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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0호 국제미디어운동] 프랑스 ‘최초고용계약(CPE)’에 반대하는 대중 투쟁과 독립 미디어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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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0호 / 2006년 4월 2일

 

 

프랑스 ‘최초고용계약(CPE)’에 반대하는 대중 투쟁과 독립 미디어 2-1

 

이해숙

 

 

글 싣는 순서

  2-1. 프랑스 ‘최초고용계약(CPE)’에 반대하는 투쟁 관찰기.

  2-2. CPE 반대 투쟁과 독립미디어의 역할

*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용어 혹 이름

  새고용계약 (CNE)

  최초고용계약 (CPE)

  드 빌팽 : 프랑스 현 총리

  니꼴라스 사코지현 내무부 장관이전 경제부 장관이었으며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취하고 있다.

  르펜 극우파 국민전선(Front National)의 대표


 동영상 보기: 3월 18일 CPE 반대 가두행진

지난 3월 18일 빠리에서 있었던 CPE 반대 시위 장면이다. 
고등학생, 대학생, 노조원과 가족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다음은 주요 구호이다.
저항, 저항 / CPE 를 철회하라 / 
젊은이들은 과로 속에, 우리들은 가난 속에, 우리는 정말 이놈의 사회가 지겹다 / 
드빌팽, 사코지 너희들은 끝났다
 등

 

1. 저항의 배경

프랑스에서는 ‘최초고용계약 (Contrat Première Embauche, 이하 CPE)’를 둘러싸고 정부와 학생들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이 정책의 시작을 보다 넓게 설명하자면 두 가지 축으로 설명될 수 있는데첫째는 현 프랑스정권의 친자본주의적 성격과 또 다른 하나는 작년 가을의 이민세대의 격렬했던 저항이다시라크 정권은 중도우파로 종종 설명되곤 하지만내무부 장관인 니콜라스 사코지와 같은 몇몇 핵심관료들은 우파 정책들을 과감히 시도하고최근에는 보다 통제가 강화된 선별적 이민법을 추진했다까날 플뤼스(Canal+)에서 방영되는 ‘기뇰이라는 인기 풍자인형극에서는 이들을 돈을 벌기 위해 전기기차와 배 등을 벼룩시장에 과감히 내다 파려는 상인에 빗대기도 했었다자본가의 이익과 원활한 흐름을 위해 공공성과 고용안정을 내바꾸는 행태를 비판한 것이었다게다가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과 문화적사회적 갈등으로 인해이민 2세들과 빈곤층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그러다 작년 가을 아랍계 청년 2명이 경찰을 피해 숨었다가 감전되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이들의 불만이 폭발하기에 이르렀고이들은 밤마다 경찰과 대치하며 차량에 불을 내었다시위가 격화되자 시라크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과 인종과 배경 등에 따른 모든 차별을 비판하며 모두가 평등한 기회를 부여받는 사회를 이루어야 한다고 역설했다이후 드 빌팽 총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내년 대선을 준비할 수 있는 정책들을 제시하였다.

 

다시 말하면우파정책을 추진하던 정권이 사회의 소외층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자 그들을 달래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명 ‘기회의 평등을 위한 법(Loi pour l’égalité des chances)’을 추진하였고이 정책 중의 하나가 이번 저항을 불러온 최초고용계약(CPE)이다이곳에는 여러 가지 고용형태가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것이 단기계약인 CDD(Contrat de travail à Durée Déterminée)와 본인이 원하는 한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 일종의 종신계약인 CDI(Contrat de travail à Durée Indéterminée)가 있다. CDI 의 경우는 2개월간의 수습 기간을 두고 있고이 기간이 지나면 정식고용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다그동안 고용주는 정당한 사유없이 해고할 수 없었는데이번 정책에서는 해고할 수 있는 기간이 처음 2년으로 연장된 것이나 다름없게 된 것이다이번 CPE 를 통해 소외층에게 더 많은 구직의 기회를 주고이 정책의 성공적 수행을 통해 청년 실업률을 줄이고정권창출에 기여하겠다는 정부의 야심은 기업의 입장만 고려한 노동유연성에 반대하는 젊은이들의 함성과 함께 사라져버렸다이 정책은 구직자의 고용불안정을 초래하기 때문에 오히려 전국적이며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저항을 불러왔다.

