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79호 2012.6.25 기획]

    왜 우리는 프레임에 대해 말하는가
    - 2012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 저널 [ACT!] 포럼 발제 후기<

    박민욱(ACT!편집위원)

      [ACT!] 포럼의 발제를 준비하면서 많은 걱정들이 어지럽게 스쳐갔다. 우선 세미나를 통해 흘러나온 이 많은 이야기들을, 그것도 미디어 운동의 온갖 지형들을 중구난방으로 훑어본 이 험난한 생각의 과정들을 어떻게 수단 좋게 요약할 수 있을 것인가. 운이 따라서 보기 좋게 요약한다고 해도 그것이 포럼이란 형태로 외화 되었을 때, 포럼 참석자들에게 어떤 의미, 하다못해 어떤 생각의 계기라도 ‘과연’ 줄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우리는 무슨 생각으로 “미디어운동의 새로운 프레임과 전략수립을 위하여” 라는 어처구니없이 거대한 제목을 여기에다 붙인 것일까. 지금이라도 모두에게 석고대죄하고 그냥 하지 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모하게 이 포럼을 밀어붙인 것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생떼를 부리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미디어운동이라는 지형도 속에 함께 모여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랜만에 한 자리에서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때가 때인지라, 각 지형에 운둔하듯 묻혀서 각자의 활동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여전히 그들이 미디어운동이라는 큰 틀 안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느리지만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서로 격려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활동에만 집중하면, 그것이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방향을 잃을 수도 있고, 힘든 상황 속에서 쉽게 도태될 수도 있고, 자칫 우리 모두가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따라서 각자의 활동, 각자의 방향성, 각자의 상황을 모두 꺼내놓고, 혹은 잠시 내려놓고, 우리가 무엇을 만들어가려 하는지, 우리 각자가 지금 어느 과정 속에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고 이야기해보고 나누는 자리를 한 번 마련해보고자 했던 것이다.


