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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42호 연재] 멀티미디어 시스템으로서의 도시, 그리고 그의 역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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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16. 8. 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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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미디어만화경의 역사]

멀티미디어 시스템으로서의 도시, 그리고 그의 역사 (1)

윤상길 (꿈꾸는 미디어史家, cyrus92@dreamwiz.com)

21세기 서울은 현재 ‘정보도시’(informational city)로 진화하고 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1990년대 말 이후 내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구축하고자 하였던 ‘인터넷 강국’의 국가 이미지를 등에 업고, 서울이라는 도시는 이른바 ‘디지털 미디어시티’(Digital Media City)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통해 하이테크 이미지로 가득 찬 ‘정보도시’를 실험하고 마케팅하고 있다. 2000년도부터 추진 중인 ‘디지털 미디어시티’는 “디지털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첨단 정보 미디어가 집적된 미래형 신도심 단지”(*주1)로서, 특히 “정보통신의 근간이 되는 광섬유 케이블 설치를 통해 서울 상암지구는 전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정보통신의 신도시로 거듭 태어날 것”(*주2)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혹자는 앞으로 우리가 최첨단의 도시에서 좀 더 편하게 살게 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를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마음 놓고 기대감만을 표명하고 있기엔 미심적인 측면이 너무 많다. 우선 그것이 정보통신의 세계중심에 서고자 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국민국가적 열망, 그리고 관련업계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적당히 버무려진 ‘졸속’ 프로젝트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심쩍게 만드는 것은 이러한 발상에서 (격동의 근현대사를 겪으면서 그 역사적 유산으로서 발전주의적 심성을 물려받은 대한민국의 후손들이 내리는) 도시에 대한 근시안적이고도 ‘탈역사적인’ 전망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이다. ‘미디어 시티’라는 말 속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도시에 대한 사고란 고작 “정보미디어가 집적된” 그리고 “광섬유 케이블이 설치된” 도시에 불과하며, 따라서 이러한 발상에선 역사적으로 우연히 ‘조건 지워진’ 인터넷통신망의 발전을 도시계획에 단순히 도구적으로 활용하고자 한 기회주의적 의도만이 확인되는 셈이다. 
그러나 도시는 ‘디지털 미디어시티’ 프로젝트에서 생각되는 것처럼, 정보통신 미디어가 담겨지는 그저 그런 텅 빈 지리적 공간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미리 얘기하자면 도시는 그 자체로 미디어이다. 좀 더 명확한 의미로 보자면, 도시는 그 자체로 미디어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럼 지금부터 그동안 간과되어왔던 ‘미디어로서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1. 왜 ‘미디어로서의 도시’인가?

도시의 기원에 관하여 호주의 고고학자인 고든 차일드(Gordon Childe)는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사람들이 토지에 정착하여 도구를 이용하여 농경을 시작한 것을 농업혁명이라 하고, 이 농업혁명의 결과로 농산물의 잉여현상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 때 네 사람이 다섯 사람 분의 식량을 생산하면 농경에서 해방된 한 사람은 학자, 예술가, 기술자 등 비농업적 전문가가 된다. 이러한 사람들의 수가 늘면서 그들은 필연적으로 활동여건이 좋은 중심촌락에 모이게 되어, 여기서 계급과 국가가 생기고 따라서 도시도 형성되었다”(*주3). 그는 이러한 변화를 도시혁명이라 일컫고 도시혁명이 5천년 내지 1만년 이전에 이루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골든 차일드의 논의를 받아들인다면, 인류문명은 사실상 도시를 배경으로 하여 전개된 것이라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란 무엇인가? 물론 도시를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큰 무리가 따르겠지만, 도시를 “한정된 장소에 조밀한 형태로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리적 실체로서 (단순한 인구의 집합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 및 공간적 활동관계가 이루어지는 일상의 장”(*주4)으로 인식해 왔다는 데 있어서는 대체로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전통적으로 도시는 지리학자들이나 사회학자들의 연구대상이었던 까닭에, 도시의 여러 측면 중에서도 특히 공간적 측면에 주목하여 도시의 공간적 변화와 그 공간적 변화에 개입되어 있는 사회적 이해관계를 밝히는 데 치중하였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으리라. 그렇기 때문이었는지, 비록 예외가 존재하지만, 이전까지의 학문적 성과들이 발전시켜 온 도시에 대한 사고 속에서 ‘도시와 커뮤니케이션’, ‘도시와 정보’에 대한 생각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이것이 바로 본 연재글이 도시의 미디어적 성격(이하 ‘미디어성’)에 주목하고자 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본 연재글이 도시의 미디어성에 주목하고자 하는 좀 더 근본적인 동기는 미디어의 역사를 좀 더 넓은 ‘일반 문명사의 한 측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라는 견지에서 살펴봄으로써 도시/미디어에 대한 사고를 전문주의로 치닫고 있는 분과학문적인 장벽으로부터 구출해 내기 위함에 있다(*주5). (4절에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지만) 여기서 ‘일반 문명사의 한 측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를 사고한다 함을 전문적인 이론적 계보로 설명하자면 ‘미디어생태론’(the media ecology)의 입장에 서고자 함을 의미하겠지만, 좀 더 쉬운 용어로 설명하자면 도시/미디어를 인간 중심적으로 사고하고자 함을 의미한다. 어차피 도시나 미디어가 존재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위한 것이니만큼, 이에 대한 설명 또한 궁극적으로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하지 않은가?(*주6) 순진한 발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연재글은 인간을 중심에 두고 도시/미디어를 사고하고자 하며, 평소 별다른 의식 없이 사용해 왔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과 ‘정보’(information)라는 용어의 의미를 좀 더 명확히 하는 것을 사고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도시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로서 그것이 가진 커뮤니케이션적 의미가 조명받지 못하였던 교통(transportation)의 존재를 독자들은 확인하게 될 것이다.