 

젊은이들이 우려하는 것은사실상 이 법이 26세 미만뿐만 아니라 모든 구직자에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작년에 이보다 먼저 발의된 ‘새고용정책 (Contrat Nouvelle Embauche) 의 경우도 같은 맥락이다.이미 정부와 자본가는 언제든지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있는 정책을 한 발 앞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극우당의 국민전선의 ‘르펜이 사회당 ‘조스팽을 누르고 대통령 본선 경기에 나가게 되었을 때그것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일종의 ‘매우 강한 충격이었다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사회주의적 정책을 지지하지만세금이 너무 많은 것에는 늘 호주머니 걱정을 하면서도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나노는 신기술과 제품들을 소유하지 못해 안달이 난 평범한 시민들은 그제야 정신차리고 거리로 나와세상이 두쪽이 나도 극우당 르펜은 절대로 안 된다고 외치기 시작했다극우당의 르펜은 중도우파의 시라크와 결승을 치뤘고결과는 시라크의 완승이었다시라크가 잘하고이뻐서 표를 준 것이 아니라르펜이 될까 두려웠던 시민들이 그제서야 카페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일을 멈추고 투표장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첫 집권 이후부터 시라크정부는 꾸준히 우파정책을 시행하였다여기서 우파정책이란 경제적 효율과 성장을 우선에 두는 정책들이라 하겠다구직자보다 사용자의 입장이 더 중요하고더 많은 복지의 배분보다는 경제적 효율에 강점을 두는 것이다프랑스 정부는 국가 경제가 적자를 반복하고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국민 모두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처럼 말했다효율적 경제 성장의 지체는 마치 곧바로 개개인의 안녕을 위협하는 핵심적 이유가 되기 때문에정부는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의지와 책임이 있음을 천명하면서 정책 전환을 시도했다물론우리 모두 아는 바이지만기실 그것은 개인의 복지와 안녕을 위한 것이 아니라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며정권창출을 위한 수치적 기만에 불과하지만 말이다그 이후 최근까지 친자본주의적 우파 정책은 계속되고 있다주당 35시간 근무를 경우에 따라 연장하려는 시도가 있었고철도와 에너지 등의 공공 산업분야에 대한 민영화 논의가 오가기도 했다노조는 즉각 거세게 반발했지만작년에 프랑스 전기공사는 수천명을 감원할 것이라 발표하였고실제로 주식의 상당 부분이 매각되면서 민영화 논의는 점차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민영화의 속도와 규모에 있어서는 한국을 추종할 수 없지만이곳도 점차적으로 민영화는 현실화되고 있다.

 

사람들은 불안할 때보수와 진보 중에 어디를 더 선호할까특별한 입장이 없는 사람도 불안을 감지하면 반동의 길을 걸어 우향우 할 수도 있고사회주의 정책을 지향하는 경우에 좌파의 더 큰 지지자가 될 수도 있다프랑스 사람들이 자국의 경제의 지체현상에 불안을 느끼고 얼마나 우파로 전향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정부는 이러한 불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고얼마 간의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물론 좌파 역시 더 이상 못 참는다는 입장이다 (지겹다더 이상 못 참는다는 말은 시위때 가장 많이 외치는 구호이기도 하다).

지금의 학생시위와 작년 유럽 헌법에 대한 반대만 본다면 프랑스 좌파는 여전히 승승장구한 것처럼 보이지만사실 지난 십여년간 프랑스의 좌파는 지방선거 등에서 크고 작은 패배를 지속적으로 경험해왔다다만 유럽 헌법에 대한 선거 과정에서 수많은 토론을 통해성찰 혹은 그들이 지향하는 바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이후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는 좌파가 승리하였다.

