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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3호 미디어센터] 지역미디어센터 설립과정에서 나타나는 제 문제 - 익산사례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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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3호 / 2006년 7월 6일

지역미디어센터 설립과정에서 나타나는 제 문제

- 익산사례를 중심으로
 
박 민 ( 전주시민미디어센터 부소장 )
 
 
2006년도 문광부 지역미디어센터 설립사업에서 결국 익산시가 배제됐다. 상층 중심의 미디어센터 설립운동이 풀뿌리 운동의 토대위에 마련되지 않을 경우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를 잘 보여준 사례다. 
이번 사례를 통해 확인해야 할 가장 소중한 교훈 중의 하나는 지역미디어센터 설립작업이 단순히 하나의 시설을 유치하는 과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역미디어센터는 결코 시설 자체에 의미가 있지 않다. 몇 십 억원의 국비확보가 자랑거리일 수 있는 사업은 더더욱 아니다. 지역미디어센터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오히려 몇 십억 원의 국민의 세금이 낭비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역미디어센터에 대한 바른 인식의 문제는 향후 미디어센터의 성공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지역사회의 근본요구와 이를 실현할 방법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전제되지 않은 채 시설 위주의 접근에 나설 경우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미디어민주주의 구현이라는 미디어센터 설립목적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지역공동체들의 토론과 합의에 근거한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전제로 했을 때만이 유의미하다는 점이 이번 사례를 통해 확인된 중요한 교훈이라 할 것이다.
동시에 미디어센터 설립을 위한 지역사회의 준비가 보다 치밀해 질 필요가 있다는 점 또한 이번 사례가 주는 교훈이다. 단순히 추진주체를 정하고 여기저기서 운영계획서를 짜깁기하고, 지자체를 동원해 협약서를 받는 과정만으로는 성과적인 미디어센터 설립 및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여러 지역사례에서 확인되었던 바다.

결국 이번 사안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반성이 전제되었을 때 익산지역 퍼블릭엑세스 운동의 구심점으로서의 미디어센터 설립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지역미디어센터 설립과정에서 나타나는 제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 6월 21일 전주에서 열린 '올바른 지역영상미디어센터 설립사업을 위한 긴급토론회'
      전국의 미디어운동 활동가들이 모인 이 토론회는 익산지역의 문제적 상황을 계기로, 
      지역 미디어센터의 바람직한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민주적 운영구조의 확보문제
 
퍼블릭엑세스 실현을 위한 공공문화 기반시설로서의 미디어센터는 비영리성과 시청자주권확보, 미디어민주주의 구현이라는 공공적 목적에 충실할 때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비영리적인 공공문화기반시설로서 새로운 지역미디어센터 설립과 운영에 대한 명확한 의지와 전망과 전문성을 갖춘 뚜렷한 민간 차원의 실무 추진 주체가 필요하며 자본과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운영구조를 획득해야 한다.
이는 그동안 영상센터를 비롯한 관련 시설들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부처 및 지자체의 왜곡된 인식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본격적인 미디어센터 설립운동 이전부터 각 지역에서는 영상산업 특화를 목표로 각종 영상관련 시설들이 마련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센터들은 시민들의 영상문화마인드 제고 및 제작능력향상, 제작기반마련 등의 공공영상문화 기반시설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시설이 영상산업 특화라는 산업적 측면에서 도입되고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관련 시설내 업체들을 유치하여 이들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참여는 사실상 배제되어 있다. 물론 형식적으로 시민들의 참여공간을 열어놓기는 하지만 운영주체의 경직된 사고방식과 운영시스템에 의해 시민들의 실제 참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한 시설운영을 위한 위원회 구조의 경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민들의 참여공간으로 기능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이어야 할 장비구성, 교육, 개방시간의 편의성 등에서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관련 위원회가 사실상 해당 지자체의 하부구조로서 이를 개선할 시민참여구조가 마련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영상센터 등에 대한 이런 왜곡된 인식은 미디어센터 설립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현재에도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미디액트에 이어 두 번째로 개관한 강서미디어센터의 사례나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대구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들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미디어운동 차원에서 마련된 공간이 지자체 등의 왜곡된 개입에 의해 어떻게 변질되고 왜곡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자체와의 매칭펀드 방식에 의해 추진되는 문광부모델에서 핵심적으로 제기될 문제유형이기도 하다.

