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41호 기획좌담회] 대안 독립 미디어 진영의 한미 FTA 반대 투쟁 평가

이전호(78호 이전) 아카이브/특집

by acteditor 2016. 8. 12. 16:36

본문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41호 / 2007년 5월 2일

 

 

 ACT! 기획 좌담회
대안 독립 미디어 진영의 한미 FTA 반대 투쟁 평가 

ACT!는 올해부터 미디어 운동의 논쟁 지점을 찾아 그에 대한 토론의 물꼬를 트는 ‘이론의 여지’꼭지를 신설하였다. 이번 호 ‘이론의 여지’는 <대안 독립 미디어 진영의 한미FTA 저지 투쟁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다.한미FTA 협상이 막바지에 치닫고 있었던 지난 3월 28일, ACT! 편집위원회는 FTA반대 투쟁에 참여했던 미디어 활동가들을 초청해 이 싸움의 평가를 위한 좌담회 자리를 마련하였다. 대안 독립 미디어 진영의 FTA 반대 투쟁에 대한 평가는 이후에 이어지는 대규모 사회적 의제에 대해서 어떠한 전략과 조직적 힘을 바탕으로 대중선전-이데올로기전을 수행할지에 대한 이정표를 만들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이번 한미FTA 국면에서 주류미디어의 여론 장악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지만 주류미디어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 역시 대안 독립 미디어 운동의 역할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좌담회의 참석을 허락해 주신 참여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어느 때보다도 날카로운 대안 독립 미디어 진영의 내부적 성찰의 시간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향후 우리가 수행해야 할 투쟁에서 어떤 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사회적 담론 형성의 주도권을 획득할 것이며, 나아가 어떻게 대중의 참여를 바탕으로 이러한 실천들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토론을 제기하는 바이다.
○ 주제 : 대안 독립 미디어 진영의 FTA 반대 투쟁 평가
○ 일시 : 2007년 3월 28일 (수) 오후 5시 30분 ~ 7시 30분
○ 장소 : 미디액트 회의실
○ 사회 : 문유심(ACT! 편집위원회)
○ 참석자 : 
김형진 (한미FTA저지 시청각미디어 공동대책위)
디 디 (F-Killer, 에프키라)
라은영 (민중언론 참세상)
한범승 (No FTA 퍼블릭액세스프로젝트)
허 경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황준희 (한미FTA저지 독립영화실천단)
그 외 ACT! 편집위원회
 
[좌담전문]
 
Ⅰ. 한미FTA 저지 투쟁, 미디어 문화 활동가들은 무엇을 했나?

Ⅱ. 대안 독립 미디어 진영의 대중 소통 전략

Ⅲ. 사회운동과 미디어운동의 연계에 관하여
 


사회자 : 오늘 좌담회는 대안 독립 미디어 진영의 한미FTA 반대 투쟁에 대한 평가를 통해 FTA와 같은 전사회적 이슈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대안들을 마련해 나갈지에 대한 실천적 틀과 방향을 고민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함께 토론을 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Ⅰ. 한미FTA 저지 투쟁, 미디어 문화 활동가들은 무엇을 했나?

사회자 : 우선, 참여자들이 속한 단체 혹은 그룹에서 지난 1년 동안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소개하면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청각미디어공대위 :토론회,기자회견 등 시청각 미디어 개방 저지를 위한 다양한 활동 펼쳐
No FTA 액세스프로젝트 : 지역 미디어 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제작프로젝트 진행
에프키라 : 네이버 까페를 통해 한미FTA 내용을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내

김형진(시청각미디어공대위) : 시청각미디어공대위는 미디어관련 단체들에 제안을 해서 한미FTA 저지와 시청각 미디어 개방을 막기 위한 활동을 전개한다는 목표로 작년 3월 8일 발족을 했어요. 1년이 조금 넘은 지금까지 6~7차례 토론회를 통해 우리는 어떤 전략을 짤 것
인가에서부터 한미FTA에서 시청각 미디어 분야에서 예상되는 쟁점들을 예상하고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등을 논의했습니다. 또 방송위원회와 국정홍보처 등을 대상으로 꾸준히 기자회견을 했고요. 공대위 차원에서 지난한 논의 끝에 몇 분이 방송위원회 자문단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피켓팅이나 방송사 사장들 면담 등의 활동도 진행했습니다.

한범승(No FTA 액세스프로젝트) : 저는 라는 제작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FTA투쟁에서 미디어 활동들 대부분이 서울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지역의 미디어 활동가들이 FTA투쟁에 함께 참여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처럼 지역 미디어활동가들이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5년 부산 APEC 투쟁과 홍콩 WTO 반대 투쟁 때에도 지역에서 미디어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제작을 통한 공동행동을 했었어요. 이 투쟁 이후에도 공동의 실천을 고민하다가 마침 미디액트와 한독협 실천단 내에서 지역 미디어 활동가 중심으로 “No FTA 미디어제작워크숍”이 진행되었고, 이 워크숍이 끝난 후 지역에서 FTA 반대의 목소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지금의 프로젝트를 시작되게 된 것입니다. 현재 교육, 에너지, 의약품,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4편의 작품이 모두 완성된 상태입니다. 작품이 조금 늦게 나왔습니다. 제작이 늦어진 이유는 지역활동가들이 여러 가지 활동을 동시에 하는 상황이었고, 서울과 달리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수 없는 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좀 늦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FTA 반대운동에서 지역 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함께 작업했다는 점이 유의미하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배급, 상영을 어떻게 할지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운동에서 퍼블릭액세스를 많이 이야기해 왔지만, 정작 제작에 대해서는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평가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디어센터도 생기고, 미디어교육도 많아지면서 미디어운동의 외형이 많이 넓어지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직접 제작을 통해 행동하고 실천했던 사례는 별로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호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작을 통해 실천해보자는 취지에서 제작프로젝트를 지역의 미디어활동가들과 공유해 나가려고 합니다. 지역에서 실질적으로 미디어제작을 하고 있는, 또 제작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곳을 찾아가서 이 영상들을 보여주고, 이 프로젝트의 과정을 공유하고, 또 이후에 FTA와 같은 전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 함께 준비해 나가자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작품이 좀 뒤늦게 만들어졌지만, 지역미디어운동가들이 미리 만들고 미리 준비할 수 있는 틀거리를 만들려고 합니다.