    ▲ 2012. 5. 11 미디액트 / ‘ACT! 포럼 미디어운동의 새로운 프레임과 전략 수립을 위하여’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했다. 우리는 무엇을 만들어가려 하는가. 그리고 현재 우리는 이를 위해 어떤 과정을 밟고 있는가. 이 과정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래서 이것이 바로 이번 포럼의 주제가 되었다. 미디어운동의 목적, 프레임, 전략 수립과 같은 표현들 말이다. 세미나를 통해 우리는 이 거창한 표현들이 내포한 뜻을 찾기 위해 지난 10년간의 과정을 복기해보아야 했다. 일단 처음 설정된 프레임과 그 변화의 과정을 알아야만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프레임을 고민해볼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한국의 미디어운동은 최초에 어떤 목적으로, 어떤 프레임과 전략을 가지고 시작되었는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간략하게나마 살펴본 후에 내린 우리의 결론은 이렇다. 최초에 설정된 프레임이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현재 발견되는 미디어운동의 발전상과 취약점 모두가 상당부분 이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이 미디어운동과 관련하여 불모지나 다름없었다는 것을 감안해 볼 때, 초기의 프레임은 당연히 미디어운동의 개념을 소개하고 정착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결과, 미디어운동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 데 성공하였고, 미디어센터와 미디어교육이 전국적으로 활성화, 대중화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운동의 제도권 진입 및 공적자금 투여를 그 핵심으로 하는 초기의 프레임은 과도기적 프레임, 혹은 포럼에서 누군가 표현한 대로 공시적 프레임이며, 이는 미디어운동 초창기 당시에는 맡은 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였을지 모르나 향후 10년의 새로운 프레임, 더 나아가 통시적 프레임으로서는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 그런데도 초기의 프레임은 현재까지 별다른 변화 없이 관성적으로 계속 지속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초창기에는 허약한 독립 미디어와 거대한 주류 미디어 사이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하기위해 위치 설정되고 그 중요성이 강조되었던 공공영역이, 그 이후에도 계속 그 위치를 공고히 하고 지나치게 확장되면서 심지어는 일부 미디어센터들이 기관화 되어 가는 문제점까지 도출되고 있다. 또한, 독립미디어 자체의 성장은 무척 더딘 데 비해 이의 활성화를 지원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해야 할 미디어센터와 미디어교육은 그 자체의 덩치만을 계속 불리고 있는 주객전도의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미디어운동의 지형도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단위들이 함께 모여 기존 프레임을 점검하고, 이것의 과도기적 특성에 대해 논의, 공동의 인식을 도출해 내는 것일 것이다. 그 단계의 일환으로 이번 포럼이 기획되었던 것인데, 실제 포럼에서의 토론은 이 첫 번째 단계에서조차 좀처럼 공동의 인식을 확보해내기가 쉽지 않은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 왜 아직도 [주류 - 공공 - 독립]의 프레임에 천착하는가. 이미 10년이나 된 기존 프레임을 계속 붙잡고 점검, 비판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 기존 프레임을 비판하는 입장이라면 공공영역이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인가. 과연 공공영역이라는 것이 그동안 제대로 존재하기는 하였는가. 토론에서 주로 제기되었던 이런 논의들은 사실상 이 첫 번째 단계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들이었으며, 미디어운동의 새로운 프레임과 전략수립을 구상해보는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는 앞으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왜 아직도 [주류 - 공공 - 독립]의 프레임에 천착하는가.” “이미 10년이나 된 기존 프레임을 계속 붙잡고 점검, 비판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 기존 프레임에 대한 그 간의 논의가 10년간 지속되다 보니, 이 논의 자체가 낡은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미 10년이나 된 기존 프레임의 영향력이 아직도 거대하고 이에서 파생하는 문제점들이 여전한, 심지어는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를 점검, 비판하지 않고 새로운 프레임을 구상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세월이 흘렀고, 이에 대한 논의가 반복되다 보니 이것이 낡게 느껴진다고 해서, 이의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는 않는 것이다. 기존 프레임의 과도기적 특성을 분명히 밝혀야만 이를 근거로 새로운 프레임, 더 나아가 미디어운동의 통시적 프레임을 구상하고 각 주체들이 합의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기존 프레임을 비판하는 입장이라면, 공공영역이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인가.” “과연 공공영역이라는 것이 그동안 제대로 존재하기는 하였는가.” 물론 공공영역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적자금의 확보 등으로 허약한 독립미디어의 활성화를 지원하는 공공영역의 역할은 앞으로 더 확대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기존 프레임에서 공공영역은 독립미디어와 대등한 위치로 설정되어, 공공영역 자체의 확대와 발전이 미디어운동의 성장과 동일시되는 착시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공공영역의 위치설정을 변경해야하며 (공공영역을 폐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를 독립미디어를 구성하는 단위, 즉 독립미디어의 하위영역으로 위치설정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영역이 독립미디어 지원보다는 그 자체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공공적 서비스에 치중하는 과정이 이어지다 보니, 독립미디어 진영에서는 그동안 공공영역이라는 것이 제대로 존재한 적이 있었는가 하는 문제마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영역의 위치설정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그것이 왜 중요한가. 여전히 독립미디어는 그 힘이 미약하고 체력은 허약하며 그나마도 각자의 힘들이 집약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촛불시위나 [나는 꼼수다]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그 가능성만큼은 이미 확인되었으며, 과거처럼 시민이 주류미디어에 예속되어 휘둘리기만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주류미디어와 독립미디어 사이에서 공공영역이 완충지대 역할을 하며 독립미디어의 생존을 담보하여 주었던 것이 지난 10년이었다면, 앞으로는 독립미디어가 생존을 넘어 스스로 발전, 성장하여 주류미디어의 영향력에 당당히 대항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독립미디어가 완충지대 뒤에 숨어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완충지대 저 밖에서 시민들이 (비약적인 미디어 기술의 약진을 토대로) 스스로 가지를 치고 나아가 주류미디어에 맨몸으로 대항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는 주류미디어와 독립미디어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거추장스러운 완충지대를 해체하고 분산시켜, 이것이 다양한 독립미디어 콘텐츠 생산주체를 여러 형태로 직접 지원하도록 하고, 무엇보다도 이를 통해 생산된 독립미디어 콘텐츠를 유포, 확산 시키는 데에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즉, 공공영역과 독립미디어를 따로 구분할 필요 없이 현재의 공공영역을, 독립미디어 콘텐츠 생산 지원 시설과 독립미디어 콘텐츠 확산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독립미디어를 구성하는 하위단위로 위치시키는 것이다.

