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98호 우리 곁의 영화] 무엇이 우리를 영화 앞에 붙들어 놓는가 – 내러티브 장치(2) : 영화 내러티브의 구성요소

전체 기사보기/우리 곁의 영화

by ACT! acteditor 2016. 5. 12. 18:32

본문

[ACT! 98호 우리 곁의 영화 2016.05.19] 



무엇이 우리를 영화 앞에 붙들어 놓는가 내러티브 장치 (2) 

: 영화 내러티브의 구성요소



조민석 (ACT!편집위원회)



오늘은 『시나리오 가이드』를 읽기로 했습니다. 왜 『시나리오 가이드』 같은 책을 읽어야하는지는 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시나리오 가이드』는 시나리오 작법 안내서입니다. 자신이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이 되었다 생각하고 『시나리오 가이드』를 읽어봅시다. 책읽기를 배워보신 분들은 본문을 읽기 전에 서문과 목차부터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럼 목차부터 보겠습니다.

   1부 “시나리오 작가”, 2부 “스토리텔링의 기초”, 3부 “시나리오 작법”, 4부 “시나리오 분석”까지 이 책은 총 네 부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우리는 2부와 3부를 주로 읽습니다. 1부 “시나리오 작가”는 “시나리오 작가의 임무”, “무대와 스크린”, “각색”, “영화의 작가”, “시나리오 작가의 위상”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시나리오 작가의 임무”에서는 한 편의 영화에서 시나리오가 자리하는 위치와 그에 걸맞게 시나리오 작가가 해야 할 일을, “무대와 스크린”에서는 연극과 영화의 차이를, “각색”에서는 다른 이야기들과 영화의 이야기의 차이를, “영화의 작가”에서는 누가 영화의 작가인지를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의 위상”에서는 앞의 시나리오 작가의 임무에 해당하는 것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이 책은 시나리오 작법 안내서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려는 이들을 위한 책이므로 시나리오 작가라면 응당 갖추고 있어야 할 덕목과 의식부터 짚고 가는 것입니다. 2부 “스토리텔링의 기초”에는 개념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들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직접 시나리오를 쓴다거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 밖의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읽어두면 좋을 부분입니다. 3부 “시나리오 작법”에서는 실제로 시나리오를 쓸 때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들을 구체적인 요소를 들어 설명합니다. 4부 “시나리오 분석”은 본받을 만한 사례가 될 영화들을 3부의 요소들을 가지고 살펴봅니다. 이미 보신 영화도 몇 편 있을 겁니다. 설명을 따라 한 번 읽어보십시오.



관객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이자 가장 중요한 단어를 꼽으라면 ‘관객’을 들 수 있습니다. “스토리는 온전히 관객을 위해 쓰여 지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 말에 반감이 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시나리오 가이드』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시나리오 작법 안내서가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반감이 드는 분들은 그 책들을 쭉 읽고 반론을 제기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시나리오가 기본적으로 성취해야 할 목표는 관객의 관심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관객들이 스토리 세계에 완전히 빠져들었을 때, 영화에 완전히 장악되었을 때 영화는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여깁니다. 마찬가지로 그렇게 못했을 때, 꿈에서 깨어나게 했을 때는 ‘도의적’ 질타를 합니다. 스토리 세계로의 몰입은 관객이 등장인물로부터 무언가를 기대하게 하고 그를 걱정하게 함으로써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그 인물과 함께 특정한 경로에 따라 뭔가를 체험하게 됩니다. 

   몇 차례 말씀드린 ‘주인공과 그가 하고자 하는 일’, ‘그것이 가로막혀 유발된 갈등 상황’, ‘정보의 비대칭 상태를 만드는 스토리 정보의 전략적 제시’가 관객의 관심을 통제할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내러티브 장치입니다. 사실 이 세 가지는 영화만의 것이 아닙니다. 고대 설화들에 적용되어있을 정도로 보편적으로 쓰이는 오래된 화법입니다. 