디 디(에프키라) : 에프키라는 사실 미디어운동을 고민하고 만들어진 곳은 아니에요. 그래서 이 좌담회에 참여해야 하는지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웃음) 미디어운동을 고민하면서 한 것은 아니었지만, 활동 방식에서 미디어운동진영에서 참조할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활동을 정리해보면, 에프키라는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만들어졌고, 작년 3, 4월에 한미FTA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면서 이 내용을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공유하게 되었고 어떻게 알리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네이버에 까페(http://ftakiller.ba. ro/)를 만들었습니다. FTA에 대한 내용을 읽기 쉬운 내용으로 바꿔서 네이버와 다음 아고라처럼 사람들이 많이 볼 만한 곳에 올렸습니다. 또 이 글들에 추천인 댓글을 달아서 일단 사람들 눈에 띄게 했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니까 FTA 초기에 그런 글들의 조회수가 굉장히 많이 올라가고,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었습니다. 정부에서 FTA Q&A를 내놨을 때에는 그것을 반박하는 A&Q를 만들었는데 이 글들이 운동 진영에서 많이 쓰이기도 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연구소에 필자들이 많으니까 참세상, 프레시안, 레디앙, 한겨례, 경향 등 선이 닿는 데에 릴레이 기고 글을 올린다거나, 칼럼을 쓴다거나 하는 활동을 병행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활동과 중첩되어 있었고, 이후에는 전체적으로 연구소 활동 중심으로 옮겨지면서 까페는 한동안 소강상태였습니다. 현재 다시 한 번 여론전을 기획하면서 까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는 중이예요.

독립영화실천단 : FTA 협상과 투쟁의 현장에서 기록, 기획영상 제작 등 제작활동에 집중해 
민중언론 참세상 :‘한미FTA반대’라는 담론 생산을 중심으로 일정 정도의 성과 거둬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 워크숍, 지역상영회 등 FTA 문제를 지역사회에 알려나가



황준희(독립영화 실천단) : <한미FTA저지 독립영화실천단>(이하 실천단)은 3월에 생겼습니다. 제가 초기부터 결합한 것이 아니라서 실천단이 어떻게 결성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하긴 힘든데요. 독립영상 진영에서 영상을 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의제를 제기하는 제작활동을 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천단 사업은 주로 제작에 많이 집중되어 진행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평가해보자면, 미디어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인데 제작에만 매몰되어서 배급에 대해서는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습니다. 
영상제작활동의 주된 것은 협상이 벌어지는 협상 기간 동안 무조건 현장에 참석하여 기록하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미국에서 협상할 때에도 김종관 활동가를 파견해서 취재를 했었습니다. 그 외 토론회, 범국본 결의대회 등에 가서도 촬영을 했습니다. 기록물을 남기는 것 이외에 기획영상을 10편 내외 제작했어요. 그리고, 시민방송 RTV 정규 시사프로그램 <한미FTA는 없다>를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와 같이 제작했습니다. 이러한 영상물들은 참세상과 범국본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거나 RTV와 KBS 열린채널, TBS 액세스 프로그램에 방송되었습니다. 퍼블릭액세스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고민은 부족했고, 제작비 마련 등의 경제적인 목적에서 퍼블릭액세스 활동을 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 외 사업들은 미디액트와 함께 , <한미FTA저지일일학교>를 기획했었고요. 마지막으로 상영지원과 배급 활동을 했습니다. 상영지원과 관련해서는 6.7문화제나 7.1 문화제 때 저희들이 영상물을 편집해서 제공했었습니다. 또 FTA 관련한 영상물들을 사람들이 보고 싶어도 어떤 영상이 있는지, 또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한미FTA 관련 국내, 해외작 영상물들을 정리해서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필요한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DVD를 제작해서 배급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 각종 영화제의 한미FTA 섹션에서 상영했습니다. 저의 주관적인 평가일 수 있지만, 총평을 해보자면 실천단이 사회운동과 결합된 미디어활동에 대해서 아직 충분한 경험이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집단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했지만 실천단에서 나온 제작물들은 집단의 결과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천단에 속한 한 개인이 실천단의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하는 것이어서 사회의 대안적 미디어운동의 상을 제시할 수 있는 공동 작업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집단적으로 모여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미디어운동에 대한 고민들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주관적인 평가를 내리고요. 이번에 새로 사무실을 얻어서 그동안 활동했던 사람들과 함께 새롭게 공동작업의 방향을 가지고 작업을 계속해 나가려고 합니다.

라은영(민중언론 참세상) : 참세상은 인터넷 매체고요. 뉴스와 영상, RTV 시사프로그램 <피플파워>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FTA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기획을 통해 기사와 영상을 생산했고요. 범국본에 한 사람을 파견해서 선전홍보팀 활동을 같이 해왔습니다. 참세상은 기본적으로 FTA투쟁을 범국본과 같이 해왔다고 보면 됩니다. 
주요하게 인터넷 기사를 시기별로 좀 나눠보면, 초기에는 ‘한미FTA를 저지하라’라는 집중기획을 시작해서 교수학술공대위와 함께 담론 생산을 중심으로 FTA 관련 내용들을 많이 설파하려고 노력했고요. 국정브리핑에 대한 대응과 함께 연속 인터뷰 등을 통해서 각 부문영역별로 쟁점이 되는 부분을 무조건 기사화하고, 공대위는 뜨는 것마다 전부 기사화해서 한미FTA(반대) 분위기를 띄우자는 기조로 갔습니다. 한편 중반기부터는 정부나 언론 홍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내부 논의가 있었고, 국정브리핑에 대해 연속 기획했던 것이 반응이 있어서 ‘걱정브리핑 (http://www.newscham.net/worrynews/)’이라는 패러디 페이지를 만들어서 운영했습니다. 이것이 일정 정도 여론적인 효과를 봤고요. 이와 더불어서 ‘이종회의 한미FTA 뒤집기’, 지적재산권 공대위 기획 연재, 교수학술공대위 연구자가 보내는 편지, 공간 수유+너머 장정일기 등의 내용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반FTA 여론은 이곳에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후반기로 들어서면서, 참세상 인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개인 활동가의 활동 상황으로 인해서 흐름이 많이 끊겼고요. 지금 마지막 분위기는 국회 내에 매몰되지 않는 싸움으로, 민중이 싸움할 수 있는 싸움으로, 범국본이 일정 정파의 흐름으로 가지 않는 담론을 만들어내자는 것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평가를 하자면 ‘한미 FTA 반대’라는 담론 중심으로 접근해서 일정정도 성과를 이루었다고 보고요. 여론 조성에 기여를 했지만, 개혁언론이라는 인터넷 언론들에게는 많이 밀렸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인력의 한계, 속보성, 전문성이나 지속성의 측면에서 부족했다는 반성어린 평가도 있습니다. 자본운동에 대한 담론을 확산하지 못했다는 평가는, 처음에 한미FTA 싸움이 시작될 때 미국이어서 더 불이 붙었던 것이 있었거든요. 정부가 하는 정책이나 논의에 대해서 초기에는 준비를 못하고, 후반기 접어들면서 고민을 시작했고요. 자본운동에 대한 담론을 확장하지는 못했습니다.