2. 정보도시 : 도시의 정보화? 정보화 속의 도시?

본 연재글의 서두에서 사용했던 ‘정보도시’라는 말은 사실 통신기반 도시를 묘사하기 위하여 사용되어 왔던 수많은 메타포(metaphor, 비유) - ‘지식기반 도시’, ‘非가시적 도시’(invisible city), ‘비트의 도시’, ‘텔레시티’, ‘인텔리전트 시티’, ‘와이어드 시티’(wired city), ‘가상도시’(virtual city), ‘텔레토피아’ 등등 -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따라서 다소간의 의미차가 존재하겠지만, 어떤 용어를 쓴다고 하여도 큰 무리는 없다. 그럼에도 (미디어로서의 도시를 다루는) 본 연재글에서 ‘정보도시’란 용어를 사용했던 것은 상당수 학자들이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해 변모되는 도시의 성격변화를 서술하는 데 다른 용어보다 이 용어를 좀 더 선호하는 경향(*주7)을 따른 것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용어의 어법상 도시를 사고함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정보’의 관점을 상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정보통신의 발달에 의한 도시의 변화에 대한 사고들에서는 “비국지적이고 전지구적인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여러 종류의 미디어에 의해, 도시라고 하는 국지적 관계의 장(場)이 가졌던 사회적 기능이 대체되고 있다는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 이를테면, 신문, 잡지, 영화, TV, 컴퓨터 네트워크 등의 20세기적 ‘정보미디어’가 ‘도시’와 대치(代置)되어, 후자가 ‘국지적’이고 전자가 ‘비국지적’ 내지는 ‘전지구적’인 것이 되어, 전자가 후자를 대체하고 있다고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주8). 이러한 인식을 단적으로 잘 드러내 주고 있는 주장으로, 혹자는 전자적 미디어가 등장하기 이전 시기에 “도시라고 하는 것은 정보의 수집 장소로서 존재의의를 지녔기 때문에 도시 내에서 정보를 얻기 위하여 도시를 배회하던 행위가 빈번했지만, 1990년대 중반에 이르면 이제 이러한 행위가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여 정보를 서핑하는 행위로 대체되었다”(*주9)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 대표적인 미디어 사상가 중의 하나로 추앙받는 맥루한(M. McLuhan)에 이르러, 이러한 주장은 심지어 ‘도시의 소멸’로까지 다다른다(*주10).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을 듣고 있노라면, 한편으론 고개가 끄떡여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이 주장에 섞여 있는 호들갑스럽고 과장된 목소리에 왠지 모르게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과거 특정 시기 혹은 현재 시기에 징후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을 침소봉대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여기서 우리는 현대의 독일을 대표하는 사상자이자 미디어론자인 프리드리히 키틀러(Freidrich A. Kittler)의 논의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키틀러는 <도시는 미디어이다>라는 논고에서, 오늘날의 사회가 에너지와 정보의 흐름이 고속도로의 교차로나 컴퓨터 네트워크에 집중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집결점을 구축한다면, 거기에 수도(首都)가 건설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키틀러(F. Kittler)의 주장은 오늘날 ‘수도’라 불리우고 있는 도시의 특정한 기능 - 에너지 흐름 및 정보 흐름의 집중과 그것으로부터의 확산 - 이 교통, 통신 미디어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도시’라 불렀던 존재 그 자체는 조금도 현재의 단계에서는 컴퓨터 네트워크 상의 사이버 스페이스에 의해 대체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도시라는 것은 전자적 미디어가 등장하여 ‘멀티미디어’라 하는 말이 사용되기 이전부터, (엄밀한 의미에서 보자면) ‘멀티미디어 시스템’으로서 존재하여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의 컴퓨터 네트워크나 멀티미디어는 아직까지는 (도시가 그랬던 의미에서의) ‘멀티미디어 시스템’의 단계에는 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라고 키틀러는 말한다”(*주11). 