드라마


‘주인공과 그가 하고자 하는 일’, ‘그것이 가로막혀 유발된 갈등 상황’, ‘정보의 비대칭 상태를 만드는 스토리 정보의 전략적 제시’ 이 세 개의 범위에서 『시나리오 가이드』의 2부와 3부를 읽어보겠습니다. 2부 1장이 “좋은 스토리의 요건”입니다. 여기서 이 세 가지를 다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셋은 뒤에서 따로 보기로 하고 일단 “드라마틱한 상황의 기본”, “‘잘 짜여진 좋은 스토리’의 기본 요건”만 확인하고 갑시다. 



“드라마틱한 상황의 기본을 깜짝 놀랄 만큼 단순하게 설명해낸 사람은 바로 프랭크 대니얼이다.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하려고 대단히 노력하는데 그것을 성취하기는 매우 어렵다(Somebody wants something badly and is having difficulty getting it).”



   이것을 조금 더 자세히 적어놓은 것이 “‘잘 짜여진 좋은 스토리’의 기본 요건”입니다.



1. 관객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누군가(somebody)’에 관한 스토리이다.

2. 그 누군가는 ‘어떤 일(something)’을 하려고 대단히 노력한다.

3. 그 어떤 일은 성취하기가 ‘어렵다(difficult)’.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4. 그 스토리는 최대한의 ‘정서적 임팩트(emotional impact)’와 ‘관객의 참여(audience participation)’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5. 그 스토리는 ‘만족스러운 엔딩(satisfactory ending)’으로 맺어져야 한다.(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해피엔딩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와 같은 요건이 충족되어야 드라마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2부 8장 “불확실성의 파워”를 잠시 보겠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가장 큰 과제는 관객을 객석에 잡아매고서 그들이 스토리에 집중하도록, 그리고 인물들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일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관객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참여를 끌어내지 못하면 관객은 스토리에 흥미도 없고 그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지도 않는 단순한 방관자가 되고 만다.

 그것은 곧 드라마의 죽음이다. 그 스토리는 그 자체만으로 드라마틱한 것이 아니다. 오직 관객에게 어떤 임팩트를 끼치고 그들을 어떤 식으로든 감동시킬 때에만 드라마틱한 것이 된다. 드라마(희극과 비극을 다 포함하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객으로부터의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의 중심에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주인공’에 의해 이야기의 시작과 끝, 전개 양상까지 결정되므로 시나리오 작가는 물론 관객도 각자의 조건에서 ‘주인공’을 따라갈 수밖에 없으며 드라마란 결국 그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잘 짜여진 좋은 스토리’의 기본 요건”에서 첫 번째로 언급되는 것이 ‘주인공’입니다. 두 번째가 ‘그가 하고자 하는 일’입니다. 중요하기 때문에 먼저 말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앞서 말한 다섯 가지 요건 중 가장 비중이 큰 요소가 ‘주인공과 그가 하고자 하는 일’입니다.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주인공과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요소입니다. 3부 1장 “주인공과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을 보겠습니다. 



“주인공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아주 강렬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관객이 그가 목표를 달성하고자 나아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흥미를 느끼게 되고 스토리에 몰두하게 된다. 영화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에서 끝나야 하는지를 결정짓는 것이 바로 이 ‘목표에 대한 주인공의 추구’이다.

 주인공의 열망 혹은 요구 혹은 추구는 스토리가 전개되어 나가면서 점점 집약되고 강해진다. … 주인공의 열망이 반드시 처음부터 강렬할 필요는 없지만, 스토리가 전개되어 나가면서 함께 발전해나가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관객이 따라가게 되는 것도 그리고 관객을 스토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바로 이 ‘목표에 대한 주인공의 추구’이다.

 주인공이 하고자 하는 일을 성취할 수 있을까에 대한 관객의 흥미는 바로 주인공 자신이 그 일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열망에 비례한다. 주인공의 열망이 강할수록 관객의 흥미도 강해지는 것이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 과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인지, 도덕적인 것인지 부도덕한 것인지, 정의로운 것인지 부당한 것인지, 이타적인 것인지 이기적인 것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인공에 대한 관객의 정서적 태도를 결정짓는 것은 그가 얼마나 강렬하게 그것을 원하고 있는가이다.”