허 경(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는 한미FTA 반대를 위해 만들어진 단체는 아니고 전국의 미디어운동을 고민하는 단체와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네트워크입니다. 한미FTA 협상이 진행되면서 네트워크에 소속된 각 지역미디어 활동가들이 지역상영회를 개최해서 FTA의 문제들을 지역사회에 알려나가는 활동들을 해나갔습니다.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워크샵 때에는 100여명의 미디어활동가들이 모여 한미FTA 문제에 대해 공유하는 토론과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실천들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기도 하였습니다. 그 외 시청각미디어공대위에도 네트워크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시청각공대위에 결합하면서 미디어운동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 늘어났습니다. FTA를 반대하는 것이 사실은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것이고 미디어 공공성을 쟁취하는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우리 네트워크 외에도 언론, 주류미디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과 함께 미디어운동을 확장시켜 나가기 위한 구체적 고민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년 한해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올해는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사무국이 생기고 네트워크의 활동 방향을 정리하게 되었는데요. 올해 네트워크의 활동방향을 말씀드리면 1) 네트워크 내에 공동의 인식 기반을 마련하자 2) 대안미디어운동의 활동 방향과 네트워크 체계의 운영을 재정비하자 3) 대안 미디어운동 사례를 함께 나누고 토론하자 4) 신자유주의 운동 진영과의 공동연대를 강화하자, 이렇게 네 가지 활동방향을 정리하면서 앞으로 구체적인 활동을 통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FTA와 같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미디어 공공성을 지켜나가기 위한 활동들을 계속 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난 1년 동안의 활동이 이런 방향을 만드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는 점에서 네트워크 차원에서는 구체적인 성과는 부족하지만 중요한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Ⅱ. 대안 독립 미디어 진영의 대중 소통 전략사회자 : 한미FTA 저지를 위한 사회운동진영의 미디어 전략 중에 하나로서 주류 미디어로의 적극적 개입을 통하여 대중 여론을 형성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이번 투쟁과정에서도 확인되었듯이 제도 속에 이미 권력화 되어 있는 주류미디어의 한계는 분명해 보입니다. 이미 사회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획득한 주류미디어에 기댄 투쟁이 아니라 대안 독립 미디어가 독자적인 대중선전과 소통의 통로들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미FTA 반대 투쟁에서 대안 독립 미디어의 대중 소통 전략에 대해 얘기 나눠 볼까요?

FTA 의제화를 중심으로 한 기획기사, 포털 사이트를 주요 소통공간으로 활용한 ‘내지르기’ 등 다양한 소통 방식이 시도되었지만,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표현하는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한계는 여전히 남아있어


라은영(민중언론 참세상) : 소통 전략이라기보다는 FTA에서 의제화 시켜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해 왔어요. 계속 광우병 문제에 대해서 기사 올리고, 영상은 미트릭스 퍼다가 페이지 탑에 올리고, 그런 식으로 의제화 시킨다는 것이죠. 쌍방 소통보다는, FTA에 대해서 일정 정도 정치적인 내용들을 생산하고, 기고글 등을 받아서 일방적으로 많이 외치는 구조로 1년 동안 진행해 왔다고 볼 수 있어요.
사회자 : 참세상처럼 의제화 될 내용을 생산하고 알려나가는 방식도 있고, 포털과 같은 웹을 통한 대중적 뿌리기 방식도 있고... 이번 FTA 투쟁에서도 다양한 소통 방식이 나왔던 것 같아요. 에프키라에서는 웹(포탈)을 통해서 뿌리는 방식이 큰 효과를 봤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례에 대한 평가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디 디(에프키라) : 저희는 애당초 타겟을 참세상과 같은 진보적 인터넷 언론에 안 들어가는 사람들로 잡았어요. 다음과 네이버를 메인 페이지로 띄어놓고 있을 사람들에게, FTA 문제에 대해 알려야겠다, 한정된 풀 바깥의 사람들, 그러니까 어느 정도 진보적인 카테고리 바깥의 사람을 염두에 두고 말이에요. 저희 또한 일종의 내지르기를 염두에 두고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FTA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니까요. 전략적으로 포털 사이트들을 주요 소통 공간으로 삼았고, ‘지식인’이런 데에 계속 우리끼리 질문을 만들어서 올렸어요. 좀 지나니까 ‘FTA 뭔가요’ 같은 질문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라고요. 나중엔 지식인에 우리가 올린 질문에 대해 네이버에서 검열하고, 한동안 에프키라가 청소년 유해 까페로 분류되어서 청소년들이 못 들어오기도 했다고 해요.(웃음) FTA가 공유되지 않았을 때 기본적인 내용을 알리는데 꽤 유효했다고 저희 나름대로 생각하고요. 실제로 그것이 어느 정도 임팩트가 있었기 때문에 기존 미디어운동 진영에서 에프키라에 관심 갖고 찾아와서 같이 뭔가 할 수 있을지 제안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저희는 거기서 좀 더 나가서 FTA 싸움이 신자유주의와 자본과 전선을 긋는 싸움이라는 것, 어떤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것까지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런 부분까지는 하지 못하고, 기본적으로 반대의 내용을 알리는 데에서 그쳤죠. 대안적인 삶의 방식, 자본과 전선을 긋는다는 것을 확실히 얘기하는 시리즈를 쓰긴 했는데 거의 유통이 안 되었어요. 그 땐 이미 까페 활력이 떨어져 있었거든요. 제 개인적 판단은 에프키라 까페 자체가 애초에 일방적인 소통 구조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자발적으로 표현하는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죠. 그건 네이버가 갖는 한계이기도 하고, 웹에서의 소통 방식이 블로거들이 트랙백을 쓰고 자기 메시지를 올리고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연구실 몇 사람이 글을 만들어서 ‘뿌려주세요’라고 하는 방식이었으니까요. 사실은 몇몇 친구들이 만화를 그린다거나 하는 자발적 움직임이 조금씩 형성되기도 했는데 그걸 잘 모아내지 못 했고요.