한편으로는 우파가 점진적으로 약진하며 조직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되어선 안 될 것이다.이 점은 과거의 사실에도 나타난다. 2001년 미국의 9.11 테러 직후 10월 말에 실시된 프랑스 대선 선호도에 대한 결과를 보면이미 극우파 정당인 국민전선(Front National)의 르펜(Le Pen) 이 10%를 넘는 지지도를 보였으나극우파의 괄목할만한 성장에 비해 이 사실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테러 직후 이뤄진 선호도 조사라고 할지라도 놀랄만한 수치이다극우파의 성장과 점진적 조직화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테지만여하튼 이번 시위에서도 극우파 학생들의 놀랄만한 집단행동이 있었다이후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2. 3월 18일 투쟁 스케치와 학교 점거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3월 18일 토요일 투쟁은 오후 2빠리의 남쪽에 있는 14덩페흐 호쉐호 광장에서 시작되었다경찰은 50만명시위 주최측은 150만이 모였다고 전했다월셋방을 잘 얻은 탓에 집에서 오분이면 갈 수 있는 동서 양 방향으로 각각 큰 광장이 있는데하루가 멀다하고 이곳에서 시위가 끊이질 않는다마침 그날이 아버지 생신이라 한국에 전화를 했더니, “거기 데모한다더라데모하지 마라….” “걱정마세요” 대답 잘 하고얼른 카메라 준비해서 시위에 나갈 준비를 마쳤다오늘은 집에서 서쪽에 있는 광장이다.

시위는 오후 2시인데정오가 지나자 몇몇 사람들이 벌써부터 구호를 외치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시위가 있는 광장에 도착하자 이미 끝이 보이지 않는 인파가 모여있었다노동조합들은 대형 스피커와 음향 시설이 있는 시위용 차량과 조합을 알리는 커다란 수소풍선이번 정책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전단지 등을 준비했고상대적으로 조직력이 조금 약한 고등학생들은 특이한 복장을 하거나흰색 티셔츠 등에 자신들 나름의 구호를 적어 입었다개인들은 제 각기 나팔이나피리 등을 준비해 가두시위를 하면서 연주를 하기도 했다물론 대형 시위인만큼 소시지를 구워 샌드위치에 껴서 파는 이동식 노점상들도 여럿 있었다여러 단체가 참여한 만큼 시위 현장은 참여 단체의 취지와 활동을 알리는 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이번 정책을 강력히 비난한 들라노에 파리 시장과 사회당의 대표적 인사들공산당트로츠키파 까지 좌파의 정치적 인사들과 학생대표들이 이번 정책을 반대하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함께 들고 시위에 동참했다반자본주의 단체인권단체들은 최근 이민법에 대한 저항을 알리기도 했다공산당에서 발간하는 ‘위마니떼(Humanité)’ 는 그날 5천부가 배포되었고다른 정당과 노조단체들 역시 준비한 기관지를 열심히 배포했다.

자본은 안녕하다여러분은??” 이란 낙서부터소비에트 연방의 국기를 휘날리며 행진하는 사람체 게바라의 얼굴이 그려진 깃발을 메어 든 사람 등 매우 다양했다좌파 정당의 청년위원회는 특별히 더 적극적이었다이번 시위를 통해 당의 철학과 실천을 알릴 셈으로 다양한 자료들을 준비한 모습을 보여줬다시위대는 오후 2시에 집회를 시작하여 저녁 8시 즈음에 나시옹 광장에 도착했다수십만의 인파가 거의 6시간을 함께 행진한 셈이다나시옹 광장에 이르러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였고이 과정에서 한 노조원이 심각한 혼수상태에 빠졌다젊은이들은 돌을 던지거나 불을 지르고주변 상가를 공격하였고로보캅 복장의 경찰도 역시 폭력적이었다사실 그날 대규모 시위가 이미 예상되었기 때문에시위행렬이 지나는 길의 상점들은 아예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았다혹은 시위대가 도착하기 1,2시간 전에 모두 상점문을 닫아두는 일이 예사가 되었다.

 

조금 다른 풍경 두 가지.

한 가지, -나는 촬영을 하느라 몰랐지만가두시위 행진 중에 소매치기가 많다는 것이다그날도 시위대 대학생들은 행렬 양쪽을 인간띠처럼 잇고 걷길래 이건 무슨일인가 했다이후 시위에 행진했던 친구들과 인터넷에 올라온 이야기들을 보니사람들이 많은 틈을 타 노인들의 지갑을 몰래 빼가는 경우가 종종 있고학생들이 핸드폰을 도둑맞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이 사실은 3월 16일 집회 이후 서로 지갑이나 귀중품을 잃어버린 것을 확인한 사람들에 의해 입소문이 퍼졌고각 대학과 학교는 18일 집회 때는 행렬의 양 가외를 손을 잡아 이어 외부인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려고 했다시위 현장에서는 외국에서 온 특파원들도 많았는데그들 대부분은 이것이 민주주의라며 감탄해 마지 않거나진지하게 개혁과 혁명을 바라는 민중의 외침으로 보도했지만그 와중에 소매치기 소동이라니… 민중의 소소한 모습인지,프랑스적인 모습인지 모르겠지만 실소가 나오긴 했다. 