   다시 2부 1장 “좋은 스토리의 요건”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저자는 ‘주인공’은 관객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은 주인공의 고정된 특성만으로는 불러일으킬 수 없습니다.



“관객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것은 그가 고통을 받고 있다거나 짓눌려 있다거나 하는 이유에서가 아니다. 관객은 그가 자신이 처해 있는 처지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감정이입을 한다.”



   “어떻게 대응하는 가”, 이때 ‘주인공’과 관객의 체험의 공유가 생겨나야 비로소 감정이입이 따라오는 것입니다.



“관객은 그들의 내면에서 ‘고통받고 있는 인간의 마음(human heart suffering)’에 주목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필연적으로 곤경에 처해야 합니다. 그가 곤경에 처하는 것과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은 맞물려 움직여야만하고,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힘은 대체로 여기서 생겨납니다. “좋은 스토리의 기본 요건” 세 번째가 ‘주인공이 하고자 하는 일은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성취하기 어려워야 한다’ 입니다. ‘주인공’이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인가로부터 가로막혀야 하며, 또한 그 어려움의 크기가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힘의 세기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갈등


영화의 인물은 행동해야 합니다. 영화의 기본적인 한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귀로 듣지 못하는 것을 묘사할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1부 2장과 3장에서, 영화와 다른 이야기체 예술형식들을 비교하며 영화의 조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읽어보시면 이것을 뚜렷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으실 겁니다. 소설과 달리 우리는 영화 속 인물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없습니다. 연극에서처럼 그 인물의 입을 통해 그의 생각과 심정을 듣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영화의 인물은 자신의 이야기를 행동으로 드러내야만 합니다. 

   인물은 갈등상황에 처함으로써 행동합니다. ‘주인공’은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갈등상황에 처합니다. 궁지에 몰리고 시련을 겪는 것입니다. 그때마다 그는 자신이 처한 곤경을 타개하기 위해 애쓸 것입니다. 궁지에 몰리면 몰릴수록, 시련이 크면 클수록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은 강렬해질 것이며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면모들이 보여 질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게 됩니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려 한다거나, 경주에서 이기려고 한다거나, 그림을 그리려 한다거나 하는 따위는 모두 제대로 된 주인공들이 ‘하려고하는 일(wants)’이 될 수 있다. 이때 주인공이 하려고 하는 일의 성취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반드시 등장해야 한다. 만약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거나, 경주에서 이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이 너무 쉽게 성취된다면 관객은 틀림없이 “그래서 어쨌단 말이야(So what)?” 하고 반문하게 될 것이다. 주인공이 하려고 하는 일이 너무 쉽게 성취되면 관객이 흥미를 가질 리 없다.”



   3부 2장 “갈등”을 보겠습니다.



“갈등이야말로 스토리를 앞으로 전진시키는 엔진이다. 스토리에 에너지를 주고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갈등이다. 갈등이 없다면 관객은 스크린 위에서 묘사되는 사건들에 대하여 무관심해지고 말 것이다. 갈등이 없는 영화는 죽은 영화이다. 갈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은 전진일 수도 있고 후퇴일 수도 있으며, 긍정적인 것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것일 수도 있다. 아무것도 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 역시 무언가를 열렬히 하려한다는 것만큼이나 강한 갈등을 창출할 수 있다.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저 있었던 그대로의 현재상황(a better status quo)’으로 되돌아가려고 하는 것 역시 무언가를 원하는 것이다. 이루기 힘든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한다는 것이 갈등을 창출할 수 있다.”



 ‘갈등’은 ‘주인공’을 직접적으로 가로막는 물리적 제한이나 적대자 등과 같은 외부요인들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있고, 심리적 장벽이나 자신의 철칙이라는 내적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갈등상황은 인과관계에 묶여 연쇄적으로 일어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요소들이 이야기 전체에서 어떻게 펼쳐져 가는지 확인해 봅시다. 2부 2장 “3장이론”를 보겠습니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모든 이야기가 전형적인 3장 구조를 따르거나 거기에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에서 3장이론의 패러다임을 사용하는 것은 그것이 가장 이해하기 쉬울뿐더러, 스토리에 대한 관객 체험의 단계에 가장 밀착해 있는 패러다임이기 때문이다. 제1장에서 관객은 등장인물들을 익히고 스토리에 접하게 된다. 제2장에서 관객은 정서적 참여도를 높이게 된다. 제3장에 이르면 스토리는 정리되고 관객은 만족스러운 엔딩을 체험하게 된다.