사회자 : 에프키라에서 했던 활동을 들으면서도 느껴지는 건데, 이번 좌담회에서 중점을 두고 토론했으면 하는 주제가 바로 대중이 참여해서 만드는 소통 방식, 그리고 소통 전략이에요. 어떻게 한미FTA 문제에 대해서 우리의 입장을 인지시켰고 또 참여를 이끌어내도록 했는지에 대한 토론이 필요한 것이죠. 특히 국정홍보처에서 하는 캠페인 같은 것에 대한 대응, 그리고 에프키라가 했던 웹상에서의 활동들에 대한 평가를 통해 왜 이러한 활동들이 계속 이어지지 못했고 어떤 한계에 직면했는지 얘기해 보죠. 사실 대안 독립 미디어 진영에 여러 가지 과제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이 이런 대중과의 소통 문제라고 봐요. 그런 점에서 이런 부분을 좀 더 냉철하게 평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디 디(에프키라) : 에프키라의 경우 KBS 일요스페셜이나 MBC PD수첩 같은 것을 많이 활용했어요. 사실 아고라니 네이버 포털이니 하는 포털 사이트라는 사이트마다 우리가 쓴 글을 퍼다 나르고 하면서 정말 노가다를 많이 했는데, 그것보다 일요스페셜 한방의 위력이 정말 크더라고요. 일요스페셜이나 PD 수첩 같은 것이 방영 되고 나면 그 다음 날부터 며칠 동안 카페 회원이 엄청나게 늘어요. 그럼 그때 맞추어서 자료들을 다시 재편집해서 돌리고, 그런 주류 미디어들이 물꼬를 트면 저희가 효과를 배가시키는 방식으로 이용하고, 그런 작업들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그런 게 실제 대중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되려면 제 판단으로는 둘 중에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하나는 대중이 모이는 자리, 즉 집회가 재미있는 것. 사실 저희가 실제로 고민했던 것 중에 하나가 정말 집회가 월드컵처럼 축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실제로 월드컵 때 사람들이 그렇게 쏟아져 나왔던 것이, 월드컵도 월드컵이지만 거리를 장악하고 놀아보는 체험이었던 것이잖아요. FTA 여론이 어느 정도 형성이 되면 집회가 재미있고 사람들이 표현하는 장이 되어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지 않나 해요. 저희는 집회 나갈 때 어느 정도 놀 준비를 해서 나가기도 했었는데, 결국 집회 판에선 지루하게 계속 앉아 있고 누군가 연설하는 것을 수동적으로 들어야 하니까 처음엔 나왔던 친구들도 그 다음엔 안 나오게 되더라고요. 또 하나는, 이게 미디어 차원에서의 고민일 텐데, 확실히 카페에서 우리가 쓴 글을 ‘퍼다 나르세요’ 하는 것으로는 안 되고, 다른 방식의 소통 구조가 필요하다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황준희(독립영화 실천단) : 실천단은 제작 활동을 중심으로 하면서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배급 문제, 소통 전략까지 많이 염두 해 두진 못했어요. 워낙 저희도 처음 하는 것이라 혼란스러운 점이 많았죠. 좀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 독립 다큐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회적 의제가 닥쳐왔을 때 그 의제에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영상물을 제작하는 능력은 부족하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 자신의 동기, 기획 속에서 착실하게 영상을 준비해서 편집하는 방식의 제작 과정이 관습화 되어 있어서, 의제가 닥쳐왔을 때 그에 맞게 신속히 제작하는 것은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그래서 실천단이 처음에 활동할 때에도 결과물들이 많이 안 나왔어요. 기획을 했는데, 그 기획이 예전 작업과 같은 리듬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어서 실행과정에서 깨지고 깨지고... 그러다보니 어떻게든 만들어야 한다는, 제작에 대한 고민에만 매달렸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아직 배급, 소통에 대한 고민까지 나아가지 못했다고 저희는 보고 있어요.
앞으로 FTA 의제가 아닌 신자유주의나 사회공공성 강화의 의제를 가지고 우리 팀들이 실천 활동을 해나갈 텐데요, 그 때는 배급과 관련한 활동을 함께 고민하면서 기획에 들어가고, 제작에 들어가고, 배급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한 예로 올해나 내년에 있을지 모르겠는데, 게릴라 상영회 같은 것들, 우리들이 프로젝터를 들고 나가서 공원처럼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공간에서 프로젝터로 영상을 띄워 사람들이 보게끔 하고 우리가 제작한 영상을 배포하고 하는,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통 전략, 배급 전략의 부재가 낳은 미디어 운동의 한계, 대중과의 소통 전략은 없어
‘만들어진 것을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근본적인 활동 방식의 문제로 삼아야

박채은(ACT 편집위원회) : 소통 전략, 배급 전략의 부재가 단순히 경험의 부족에서 오는 문제 같지는 않아요. 근본적인 미디어 운동 관점의 문제 혹은 활동 방식의 문제이지 않을까요. 우리가 영상을 만들든, 에프키라처럼 웹으로 글을 올려서 퍼뜨리는 작업이든, 활동의 성격은 다를지 모르지만, 항상 고려해야 하는 것은 구체적인 소통 방식의 내용, 즉 어떤 대상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동안 대안 독립 미디어의 활동에서 어떻게 잘 만들까에 대한 고민은 많았지, 누구와 어떻게 만나고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일단은 FTA 국면인데, 뭐 만들어 볼까, 어떤 주제로 해볼까 이런 식으로 계속 활동이 이루어지다 보니까, 영상 같은 경우는 작업 기간도 계속 길어지고 굉장히 시의적이고 빨리빨리 대응해야 하는데 그건 잘 안되고... 우리가 미디어운동을 하는 이유는 소통인데 소통에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것이 단순히 경험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활동 방식의 문제이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디 디(에프키라) : 나온 결과물이 글이건 영상물이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면 자연스럽게 유통이 되기도 하잖아요. 아마 영상물 만드는 분들은 특히 더 그렇겠지만 어떻든 간에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고, 유통 방식도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죠. 인터넷에서의 콘텐츠들도 우리가 항상 퍼다 나를 수는 없는 것이고, 그게 자연스럽게 흘러 다니기를 바라고 만들었던 것인데 몇 개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되지 않았죠. 글은 영상을 만드는 것 보다는 훨씬 빠르게 제작되는 것인데도요. 다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있는 것이 아닌가 해요. 그래서 저희는 만화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웃음) 그래야 아이들이 싸이에 퍼 담고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만화를 그리자고 했는데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 없어서... (웃음)
한범승(No FTA 액세스프로젝트) : 에프키라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나는 것이, 미디어제작워크숍 같은 것을 하다 보면 대부분 다큐멘터리를 생각하게 되는데, 만화 같은 것을 제작하면 굉장히 적절한 효과를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웃음) 우리가 너무 다큐라는, 진실에 대한 접근, 이런 것에 매몰되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접근 방식을 다양하게 하는 상상력을 펼쳐보면 좋겠어요.
사회자 : 참여하신 분들의 개인적인 소견이나 내부에서 토론된 내용 속에 대중선전전,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에 대해서, 이야기된 바나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해주었으면 좋겠어요.
한범승(No FTA 액세스프로젝트) : 있었죠. 왜 없었겠어요. 처음에 퍼블릭액세스 제작프로젝트의 경우 그 당시 한미FTA협상 초기 과정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좀 선동적인 영상물과 교육물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 하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왜냐하면 그 당시, 한미 FTA를 반대한다는 추상적 이야기들은 있었지만 한미 FTA가 실상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워크샵 과정 중 강의를 통해 ‘아, 한미FTA가 이래서 문제구나’하는 공감대는 좀 생겼어요. 하지만 이것을 영상물로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는 굉장한 어려움과 힘든 과정이 있었지요. FTA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상도 적절한 게 없었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지극히 어려운 영상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이 영상물은 대중들에게 선전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것이었어요. 시간도 90분이 넘어가고, 외국 다큐멘터리들이었고... 
지역에서 60~70 되시는 할아버지 할머님들 앉혀놓고 9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그래서 그럼 우리가 만들자고 이야기했어요. 전기면 전기, 물이면 물, 교육이면 교육... 그렇게 시작했죠. 그리고 그걸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를 했냐 하면, 보통 지역에서 서울로 원정투쟁을 올 때, 버스에서 비디오물을 보고 민중가요 같은 것을 따라 부르고 구호 같은 것을 연습하면서 오신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그 영상물을 만들어보자, 그럼 큰 파급효과가 있을 거다.”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결과적으로 영상물을 만들어내지는 못했고, 이걸 대체했던 것이 PD수첩이나 일요스페셜이었어요. 지역에 있는 모든 활동가, 열이면 아홉 정도에게 제안이 들어온 것이 PD 수첩 60분과 일요스페셜 60분을 20분으로 ‘재편집 해주세요’ 하는 것이었어요. 모든 지역에 있는 활동가들이 그걸 다 했어요.‘에이, 이걸 내가 왜 해야 돼’하면서... 그러면서 미디어운동 진영의 한계와 허무함을 사실 좀 느꼈어요. 우리는 이제까지 뭐했나...하고. 
근데 저는 제가 지금 이야기했던 ‘버스 안에서 보는’ 이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제가 아는 지역의 농민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 분들께, 저도 20분에 맞추어 편집을 해드렸어요. 엄청난 효과를 봤다고 하더군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렇게 차 안에서 본 20분짜리 영상물은 선전효과가 있었고, 서울에 원정투쟁 와서 싸울 때, FTA 싸움에서 농민들이 가장 선봉에 섰던 것이 사실인데, 그런 것이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미디어운동 진영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보다 빨리 대처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간단히 이야기해서 실천단 뿐만 아니라 모든 미디어진영에서, 만들기에만 급급했을 뿐 어떠한 대상에게 어떠한 유통 경로를 통해서 보여줄까에 대한 고민은 전무하지 않았나 해요. 그리고 빨리 시의적절하게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 일요스페셜과 PD 수첩을 20분으로 만드는 데 우리의 시간을 허비하게 된 이유가 아니었나 싶고요.