이러한 키틀러의 지적을 쉽게 풀어 본다면, 새로운 정보통신기술로 인한 도시기능의 변화를 고민하는 것이 마치 우리시대가 처음인 것처럼 성급하게 재단하여 과장하기 보다는, 인류사회가 수천 년에 걸쳐 이뤄져온 ‘정보화의 역사’(*주12) 속에서 도시가 본래 지니고 있던 미디어성이 어떠한 변용을 겪고 있는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3. “도시는 멀티미디어 시스템이다”13)

앞서 키틀러가 지적하고 있는 바대로라면, “‘정보화’의 가운데서 ‘도시’가 어떻게 변용되어 갔던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보기 위해선, 도시가 어떤 의미에서 ‘멀티미디어 시스템’이었는가, 그리고 그런 멀티미디어 시스템으로서의 본연의 모습에 현재의 ‘정보화’가 어떠한 변용을 초래하였는가를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도시와 미디어, 혹은 도시와 정보 간의 관계를 보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먼저 정주 형태로서의 도시가 존재하도록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구조를 밝히는 수밖에 없다”14).

그렇다면 도대체 다른 정주 형태와 구별되게 만드는, 도시를 도시답게 만드는 그 무엇은 무엇인가? 와카바야시 미키오(若林幹夫)에 의하면, “도시라고 하는 것은 다수의 흩어져 있는 지역과 집단의 사이에서, 신체나 재화, 그리고 정보의 교통을 매개하여, 그것들을 동일한 사회의 보다 넓은 영역으로 엮어내는 관계의 장(場)이 되는 것이다. 즉, 도시는 사회의 다른 영역에 대해서 제3자성을 지닌 매개의 장으로서, 그러니까 ‘간-공동체적인 제3의 영역으로서의 장소이거나 혹은 특정 장소와 장소 사이의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간(間, in-between)-공동체적인 장소이다. 그래서 도시는 하나의 장소이면서 동시에 다른 제영역과의 커뮤니케이션15)에 열려져 있다고 하는 의미에서, 개개의 장소에 귀속되는 사회를 초월하는 ‘관계의 원리가 지배하는 메타(meta)-장소’라고 불려야할 장소이다. 요약하자면, 도시는 복수의 영역이나 집단 간의 교통관계를 매개하는 ‘미디어’인 것이다”16). 이를 그림으로 도시하면 다음과 같다.

표면적으로 위의 그림이 나타내고 있는 바를 개념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정보적 관계를 매개하는 것이 미디어라고 할 때(정보의 유통회로로서의 미디어), 도시라는 미디어가 매개하는 두 요소들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도시의 미디어적 성격은 대략적으로 세 가지의 경우, 즉 첫 번째 도시 내부의 각 공동체 사이를 매개한다는 의미에서, 두 번째 도시 내부의 각 공동체와 도시 외부의 각 지역 및 각 집단 사이를 매개한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시 외부의 각 지역과 집단 사이에 매개한다는 의미에서 성립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도시의 미디어로서의 존립이 도시를 통해 엮어지는 지역이나 집단 간의 교통, 또는 도시 내부의 諸 집단 간의 관계를 매개하는 여러 종류의 (하위) 미디어가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도시가 도시로서 존재하기 위해선 ‘간-공동체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표준화된 언어, 문자, 법체계, 화폐, 여러 종류의 문서작성을 가능하게 하는 서기(書記)시스템, 도로나 역제(驛制)와 같은 교통체계, 실제로 이동하는 사람이나 말, 선박 등의 운용에 관한 시스템, 표준화된 도량형이나 달력시스템 등의 개개의 구체적인 각종 미디어의 협동을 필요로 한다”17). 이것이 바로 도시가 그 자체로 미디어인 것을 넘어서, ‘미디어 다발’이라 할 ‘멀티미디어 시스템18)’이 되는 이유인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도시는 가히 미디어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4. 환경으로서의 미디어, 미디어로서의 도시, 그리고 미디어생태학

