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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5호 우리곁의영화] 알아도 써먹지 못하는 - 제작과정 (2) 상품으로서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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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15. 10. 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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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5호 우리 곁의 영화 2015.11.15]



알아도 써먹지 못하는 - 제작과정 (2) 

: 상품으로서의 영화



조민석 (ACT!편집위원)



▲ 깐느 영화제 포스터 패러디


 하나의 작업물이 만들어지는 과정


칸 영화제 포스터가 발주처의 요구를 반영하면서 디자인이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인터넷 게시물이 있습니다. 발주처의 요구를 반영할수록 굳이 전문가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디자인이 볼품없어집니다. 인터넷 게시물의 그것은 가상의 상황이겠지만, 디자인뿐만 아니라 웬만한 외주 제작사들은 늘 겪는 일일 것입니다. 최종본이 되기 전까지 시행착오도 몇 번 있었을 것이고, 그러한 과정에서 판본도 여러 개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중간 판본은 게시물에서 본 것처럼 최종본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 다른 모습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들을 볼 수 없습니다. 우리는 늘 최종 결과물만 봅니다. 우리가 칸 영화제 포스터 최종본만 가지고 디자이너의 역량을 판단한다면 디자이너는 그것을 불합리하게 여길 것입니다. 사태가 정반대로 벌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화제작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여기서 어느 한 쪽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갑과 을’의 문제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작업물 자체의 제작만이 아니라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그것을 둘러싼 직간접적인 맥락까지 고려하는 넓은 범위에서의 제작과정을 의식해보려는 것입니다. 포스터 디자이너를 예를 들어 말씀드린 것처럼 이 같은 맥락을 의식할 수 있다면 영화를 받아들이는 방식도 달라질 것입니다.



 제작방식들


익숙한 구별에 따라 영화의 종류를 짚어봅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영화라고 부르는 영화는 극영화입니다. 텔레비전 드라마도 극영화입니다. 텔레비전용으로 제작되었다하여 영화가 아닌 건 아닙니다. 동영상 전반을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 모니터에서 보는 예절 권장 영상도, 텔레비전 광고도, 휴대폰으로 촬영해 페이스북에 공개한 짧은 클립도 모두 영화입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텔레비전에서 보는 시사물, 교양물 등이 가장 전형적인 다큐멘터리입니다. 또 카메라를 거치지 않고 직접 자국을 낸 필름을 상영하는 것, 최근에는 백남준 씨의 작품 같은 뉴미디어 아트까지 포괄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실험영화가 있습니다. 극영화, 다큐멘터리, 실험영화 각각은 제작방식이 다릅니다. 

   영화의 종류에 따라 제작방식을 나눌 수도 있지만 물리적 규모에 따라 제작방식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돈과 사람을 단위로 놓고 크고 작음을 분간하는 것입니다. 일단은 물리적 규모를 기준으로 제작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전체적인 윤곽을 그려볼 수 있도록 가장 큰 규모의 제작방식과 가장 작은 규모의 제작방식을 짚어보겠습니다. 가장 큰 규모의 제작방식은 스튜디오 제작방식입니다. 여기서 스튜디오는 30-4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한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가리킵니다. 전문가 분업이 특징이고, 많은 액수의 제작비와 인력이 투입됩니다. 우리가 보는 영화 대부분이 스튜디오 제작방식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가장 작은 규모의 제작방식은 제작과정의 모든 일을 감독 혼자서 하는 1인 제작방식을 들 수 있습니다. 실험영화와 다큐멘터리는 이렇게 제작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 밖의 제작방식은 사실 가장 큰 규모의 제작방식보다 조금 작거나 가장 작은 규모의 제작방식보다 조금 큰 정도에 불과합니다.



 스튜디오 제작방식


예산, 제작자의 역량, 영화를 만드는 목적 등에 따라 영화의 성격과 내용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각각의 제작방식은 기획과 예산 마련부터 제작, 배급과 상영까지의 공정이 조금씩 다릅니다. 실험영화나 실제성-­물질성, 우연성에 중심을 둔 다큐멘터리의 경우가 특히 다른데, 아직은 일반적 범주로 포괄하기 곤란한 낯선 형식의 영화들은 예외로 두고 영화 그 자체를 만드는 일만 보면 거치는 과정은 대체로 비슷한 편입니다. 