사회자 : 평가가 굉장히 가혹하긴 하지만 좋은 지적이었던 것 같아요.

지역농민들 위해‘PD수첩’과 ‘일요스페셜’20분으로 재편집하면서 느낀 주류방송의 영향력. 
독립미디어진영에서 할 수 있는 일, ‘틈새’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고민 필요

황준희(독립영화 실천단) : 소통의 통로라고 했을 때, 방송의 경우는 주류방송에 독점당하고 있고, 인터넷은 포털에, 극장은 충무로에 독점당하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표현하는 통로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과연 그 주류에 치고 들어갈 것이냐, 아니면 그들과 정확한 선을 긋고 우리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더 강화시켜서 힘을 더 키울 것인가, 이런 선 택의 문제가 남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선택의 문제 외에도,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들을 가지고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켜 조직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요. 조직화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에요. 미디어운동이라고 했을 때, 사회운동과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실제로 조직적 형태가 필요하고, 그들과 함께 해야 만이 이루어지기 때문이에요. 영화, 다큐, 정보를 받아들였을 때, 그저 한 번 정도의 감동은 가능하겠지만 실제로 조직화 되지는 않아요. 그런 측면에서 사회운동과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한범승(No FTA 액세스프로젝트) : 연결해서 이야기하자면, 저는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매체라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수백 번 떠들어 봤자 주류방송이 더 영향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어요. 혹자는 그렇게 이야기를 하죠. 우리가 이런 준비를 미리 안 해왔으면 PD수첩이라든지 이강택 PD라든지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어내지 못 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이야기엔 동의를 하죠. 그것이 매체에 알려지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하던 간에 운동 차원에서 그런 준비를 계속 해가야 한다는 것은 동의해요. 그런데, 아까 제가 예로 들었던 버스 안에서 보여주는 것 등의 어떤 틈새는 우리가 충분히 고려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해요. 좀 특수한 예이긴 하지만, ‘루스체인지(Loose Change)’와 같은 경우도, 상당히 긴 영상물임에도 불구하고 구글이라는 것을 통해서 전 세계로 많이 배포되었잖아요. 그런 사례들을 이제는 우리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중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이냐에 대해서, 미디어운동 진영이, 단순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채널과 매체에는 한계가 있어’ 라는 자아비판이나, 단순히 나만을 위한, 소수만을 위한 영상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탈피해서 아까 제가 이야기했던 ‘루스체인지’라던가 버스 배급 사례 등의 예들은 몇 가지 있을 것 같아요. 또 이를 위해서는 큰 조직과의 연계도 필요하다고 봐요. 예를 들자면 범국본이나 지역 운동 단위라던가... 
또 내실을 좀 더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해요. 한미FTA가 설사 체결이 된다 하더라도 이런 사회적 의제들은 계속 제안될 텐데, 그 때 그 때 마다 ‘또 뭐 필요한 거 없나’, ‘만들어야 하는 것 없나’ 하다가 TV에서 나오면 또 짜깁기 하는 식으로 말고 지금부터 스스로 내실을 키워야 한다고 봐요. 조직도 필요하고 교육도 필요하고 사회운동과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하는 계획도 필요하고요. 배급의 창구는 찾아보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대안 배급은 힘들겠지만, 그런 것들도 많이 조사해 놓아야겠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디 디(에프키라) : 많은 부분 동감을 하지만, 독립미디어진영이나 독립영화인들이 PD수첩이나 일요스페셜 같은 영상을 만드는 것은 근본적으로 무리한 기획이 아닌가 싶어요. 그게 필요한 순간 주류에서 어느 정도 해주는 게 다행인 상황이고, 그걸 이용할 수 있으면 재빠르게 이용하는 것이 적절하고, 독립미디어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서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왜 우린 저것을 못할까’하는데, 못하죠. 돈도 없고 추진력도 딸리고... 그리고 본질적으로 서있는 곳이 다르니까요. 자본과 인력을 갖춘 곳에서 만들어서 보여주면 그것을 짜깁기해서 배포하는 것도 너무 훌륭한 일인 것 같고요. (웃음) 얼마나 좋아요. 버스에서 같이 보고...그러면서 우리만 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의 작품들을 만드는 것을 한편으로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한범승(No FTA 액세스프로젝트) : 제가 이야기하려고 했던 게 공중파를 경쟁상대로 생각하자는 건 아니었어요. 우리는 항상 그러잖아요. 주류 미디어의 한계는 분명하다고. 하지만,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우린 뭐했나, 틈새에 대해서 우리는 적절하게 대응했는가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자아성찰이 필요하다 것이지요. 배급과 소통 전략에 대해서 계속 꾸준하게 고민하고, 주류 미디어에 대해서는 계속 자료화하고 그들과 소통하고,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 우리가 최대한 할 수 있게끔 내실을 다시 조직화 하고... 아까 이야기했던 소통 구조에 대해서 반드시 깨고 나가야 해요.
RTV에 틀고 참세상에 틀고... 물론 그것도 필요하지만 이걸 좀 벗어나는 소통 구조는 없는 것인가. 에프키라가 했던 것처럼 퍼다 나르는 방식도 있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잖아요. 그럼 뭐가 있냐고 하면 저도 아직은 관광버스 밖에 몰라요. (웃음) 이런 것들을 좀 찾아봐야 하지 않겠나. 이런 것들은 사회운동 진영, 지역 운동에서는 많이 알고 있을 것 같아요. 서로가 이러한 부분을 전략적으로 짜나가고 조직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사회자 : 독립미디어진영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사례 연구나 조사 등도 필요하다는 것에 저도 절감하고 있어요. 그런 작업을 저희도 ACT!를 통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웃음) 