미디어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빈번히 사용되는 세 가지 비유19) 중에서, 미디어를 환경(environment)으로 비유하는 것이 있다. 우리가 신문에서 간혹 접하게 되는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식의 논의도 어찌 보면 이러한 비유를 은연중에 채택하고 있는 것이리라. ‘환경으로서의 미디어’에 주목하는 학자들은 각각의 미디어들이 내용상의 변이와 상관없는 자신만의 독특한 특징을 가진 환경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입장을 선구적으로 제시한 사람 가운데 하나인 맥루한은 “미디어는 메시지이다”20)라는 유명한 명제를 통해 이를 설명하고자 하였는데, 그가 자칫 알다가도 모를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는 이 명제를 사용한 것은 아마도 ‘미디어라는 것이 내용이 담겨지는 그저 그런 텅 빈 용기나 회로’에 불과하다고 본 당시의 일반적인 사고에 반기를 들기 위해서이지 않았나 싶다. 어찌되었든, 그렇다면 미디어 그 자체가 메시지가 되는 근거는 무엇인가? 맥루한에 의하면, “모든 테크놀로지는 점차로 전혀 새로운 인간환경을 창조”하며, 이때 “환경은 결코 수동적인 외피(外皮)가 아니라 (인간감각을 연장시켜 인간의 의식형성과 경험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능동적인 과정이다.” 이러한 그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제시하였던 ‘미디어의 메시지’는 특정 미디어가 인간감각 및 사고에 미치는 내재적 특성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지금까지 간략히 살펴본 ‘미디어를 환경으로 비유하는 사고’는 미디어생태학21)이라는 지적 계보의 후손이다. 일반적으로 생태학은 “자연계에 하나의 생물군집으로서 서로 결합돼 있는 여러 가지 種을 ‘전체적으로’ 연구하려는 학문분파로서, 어느 특정한 환경(생활환경) 속에서의 생물들 간의 상호의존성을 생태계를 특징짓는 요소로 파악한다”22). 이를 간략히 도시하면 다음과 같다.

 

이러한 생태학의 기본개념에 의거한다면, (마치 인류생태학이 인간환경 속에서 인간 간의 상호의존성의 양상에 주목하는 것이듯이) 궁극적으로 미디어생태학이 미디어환경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 상호간의 관계에 주목하는 것이어야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말하자면, 어떤 분야의 생태학이든 간에 상관없이 사고의 기준점은 언제나 바로 인간 상호간의 관계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래에서 인용하는 한 미디어생태학자의 미디어생태학에 대한 평가에서는, 왠지 사고의 출발점이나 종착점이 인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디어생태학이 의존하는 사고의 대략적인 논리는 다음과 같다. 우선 새로운 기술은 사회를 재구조화시키고 그러한 재구조화는 새로운 사고방식의 습관을 낳는다. 그리고 새로운 사고방식의 습관은 이전의 옛 습관과의 갈등을 겪음으로써 또다시 사회의 재구조화를 가져올 수 있다.23)”
“미디어생태학이 ‘미디어에 대한 사고’에 대해 가지는 근본적인 의의는 ‘미디어와 개인 간의 관계’, ‘미디어와 사회구조’,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미디어환경 간의 관계’를 탐구하도록 이끈다는 데 있다.24)”

그러나, 궁극적으로 인간사회에 있어서 미디어가 중요시되는 이유가 인간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과 이를 통한 상호간의 정보교류, 상호이해에 있다고 한다면, 미디어를 사고함에 있어서는 언제나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사고가 동반되어야 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찌 보면 미디어생태학에 있어서의 ‘미디어생태계’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시스템으로서의 도시’를 사고함에 있어서도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사고가 동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5. 잠시 쉬어가며

지금까지 필자는 왜 도시를 미디어로 보고자 하였으며, 또한 실제로 도시가 어떠한 측면에서 미디어적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거칠게나마 살펴보았다. 아직은 도시를 미디어로 보는 관점이 한국에서는 생소한 까닭에, 그리고 언젠가는 한번 생각을 정리해 보리라 욕심만 부렸던 필자의 미숙함 때문에, 글을 쓰는 과정이 다소 힘겹게 느껴졌지만 생각이 정리되면서 재미있어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부작용으로 여기저기에 ‘먹물’의 흔적을 남기게 되어 독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다음 연재글에서는 이번 글의 이론적 논점을 이어가면서, 멀티미디어 시스템으로서의 도시를 무대배경으로 한 역사이야기를 시론적인 수준에서 해 나가도록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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