 제1장에서는 관객에게 스토리가 펼쳐지는 세계와 주요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스토리가 기초하게 될 주요 갈등을 설정한다. 한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스토리에서는 제1장의 끝에 이르러 그의 삶과 그가 처해 있는 곤경이 집중조명되기 마련이다. 즉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 확정되고 장애물들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이다.

 제2장에서는 목표에 대한 주인공의 추구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더 상세하고 첨예하게 부각된다. 동시에, 제2장이 진행되는 동안, 주인공은 변화하고 발전하거나, 최소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압력을 받게 되는데, 이 변화는 제3장에서 확연해진다. 스토리의 서브플롯들이 폭넓게 발전하는 것도 바로 제2장에서이다.

 제3장에서는 메인스토리(주인공의 스토리)와 서브플롯들이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모두 해결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결말이 내려졌다는 느낌, 즉 갈등이 끝났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비록 관객이 수평선 너머에서 몰려오고 있는 또 다른 폭풍을 바라보게 될지라도, 어찌됐건 그 스토리의 갈등을 풀어버려야 하는 것이다).”



   사건이 벌어지고 ‘갈등’을 겪는 동안 ‘주인공’은 몰랐던 정보를 알게 됩니다. 그만큼 영향을 받고 변화하게 됩니다. 그렇게 달라진 상태에서 행동을 하면 또 새로운 사건을 겪게 됩니다. 다시 새로운 정보를 얻고 그만큼 달라지고 행동을 하면 또 새로운 사건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이 계속 이어지다가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었을 때 이야기는 종결됩니다. 여기서 새로운 사건마다, 새로운 인물이 ‘주인공’에게 새로운 정보를 주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새로운 인물들과 ‘주인공’ 각각은 알고 있는 정보가 전혀 겹치지 않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인물들 간에 인지도의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보 인지의 비대칭 상태는 이야기 속 인물들만이 아니라 관객까지 포함시켜 설정됩니다. 관객을 포함해 ‘누가, 무엇을, 언제 알게 되느냐’를 조율하는 것. 이것까지 갖춰져야 “잘 짜여진 좋은 스토리”가 될 수 있습니다.



스토리 정보의 전략적 제시


‘주인공’이 모르고 있는 걸 관객인 우리만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은 알고 있는 걸 관객인 우리는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도 모르고 관객도 모르는 것을 어떤 인물은 알고 있기도 하고, ‘주인공’도 관객도 아는 것을 어떤 인물은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경우는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주인공과 그가 하고자 하는 일’, ‘그것을 가로막아 유발된 갈등상황’도 중요하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지점은 여기입니다. ‘정보 인지의 비대칭 상태.’ ‘그것을 만들어내는 스토리 정보의 전략적 제시.’



“‘잘 짜여진 좋은 스토리’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요소를 필요로 한다. 관객이 그 스토리를 어떤 식으로 체험하느냐의 문제이다. 관객이 알고 있는 것, 관객이 알게 되는 시점, 한 명 혹은 그 이상의 등장인물이 모르고 있는 사실들 중에 관객이 알고 있는 것, 관객이 기대하는 것, 관객이 두려워하는 것, 관객이 기다리는 것, 관객을 놀라게 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스토리텔링의 기본요소들이다. 시나리오작가의 위대한 성취란 이런 요소들을 잘 활용하여 관객을 스토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런 요소들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스토리는 그저 사건들의 나열이 될 뿐이지 관객이 파고들 만한 체험이 되지 못한다.”