육영상물 제작, 독립미디어의 플랫폼, 여론화 작업 등 독립미디어 진영의 활동에 대한 평가와 함께 왜 FTA에 반대하는지에 대한 공통의 인식 기반을 만들어내는 역할이 중요황준희(독립영화 실천단) : 우리 진영의 운동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우리가 이제까지 어때 왔나... 예를 들어 참세상이라고 하는 특정한 사이트라고 한다면, 이 사이트는 어떤 의미로 자리매김 되어 있는지, 이런 상황에 대한 점검이 다시 한 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한범승(No FTA 액세스프로젝트) : 제 생각에는 미디어운동 진영이 선전 선동물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덜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80년대에 노동자뉴스제작단이 탄생했을 때 노동자들에게 교육하고 선전할 수 있게끔 영상물들을 만들어냈었잖아요. 가령 최근의 예를 들자면, APEC 시기에는 이훈규 감독이 만든 가 있었어요. 이를 전교조에서 활용하려고 홈페이지에 올렸고, 학교에서는 영상교재로 활용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이것에 대해 한나라당이 문제 제기를 하면서, 결과적으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일반인들, 운동을 전혀 모르는 대중들에게도 많이 알려졌잖아요. 우리가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있을 때 이런 선전적이고 선동적이고 교육적인 영상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가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이런 선전 영상물들에 대해서도 활동가들이 미리미리 좀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라은영(민중언론 참세상) : 지금 같은 경우는 지형이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UCC처럼 아예 자발적으로 영상을 만드는 사람도 있고, 아예 사진을 가지고 포토샵 같은 것으로 작업하는 사람들도 있고, 실제로 변하고 있는 기류가 있는 것이죠. 다양한 매체들이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고 우리나라 지형, 포털이나 인터넷이나 이런 지형 속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조건이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무시하고 놔둘 것인가 하는 것이죠. 이건 참세상의 고민이기도 한데요, 참세상의 경우 포털 정치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아요. 포털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이나 폐쇄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이 논의를 한 끝에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포털에 가자해서 네이버에 가긴 갔어요. 저희는 이것이 접근권을 높이는 것이기도 하고 주류에 대한 우리 발언력을 높이는 또 하나의 선택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발목을 잡는 양날의 칼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한편으로 참세상과 같이 정해진 플랫폼 외에 다양화된 공간에서 우리 플랫폼을 어디로 삼을 것인가, 우리에게 열려있는 공간들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FTA 관련해서 많은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으니까, 이걸 잘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허 경(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 무차별 대중들을 대상으로 여론화시킬 수 있는 전략은 서점에 가면 다 있어요. 무슨 가십 단계, 주의각성 단계 그런...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조건에 맞는 여론 전략이 무엇이냐는 것인데, 그 조건이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죠. 지금 범국본이라는 운동 내부의 틀이 만들어져 있지만 그 안의 지형과 담론의 구조 역시 매우 복잡해요. 하지만 저는 FTA 저지 투쟁을 하면서 미디어운동 활동 주체의 조건이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주체의 조건 속에서 주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되, 이미 확보되어 있는 조건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여론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지, 그 조건들에 대한 토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제가 몇 가지 정리를 해보았는데요, 주류미디어에는 최소한 넓은 의미의 진보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제작 주체가, 채널까지 갖고 있는 주체들이 있어요. 미비하지만 연계가 되고 있고, 그것이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영상 제작 주체의 주 그룹은 독립영화로 표현되는 제작 주체와 지역의 미디어 활동가들이 있지요. 그리고 소통 채널에 있어서 퍼블릭액세스는 비교적 많은 채널과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 그렇지만 지역의 상영과 배급 주체는 부족합니다. 또 인터넷을 통한 전략에 관해서는, 에프키라의 경험도 있고 독립미디어 플랫폼 같은 것을 고민하는 정보통신활동가 그룹들이 APEC 투쟁 때부터 드러났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을 먼저 정비하고 나서 우리의 여론 전략이나 이런 것들을 그 사안 시기마다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은영(민중언론 참세상) : 비주류, 독립이나 대안이라고 이야기하는 매체들은,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진보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진보라는 단어도 많이 오염되긴 했는데... 어쨌든 이러한 매체들이 사회를 변혁시키고자 하는 진보성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 FTA 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중반 이후부터는 소위 우리가 주류미디어라고 이야기했던 단위들이 그 진보성을 띠고 온다는 것이죠. 그 진보성을 포장해서 오고, 심지어 여기 있는 공간에서 자기들의 발언력을 높여가고 있고, 솔직히 우리가 ‘우리 동네야’ 했던 곳에서도 장악력을 높여내고 있다는 것이죠. 이것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선을 긋고 ‘쟤네는 안돼’ 하고 나갈 것인지, 여기서 우리 역할을 잡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지금 이것이 과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진행(ACT 편집위원회) : 우리의 영역을‘뺏겼다’기보다 이쪽 진영의 이야기를 일정 부분 수용했다고 할 수 있고... 
아까 에프키라에서 했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계속 고민되었던 것인데요. 한범승씨가 말한 ‘고속버스 배급’은 조직화된 대중을 만나는 방법이고 노동운동에서 많이 해왔던 방식인데, 개별화된 대중들과 어떤 접점을 가질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부분은 사회운동에서도 뚫어낼 수 없는 지점, 과제이기도 하잖아요. 반면 주류미디어에서는 엄청나게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대중들이 있는 것 같아요. 아까 진보 블로그도 언급하셨지만, 거기 오는 사람은 몇 백 명 수준일 것 같고, 참세상 기사를 읽는 사람들도 그렇고요. 하지만, 여전히 주류매체들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대중들을 만나고 있는 것이데,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이런 담론들을 가져가면 좋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라은영 기자의 얘기와 연관해서 말씀드리자면, 아까 ‘우리의 영역’이라고 했던 것이 담론의 영역인 것인지, 대중의 영역인 것인지 헷갈리는데요, 어떤 걸 염두에 두시고 이야기하신 것인지요?