   한 편,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제작과정을 알기 위해 살펴볼만한 것이 스튜디오 제작방식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스튜디오 제작방식에서 만들어진 영화에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됩니다. 자본의 손실을 막아줄 안전한 수익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영화의 제작방식뿐만이 아니라 영화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강력한 체제를 만듭니다. 이는 하나의, 어쩌면 유일한, 전형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프리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프로덕션


스튜디오 제작방식에서의 제작과정은 보통 크게 사전 제작 단계(pre-production), 제작 단계(production), 후반 제작 단계(post-production) 세 단계로 나눕니다. 도식적으로 설명하자면 프리프로덕션은 시나리오를 스토리 보드로 옮기는 단계, 프로덕션은 스토리 보드에 따라 촬영하는 단계, 포스트프로덕션은 촬영된 것을 편집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시나리오를 스토리 보드로 만드는 일 전후로 시나리오 작업, 예산 마련, 배급 계약 그리고 촬영장소 물색, 스태프 구성, 배우 섭외 등 실제 촬영에 들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이 이루어집니다. 예산 마련 및 배급 계약 단계에서 좌초되는 영화들도 종종 있고 제작을 추진하던 사람들은 좌초되기까지 수년을 보내기도 합니다.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편집, 편집이 끝나면 세세한 기술적인 조정­색 보정, CGI, 음향믹싱 등이 이루어집니다. 이 단계에서 제작자들은 영화의 구석구석을 여러 차례 확인하게 됩니다.

   제작과정은 이렇게 세 단계로 나누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프리프로덕션을 설계 단계라 하고 프로덕션과 포스트프로덕션을 하나로 묶는다면, 제작 단계를 두 덩어리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영화의 제작 단계를 개념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설계 단계에 가상의 영화가 있고, 제작 단계는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과정으로 이해해봅시다. 설계 단계와 제작 단계 사이에는 스토리 보드가 있습니다. 가상의 영화는 스토리 보드가 되고, 촬영과 편집은 그것을 그대로 구현합니다. 스토리 보드에서 이미 영화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과정의 중심에는 감독이 있습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제작과정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흔히 간과되는 부분이 투자와 배급입니다. 투자와 배급은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제작과정 전체를 총괄하는 사람은 프로듀서인데, 프리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프로덕션으로 제작과정을 정리하면 배급 부분이 빠지고 프로듀서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제작과정을 기획과 예산 마련, 제작, 배급과 상영으로 나누고 프로듀서가 중심이 되는 일과 감독이 중심이 되는 일을 구별해서 보는 편이 우리에겐 적절할 듯합니다.



 배급


영화는 관객들에게 보이기 위해 만들어집니다. 관객들에게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이 영화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하더라도 완전한 의미에서의 영화가 되지는 못 합니다.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이 돈과 노동과 시간을 들여 만든 영화가 관객들에게 보이지 못 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악몽 같은 상황일 것입니다. 스튜디오 제작방식에서 만들어진 영화는 반드시 수익이 있어야합니다. 그 영화를 보는 관객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수익은 늘어날 것이고,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상영관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관객 확보에 유리해질 것입니다. 배급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수직적 통합체계


제1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이 오늘날처럼 세계 영화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유럽도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고 특히 프랑스는 미국보다 우위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자 유럽의 영화 제작이 위축됩니다. 이 틈을 타 미국 영화가 세계 시장에 파고드는데 전쟁 막바지에는 미국 영화가 세계 영화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에 이르고, 미국에서는 상영되는 영화의 거의 전부가 미국영화였다고 합니다. 이제 미국은 국내 상영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외국으로의 수출은 좀더 많은 수익을 위한 일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본격적인 유성영화가 등장하기도 전인 1920년대부터 미국이 세계 영화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구도가 자리 잡히게 된 것입니다. 

   미국이 영화시장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일어난 중요한 변화는 제작, 배급, 상영을 하나의 회사가 모두 관리하는 수직적 통합체계의 등장입니다. 이는 제작, 배급, 상영의 통합 관리라는 절대적인 통제권을 가짐으로써 영화산업에서 안전한 수익구조를 취하려는 것입니다. 이 독점구조는 1948년 반트러스트법이 제정되면서 무너졌지만 관행들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파라마운트, 폭스, 골드윈(이후 MGM)같은 회사는 1920년대부터 있었고 할리우드 6대 회사들­워너 브라더스, 파라마운트, 월트 디즈니/부에나 비스타, 소니/콜럼비아, 20세기 폭스, 유니버셜은 여전히 세계적인 메이저 배급사입니다. 이 회사들은 제작사나 투자사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배급사들도 마찬가지로 이 회사들을 투자배급사라 부르기도 합니다.