   이것의 활용을 뚜렷하게 알 수 있는 하나의 예로 탐정물을 들 수 있습니다. 탐정물에서 우리의 인지 범위는 주로 사건을 추적해가는 탐정의 인지 범위에 국한됩니다. 그가 알게 되는 그만큼만 알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스토리 세계의 모든 일을 다 볼 수 있는 신적인 인지 범위를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건을 추적해가는 가운데 결정적인 순간에 관객들이 신적인 인지 범위를 갖게 될 때가 있습니다. 탐정과 동일한 인지도로 스토리를 따라갈 때는 필요한 정보와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보게 된다면, 신적인 인지도를 갖게 되었을 때는 인물의 행위와 감정에 집중하게 됩니다.

   인지 범위 조종에 따른 효과를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좋은 예로 ‘서스펜스’와 ‘서프라이즈’의 비교가 있습니다. 『히치콕과의 대화』(한나래)에서 그 부분을 읽어보겠습니다.



트뤼포: ‘서스펜스’와 ‘놀라움’ 간의 차이에 대한 당신의 정의를 듣고 싶습니다.

히치콕: ‘서스펜스’와 ‘놀라움’ 간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는데, 많은 영화에서 아직도 이 둘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설명을 하죠.

지금 우리는 악의 없는 사소한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앉아 있는 식탁 밑에 폭탄이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다가 갑자기 ‘쾅!’하고 폭탄이 터집니다. 관객들은 놀라게 됩니다. 그러나 이 경우 놀라기 이전까지도 관객들에게 특별한 중요성이 없는 일상적인 장면만 보여 주었습니다. 자, 이제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상황을 살펴봅시다. 폭탄이 식탁 밑에 있는데 관객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무정부주의자들이 그 곳에 폭탄을 설치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관객들은 그 폭탄이 1시 정각에 터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마침 벽에는 시계가 걸려 있습니다. 관객들은 시계가 1시 15분 전을 가리키는 것을 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똑같은 무해 무익한 대화도 끌리게 마련입니다. 관객들이 그 장면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객들은 화면 속의 인물들에게 “그런 사소한 얘기나 할 때가 아니야, 식탁 밑에 있는 폭탄이 곧 터질 거란 말이야!”라고 경고하고 싶어 안달하게 됩니다.

앞의 경우 관객들은 폭발 순간에 15초간의 ‘놀라움’을 맛보게 됩니다. 나중 경우엔 15분간의 ‘서스펜스’를 맛볼 수 있습니다. 결론은 가능하면 관객들에게 정보를 알려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놀라움을 비틀어 사용할 때, 즉 의외의 결말이 그 자체로 스토리의 정점을 이룰 때는 예외가 되겠지요.



   『시나리오 가이드』는 ‘스토리 정보의 전략적 제시’를 우리처럼 따로 떼어내 설명할 정도로 강조하고 있진 않습니다. “아이러니”라는 챕터가 있긴 하나 관련 내용이 여기저기 흩어져있습니다. ‘스토리 정보의 전략적 제시’를 우리는 개념적으로 이해하면 되지만 『시나리오 가이드』는 작법 안내서이므로 그것을 기술적으로 접근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고려하면서 관련 내용을 읽어보겠습니다. 우선 3부 11장 “아이러니”를 보겠습니다.



“시나리오 이론에 대한 프랭크 대니얼의 공헌들 중 하나는 누설과 인식의 원칙을 확립한 것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 중 적어도 한 명 이상이 모르고 있는 사실을 관객이 알게 될 때(이것이 아이러니를 만들어 낸다) 그것을 누설(revelation)이라고 한다. 일단 누설이 형성되면 시나리오 작가는 반드시 그에 대응되는 것을 만들어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인식(recognition)인데, 이는 관객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등장인물도 알게 되는 순간을 뜻한다.

 누설은 관객에게 우월한 지위를 부여(영화 속 등장인물보다 많이 알고 있다)하여 스토리에 참여하는 느낌을 준다. 누설과 인식이 없으면 스토리는 드라마틱한 것이라기보다 서술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누설과 인식을 사용하지 않으면 관객은 그저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는 방관자의 지위로 격하되고 만다. 참여자가 아닌 방관자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드라마틱한 체험의 진수란 바로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예상하며 그것을 즐기는 것이다.”



   2부 8장 “불확실성의 파워”를 보겠습니다.