라은영(민중언론 참세상) : 두 가지 다인데요. 소위 진보담론처럼 우리가 FTA를 반대한다고 했을 때, 운동진영에서는 자유무역이라고 하는 자본의 상품화 시스템을 반대한다는 것을 전제하지만, 단적인 예로 프레시안 같은 경우는 ‘중국이나 일본이랑 먼저 하고 미국을 나중에 하자’고 한다거나, 정태인 같은 경우는 그런 담론들을 쏟아 부으면서 ‘지금 한미 FTA는 안 된다’ 식으로 논지를 심하게 오염시키거든요. 그러면서 굉장히 진보적인 척 하는데, 소위 우리 동네라고 이야기하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에요. ‘차라리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랑 먼저 하는 게 낫지 왜 미국이랑 먼저 하려고 하나’ 라고... 담론의 오염 측면이 있고. 대중에 대한 측면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FTA가 대표적인 예일 텐데, 세를 좀 얻게 되면 이 사람들이 사회적 발언력이 높아지면서 사회적으로 자기집단화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선거나 이런 시기가 되면 자기 그룹을 만들고 형성을 한다는 것이죠. FTA가 단적인 예로, 한국사회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에요.
박채은(ACT 편집위원회) : FTA 투쟁이 실패하든 성공하든, 타결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FTA에 반대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라은영 기자도 담론이 오염되면 주체도 오염된다는 얘기를 하신 거잖아요. 왜 FTA를 반대하는지는 다양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왜 FTA가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공통의 인식 기반이 없다면 결정적 순간에 다른 입장에 서 버리거나, 지금 정치권 인사들이 막 나서듯이 누군가에 의해서 오염되고 전유돼 버릴 수 있는 것이죠. 그런 차원에서는 미디어운동이 단지 한미 FTA가 시급한 사안이기 때문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한미FTA 를 막아내는 문제가 왜 중요한지, 그 근본 이유를 알려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봐요. 주류미디어는 사안별로 접근하기는 하지만, FTA의 근본적 모순에 대해서는 들추어내지는 않지요. 접근 방법이나 우리의 논리 같은 그런 근본적인 고민들이 중요한데, 그런 인식기반을 어떻게 공유해갈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Ⅲ. 사회운동과 미디어운동의 연계에 관하여
사회자 : 미디어운동 자체가 사회운동의 한 부분이기도 하면서 다양한 사회운동 진영과 연계되고 있을 텐데요. 그렇다면 어떻게 연계를 맺고 활동을 해왔는지 궁금합니다. 원래 이 자리에 한미FTA 저지 범국본의 이원재 활동가가 나오기로 했는데 투쟁 일정 때문에 참석을 못해서 한미FTA 투쟁의 핵심 단위이기도 했던 범국본이 미디어 진영과 어떤 소통구조를 가지려고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다소 어려움이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각자 소속된 단체에서 다양한 사회운동 진영과 어떤 연계가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어떤 성과 혹은 한계가 있었는지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범국본의 선전홍보팀을 비롯한 다양한 운동 진영과 미디어운동 진영의 연대. 전면적으로 미디어운동과 결합했다기보다는 각 미디어운동 단위와 개별적으로 연계하는 수준에 그쳐

김형진(시청각미디어공대위) : 시청각미디어공대위에는 언론노조나 큰 단체들이 있다 보니까 실질적으로 이런 요청이 들어와요. 100분 토론을 준비할 수 있게 해 달라, 주류미디어를 통해서 이것을 말할 수 있게 해 달라, 혹은 방송사 사장단 면담을 할 때 같이 가자... 이런 요청들이 많아요. 범국본 선전홍보팀은, 범국본 홈페이지(http://www.nofta.com/)에 들어가 보면 아시겠지만, 초기에는 미디어, 영상이나 이미지가 좀 더 많이 배치되고 다양하게 제작되는 영상들을 범국본 홈페이지에서 소통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왔었지요.
라은영(민중언론 참세상) : 참세상은 범국본 선전홍보팀에 처음부터 결합했는데요. 범국본 홈페이지를 처음 만들 당시에 대중들과 많이 소통할 수 있는, 그러면서 많은 생산자가 있는 곳을 활용하자고 했어요. 이미지나 영상 단위들은 주변에 많다는 것이죠. 제작 단위도 많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자유롭게 유통시킬 공간으로 온라인을 활용하자는 것이었어요. 뉴스도 누가 끌어와서 쓰는 방식이 아니라 RSS, 자동 추출, 중앙메인에 이미지나 영상을 띄울 수 있는 방식으로 처음에 페이지 구성을 했었어요. 
범국본에는 선전홍보 전담자가 아예 없었거든요. 이런 범국본 내부의 한계로 인해서 주변 인자를 활용하고자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참세상은 범국본에서 자동 추출하는 기사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범국본과 관련된 일정, 운동진영에서의 담론, 반대진영에서 얘기하는 것을 최대한 기사로 냈던 것이고요. 저희가 내부적으로 범국본과 연계해서 한 명을 파견했던 것은 참세상에서 기사화하고 영상으로 공유하고자 하는 목적이 좀 있었고 그것은 일정 부분 굉장히 유용했다고 봐요. 그런데 참세상 활동가가 범국본에 참여한 후에 언론단위가 아니라 활동단위로 규정되면서 영상이나 뉴스가 너무나 당연한 범국본 자산으로 생각한 경향도 있었어요. 그래도 범국본과 같이 하면서 시너지가 있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허경(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 사회운동과 미디어운동의 연계를 고민하는 데에 있어서 범국본이라는 키워드를 놓고 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네요. 그러기 위해서는 범국본이라는 단위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하는데, 제가 봤을 때는 범국본 내에도 다양한 FTA에 대한 정치적인 판단들이 혼재되어 있고, 어떻게 보면 범국본은 한미FTA저지투쟁을 대표하는 수사, 이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자리에서는 그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으니, 그건 나중에 FTA 전체 투쟁을 평가할 때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저는 범국본 홈페이지와 선전 활동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저는 범국본 홈페이지가 FTA 투쟁이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데, 중반기 이후부터 범국본 홈페이지는 한시적이지만 독립미디어의 플랫폼이었다고 봐요. 독립, 주류를 포함해서요. 그렇게 되면서 FTA에 관련한 이데올로기 투쟁의 공간이 범국본 홈페이지로 될 가능성이 있었던 거지요.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범국본의 제한된 인력과 여러 가지 한계로 인하여 이 공간에 대한 기획과 전략이 체계적으로 세워졌는지는 의문이 듭니다.
한범승(No FTA 액세스프로젝트) : 제 생각에는 범국본이 미디어운동 단위와의 개별적 연계는 있었지만, 보다 전면적으로 미디어운동과 함께 나아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봐요. 다시 말해 범국본은 독립미디어 진영과 어떤 주체적인 연대와 방향을 그리고 갔다기보다는 주류미디어를 통한 미디어 실천을 더욱 염두해 두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저희를 비롯하여 미디어운동 단위에서도 개별적 접촉을 넘어서지 못했고, FTA 투쟁에서 전략적인 미디어운동의 방향을 그리지 못한 게 사실이지요. 그러다 보니 독립미디어 진영도 알아서 개별적으로 활동하게 되고... 그것이 한미FTA 운동에서 범국본과 미디어운동 진영의 한계이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황준희(독립영화 실천단) :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운동, 즉 전체운동과 부문운동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봐요. 그렇다면 미디어운동 내에서도 유기적인가? 그렇지 않다고 봐요. 미디어운동이라고 했을 때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하다보니까 미디어운동인 것인지... 오늘의 이 자리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미디어운동 진영은 어디를 포괄하고 있고, 그 진영들은 각각 어떻게 해야 되며, 어떻게 서로 결합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해야 우리의 논의와 전략도 의미가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들어요. 그래야 사회운동 안에서 미디어전략이 있을 수 있다고 봐요. 미디어운동 진영 내에서, 우리들이 미디어운동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이며, 어떻게 유기적, 조직적으로 사회 의제와 관련한 전체 운동에 복무할 것인지...그런 이야기들이 오가야 되지 않는가 싶어요.
라은영(민중언론 참세상) : 연대가 잘 되었다면 1년 넘게 잘 만났을 텐데 잘 안 되니까 그동안 잘 모르고 잘 만나지 못한 것 아닐까요?(웃음) 영상 단위는 그동안 어떤 연대들이 있어왔는지 궁금하네요.