 배급사


배급사는 영화산업에서 권력의 중심에 있습니다. 스튜디오 제작방식에서 만들어진 영화는 어떤 면에서는 철저히 상품입니다. 상품은 시장에 나와야합니다. 시장에 나오지 못하면 상품이 아닙니다. 누군가 영화에 돈을 투자했다면, 수익을 기대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무리 질 좋은 상품이 만들어졌어도 그것이 제대로 유통되지 못하고,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고, 사람들이 손쉽게 구매할 수 없다면 수익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시장으로 이어지는 이 유통망을 쥐고 있는 게 배급사입니다. 결국 수직적 통합체계에서처럼 투자사이기도한 배급사가 생산부터 유통까지 관여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스튜디오 제작방식에서 만들어진 영화에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직적 통합체계에서와 같은, 효율적이고 안전한 경로를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이들의 관리기준에 적합한 영화들만 생산되고 유통될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스튜디오 제작방식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그 영화를 연출한 감독의 작품이라 할 수 있는지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스튜디오 제작방식 외 제작방식


스튜디오 제작 바깥에서, 즉 수직적 통합체계 바깥에서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독립영화라고 부릅니다. 독립영화의 ‘독립’은 일차적으로는 스튜디오로부터의 독립을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독립영화들이 스튜디오 제작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다만 주요 배급사의 투자 없이 제작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품으로서의 성격이 약해지고 감독의 예술적인 권한이 중시될 뿐입니다. 저예산이라고는 하나 만만치 않은 제작비가 들고 개봉을 목표로 제작되기 때문에 투자사와 배급사를 찾게 됩니다. 최종 국면에서는 상품의 성격을 갖는 것입니다. 가장 큰 규모의 제작방식보다 조금 작은 규모의 제작방식이 이 방식입니다. 일반 영화관에서 개봉하기도 하고 독립영화‧예술영화 전용관에서 개봉하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가장 작은 규모의 제작방식인 1인 제작방식과 그보다 조금 큰 규모의 제작방식이 있습니다. 1인 제작방식보다 조금 큰 규모의 제작방식은 감독 외 몇 사람 더 참여하는데 보통 10명 내외입니다. 실험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이 정도 규모에서 만들어지고 간혹 극영화도 이렇게 제작됩니다. 이 영화들은 주로 영화제에서 상영됩니다. 투자사와 배급사를 구하지 못한 저예산 스튜디오 제작방식의 영화들이 영화제를 출구로 삼기도 합니다. 아예 영화제 상영을 목표로 제작되는 영화들도 있고, 영화제도 이런저런 이해관계에 얽혀 움직이곤 합니다. 영화제가 예술적 가치만을 기준으로 영화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


영화를 둘러싼 사회·경제적인 요소들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데 있어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구조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지에 대해 지난 시간에는 매체의 차원에서, 이번 시간에는 상품의 차원에서 살펴보았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알고 싶으시면 그래엄 터너의 《대중영화의 이해》(한나래) 1장과 6장, 볼프강 가스트 《영화》(문학과지성사) 1장 그리고 데이비드 보드웰, 크리스틴 톰슨 《영화예술》(지필미디어) 1장을 보십시오. 제작 과정의 구체적인 경로와 단계들은 《영화예술》 1장에 나와 있습니다. 

   지난시간에 영화는 ‘관객에게 특정한 효과를 미치도록 정교하게 구성된 조작의 산물’이라고 꼬집어 말씀드렸습니다. 우리는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잊습니다. 그래서 그 점, ‘만들어지는 것’임을 숨기는 영화의 조작적 메커니즘을 밝히고 비판하면서 자신의 영화이론을 세우려는 비평가들의 시도가 한때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내놓은 미학적 분석을 이해하려면 영화를 이루는 구성요소­ 이미지, 사운드, 편집­과 영화가 이야기하는 방식, 이것들의 기본 개념과 관습적인 규칙을 알아야합니다. 다음 시간부터는 영화의 기본요소를 하나하나 짚어가 보겠습니다.


▲ 워너 브라더스 



* 우리 곁의 영화는 아래와 같이 진행되며, 강의를 옮긴 글임을 밝혀둡니다.


개요

1 알아도 써먹지 못하는 - 제작과정

2 무엇이 우리를 영화 앞에 붙들어 놓는가 - 내러티브 장치

3 신비로움을 구축하는 전략 - 영상과 소리

4 영화의 최종 병기 - 편집


[필자소개] 조민석 (ACT!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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