또 다른 이야기조직화된 우파학생들 이야기이다학생들이 CPE 에 반대하며 소르본 대학을 점거했을 때며칠 뒤 경찰이 이들을 강제로 해산했다학생들은 연일 강제해산을 규탄하며 소르본 대학 앞에서 시위를 계속하였다반면에 수업의 파행과 점거에 반대하는 우파 학생들의 의견도 미디어로 통해 전해지곤 했다이들은 조직적으로 시위를 하기도 했는데, 16일 시위에서는 급기야 얼굴을 가리고 막대기를 들고 나타나서 CPE와 경찰의 강제해산에 저항하는 학생들과 대치했다우파 학생들은 조직적이었고,정부에 대항하는 학생들만큼이나 진지했다.

  

3. 이번엔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대학생들이 조직적으로 정부에 저항하기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었고고등학생들도 합세하여 전국적으로 학교 점거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학생들은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한편으로 가두시위 때에 발생하는 폭력에 대해서는 과연 누가 폭력을 행사하는가에 대한 물음들이 많기는 하지만전체적으로 이번 학생들의 조직적이고 집단적 저항에 대해서 환영하는 기성세대들도 상당수 있다가두시위에 참가한 한 고등학교 교사는 68혁명 이후 젊은이들이 이렇게까지 사회적 문제에 고무되어 일치된 적이 없었는데그것을 보는 자체가 자신에게는 너무나 큰 기쁨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학교를 점거하는 동안이 문제를 투표에 붙이고밤에는 강당에 모여 잠을 자고틈틈이 크리스 마르께의 작품이나 68혁명과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상영하기도 했다학교 점거는 학생들의 지속적인 모임과 토론을 가능하게 하는 장소를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이번 투쟁에 있어서 시위와 함께 핵심적 전략이었다가두시위 후에 경찰과 대치하면서 벌어지는 폭력을 두고파리 외곽의 출량배들이 합세하여 폭력을 조장한다는 소문도 있지만 확인된 바 없으며무정부주의자들이 학교 점거를 독려한다는 이야기도 인터넷에 올라오긴 하지만이도 확인된 바는 아니다한 예로 무정부주의자들이 학교 점거를 부추겼다는 소문이 도는 가운데 점거되었던 빠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은 학교의 물품들이 파괴되고,행정용 컴퓨터와 많은 기자재 들이 분실된 가운데점거했던 70여명의 학생이 연행되는 사태가 있기도 했다이와 같은 시기에 빠리 인디미디어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 학교에는 훌륭한 좌파 이론의 학자들이 많으면서도 실천에는 관심이 없는 부르주아 학교라는 비난이 연이어 올라오기도 했다사실 여부를 떠나서 부르주아들의 특권에 대한 불만이 인터넷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여하튼 정부의 이번 고용정책에 대한 저항이 매우 거세며다른 사회적 불만이 이번 저항을 통해 표출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은 확실하다.

 

학생들은 이번 저항에 있어 내부적으로 결집된 힘을 모으는 한편 국제적 지원와 연대를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CPE에 반대하는 개인들이 만든 블로그 수도 매우 많을 뿐 아니라영어블로그 제작 등을 통해 지원과 관심을 호소하고 있기도 하다(http://www.libcom.org/blog/ 참조).