부산 APEC, 홍콩 WTO 투쟁에서 독립 미디어운동 진영이 했던 실험과 경험들이 평가되고 축적되지 못한 한계를 안고 있어
FTA 같은 전사회적 의제와 투쟁 과정에 대안 독립 미디어운동 진영이 결합하는 방식에 대한 공동의 논의 자리가 마련되어야

허경(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 예전에 2002년 발전노조 파업할 때 그런 시도가 있었죠. 미디어행동이라 할 만한 것이요. 최근 들어서는 2005년 APEC투쟁 때부터 시작해서 미디어문화행동((http://gomediaction.net) 등에서 공동기획의 시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활동들이 정리되고 평가되고 FTA 투쟁을 준비해 나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바로 한미FTA에 대응해 나가야 했지요. 미디어운동 진영 내부에서 이러한 실천들에 대해서 정리하고 평가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FTA와 같은 전사회적 의제와 투쟁 과정에 대안 독립 미디어운동 진영이 결합하는 방식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자면, FTA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디어운동의 방향과 전략을 정리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미디어운동 진영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고 미디어 운동 진영의 활동 방향을 구체화 시키는 것이지요. 이러한 것들에 대해 미디어운동 진영 내부에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고 공동의 연대틀, 네트워크를 어떻게 재구성할지 논의를 빨리 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운동과의 긴밀한 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한범승(No FTA 액세스프로젝트) : 허경씨 이야기에 좀 덧붙이자면, 2005년 부산 APEC투쟁 과 홍콩 WTO 투쟁 이후 한미FTA 문제가 터졌지요. 이 투쟁 과정마다 프로젝트를 계속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각각의 경험들이 연결되지 못한 점이었어요. APEC 투쟁 당시 미디어문화행동이라는 단위가 생겨서 함께 연대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APEC 투쟁이 끝나고 미디어운동 진영이 함께 이러한 경험과 실천들을 공유하고 성과들을 가져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죠. 그 당시 ‘...했다’라는 것과 서로의 한계점만 확인하고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바로 FTA투쟁으로 들어오면서 미디어운동들이 공통의 전략전술 없이 각개전투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뺑이만 치고 남는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 FTA 투쟁이 마무리되는 시점이기는 하지만, 큰 사회적 문제가 분명 있을 것인데 여기서 FTA 끝났다고 끝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2005년에는 미디어문화행동이라는 특수한 모델로서 실험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미디어운동 진영에서의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전략이 나온 다음에 사회운동과의 연계로 넘어가야 되지 않을까요? 미디어운동 내부에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범국본 등에서도 전략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거든요. 내부에서의 결속력과 내부의 조직이 먼저 우선되어야 할 것 같아요. 그게 된다면 사회운동과의 결합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좌담회를 마치며...

사회자 : 이쯤에서 좌담회를 정리할까요. 그럼 마지막으로, 이번 FTA 투쟁에 대한 총평과 계획을 듣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한범승(No FTA 액세스프로젝트) : 퍼블릭액세스 프로젝트가 4월 4일 작업이 다 끝나기 때문에 그 이후에 상영 및 배급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중과의 소통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도 더 나올 수 있을 것 같고, 나중에 이런 자리가 또 만들어진다면 저희 프로젝트를 통한 소통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일단은 아까 이야기했던 대로 시사회, 온라인, 오프라인 등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다 준비하고 있습니다.
허 경(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 2007년 방향이 나왔는데요, FTA를 포함한 지난 시기의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에요. 앞으로 계속 지역 미디어주체들이 더 만들어질 것이고 정치적인 그리고 미디어운동에 대한 공감들을 계속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라은영(민중언론 참세상) : 참세상에서 이런 고민을 계속 하고 싶고, 움직이는 단위들과 계속 같이 생산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후에 이런 고민이 계속 된다면 저희도 빼놓지 말고 불러주세요. (웃음) 저희는 FTA 관련해서 이렇게 쏟아 붓기 계속 할 것입니다.
황준희(독립영화 실천단) : 저의 총평은 아니고 제가 알고 있는 사람이 그러던데, FTA 싸움을 통해서 운동진영의 한계를 다 보여줬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 만큼 앞으로 우리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다음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FTA가 중요한 문제였지만, FTA가 해결된다고 모든 게 다 해결되는 그런 문제는 아니었잖아요. 그런 것처럼 앞으로 우리가 준비해야 될 다른 사회적 의제는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요. 저희 실천단의 경우 실천단 구성했던 사람들이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공동 작업단을 만들려고 합니다. 제작을 중심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흔히 빠질 수 있는 오류가 운동에 대한 고민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오류에 빠지지 말고 열심히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회자 : 오늘 토론 주제에 대해서 많이 공감한 것 같고, 앞으로 이런 대중 선전의 문제, 이데올로기 투쟁의 문제에 있어서 우리 진영에서 얼마나 열심히 싸우고 투쟁해야 하는지 ACT!도 많이 고민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