들려고 하는가?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다면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것이 맞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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