이런 실정에서 미디어운동네트워크를 비롯한 미디어운동 진영에서는 각 모델별 특성을 감안하되, 민주적이고 독립적 운영구조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영진위모델은 말할 것도 없고, 방송위원회 모델의 경우도 운영위원회 구성을 위해 오랜 시간 진통을 겪어왔던 것은 이와 관련되어 있다. 물론 문광부 모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특히 이런 노력들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2006년도 지역미디어센터 운영단체 공모사업에는 민주적 운영구조 확보가 전제조건화 되는 변화가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민주적이고 독립적인 운영구조 확보문제는 관건적 문제다.
특히 문광부모델의 경우에서 이런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가령 2004년과 2005년 두차례에 걸친 문광부 지역미디어센터 설립작업 과정에서 지자체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파행이 나타나는가 하면, 설립주체가 선정심사 당시 약속들을 번복하면서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를 제재할 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문광부가 지역균형발전 특별예산을 배분하는 제한된 역할에 그치면서 선정 이후의 감독 및 평가작업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선정심사 과정에서부터 해당 설립주체가 미디어센터에 대한 명확한 상을 세우고 있으며, 이를 실행할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그 검증과정은 단순히 제출된 운영사업계획서에 대한 평가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해당지역 시민사회단체, 영상운동단체 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이 제도화될 때 가능하다.
또한 설립 이후에도 지속적인 평가작업을 통해 본래 취지가 훼손되는 등의 중대사유가 발생할 경우 지원금을 회수하는 등의 강력한 제재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반대로 본래의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성과적인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운영재원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재원확보의 문제
 
독립적이고 민주적인 운영구조의 마련은 미디어센터의 본래 취지를 수행하기 위한 필수전제이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재원 확보라는 문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미디어센터가 공공적 비영리시설임을 감안할 때, 재원구조문제는 성공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관건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다. 
결국 그 해결방안은 공적 재정지원구조에서 찾아질 수밖에 없다.

공적지원구조는 크게 두 축으로 추진될 수 있다. 
우선, 미디어센터관련 법제화를 통해 공적지원구조를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도서관이나 박물관처럼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문화기반시설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 이에 걸맞는 공적지원구조를 확보하는 것이다.
법제화 이전이라도 센터 설립기관들의 적극적인 의지만 있다면 실현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가령 문광부 등 미디어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기관들의 지원이 단순히 설립지원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운영재원 지원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 설립 이후 사업수행내용에 대한 평가결과를 반영하여 차등적 지원구조를 마련할 경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경우 당초 설립계획서에 위배되어 자의적인 센터운영이 이뤄지는 지역에 대한 제재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다른 하나는 지역사회의 적극적 개입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공적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비영리적인 공공문화기반시설로서의 지역미디어센터의 개념과 기능을 정책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물론 이럴 경우 예산 투입에 비해 가시적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고 느낄 소지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산업정책 차원에서 경제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문화정책과 교육정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영상산업은 기본적으로 자본집약적일 뿐 아니라 기술집약적이고 복합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인적 기반이 부재한 상황에서 시설과 기자재에 많은 예산을 투자한다고 단기간 내 효과를 볼 수 없다. 결국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프로세스를 필요로 하는 것이 영상산업이며 그 출발은 영상문화와 교육인프라 구축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 기반위에 영상산업 전문인력 기반육성과 지역영상산산업의 자립적 기반마련이라는 과정이 결합될 때 지역영상산업 활성화라는 목표도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실제로 대다수 지자체들은 미디어센터에 대해 2000년부터 문광부가 시행하고 있는 ‘지방문화산업지원센터 사업’의 연장선으로 이해하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 문화산업진흥기금을 사용하여 지방의 게임, 에니메이션, 캐릭터산업 등을 육성할 목적으로 전국 15개 지역에 국비 20억과 지방비 20억 등 총 40억원을 투자하는 문화산업지원센터 사업과 영상미디어센터 건립사업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마저도 지역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과정에서 선정된 전략사업으로서의 측면보다 단체장 임기내 치적사업 중 하나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더더욱 미디어센터에 대한 지자체의 왜곡된 인식의 문제는 크다 할 것이다.
실제로 문광부 지역미디어센터 설립사업에 임하는 대다수 지자체들은 이런 인식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익산미디어센터가 무산된 이후 익산시가 언론사에 제공한 자료들과 이에 근거한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지자체의 왜곡된 인식을 변화시켜가야 할 시민사회진영 일부에서 이런 인식에 동조하거나 오히려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익산 미디어센터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제 문제들에 대해 그 심각성을 인식,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대신 센터유치라는 결과물에 집착하는 태도를 보여왔던 사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역미디어센터는 지역민들의 매체활용능력 제고와 매체참여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지역영상문화활성화의 기본 인프라이다. 때문에 미디어센터 설립 및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공적재원을 투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는 시혜적 차원의 접근이나 단체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가령 지방의회의 조례제정 등을 통해 운영재원지원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미디어센터 설립주체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당연히 이를 요구해야 한다. 비영리 공공문화기반시설인 미디어센터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항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지역민들의 정당한 권리행사이기 때문이다.
 