 

이번 정책이 젊은 세대는 물론 모든 세대의 저항을 불러온 데에는 고용불안정이라는 명백한 저항의 이유 외에문화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변화를 초래한 것도 요인이 되었다이곳의 젊은이들에게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여 분가해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20대 초반까지는 부모의 집에 살는 경우도 있지만 이도 예외적이다부모가 집이 한 채 더 있어서 그 집에 산다고 하여도부모에게 방세를 지불한다결혼하기 전까지 독립하지 않는 한국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지만 스무살이 넘으면 독립해야 하는 것이 부모 자식간의 상식적인 예의이기도 하다이런 상황에서 직업의 불안정은 경제적 독립을 어렵게 하는 최대한 방해물이다의도하지 않은 효과이긴 하지만고용불안정은 이 사회에서 인정되는 인생 주기의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젊은이들은 부모집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원치 않으며그것은 부모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또한 안정적 노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정당한 사회적 권리로서 기업의 이익정부의 대선을 위한 정책혹은 실업률 상승이라는 허위적 통계 수치를 위해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아직 취직을 하지 않은 학생들을 절박하고노동자들은 자신의 처지에서또 부모의 처지에서 불안하다이것이 어린이청년노장년 모든 세대가 가두시위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4. 투쟁의 장기화가 가져오는 토론들

물론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은근히 사회적 불안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사태의 추이를 지켜 볼 일이지만판세는 드 빌팽 총리에게 점점 불리하게 진행되어가고 있는 듯하다좌파의 한 정당은 끝까지 이번 정책을 밀고 나오는 총리를 일컬어 ‘자폐증이라고 하거나 며칠전 ‘르몽드지 인터넷판에서는 ‘고집쟁이’, ‘귀머거리와 같은 단어들이 등장했다물론 프랑스 국민 대다수가 이 정책의 철회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대중미디어와 독립미디어에 올라오는 글들을 살펴보면인간의 노동이란 무엇인가자본주의는 과연 이윤추구와 부의 축적을 획득하면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이라도 보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적인 성찰들이 이어지고 있다자본주의가 아무리 발전하고자본가들이 아무리 돈을 많이 축적해도이들은 과연 노동자 모두를 위한 사회적 일자리를 마련할 의도가 있으며과연 그럴 수 있는가물론 아니다한국 사회에도 적용되는 질문이겠지만경제성장이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이기도 하다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공산당과 트로츠키주의자들은 물론 사회주의자들도 이런 화두로 사람들의 성찰을 유도하고대안을 위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물론 이러한 토론의 여파가 인터넷 독립 미디어 등에 한정되고 있기는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에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성찰을 통해 대안을 찾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성찰이 가능한 것은 한국과 프랑스의 역사적정치적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적어도 이것은 거대한 투쟁과 파업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언론처럼 파업 첫날부터 계산기 두드려서 파업으로 인한 사측의 피해액부터 언급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전제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심지어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노동자에게 청구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은 파업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어떠한지 잘 보여준다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전후맥락을 간과한 채파업을 단죄하는 미디어는 자본가의 앵무새이지언론이 아니다이러한 태도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토론을 차단한다문제적 시선을 미디어로 향하려는 이 시점에서 원고가 너무 길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 호에서는 이번 프랑스 학생 시위와 미디어독립미디어의 역할을 살펴보도록 하겠다그 즈음에는 이번 투쟁이 매우 진척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참고: 

시위 장면에 사진을 모아놓은 블로그 및 인터넷 사이트

르몽드’ 신문에서 CPE 투쟁 특별란을 운영하고 있으며시민들의 사진을 모집하여 게시하고 있다이번 투쟁을 기록한 사진들로 날짜별로 정리되어 있다.

http://www.lemonde.fr/web/panorama/0,11-0@2-734511,32-752518@51-751103,0.html

http://www.lemonde.fr/web/portfolio/0,12-0@2-734511,31-755304,0.html

대표적인 CPE 반대 사이트 http://www.stopcpe.net/cpe/Videos

빠리 1,3,4 대학 연합방송국 (첫화면의 오른쪽 상단 메뉴 Vidéos spécials CPE’ 아래 선택)

http://www.telesorbonne.com/ (Quick Time을 설치해야 동영상을 볼 수 있다)

학생들의 시위관련 사진을 볼 수 있다.

http://thibautcho.free.fr/2bgal/index.php

학생들이 파업과 학교점거에 대한 투표를 하고 있다(프랑스 남부 뚤루즈 대학 3 21http://www.dailymotion.com/tag/cpe/video/90696

빠리 시내 앵발리드 주변에서의 시위 모습

http://www.dailymotion.com/tag/cpe/video/9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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