“관객을 스토리에 참여시키고 드라마가 요구하는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내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여야 할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불확실성(uncertainty)’이다. 코앞에 닥쳐온 사건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사건의 최종 결말에 대한 불확실성. 이 개념을 다른 말로 표현하지면 ‘기대 대 두려움(hope versus fear)’이다. 

 그렇다면 관객에게 이러한 불확실성의 느낌-곧 ‘기대 대 두려움’의 느낌을 갖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손꼽혀야 될 요건은 감정이입이다. … 그 다음으로 중요한 요건은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what will happen)가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what potentially might happen)는 것을 관객에게 알리는 일이다.

 참여의 기초가 되는 것은 ‘예상(anticipation)’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상황에 대한 정보가 주어진 다음에야 가능한 일이지 아무런 정보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관객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의 위험 혹은 이득을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서 예상하려 들지 않는다.”



   3부 8장 “설명”을 보겠습니다.



“대부분의 스토리들은 발전해나가기 위해서 일정량의 설명적 정보를 필요로 한다.

   설명의 제시는 가능한 늦게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관객에게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정보 혹은 그들이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찔끔찔끔밖에 주지 않아 그들을 애타게 한다면, 그들은 영화 속의 캐릭터와 그들의 행동에 대해서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설명해야 될 대상에 대한 힌트, 부분적인 정보 유출, 약간의 미스터리와 퍼즐, 캐릭터들 간의 상충되는 의견들과 그것의 부정 따위를 이용하는 … 이 모든 것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스크린 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건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도록 하고 그럼으로써 스토리에 참여하도록 하는 장치들이다.”



   ‘스토리 정보의 전략적 제시’에 초점을 두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미스틱 리버>의 강렬한 에너지는 어디서 기인하는지, 할리우드 영화와 거리가 멀어보이는 허우 샤오시엔의 <쓰리 타임즈>는 과연 어떤지 한 번 확인해보십시오. 다큐멘터리로 분류되는 영화들에서도 확인해보십시오. 더 말씀드리지 않아도 이것이 얼마나 필수적인 내러티브 장치인지 충분히 환기가 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늘 영화를 보고 지내기 때문에, 『시나리오 가이드』를 읽어가며 제가 오늘 말씀드린 것들이 새롭게 다가온다기 보다는 익숙한 것들이 정리되는 과정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감각이 영화에 대해 이미 많이 알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 널리 적용되고 있는 구체적인 요소들을 개념적으로 하나하나 익혀간다면 영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능력도, 영화적 교양도 적절히 늘어날 것입니다. 이제 <악의 손길>의 그 유명한 도입부를 보고 그저 오손 웰즈를 찬양하는 말을 하기보다 ‘스토리 정보의 전략적 제시’와 ‘서스펜스’를 의식하시게 되면 좋겠습니다.


지난 시간부터 이번 시간까지 영화 내러티브의 컨텍스트와 의미부터 구체적인 내러티브 장치까지 살펴보았습니다. 관련 내용을 더 알고 싶으신 분은 그래엄 터너의 『대중영화의 이해』(한나래) 4장,  안느 위에의 『시나리오』(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토마스 샤츠의 『할리우드 장르』 (컬처룩)  1부, 데이비드 보드웰, 크리스틴 톰슨의 『영화예술』(지필미디어) 3장을 보십시오. 아모르문디 영화 총서 『영화 스토리텔링』 도 전반적인 내용을 쉽게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어느덧 <우리 곁의 영화>도 절반을 지나 후반부로 넘어갑니다. 이제 ‘이미지’와 ‘사운드’ 그리고 ‘편집’, 즉 영화의 실제적 구성요소에 해당하는 것들을 살펴볼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그중 가장 익숙한 요소일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



▲ 알프레드 히치콕(1899-1980)



우리 곁의 영화는 아래와 같이 진행되며, 강의를 옮긴 글임을 밝혀둡니다.


개요

1 알아도 써먹지 못하는 - 제작과정

2 무엇이 우리를 영화 앞에 붙들어 놓는가 - 내러티브 장치

3 신비로움을 구축하는 전략 - 영상과 소리

4 영화의 최종 병기 - 편집




[필자소개] 조민석(ACT!편집위원회)



2012년 여름부터 ACT!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

페이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