지역밀착 공공문화기반시설로서의 지역미디어센터
 
독립적이고 민주적인 운영구조의 확보문제와 안정적인 재원구조 마련이라는 문제는 미디어센터 설립 및 운영과정에서 반드시 검토되어야 할 중심적인 과제이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이 지역공동체의 합의와 협력을 전제로 한 미디어센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바른 인식의 문제다.
이는 현재의 미디어환경 변화가 지역공동체의 적극적인 요구와 투쟁의 결과물로서 파생되기 보다는 정치환경 변화 등 상층 중심 운동의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는 현실과 관련된다. 그러다보니 미디어센터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 기반한 지방자치단체 및 일부 사적 이해관계에 매몰된 단체들이 미디어센터 건립에 나서면서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단순히 몇몇 단체를 모으고 설립계획서를 짜깁기하는 것으로 미디어센터 설립을 위한 준비가 마쳐졌다고 인식하는, 그리고 그런 지역이 지역미디어센터 설립지역으로 선정되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은 이와 관련되어 있다.
그 결과는 심각하다. 여러 지역에서 미디어센터 운영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결국 미디어센터 설립작업은 사전에 충분한 지역적 협의와 논의를 기초로 해야한다. 왜 미디어센터가 필요한지, 미디어센터의 구체적 상은 무엇인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또한 이를 가능하게 할 운영구조의 형성은 어떻게 이뤄갈지에 대한 충분한 토론과 지역공동체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당연히 이를 바탕으로 했을 때만이 지역공동체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
지역미디어센터가 해당 지역사회에 대한 밀착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문화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해당지역의 특성이 반영되느냐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똑같은 제작교육에 있어서도 공단지역과 학교가 밀집된 지역은 그 형식과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 문화의집 등 타 시설들과의 연계문제나 활성화정도에 따라서 또 다른 미디어센터 모델들이 나타날 수 있다. 해당지역의 발전전략 등에 따라서도 또 다른 미디어센터 상이 제출될 수 있다. 거점 중심의 미디어센터가 될 수도 있고, 찾아가는 미디어센터가 중심이 될 수도 있다. 장애인 등 소외계층 중심의 센터가 설립될 수도 있고, 공교육과정과 연계된 교육센터로서의 기능이 특화된 모델이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해당 지역사회에 얼마나 밀착하느냐에 딸린 문제들이다. 당연히 소수 활동가들이 주도하는 미디어센터가 아니라 해당지역 공동체들의 총의를 모아내는 또 하나의 지역공동체로서의 기능과 역할이 지역미디어센터에 요구되고 있다는 말이다.

익산미디어센터 설립작업이 결국 무산됐다. 다시한번 강조하거니와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익산시민의 몫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관심을 가져할 부분은 설립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에 대한 치열한 반성과 고민이다.
문광부 미디어센터 설립사업은 올해로 끝이 아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공모사업은 내년에도, 또 그 다음해도 지속될 것이다. 비록 올 해 실패했지만, 언제든지 준비가 갖춰지면 다시 시도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그 준비를 어떻게 갖출 것인가다. 안타까운 것은 최종 심사 탈락이후 보여준 익산YMCA와 익산시 등의 일련의 모습에서 여전히 진짜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점이다. 진정으로 익산시민을 위해 소중한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혼란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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