      흔히 독립미디어라 하면 콘텐츠만을 가리키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가 주류미디어라는 단어를, 콘텐츠뿐만 아니라 방송국이라는 물적 근거와 채널(플랫폼)을 통칭한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독립미디어 역시 콘텐츠뿐만 아니라 생산지원 및 교육을 담당하는 물적 근거와 플랫폼을 함께 지칭하여야만 마땅할 것이다. 이 세 하위단위가 온전히 결합할 때만이 독립미디어가 제대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체력을 키우고 그 힘을 집약시킬 수 있다. 이 중 물적 근거와 플랫폼은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혹은 아니더라도, 제도권 내의 영역으로서 기능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현재의 미디어센터나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 등의 공공영역이 이미 이런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다. 다만, 현재의 미디어센터는 독립미디어 생산지원 외에도 지나치게 많은 공공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너무 넓은 그릇이고, 현재의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은 그 숱한 제한 때문에 독립미디어 콘텐츠를 확산시키기에는 너무 좁은 통로이다. 독립미디어의 하위단위로서의 공공영역은 독립미디어 활성화라는 목표에 그 ‘선택과 집중’의 묘를 발휘하여 지금처럼 독립미디어를 위한 완충지대의 역할이 아닌 독립미디어 성장의 도약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2012. 5. 11 미디액트 / ‘ACT! 포럼 미디어운동의 새로운 프레임과 전략 수립을 위하여’

      왜 우리는 프레임에 대해 말하는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빠른 시간 안에 건설하기 위해서는 먼저 프레임을 설정하고 이에 따라 일을 진행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프레임이 일단 설정되고 나면, 우리는 그 안에서만 사고하고 그 안에서만 행동하게 되기 마련이고, 그러면서도 우리는 우리의 사고와 행동이 일단 설정된 프레임에 의해 그 거개가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10년 전, 공공영역을 처음 소개하고 정착시킴으로서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가능케 한 것은 프레임이 일단 설정되고 이에 따라 일이 진행되었기 때문이었다. (주지의 사실처럼, 한국의 미디어운동은 시민들의 요구에 의해 아래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일단 프레임이 설정되자, 독립미디어를 지원하고 수호해줄 공식적 물적 근거가 등장했다는 사실이 너무 소중한 나머지, 미디어센터를 지키고 확장시키고 그 안에서 미디어운동을 성장시키는 데 우리의 사고와 행동이 고정된 측면이 상당히 있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우리의 사고와 행동이 일단 설정된 프레임에 대부분 기인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발생한 문제점에 대한 해답을 프레임 안에서만 찾으려고 노력해 왔는지도 모른다.

      이제 그 프레임 바깥을 상상하고 논의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프레임을 같이 만들어갈 때이다. 그러기위해서는 미디어운동의 각 주체들이 모여서 이에 대해 토론하고 문제에 대한 공동의 인식을 도출해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의도되었든 그렇지 않았든, 현재의 프레임에 의해 자리지워지고 그 역할을 부여받은 각 주체들이 미디어운동의 목적과 프레임과 전략에 대해 더 자유롭게 상상하고 논의하고 고민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활동과 방향성과 상황을 잠시 내려놓을 필요성이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끝에 큰 틀에 대한 대승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반대로 우리가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지도 더 분명해 질 것이다. 이번 포럼은 지난 상당 기간 멈춰있던 이러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보자고 제의한 데에 일단 그 의의가 있다고 자평하고 싶다. 토론의 과정에서 오히려 서로간의 입장 차이만을 명확히 드러낸 측면도 분명히 있었지만, 변화하는 시대와 미디어운동의 성장에 걸맞은 새로운 프레임과 전략수립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대체적인 동의가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이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 더 많은 상상과 논의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포럼이 이의 자그마한 계기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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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소개] 박민욱(ACT!편집위원회)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고, 지금은 한국의 어느 대학에서 교육학을 공부하고 있다. 간간이 단편 영화도 만들고 있다.


    Posted by ACT! acteditor